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18.
스윽.
이내 서류를 전부 읽은 정찬호는 서류를 내려놓고 장제한에게 말했다.
“이 정도 의뢰면 특급이 아니라 A급인데 혹시 빠진 내용이 있을까요?”
정찬호가 이번 의뢰를 맡은 이유는 의뢰 등급이 최상위 등급인 ‘특급’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뢰 내용을 확인해 보니 아무리 봐도 특급이 아니었다.
잘 쳐줘야 A등급이었다.
그것도 의뢰 대상과 관련자들 때문에 A등급인 것이지 수행 난이도만 놓고 보면 C등급도 되지 않았다.
“아닙니다.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이 끝입니다. 권세연 부회장님의 이송, 그게 이번 의뢰 목표입니다.”
“아……?”
정찬호는 장제한의 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급과 A등급 의뢰는 차이가 크다.
추가 비용뿐만 아니라 기본 비용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 난다.
비용만 차이 나는 게 아니다.
특급 의뢰는 돈만으로 할 수 있는 의뢰가 아니다.
그런데 이송만 하면 된다니?
이송 후 일정 기간 보호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송만 시키면 된다.
물론 대상이 대한 그룹의 부회장 권세연이었다.
그리고 말이 이송이지 빼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권세연은 10년간 깨어난 적 없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지금 당장 깨어난다고 해도 힘이 없어 영향력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었다.
즉, 상징적인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찬호가 권세연을 빼낸다면?
대한 그룹에서 유감을 표현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으로 일을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힘을 쓴다면 정찬호와 다투는 것보다 권세연을 되찾는 데 쓰려 할 것이다.
이 정도의 일에 특급 의뢰라니?
특급 의뢰의 가치를 모를 리 없는데 정찬호는 너무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제한이 입을 열었고 정찬호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장제한을 보았다.
“의뢰인은 제가 아닙니다. 옆에 계신 강림 님과 권세연 부회장님의 차남 강수 님입니다.”
“……!”
이어진 장제한의 말에 정찬호는 눈을 번뜩였다.
‘그런 거였나?’
특급 의뢰를 한 이유를 알게 됐다.
‘지키기 위함이었군.’
프리 포에버에서는 의뢰인 보호를 위해 의뢰 등급에 따라 기한을 정해 두고 그 기한 동안 의뢰인과 관련된 해로운 의뢰를 받지 않는다.
특급 의뢰의 기한은 2년.
즉, 2년 동안 프리 포에버에서는 의뢰인인 강림, 강수와 관련된 해로운 의뢰를 받을 수 없다.
왜 A등급으로도 충분한 의뢰를 특급으로 의뢰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 확실했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정찬호는 고개를 돌려 강림을 보았다.
‘강림이라고?’
장제한은 분명 강림, 강수라고 했다.
‘그 강림? 실종됐다는?’
정찬호는 강림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강림은 대한 그룹의 후계자였다.
‘실종됐었던 게 아니었나?’
문제는 강림이 10년 전 대한 그룹의 회장이었던 강현과 함께 실종됐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그렇게 알려졌고 정찬호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제가 알고 있는 그 강림 씨가 맞습니까? 실종됐었던?”
정찬호가 물었다.
그 강림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확인이 필요했다.
적어도 장제한의 입에서 맞다는 이야기는 들어야 했다.
“예, 맞습니다.”
장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기한은 언제를 기준으로 잡아 드릴까요? 보통 의뢰가 완수된 날을 기준으로 잡는데…….”
말끝을 흐린 정찬호는 강림과 장제한을 번갈아 보았다.
“오늘을 기준으로 삼아 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2년 동안 의뢰인 강림, 강수 님이 대상인 의뢰를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의뢰 진행은 기입해 주신 날짜에 늦지 않게, 빠르지도 않게 진행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장제한의 말에 정찬호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예, 도련님을 한번 이 자리에서 제압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련님께서 정찬호 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두 눈으로 직접 느껴 보고 싶어 하셔서요.”
“아아, 그런 거라면야. 당연히 확인시켜 드려야죠.”
정찬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간혹 이런 경우가 있었다.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옆에 훈련실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지요.”
이어 정찬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훈련실로 들어갔다.
저벅!
훈련실 중앙에서 걸음을 멈춘 정찬호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뒤따라온 강림과 장제한에게 말했다.
“제압만 하면 확인이 되겠습니까?”
“예.”
“…….”
장제한이 답했고 강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답을 들은 정찬호는 강림에게 재차 물었다.
“혹시 플레이어시거나 간택을 받으셨나요?”
강림이 플레이어도 아니고 간택을 받지도 않은 일반인이라면?
힘 조절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크게 다칠 테니까.
“아니요.”
강림은 고개를 저었다.
“근데 방심은 안 해 주셨으면 합니다.”
“……방심이요?”
예상치 못한 단어에 정찬호는 반문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강림을 바라보다가 이내 껄껄 웃었다.
“하하하.”
방심을 하지 말라니?
플레이어도 아니고 간택을 받은 것도 아니다.
즉, 강림은 일반인이다.
반면에 정찬호는 플레이어 중에서 손에 꼽는 강자였다.
그런데 방심하지 말아 달라는 강림의 말이 너무나 어이없었다.
“어디서 격투기를 배우셨나 본데 알겠습니다.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정찬호는 웃음을 멈추고 강림에게 답했다.
그리고 이어 왼쪽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30초 뒤, 정확히 12분이 되는 순간 시작하겠습니다.”
“네.”
강림이 답했고 정찬호는 시계를 보며 생각했다.
‘어떤 녀석들이 뒤를 봐주는 거지?’
이번 의뢰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누군가 뒤에 있는 게 분명했다.
‘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정찬호는 이번 의뢰를 완수할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 해 줄 의무도 생각도 없었다.
이번 의뢰를 끝으로 더 이상 대한 그룹 권력 싸움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5, 4…….’
이내 약속된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정찬호는 12분이 된 순간 고개를 돌려 강림을 보았다.
스앗!
그리고 강림이 사라졌다.
“……?”
강림이 사라지자 정찬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스앗!
사라진 강림이 코앞에 나타났다.
“……!”
정찬호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강림의 주먹이 더 빨랐다.
퍽!
강림의 주먹이 정찬호의 복부에 작렬했다.
“컥!”
작렬과 동시에 정찬호는 비명을 내뱉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정찬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꺽꺽대며 고통을 토해 낼 뿐이었다.
“…….”
강림은 말없이 정찬호를 보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뒤에 있는 장제한을 보았다.
“…….”
장제한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강림과 정찬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림은 장제한의 반응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믿음이 좀 생기셨을까요?”
* * *
‘……으.’
정찬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반사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플레이어도 아니고 간택받은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강림이 속였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어나 간택받은 자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강림의 힘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뒤 속인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찬호는 ‘용병왕의 심안’이라는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플레이어인지 간택을 받은 존재인지 분류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쿨 타임 때문에 쉬이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었는데 강림에게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사용했다.
그리고 정찬호는 말도 안 되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강림은 플레이어도 아니었고 간택받은 자도 아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강림의 존재가 이해 가지 않았다.
어찌 플레이어도 아니고 간택받은 자도 아닌데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유형의 등장인가?’
초인이라고 꼭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 그것밖에 없어.’
강림은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에 이은 세 번째 유형의 초인이 분명했다.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지지직! 우우우웅!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5분이 지났고 소형 워프 게이트가 가동됐다.
정찬호는 장제한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이어 침대를 워프 게이트로 밀어 넣었다.
스아악!
침대와 함께 권세연이 사라졌다.
띠링!
권세연이 사라지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장제한에게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확인한 정찬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소형 워프 게이트를 회수하며 생각했다.
‘혼자는 아닐 테고. 몇이나 되려나?’
세 번째 유형의 초인이 강림 혼자일 리 없다.
‘당분간 유심히 지켜봐야겠어.’
* *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강대석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정찬호가 권세연을 왜……?”
용병왕 정찬호가 권세연을 데려갔다.
강대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권세연과 아무런 인연도 없을 정찬호가 어째서 권세연을 데리고 갔단 말인가?
그것도 태풍 길드를 겁박하면서까지?
-그건 제가 여쭙고 싶은 말이네요. 의뢰인이 대한 그룹 사람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예?”
강대석은 한태풍의 말에 다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의뢰인이 그룹 사람이라구요?”
-네, 정찬호가 직접 말했다는데 아예 모르는 일이십니까?
“음…….”
한태풍의 물음에 강대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설마 영림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강영림이었다.
‘아니면 권 사장이?’
그리고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권지호였다.
강영림, 권지호가 아니라면 이런 의뢰를 할 사람이 없다.
‘대체…….’
강대석은 인상을 구겼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같이 의뢰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 와서 권세연을 빼돌린 이유가 뭘까?
짜증이 치밀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강영림과 권지호가 들어왔다.
둘의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했다.
“조금 이따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기다리지요.
강대석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털썩, 털썩.
이내 강영림과 권지호가 자리에 앉았고 강대석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누가 빼돌린 것이냐?
빼돌린 이유가 무엇이냐?
하지만 먼저 이야기를 꺼내 다급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임시주총 소집 청구 들어왔어.”
강영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임시주총? 어디서?”
강대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웬 임시주총이란 말인가?
“대한 물산. 이사회는 받아들일 생각인 것 같고. 아니, 확실해.”
“뭐야?! 대한 물산?!”
이어진 강영림의 답에 강대석은 경악했다.
강대석과 강영림, 권지호는 대한 그룹을 장악했다.
그러나 모든 곳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은 아니다.
단 한 곳, 대한 물산은 장악하지 못했다.
문제는 장악하지 못한 대한 물산이 대한 그룹의 지주사라는 점이었다.
“가만히 있던 녀석들이 왜?”
물론 장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여태껏 대한 물산의 이사회는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의 앞을 막은 적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임시주총을 왜 소집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