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13
제213화
213.
원래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청마귀왕의 말을 들어 보니 차근차근 넘어갔다가는 각개격파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
강림을 죽이기 위해서는 한 번에 넘어가 공격해야 될 것 같았다.
“다들 일각 드리겠습니다. 바로 준비하시고 포털 앞에서 뵙지요.”
혈살귀왕이 반박은 듣지 않겠다는 듯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귀현전을 떠났다.
그리고 다른 귀왕들 역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귀현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청마귀왕은 잠시 고민했다.
바로 포털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갈지.
혈살귀왕의 말대로라면 바로 가는 게 맞다.
그러나 바로 가기에는 어딘가 불안했다.
다른 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강림이 넘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마귀왕은 홀로 강림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포털에 각종 진법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삼천마령기로도 막지 못한 강림이다.
진법 따위로 강림을 막을 수 있을까?
잠깐 시간이야 끌 수 있겠지만 결국 뚫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림을 직접 마주해야 할 것인데 귀황을 홀로 소멸시킨 강림을 마주한다?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눈에 선했다.
‘……천천히 가자.’
청마귀왕은 천천히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혈살이나 마도와 함께라면 가능성이 있겠지.’
귀문의 문주인 혈살귀왕 그리고 2인자인 마도귀왕.
두 귀왕은 귀문의 다른 귀왕들과 ‘급’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단순히 실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삼천마령기 같은, 웬만한 귀왕들은 하나 가지고 있기도 힘든 엄청난 신물들을 대거 가지고 있었다.
다른 귀왕들이 없더라도 혈살귀왕과 마도귀왕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강림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죽이지는 못해도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청마귀왕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거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가기로 했으나 이곳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거처에 무언가 볼일이 있는 듯한 모습이라도 보여야 했다.
저벅!
그러나 거처에 도착하기 전 청마귀왕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앞에 나타난 마도귀왕 때문이었다.
준비하러 떠났어야 할 마도귀왕이 왜 앞에 나타난 것일까?
무슨 이유로?
청마귀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도귀왕에게 물었다.
“마도께서는 어인 일로……?”
그러자 마도귀왕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내 하나 청마께 물어볼 게 있어서 왔소이다.”
“말씀하시지요.”
“삼천마령기의 귀황들이 진짜로 소멸당했습니까?”
“아, 그것 때문에 오신 거였군요.”
청마귀왕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맞습니다. 소멸당한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둘은 어찌 됐을지 모르겠지만 셋은 확실히요.”
“…….”
답을 들은 마도귀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지……?”
“……없소, 이따 뵙지요.”
마도귀왕은 청마귀왕에게 인사 후 자택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장원에 도착한 마도귀왕은 자신의 거처가 아닌 거처 옆 작은 건물로 향했다.
작은 건물에는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약초를 돌보고 있었다.
노인은 마도귀왕이 왔음에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약초를 돌보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마도귀왕은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없이 공손한 자세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부님을 뵙습니다.”
노인의 정체는 바로 마도귀왕의 조부 ‘가우현’이었다.
“어떻게 됐느냐?”
가우현의 물음에 마도귀왕은 귀현전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삼천마령기’, ‘강림’, ‘귀황의 소멸’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 삼천마령기에 봉인되어 있던 귀황들이 소멸당해?”
가우현은 보고 받으면서도 마도귀왕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었다.
약초를 돌보는 데 집중했었다.
그런데 귀황이 소멸당했다는 보고를 받고 가우현은 마도귀왕에게 시선을 주며 반문했다.
그 정도로 귀황의 소멸은 가우현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예, 청마에게 재차 확인했습니다.”
“청마라면 청우성의 후예를 말하는 게냐?”
“예, 맞습니다.”
“으음…….”
가우현은 침음을 내뱉으며 인상을 구겼다.
귀황들이 소멸당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보통 녀석들이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귀황들을 삼천마령기에 봉인한 것이 가우현이었다.
당연히 혼자 봉인한 것은 아니다.
귀황들을 봉인하는데 50명이 참여했다.
그중 살아남은 인원은 2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귀황들은 강했다.
물론 그때 당시 가우현의 수준은 낮았다.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봉인할 자신이 있었다.
말 그대로 ‘봉인’일 뿐이다.
봉인과 소멸은 격이 다르다.
‘내가 소멸을 시킬 수 있을까?’
가우현은 곰곰이 생각했다.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금방 답이 나왔다.
‘불가.’
최선의 상황을 가정해도 소멸은 힘들다.
소멸에 가까운 피해를 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근데 어떻게 다섯을…….’
방금 전 가우현이 가정했던 상황은 귀황 ‘하나’를 상대로 한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멸된 귀황은 하나가 아닌 다섯이었다.
‘큰 걸림돌이 되겠는데…….’
강림은 혈제를 막겠다고 했다.
귀문의 미래에 아주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다른 노괴들도 오겠지.’
고민 끝에 가우현은 약초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밭에 자리 잡고 있던 수많은 약초들이 두둥실 떠올라 가우현의 소매로 빨려 들어갔다.
약초를 회수한 가우현은 청마귀왕에게 말했다.
“같이 가자꾸나. 다른 노괴들도 올 것이야.”
귀문에는 가우현처럼 은퇴 후 유유자적 살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귀황의 소멸을 알게 되면 가우현처럼 개입을 하려 할 것이다.
그들과 힘을 합친다면?
강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마도귀왕은 생각지도 못한 가우현의 말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거처로 달려갔다.
가우현은 마도귀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흐음…….”
천기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흐름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가우현이 보는 천기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강림을 죽이더라도 아주 큰 피해를 보게 될 것 같았다.
‘하기야, 귀황을 다섯이나 소멸시킨 존재인데.’
큰 피해는 당연한 것이긴 했다.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귀황 다섯을 소멸시킨 존재를 죽이는데 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
가우현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거처로 돌아가 몇몇 물품을 챙긴 뒤 나왔다.
그로부터 얼마지 않아 마도귀왕이 수많은 수하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모시겠습니다.”
마도귀왕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앞장서 이동을 시작했고 가우현은 그 뒤를 따랐다.
가우현뿐만이 아니다.
귀문에 소속되어 있던, 은퇴 후 유유자적의 삶을 살고 있던 이전 세대의 귀왕들이 속속 포털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
메이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보고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스윽
메이코는 고개를 들어 마오를 보았다.
“이거 진짜야?”
“네, 사실입니다.”
마오는 메이코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자 메이코가 다시 보고서를 보며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피해가 날 수 있어?”
김철수가 말한 대로였다.
포털에서 무림인들이 대거 넘어왔다.
그리고 무림인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갑자기 무림인들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짧은 시간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메이코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림인들과의 격차가 이리 크다는 것이.
솔직히 말해 이기지는 못해도 박빙의 승부는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메이코는 혼란스러웠다.
“…….”
마오는 메이코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마오 또한 지금 피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게 아니었다면 여전히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피해는 더 커졌겠지.’
솔직히 말해 피해가 이 정도에서 멈춘 것은 한국에서 온 ‘강림’ 덕분이었다.
강림이 아니었다면?
지금 보다 더욱 심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끙…….”
메이코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진짜 전권 위임하고 총회 인원들을 물렸어야 했을까?”
강림이 말했다.
인원을 전부 뒤로 물려달라고.
본인과 일행으로 온 황호연이란 사내 둘이서만 무림인들을 마주하겠다고.
물론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의심 때문에 너무나 큰 피해가 야기됐다.
“……지금 와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과거를 후회한다고 죽은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그렇지.”
메이코는 마오의 답에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지금 그 사람은? 넘어갔어?”
마오는 메이코의 물음에 시간을 확인하고는 답했다.
“3분 뒤 넘어가실 겁니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메이코가 말한 그 사람은 ‘강림’이었다.
강림은 포털을 통해 기회의 땅 ‘중원’으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넘어가는 이유는 당연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코는 궁금했다.
과연 강림은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음…….”
마오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생각을 마친 마오가 답했다.
“해결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림인들이 갑자기 후퇴한 것도 그분 때문이었으니까요.”
* * *
강림은 졸고 있는 상마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금 전 상마수는 수많은 마령들을 먹어 치웠다.
그로 인해 상마수의 기운은 대폭 늘어났다.
천목귀의 영혼석을 흡수했을 때보다 더욱 늘어났다.
‘9급은 확정이겠고 10급도 가능하려나?’
9급은 기정사실이었다.
강림은 9급을 넘어 10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이번에 상마수가 흡수한 기운의 양은 엄청났다.
강림은 상마수에게 의지를 보냈다.
그러자 상마수가 요수대로 들어갔다.
요수대에 들어온 상마수는 바로 잠에 빠졌고 강림은 상마수의 상태를 확인 후 황호연에게 물었다.
“진짜 같이 갈 거야?”
“예, 녀석만큼은 꼭 제 손으로 죽이고 싶습니다.”
“알겠어.”
“그런데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뭘?”
황호연의 물음에 강림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저 깃발 같은 게 여러 개 있거나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으면…….”
“아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힐끔 청마귀왕이 버리고 도망간 깃발을 보았다.
“시간 줄 생각이 없거든.”
대화를 위해 시간을 줬다.
그래서 갇힌 것이다.
“만에 하나 갇혀도 바로 찢고 나올 거니까.”
애초에 깃발 안에 갇혔을 때에도 바로 나올 수 있었다.
단지 마령들을 정리하느라 바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리!
알람이 울렸다.
강림은 바로 알람을 해제했다.
그리고 황호연에게 말했다.
“갈까?”
시간이 됐다.
이제 포털을 통해 중원으로 건너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