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91
00091 살아가는 것 =========================
수십개의 물줄기가 휘몰아치는 중심에 우뚝 솟아오른 섬 아쿠아게이트.
평시 10대길드가 회합을 가진다면 주로 만나는 곳인 아쿠아게이트에서도 남쪽으로 뻗어나온 단 한줄기의 물줄기를 타고 간다면 검은 나무로 뒤덮인 섬에 도달할 수 있다.
섬의 이름은 흑오도黑烏島.
어둠의 숲에 뒤덮이지도 않았건만 숲을 빼곡히 덮으며 자생하고 있는 라말나무에 의해 섬 전체가 검게 보이는 것이 까마귀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이 곳에 현재 10대 길드 중 4개의 길드가 연합한 대 함대가 정박해 있었다.
“여, 황제 긴장좀 풀라고.”
껄껄껄 웃으며 등을 두드리는 것은 어태커 클랜의 장 아라곤 라미로,
그 옆에 있는 것은 갖은 대로 인상을 찌푸린 엠파이어의 운 아이오넬이였다.
“항상 말하지만 너는 자신의 힘을 좀 알았으면 좋겠군.”
엠파이어와 어태커가 연합해서 작전을 펼칠일이 생길 때, 그와 붙어있으면 종종 그는 이렇게 자신의 등을 두드렸다.
왜 하필 자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격한 스킨십으로 친근함을 표하곤 했다.
“큭큭, 예전엔 근접 전투계열이였으면서 이 정도로 인상을 찌푸리나”
“아주 옛날이다.”
지금이야 지휘관련의 전투형 버퍼역할이나 탑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에는 근접 전투계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벌써 반십년도 더 지난일, 지금 아라곤 라미로가 친근함을 표시한다고 하는 행동도 욱신욱신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쯧, 아직도 이번 건의 출전일로 삐져있나?”
“삐진 적 없어.”
“크크크 그런가?”
이번 대규모 출정에 있어서 자신을 위시한 다른 2개의 대 길드의 장들과 엠파이어 길드의 아이오넬은 의견의 부딪침이 있었다.
허나 결국은 참전으로 결론이 났다.
“이봐 황제.”
“왜 또.”
“난 당신을 믿어. 무척이나.”
언제나 유쾌함을 가득담은 그 눈이 맑게 빛나며 아이오넬을 직시했다.
“엠파이어는 분명 무력에서는 우리 어태커에게, 마법에서는 마탑에게, 마도공학에선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밀리지.”
거대한 대제국을 표방하는 엠파이어지만 확실히 부분부분적으로만 보면 다른 10대 길드에 밀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엠파이어가 우리 중 그 누구보다 밑이라는 게 아냐. 그리고 그 지도자인 황제 또한 우리 10대길드의 수장들 중 누구의 아래도 아냐. 분명 당신이 숨겨둔 수가 있을 것이고, 그에 의해 이 참전을 반대햇겠지.”
빛난다.
아라곤의 벽안이 더욱 푸르게 빛을 발한다.
“그러나, 난 나를 믿는다. 그리고 내가 이끄는 어태커를 믿는다. ”
밝고도 맑은 눈.
확신을 담고 단 한점의 오만도 없이,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가득찬 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믿고 함께한 동료를 믿는 지도자의 눈.
그 눈을 아이오넬은 안다.
매순간 순간을 향해 나가는 자신의 눈 또한 그와 같을 테니.
그래서,
“쯧!”
그저 강하게 혀를 찼다.
알 고 있었다.
10대길드의 장은 어지간히 비범한 인물로는 되지 못한다.
생전처음보는 소설같은 공간에 던져저서 스스로 일어나 수 많은 무리를 이끌어 미래를 향해 헤쳐나감에 최선두에 서는 자들이다.
그에 오만감에 둘둘쌓여 있어도 한 점 이상할 것 없으나, 이 남자 아라곤 라미로는 그와 거리가 멀다.
자신과 동료들을 믿기에 엠파이어의 아이오넬의 능력또한 알지만, 그 능력에 결코 자신과 동료들이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음이다.
용잡이, 모순의 투사, 엔드오브스피어 그리고 탑리더.
하나라도 얻기 하늘에 별따기인 칭호를 홀로 몽땅차지한 인물이다.
그 자존감과 자신감을 쉽게 깨트릴 수 없다.
그렇기에 설득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알아, 알고 있어.”
어찌모를까, 그와 함께 했던 전장의 전율은 자신 또한 가슴떠리도록 느꼈던 것들인데.
“흐흐, 물론 우리 황제는 알아줄거라 믿었지.”
아라곤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그 넓고 거대한 망토를 동여매며 걸터앉아 있던 절벽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다 됬군. 밑에 녀석들이 마지막으로 파이팅이나 하자고 불러서 말이야.”
낄낄거리며 아라곤은 그대로 물러섰다.
그 다운 호쾌한 웃음소리가 멀어져가며 그의 퇴장을 알렸다.
그 웃음을 들으며 아이오넬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낮게 웃었다.
“항상 느끼지만, 참 괜찮은 녀석이야.”
한 사람이 가자 또 다시한 사람이 걸어왔다.
“괜찮지… 정말 괜찮아.”
‘너무 괜찮아서, 영입조차 포기한 녀석이니까.’
자신과 비슷한 지도자의 그릇이다.
훗날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도저히 자신의 품으로 품을 수가 없다.
그는 단순히 최전선에서 싸우는 투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니까.
“걱정마 너 또한 괜찮으니까.”
유쾌하게 웃으며 입에 시가를 문체 아이오넬이 걸터앉은 절벽옆으로 걸어와 앉는 남자.
청색장발과 청색일생의 파란색까마귀, 블루 더 레이븐.
아이오넬을 대신해 엠파이어를 대표하여 십존十尊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총잡이다.
“구경은 잘했나?”
“아아, 대충.”
레이븐은 흑오도에 4대 길드의 최정예가 모인 후 섬을 둘러본다고 이리저리 쏘다녔었다.
“육대무력단체라거나, 12궁도, 배틀 알케미스트… 그리고 숨겨뒀었던 녀석들, 전부 다 짜릿짜릿한 녀석들이더군.”
“괜히 10대 길드겠냐”
“흐흐, 그래서 더 머리 아파지겠어, ‘커맨더’ 아이오넬?”
커맨더, 아직 10층을 오르기도 전의 그의 별명이다.
그리고 현 전쟁에서 아이오넬이 맡은 직책이였다.
4대길드 연합 총사령관.
그의 지휘능력을 인정한 다른 3대 길드에서 그에게 총 지휘권을 맡기고, 자신들이 숨겨왔던 비밀병력의 정보까지 몽땅 제공했다.
“뭐, 최후의 수 몇개 정도야 숨겨뒀겠지만, 이렇게 제대로 알게되니 확실히 어마어마하더군.”
그간 대외적으로 숨겨뒀던 다른 3개의 대길드의 저력.
이번 총력전을 위해 그들이 제공한 정보를 읽게 된 아이오넬은 그것을 완독하고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의 전문분야에서 엠파이어가 차이가 어느정도 날 꺼라 생각은했지만, 더욱 월등한 차이가 존재했었다.
그들이 자신의 만류를 반대하고 이번 전쟁의 확신을 가졌던 심정이 이해도 될 법했다.
“우리가 강해진만큼 그들도 강해져왔을터. 게을러서는 10대라는 이름이 아깝지.”
한정적인 분야이지만 이제 엠파이어는 도저히 따라간다는 말도 우스울 정도의 차이가 벌어져버렸다.
그런 방향이 3개나 되는데 그것을 지휘하자니 아이오넬 또한 색다른 소감일 수 밖에 없었다.
“흐흐, 설마 겁먹었나 황제?”
입에 문 시가를 깊게 빨아들인 레이븐이 놀리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나.”
아이오넬 또한 씨익하고 웃으며 답했다.
“색다를뿐, 이 정도로 겁먹어서야 황제라는 이름이 아깝지.”
어색하고 유치해보이는 별명이지만, 그 별명을 얻기 위해 걸어온 길은 결코 유치하다는 말따위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른 10대길드의 수장들이 마찬가지라면 자신도 마찬가지.
겨우 이 정도로 겁먹어서야 황제라는 이름이 서글퍼질 것이다.
“2만명이던가?”
“그래, 이번 전쟁에 참석할 수 있는 커트라인을 통과한 이들이지.
길드의 주 병력이란 병력은 다 끌어왔다고 봐도 되.”
실제 인원을 다 합친다면 10배는 더 많겠지만, 이들이 진정한 10대길드들의 액기스다.
그를 총 지휘하는 것은 운 아이오넬.
맡은 바 임무가 막대하다.
“남의 가정 기둥뿌리까지 뽑아내서 휘두르다니, 짜릿한 기분이군.”
“후후, 아주 거덜내보라고.”
“나쁘지 않겠지. 무한도 카드마냥 긁어줄테니 기대하도록.”
엠파이어의 전병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힘을 낼 생각을 하니 참 기대가 된다.
“아 그런데, 저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것들은 확실히 공간소비가 크더군.”
“아무래도 그렇지. 1천인용 함선 200개 중 180개를 그들이 차지했으니.”
“마음같으면 대충 쌓아놓으라고 하고 싶지만.”
“아라곤이 그랬다가 대판 싸울뻔했지.”
“장비는 단순 적재뿐아니라 그 장비의 상태 유지를 장치의 설치공간까지 생각해야 된다던가.”
아라곤의 무신경한 말에 노발대발하며 눈에서 불을 뿜어내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마도공학자들을 생각하며 레이븐은 유쾌하게 웃었다.
“엔드 오브 스피어, 항상 뭐든 먼저나서서 말해주니 속은 시원해.”
“창끝, 위명다운 행동력이지.”
둘은 절벽에 걸터앉아 웃으며 절벽아래로 펼쳐진 대함대의 광경을 감상했다.
실로 웅장한 그 경관을.
그 때,
뿌우웅우우웅우우웅뿌우우우웅!
저 멀리서 거대한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승전선포의 뿔피리, 4중주인가? 비싸게도 쓰는군.”
“그러게 말이야. 아주 싸그리 걸었다고 봐야되겠어.”
승전선포의 뿔피리 Rank B-
아라곤 라미로에게 용잡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파카 드레이크의 거대한 뿔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해낸 희대의 역작이다.
공동소유의 물건으로 지난번에 한번 퍼포먼스를 이유로 그 효과를 말한적이 있었다.
이 뿔피리를 불면 소리가 닫는 아군들은 각종 능력치가 크게 상승하며 긴장을 가시게 하고 정신이 고양된다.
소리가 닿는 범위까지 광범위하고 여럿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데, 워낙에 소리의 세기가 좋아 2만여명 전체에게 버프가 내려졌다.
이 효과는 여러번 불면 불수록 효과가 배로 뛰는데 그 대가로 여러번 불수록 쿨타임이 생기고, 4번 연속 부는 4중주를 연주한다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버린다.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거대한 전투에서 3중주까지 울렸다고는 하는데, 이번 최후의 관문을 뚫기 위해 타길드를 위해서도 Rank B- 급이라는 현존최고 수준의 아이템 중 하나의 완전파괴를 결심한 것 이다.
“후후, 더 분발해야겠어, 황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레이븐은 기분좋게 웃었다.
“물론, 최고의 지휘를 보여주지.”
아이오넬 역시 웃었다.
하지만, 레이븐은 알 수 없었다.
아이오넬의 한편에 자리잡은 어둠을.
========== 작품 후기 ==========
대전쟁의 서막입니다.
두둥둥!
이번엔 스케일 엄청 커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