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22.
“어떻게 된 거냐?”
정신을 차렸는지 멍하니 강림을 바라만 보고 있던 강대석이 입을 열었다.
“……?”
강대석의 물음에 강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된 거냐니?
어떤 것을 묻는 것일까?
“10년 전 어떻게 된 건지, 왜 이제야 돌아왔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총회를 연 건지 묻는 거다.”
강림이 말이 없자 강대석이 다시 이어 말했다.
“그리고 형님은…….”
강대석이 말끝을 흐리며 말을 마쳤고 마지막 질문에 강영림과 권지호도 정신을 차리고 강림에게 집중했다.
“…….”
아버지 강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예상치 못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강림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시는 대로 사고가 났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데 10년이 걸렸고. 무슨 생각으로 총회를 열었냐니 오히려 제가 묻고 싶네요. 무슨 생각들을 하고 계신 건지.”
강림은 차근차근 답했다.
아버지 강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
“…….”
“…….”
세 사람은 강림의 답에, 차디찬 눈빛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대한 물산 대표이사이자 의사회 의장 박찬석이 나타났다.
“……!”
박찬석은 강림과 세 사람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말 그대로 잠시였고 박찬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탁자로 다가왔다.
그리고 탁자에 도착한 박찬석은 강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련님.”
“네, 오랜만에 뵙네요.”
강림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10년 전 사고부터 시작해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했다.
“네, 정리가 좀 되면 시간 잡죠.”
강림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박찬석은 강림의 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단상으로 향했다.
박찬석이 자리에 앉지 않고 단상으로 간 이유, 그 이유는 총회 시작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강림은 박찬석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아티팩트는 아닌 것 같은데.’
박찬석의 심장 부근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처럼 아티팩트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아니다.
‘근데 플레이어나 간택받은 자랑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여태까지 강림이 봤던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의 기운과 미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뭘까.’
장제한이 제공한 정보에는 박찬석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당연히 플레이어가 됐다거나 간택을 받았다는 정보는 없었다.
“진짜 해보자는 거야? 아니면 원하는 게 있는 거야?”
“…….”
생각에 잠겨 있던 강림은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강영림을 보았다.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줄 테니.”
그리고 이어진 강영림의 말에 강림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 웃음.”
강림의 웃음에 강영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웃겨서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시는 게.”
“……뭐?”
강영림은 강림의 말에 반문했다.
그리고 강림이 이어 말했다.
“제가 부탁해야 되는 상황이었나요?”
“…….”
“…….”
“…….”
강림의 말에 강영림은 물론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대석과 권지호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스윽.
강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림에게 말했다.
“다음에 보자꾸나.”
강대석이 주주총회에 참여한 이유는 진짜 강림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진짜 강림이라면 무슨 생각인지 듣기 위해서였다.
강림인 것을 확인했고 의중도 확인했다.
모든 확인을 끝냈으니 더 이상 총회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언니랑 잘 이야기하고 생각 바뀌면 언제든 연락해.”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강대석이 떠났고 이어 강영림과 권지호도 한마디씩 남기고 떠났다.
웅성웅성.
세 사람이 떠나자 회의장에 있던 이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하기야 회의가 끝난 것도 아닌데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세 사람이 떠나니 당연했다.
땅땅땅.
웅성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찬석이 의사봉을 두들기며 웅성거림을 가라앉혔다.
“안녕하십니까. 임시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박찬석입니다.”
* * *
“어떻게 할 거야?”
강영림이 물었다.
“어떻게 하기는.”
강대석은 강영림의 물음에 답하며 고개를 돌려 권지호를 보았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시죠?”
“……물론입니다.”
권지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강대석은 권지호의 미소에 따라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다행이네요. 혹시나 생각이 달라지셨으면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했는데.”
“하하, 괜한 걱정 하셨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바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요. 계획대로 뒷배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확인을 해야겠죠. 태풍 길드에서 바로 알아봐 주기로 했으니 며칠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호오, 태풍에서도요?”
“그 말씀은…….”
강대석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권지호가 이어 말했다.
“네, 헤스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미 붙었을 겁니다.”
“호오라. 바람의 교단에서 도움을 준다면야. 그런데 괜한 부탁드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다른 중요한 일로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번 일도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교단에서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이러면 교통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린 강대석이 권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태풍 길드와 바람의 초월자인 헤스 교단의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강림의 뒷배를 조사하다가 부딪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오히려 강림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달해 두겠습니다. ‘두 곳’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권지호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뇨!”
강영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카디악교에서도 도울 거예요.”
“뭐?”
강대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강영림이 단호한 표정으로 재차 말했다.
“카디악교에서도 뒷배 조사를 할 거라고. 잘 전달해 주세요. 사돈.”
“……에휴.”
강대석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겠습니다. 전달하지요.”
그리고 권지호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일이 있어서.”
이어 권지호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뒤 떠났다.
“카디악은 왜 끌어들여? 헤스만으로 복잡한데.”
권지호가 사라지자마자 강대석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허,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강영림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중에 더 해 먹으려고 이러는 거 모를 것 같아?”
뒷배를 조사했는데 견적이 큰 곳이라면 그때 공유해서 함께하면 된다.
그러나 별 볼 일 없는 곳이라면? 먼저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먼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
정곡을 찔린 강대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쨌든! 바로 연락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으니까. 가라 가. 머리 아프다.”
“흥, 안 그래도 갈 거였거든?”
강영림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강영림이 떠나고 강대석은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지?’
강대석은 권지호를 떠올렸다.
별일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뒷배 조사를 진행하려 했다.
물론 권지호가 눈치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끼어들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두 곳이란 단어를 사용해 강영림에게 눈치를 주고 끼어들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권 사장 입장에서도 영림이가 없는 게 낫지 않나?’
세 사람은 경쟁자였다.
여태까지는 그룹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견제에만 그쳤지만 그룹 일이 해결되는 대로 견제를 넘어 치명적인 공격을 하게 될 사이였다.
즉, 권지호의 입장에서도 이번 일에서 강영림이 뒤처지는 게 호재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강영림과 함께하는 카디악교는 최상위 교단 중 하나로 헤스교보다 규모가 컸다.
이번 일은 오히려 권지호가 더 반겨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영림이가 꼭 있어야 되는 이유…….’
권지호가 그걸 모를 리 없고 알면서도 끌어들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손을 잡았을 리는 없고.’
카디악교와 헤스교는 사이가 무척 나쁜 편이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리는 없다.
‘나와 둘이서 경쟁하는 게 껄끄럽다? 왜?’
강대석이 손을 잡은 곳은 태풍 길드 하나였다.
그러나 권지호의 경우 권유하의 헤스교, 권설하의 정의 길드 두 곳과 손을 잡았다.
껄끄러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
‘설마 그 소문이 진짜였나?’
문득 든 생각에 강대석은 눈을 번뜩였다.
‘권설하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 * *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장제한이 물었다.
“아뇨. 지금은.”
권세연은 장제한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장제한이 제공한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서류에 없던, 궁금한 것들은 직접 물어 들었다.
이제 권세연은 10년 전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5년 전 장제한이 사직했던 이유, 현재 그룹이 어떤 상황에 마주해 있는지 등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궁금한 게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물론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차후 궁금한 게 생길 수 있고 그건 그때 가서 물어보면 된다.
“예, 언제든 말씀해 주시길.”
“네, 그리고 혹시 설하랑 비밀리에 연락할 방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오빠 모르게요.”
“……예? 권설하 양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많이 아끼셨던 건 알지만…….”
장제한은 말끝을 흐렸다.
권설하는 권지호의 자식으로 현재 권지호를 열심히 서포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명백한 적이었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권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중간중간 깨어 있었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나시나요?”
“예, 그래서 대충이나마 상황을 알고 계신 거라고…….”
“설하는 모르고 오빠를 따르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제가 충격 때문에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라 알고 있었죠. 모든 걸 알게 된 설하는 혼자서 자주 찾아왔어요. 그리고 말했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그리고 어느 날 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어요. 물론…….”
말끝을 흐린 권세연은 씁쓸한 미소로 이어 말했다.
“실패했지만요.”
“……!”
장제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권설하가 권세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다니?
“지금 설하의 생각이 어떤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어 봤으면 해요. 강력한 아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권세연은 정신이 깨어 있었다.
정확히 정신만 깨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혼수상태였다.
즉, 권설하의 행동이 연기였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다 강림이 돌아왔다.
상황이 변했고 권설하의 생각도 바뀌었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를 한번 나누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장제한이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장제한은 권세연에게 말하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강림에게 온 문자 때문이었다.
“도련님이 조금 늦으실 것 같습니다.”
“……림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꼬리가 예상보다 크게 붙어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실 것 같다고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