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30
제30화
30.
걸음을 옮기던 황서연은 문득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지?’
황서연이 떠올리고 있는 인물은 ‘강림’이었다.
신탁의 주인공 강림.
강림은 라숨교 입교를 거절했다.
그것도 집정관인 황서연이 직접 제안을 했는데 거절했다.
대체 왜 거절을 한 것일까?
누가 보아도 천재일우의 기회인데 그걸 뻥 차 버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의 힘을 믿는 건가?’
평범한 인간이라 보고받았다.
만났을 때도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황서연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경악했다.
첫 번째는 만났을 때 강림의 힘을 눈치채지 못한 것, 두 번째는 강림의 힘의 근원이었다.
“집정관님을 뵙습니다.”
“집정관님을 뵙습니다.”
이내 목적지인 교단 연구소에 도착한 황서연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에 있으려나?’
연구소에 온 이유는 연구소장이자 라숨교의 대사제 ‘한소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연구실에 있겠지?’
약속을 하고 왔다.
그러나 황서연이 알고 있는 한소영의 성격을 생각하면 소장실이 아닌 연구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황서연은 방향을 틀어 연구실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연구실에 도착한 황서연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한소영은 연구실에 있었다.
“대사제님, 나 왔어.”
“오, 서연쓰. 왔어?”
한소영은 황서연의 인사에 따라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잠시만.”
그리고 들고 있던 연구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연구가 그렇게 재밌어?”
황서연은 한소영에게 물었다.
한소영은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라숨교 대사제에게 누가 연구를 강요하겠는가?
한소영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의지였다.
“재미있지, 그런데 재미보다는…….”
한소영은 말끝을 흐리며 싱긋 웃었다.
“…….”
황서연은 한소영의 말뜻을 이해하고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한소영이 연구에 몰두하는 진짜 이유는 본인의 재미 때문이 아니었다.
개인 성취 때문도 아니었다.
“……장하다. 장해. 우리 소영이 이런 모습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야 되는데.”
바로 미래를 위해서였다.
당연히 라숨교의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자기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에잉.”
황서연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한소영은 황서연의 말과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황서연은 이곳에 온 본론을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실패, 거절당했어.”
답하며 당시 강림의 얼굴을 떠올린 황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볼을 살짝 부풀렸다.
“엥? 거절당했다구?”
한소영은 당황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반문했다.
“설마 나서지 않은 거야?”
“아니, 거절하려고 하길래 내가 직접 제안했지. 집정관인 것도 밝혔고. 그런데도 거절. 고민도 안 하던데?”
“…….”
이어진 황서연의 답에 한소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눈빛으로 황서연을 바라볼 뿐이었다.
황서연은 한소영의 반응을 이해했다.
한소영 역시 강림이 입교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뭐 더 들은 거 없어? 입교시켜야 하는 이유라든가. 아니면 강림에 대한 이야기나.”
황서연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라숨이 직접 입교시키라는 신탁을 내렸다는 것도 이상했고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입교를 거절한 강림의 선택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림의 힘까지 모든 게 다 이상했다.
무언가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소영이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음…….”
한소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신탁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
신탁 내용은 단순했다.
강림을 입교시켜라. 그게 끝이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내용의 신탁이었기에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 흐음…….”
“거절한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한 점 있었어?”
한소영은 황서연을 잘 안다.
지금 황서연이 강림에게 보이는 반응은 이상했다.
거절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게…….”
말끝을 흐린 황서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어 답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평범하지 않다? 성격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아니아니. 힘.”
황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이미 간택받은 거야? 아니면 플레이어?”
한소영은 놀란 표정으로 질문을 연달아 쏟아 냈다.
“비슷한 것 같아.”
“……?”
그러나 이어진 황서연의 답에 한소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성격이 아닌 힘이 평범하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은 초인이라는 뜻이었고 간택받은 자 혹은 플레이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비슷하다니?
“설마 지혁이처럼?”
라숨교 1급 성기사이자 심판자 ‘김지혁’.
원래 김지혁은 플레이어였다.
시스템의 힘을 포기하고 간택받은 자가 되었다.
혹시 비슷하다는 말이 강림 또한 플레이어였으나 간택받은 자가 되었다는 뜻일까?
‘그러면 그냥 간택받았다고 했을 텐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전 한소영은 이미 김지혁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황서연이 답했다.
“아니, 지혁이랑 달라. 일단 간택받은 건 아니야. 신력이 전혀 없었거든. 그리고 플레이어도 아니야. 시스템의 기운도 전혀 안 느껴졌어. 그런데 강해.”
“……!”
한소영은 눈을 번뜩였다.
간택받은 자도 아니고 플레이어도 아닌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내가 보기에는…….”
황서연이 말끝을 흐렸고.
“세 번째 유형?”
한소영이 말을 이어 받았다.
“응. 내 생각에는 그래.”
황서연은 한소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힘의 근원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초인의 첫 번째 유형인 플레이어의 힘의 근원은 시스템이고 두 번째 유형인 간택받은 자의 힘의 근원은 초월자였다.
그러나 세 번째 유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당연히 힘의 근원 또한 알 수 없다.
“뭐 아닐 수도 있고.”
세 번째 유형이라는 것은 황서연의 생각일 뿐이다.
예상과 달리 세 번째 유형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초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강림은 확실히 초인이었다.
간택받은 자라면 신력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고 플레이어라면 시스템의 힘을 이용해 시스템 특유의 기운을 숨긴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간택받은 자와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 중 신력을 숨기거나 시스템의 기운을 숨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만약 강림이 신력이든 기운이든 숨긴 것이라면 최초가 될 것이고 아주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래서 강림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조사해도 될까?”
“음…….”
한소영은 황서연의 말에 침음을 내뱉었다.
황서연은 집정관이었다.
즉, 한소영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조사 같은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런데 황서연이 허락을 받으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황서연이 움직일 수 없는, 한소영의 명령만 듣는 직속 부대를 움직여 달라는 뜻이었다.
“그래.”
고민 끝에 한소영이 말했다.
“말해 둘게.”
* * *
“진짜 괜찮겠니?”
권세연의 물음에 강림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네,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으니까. 제 걱정 마시고 휴식에 전념해 주세요. 건강부터 찾으셔야 원하시는 그룹 일을 하시든 뭐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그럼 또 올게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구요!”
“조심, 또 조심해야 해.”
“네.”
강림은 걱정 가득한 권세연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제한이 다가와 말했다.
“아닙니다. 고생은요.”
강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고생이라 할 것도 없었다.
결국 작전대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그냥 돌려보냈으니까.
“말씀하셨던 것들 취합했습니다.”
장제한은 강림의 답에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벌써요?”
강림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며 서류를 받았다.
숲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장제한에게 부탁했다.
루드란교, 루드란교 대사제 양수진,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 대한 물산 대표이사 박찬석 등등에 대한 정보를 구해 달라고.
“전부는 아닙니다. 보유하고 있던 정보들만 우선적으로 취합했습니다. 다른 정보들은 구해지는 대로 정리해 보고드리겠습니다.”
“아하, 네네.”
강림은 장제한의 말에 답하고는 바로 서류를 확인했다.
첫 장에는 대한 물산 대표이사 박찬석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흐음.’
정보를 확인하며 강림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딱히 눈에 띄는 정보가 없었다.
박찬석에 대한 정보는 평범 그 자체였다.
‘그 기운은 대체.’
강림은 박찬석을 떠올렸다.
잘못 느낀 게 아니다.
분명 심장 부근에 자리 잡고 있는 기운이 있었다.
‘……지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당장 알면 좋겠지만 꼭 알아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차후 시간이 흐르면 박찬석을 통해서든 혹은 조사를 통해서든 알게 될 것이다.
강림은 다음 정보를 확인했다.
‘대격변 때문에 다들 힘들게 사셨네.’
박찬석의 정보만 부탁한 게 아니다.
대한 물산 모든 이사들의 정보를 부탁했다.
혹시나 다른 이사들의 정보에서 박찬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강림이 바랐던 정보는 없었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멈칫했다.
‘대격변?’
강림은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박찬석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 확인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전부 대격변 이후 정보네.’
모든 정보가 대격변 이후 조사된 것이었다.
‘그 전이라면…….’
만약 박찬석의 기운이 대격변 이후가 아닌 이전에 자리 잡은 것이라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알아봐야겠다.’
강림은 박찬석의 대격변 이전 행보에 대해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도련님.”
그리고 그 순간 장제한이 강림을 불렀다.
“네.”
강림은 잠시 보고서에서 시선을 돌려 장제한을 보았다.
“보고서 보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어서…….”
평소였다면 보고서를 다 읽고 나서야 물었을 것이다.
중간에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급한 일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말씀하세요.”
“루드란교 대사제와 라숨교 집정관을 조사하라 하신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강림의 말에 장제한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아아.”
장제한의 반응에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정보를 구해 달라 말했을 뿐 정보가 필요한 이유나 숲에서 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즉, 장제한의 입장에서 루드란교와 라숨교의 등장은 갑작스러운 것이고 지금 상황이 비상 상황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강림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