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48
제48화
48.
그것도 평범한 호박이 아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호박이 넝쿨째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강림은 다시 한번 자루를 쥐었다.
단지 쥐었을 뿐이다.
그런데 자루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남은 공간은 얼마나 되는지 아주 자세히 느껴졌다.
‘최상위 아티팩트도 이 정도는 아닌데…….’
강림은 아공간 아티팩트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
현시점에서 최고라 알려진 아공간 아티팩트 역시 남은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 준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려 주는 기능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게 말이 되는 넓이인가?’
아공간의 크기가 무지막지했다.
‘마르가스 100마리는 수월하게 들어가겠는데?’
얼마나 크냐면 마르가스의 사체 100구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좀 남을 정도로 넓었다.
‘근데 뭘 이렇게 넣어 둔 거지?’
그 넓은 공간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외형만 느껴질 뿐이다.
어떤 곳에 쓰이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것들은 아닐 것이다.
생김새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어쨌든.’
강림은 활짝 웃었다.
‘이 정도면 목적 달성했다.’
한태풍에게 아공간 아티팩트가 있다면 받아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공간 아티팩트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꽉꽉 채워 받아 냈다.
아주 알찬 배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강림은 자루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태풍을 보며 생각했다.
‘다른 기능도 확인해 볼까.’
놀랍게도 자루에는 아공간 기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외형 변환 기능이 존재했다.
문제는 단 한 명, 자루에 각인을 한 존재만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현재 자루에 각인을 한 존재는 한태풍이었다.
그리고 자루가 말을 해 주고 있었다.
각인한 존재가 죽을 경우 각인이 초기화된다고.
‘근데 접촉만으로 이렇게 다 알려 주다니.’
놀라긴 했다.
접촉한 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것들이 느껴져서.
그러나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역시 신물은 어디에나 있구나.’
중원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교의 신물이자 5대 요검 중 하나인 배사검.
의선 진자명의 천령생사침 등등.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물론 저마다 말해 주는 게 다르긴 했다.
배사검의 경우 무공 ‘사혈검’의 초식을, 천령생사침의 경우 침을 꽂은 이의 육체 상태를 알려 줬다.
바로 그때였다.
“자, 잠깐!”
한태풍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강림의 눈빛에 입을 열었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강영림은 이미 죽어 있었다고!”
“……무슨 소리야?”
강림은 뜬금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한태풍이 다급히 이어 말했다.
“우리가 게이트 유도기를 빼돌린 게 아니야.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 녀석이 있다고! 우리가 아니야! 오해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
한태풍은 강림의 반응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고모는 너희 죽음과 관계가 없어.”
강림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강영림의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너희가 죽는 이유는 어렵게 받은 기회를 차 버렸기 때문이야.”
“……어?”
한태풍의 반문을 들으며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슉!
무신기는 곧장 강림의 몸에서 빠져나와 한태풍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한태풍의 목을 베었다.
그렇게 한태풍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무신기는 바로 강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사람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무신기는 방향을 틀어 양석준에게 날아갔다.
당연하게도 양석준 역시 반응하지 못했고 한태풍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했다.
목적을 달성한 무신기는 그제야 다시 강림에게 돌아왔다.
강림은 한태풍과 양석준을 보며 생각했다.
‘이상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
목이 베였다.
그것도 깔끔하게.
그러나 플레이어들에게는 스킬이 존재했다.
목이 베여도 회복해서 죽지 않을 수 있고 죽는다고 해도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게 좋으니까.’
강림은 한태풍과 양석준의 죽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없는 것 같긴 하네.’
한태풍과 양석준의 몸에서 기운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회복이나 부활 스킬은 없는 듯했다.
강림은 완전히 기운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며 자루를 보았다.
‘생각해 보니 한태풍은 요 녀석이 증명해 주겠구나?’
한태풍이 죽으면 각인이 초기화된다.
각인의 초기화 유무만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이내 양석준의 몸에서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말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 한태풍의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자루의 각인이 초기화됐다.
스윽.
두 사람의 죽음을 확인한 강림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마르가스의 사체가 두둥실 떠올라 강림에게 날아왔다.
‘바로 각인해 볼까.’
초기화가 됐으니 이제 각인을 할 차례였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각인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아공간에 물건을 넣기만 하면 된다.
강림은 마르가스의 사체를 넣을 생각이었다.
한 가지 문제는 아공간이 꽉 차 있다는 점이었다.
‘요거 빼면 되려나?’
물론 자리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강림은 자루에서 마르가스의 사체와 비슷한 크기의, 그리고 가지고 다녀도 시선이 그나마 덜 끌리는 물품을 꺼낼 생각이었다.
꺼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냥 꺼내야겠다고 생각만 하면 된다.
수욱!
이내 자루에서 강림이 생각했던 물품이 빠져나왔다.
바로 흰색의 사슴뿔이었다.
사슴뿔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얼마나 크냐면 마르가스보다 조금 더 컸다.
“……!”
그리고 거대한 사슴뿔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강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크기 때문은 아니다.
크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뭐야, 이건?’
강림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정확히는 기감을 의심했다.
‘무슨 기운이 이렇게…….’
사슴뿔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기운의 크기만 놓고 보면 여왕개미의 코어보다 살짝 모자랐다.
‘완전 영약이잖아.’
강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루에 담겨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느껴지는 것은 외형뿐이다.
그러나 사슴뿔처럼 꺼내서 보면 느낌이 다른 것들이 존재할 것이다.
‘허…….’
강림은 싱긋 웃으며 생각했다.
‘이건 뭐…….’
황금 호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황금이 아니라 다이아 호박이었다.
스윽.
강림은 사슴뿔에 손을 가져다 댔다.
“후우…….”
그리고 강림이 호흡을 내뱉었다.
그러자 사슴뿔에 담겨 있던 기운이 강림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스아아…….
이내 강림은 사슴뿔의 모든 기운을 흡수했고 사슴뿔은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아쉽긴 하지만.’
솔직히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래도 회복이 중요하니까.’
현재 강림에게는 육체 회복이 최우선이었다.
강림은 흡족한 표정으로 마르가스의 사체를 자루에 넣었다.
그 순간 각인이 됐다는 게 느껴졌다.
‘다행이네.’
강림은 안도했다.
혹시나 각인하는 순간 자루가 이상한 사념을 보낸다거나 몸에 수상한 기운을 보내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강림은 바로 자루를 팔찌로 변환시켰다.
변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생각만 하면 됐다.
스아악.
자루가 홀쭉해지더니 강림의 오른쪽 손목을 감싸며 팔찌로 변했다.
강림은 팔찌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상태에서도 쓸 수 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팔찌 상태에서는 아공간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이용하려면 다시 자루로 변환해야 했다.
‘그래도 들고 다니기 편한 게 어디야.’
강림은 아쉬움을 떨쳐 냈다.
그리고 내부를 훑었다.
‘이 정도면 잔혹한 것도 아니고.’
강림은 정리할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충분히 경고가 되겠지?’
이곳에 있던 일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널리 알려지길 바랐다.
‘그래, 생각이 있으면.’
만에 하나 이걸 보고도 허튼짓을 한다?
그러면 같은 결말을 만들어 주면 된다.
스윽.
확인을 마친 강림은 뒤로 돌아섰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제왕 길드 본사 김철수의 방.
“끙.”
장강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걸 연락해 말아?’
현재 장강호는 책상 위 버튼을 누르느냐 마느냐 고민을 하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김철수에게 연락이 간다.
‘중요한 일이라고 했는데.’
김철수는 무척 중요한 일로 떠난 상황이었다.
비상사태에만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떠났다.
‘비상이긴 하잖아.’
태풍 길드가 블루 게이트, 옐로우 게이트를 안전지대에 생성시켰다.
‘해결되긴 했지만.’
물론 별 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방어되기는 했다.
그러나 태풍 길드가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다는 것을 전해야 되지 않을까?
‘강림 이야기도 해야 되고.’
거기다 블루 게이트, 옐로우 게이트를 방어한 것은 강림이었다.
홀로 블루 등급 용족을 죽인 강림의 이야기도 전해야 했다.
‘그래.’
장강호는 결정을 내렸다.
버튼을 누르기로.
바로 그때였다.
스악!
포털이 나타났다.
장강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익숙한 포털이었다.
이내 포털에서 한 사내가 나왔다.
바로 김철수였다.
“뭐야? 왜 거기 있어?”
김철수는 장강호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할 소리야, 왜 벌써 돌아왔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왜 벌써 돌아온 것일까?
갔던 일이 벌써 해결된 것일까?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장강호의 물음에 김철수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근데 나 부르려고 했어?”
“응, 급히 전해야 될 이야기가 있어서.”
“아, 그래? 근데 그 전에 하나만 부탁하자.”
김철수는 책상 앞 소파에 털썩 앉으며 이어 말했다.
“태풍 길드에 연락 좀 넣어 줘.”
“태풍 길드에?”
“어, 한태풍 위치 좀 파악하게.”
“그건 갑자기 왜?”
장강호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태풍 길드, 한태풍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다니?
이번 일을 설마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앞서 말한 갑자기 생긴 문제 때문일까?
“한태풍 죽었어.”
이어진 김철수의 말에 장강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야? 확실한 거야?”
“확실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응?”
김철수는 장강호의 반응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어? 한태풍 죽은 거? 아니, 죽을 거?”
장강호는 한태풍의 죽음에 놀랐다.
문제는 죽음 자체에 놀란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김철수가 보기에 장강호가 놀란 부분은 ‘시기’였다.
장강호는 한태풍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리를 비운 그 잠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장강호는 김철수의 물음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강림 기억해?”
“당연, 대한 그룹 정통 후계자 말하는 거 맞지?”
“응, 일단 한태풍을 죽인 건 그 강림일 거야.”
“……?”
김철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일반인이 한태풍을 어떻게 죽여?”
강림은 일반인이었다.
일반인이 플레이어를 죽인다?
그것도 랭커 플레이어를?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철수의 반응에 장강호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일반인 아니야. 세 번째 유형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장강호의 답에 김철수가 인상을 확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