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29.
‘말도 안 돼.’
신호탄을 쏘았다.
그런데 길드원이 아닌 강림이 먼저 나타났다.
포위되어 있어야 할 강림이 먼저 나타났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다 당했다고?’
김민형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길, 지금 보이는 강림이 환상이길 바랐다.
그러나 환상도, 잘못 본 것도 아니다.
강림이 맞았다.
“……!”
“……!”
놀란 것은 김민형뿐만이 아니다.
백지호와 차은수 역시 놀랐다.
물론 놀란 이유는 김민형과 똑같지 않았다.
‘어떻게 기척이…….’
차은수가 놀란 이유는 강림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헤스교의 간택받은 자들은 바람의 힘을 다룬다.
물론 모두가 같은 힘을, 동일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공격에, 누군가는 방어에, 또 누군가는 지원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차은수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차은수는 ‘공간’에 재능이 있었고 재능과 바람의 힘을 이용해 ‘공간 인지’라 부르는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을 만들어 냈다.
공간 인지는 단어 그대로 일정 공간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 혹은 존재하는 것들을 인지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범위는 전력을 다할 경우 반경 500m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피로도 때문에 보통은 100m 정도로 유지를 하고 당연히 지금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림이 나타날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도 강림에게서는 그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집중을 해도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강림이 처음은 아니다.
전력을 다해도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전부 차은수가 넘볼 수 없는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말이 안 되잖아!’
그들과 강림이 동급의 존재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믿기 힘들다고 해서 인지 못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이 녀석은 갑자기 왜 이래?’
차은수는 강림을 주시하며 힐끔 백지호를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 아픈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쓱했던 백지호의 얼굴빛이 한층 더 창백해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떨고 있어?’
백지호는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흥분에 의한 떨림이 아니었다.
눈동자, 분위기 등을 보았을 때 두려움에 의한 떨림이었다.
‘왜?’
떨림의 원인은 강림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차은수는 강림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지호는 무엇을 보고 있기에 이리 떠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뭐 해들?”
강림이 입을 열었다.
“나 죽이러 온 거 아니었나? 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들 있지?”
“……!”
차은수는 강림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 있다는 건가?’
강림은 혼자였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끙.’
허세일 확률이 있다. 그러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강림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백지호의 반응이었다.
차은수는 다시 한번 백지호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백지호는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
떨림을 억누르려 하고 있는 게 보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듯했다.
바로 그때 백지호가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
차은수는 백지호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백지호가 누구인가?
안하무인이란 단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본인과 비슷하거나 위치가 낮다고 생각하면 초면이든 아니든 존대를 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본인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만 존대를 한다.
그런 백지호가 지금 존대를 하고 있었다.
본인보다 강림을 높게 본다는 뜻이었다.
“이상하네, 그쪽 사람들은 날 죽이려고 하던데?”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백지호는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
강림은 백지호의 사과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숲에서 만난 이들처럼 공격적인 반응을 바랐다.
그러나 너무나 정중했다.
이런 반응은 강림이 바랐던 반응이 아니었다.
‘이 녀석들이 머리가 확실한데…….’
강림은 백지호, 차은수, 김민형을 차례대로 스윽 훑었다.
양수진, 황서연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즉, 이번 작전에 투입된 태풍 길드, 카디악교, 헤스교의 작전 대장들이 분명했다.
‘그냥 죽여?’
숲에서 수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먼저 죽인 적은 없었다.
공격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야 죽였다.
‘아니야, 이제 와서 맹약을 깰 수는 없지.’
먼저 죽이지 않은 이유는 중원에서 맺은 맹약 때문이었다.
확실한 적이 아니라면 먼저 죽이지 않기로.
소중한 존재와 맹약을 맺었다.
물론 평생 지켜야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30일 뒤 약속한 날이 끝난다.
3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맹약을 깬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여태까지 지켜 온 나날이 아까웠다.
‘어떻게 할까.’
강림이 고민하고 있던 그때.
“저희는 단지 강림 님이 어떤 분인지 확인하려 했던 것뿐입니다. 확인하려 했던 이유는 오랜 시간 저희 카디악교에 도움을 주었던 이들의 부탁 때문이었지요. 결코 강림 님을 적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백지호가 말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여태까지 받은 도움에 충분히 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탁을 해도 더 이상 저희가 도울 이유는 없겠지요.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지금 백지호가 하는 말은 앞으로 대한 그룹, 정확히는 강영림과 연을 끊겠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그냥 보내는 게 더 낫겠는데?’
애초에 강림이 환상의 숲으로 이들을 유인한 이유는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 세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과 동시에 세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만약 카디악교가 연을 끊는다면?
강영림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이 확 줄어든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사제나 집정관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걸 결정할 수 있나?’
백지호는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이들보다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양수진, 황서연과 비교하면 확연히 약했다.
즉, 카디악교 내에서 대사제나 집정관 같은 최고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혼자서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걸 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나?”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설득하겠습니다. 부디 믿어 주시길.”
백지호가 난감한 표정으로, 절박한 목소리로 답했다.
‘확실한 건 아니구나.’
이대로 백지호를 보내 준다고 해도 연이 끊기지 않을 수 있다.
연이 끊기지 않는다면 백지호를 보내 주는 것은 리스크가 된다.
다시 적으로 만나게 될 것이기에.
그러나 리턴의 크기를 생각하면 감당할 만한 리스크였다.
“그럼…….”
강림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돌려 차은수를 보았다.
“그쪽은?”
“……!”
백지호의 반응에 당황해하고 있던 차은수는 강림의 물음에 움찔했다.
이후 잠시 생각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저희도 강림 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보는 게 목적이었어요.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차피 철수를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백지호가 빠진 판국에 강림과 부딪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차은수의 답을 들은 강림이 반문했다.
“그게…….”
강림의 반문에 차은수는 말끝을 흐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애초에 강림이 요구하는 답은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었다.
향후 헤스교의 선택이었다.
“……저희도 이 정도면 충분히 보답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백지호는 대한 그룹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겠다고 했다.
무슨 이유로 백지호가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백지호의 반응이 차은수에게 이유가 됐다.
대한 그룹, 정확히는 권지호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될 것 같았다.
‘집정관까지 나설 정도면 뭔가 있어.’
물론 백지호의 반응 때문만은 아니다.
차은수는 숲에서 나온 라숨교를 떠올렸다.
놀랍게도 무리 안에는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이 있었다.
황서연이 왜 숲에 들어간 것일까?
그것도 신분을 숨기면서?
이유를 듣지는 못했지만 강림과 관계된 것이 분명했다.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는 강림을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군.”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김민형을 보았다.
그리고 김민형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답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설득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이런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백지호, 차은수와 똑같이 답을 했다.
그러나 상황을 이해해서 답을 한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을 따라 했을 뿐이다.
“한번 믿어 보지.”
강림은 김민형의 말에 답한 뒤 다시 한번 차은수와 백지호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리를 벗어났다.
“……후아.”
그렇게 강림이 사라지고 백지호가 숨을 토해 냈다.
“대체 뭐예요?”
그리고 차은수는 바로 백지호에게 물었다.
“……?”
백지호는 차은수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구나 생각을 한 차은수는 재차 물었다.
“그 사람한테서 뭘 본 거예요?”
“…….”
그러나 백지호는 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인상을 구긴 채 차은수를 노려보고는 카디악교 교인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차은수는 백지호가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강림이 사라진 방향을 힐끔 보고는 생각했다.
‘……진짜 뭘 본 거지?’
대체 백지호는 강림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을 봤기에 그리 겁을 먹은 것일까?
왜 대한 그룹과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한 것일까?
“저…….”
생각에 잠겨 있던 차은수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김민형을 보았다.
“방금 하신 말씀 진짜입니까?”
“네.”
“아…….”
김민형은 차은수의 답에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진짜였다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진심이었다니?
‘대한 그룹을 포기해?’
김민형은 얼떨떨했다.
‘이렇게?’
여태껏 태풍 길드, 카디악교, 헤스교는 각자의 파트너가 대한 그룹을 장악하길 바라며 물밑으로 견제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카디악교, 헤스교가 빠질 줄이야?
“…….”
차은수는 얼빠진 김민형의 표정을 잠시 응시하다가 피식 웃고는 헤스교 교인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최정훈이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
최정훈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김민형은 숲을 보았다.
신호탄을 터트린 지 한참이나 됐지만 여전히 숲에서 나오는 이는 없었다.
전부 당한 게 확실했다.
“본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