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52
제52화
52.
강림은 황금 잔 그리고 잔에 담긴 생수를 보며 생각했다.
‘……진짜일 수도 있겠네.’
귀환 전 중원에 있을 때 강림은 제갈무영에게 수많은 전설을 들었다.
그중에는 황금 잔과 비슷한 전설이 있었다.
‘봉황대접.’
바로 신물 ‘봉황대접’이었다.
봉황대접은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는 신물이었다.
당연히 단순 흡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기운을 일정 이상 흡수하면 봉황대접은 밝게 빛난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봉황대접에 물을 담으면?
일주일 뒤 전부 공청석유가 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했는데.’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림은 공청석유를 복용했었다.
공청석유의 효능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평범한 물이 공청석유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봉황대접도 진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황금 잔의 문양이 또다시 사라지며 황금 잔이 품은 기운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생수에 담긴 기운이 커졌다.
‘응?’
강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황금 잔에서 사라진 기운보다 배 이상의 기운이 생수에 담겼다.
마치 증폭이 된 것처럼.
“…….”
강림은 말없이 황금 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기운 전부 담기면…….’
아직 황금 잔에는 많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황금 잔의 기운이 전부 생수에 담긴다면?
그대로 이전되는 게 아니다.
첫 번째야 그대로 이전됐지만 두 번째에는 증폭이 됐다.
‘몇 번만 증폭돼도.’
강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먹은 공청석유랑 비슷할 것 같은데.’
중원에서 강림은 수많은 영약을 복용했다.
공청석유는 강림이 먹은 영약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영약이었다.
그런데 황금 잔의 기운이 전부 생수에 이전된다면, 그중 몇 번이라도 증폭이 된다면 공청석유와 비슷할 것 같았다.
‘이러면…….’
강림은 상상했다.
공청석유와 비슷해질 황금 잔의 생수.
거기에 현재 무신기로 정화하고 있는 영약의 기운을 전부 회복에 사용한다면?
육체 상태가 절반 수준까지는 회복될 것 같았다.
‘세 번째도 바로 만들 수 있겠는데.’
강림은 육체 상태가 50% 회복됐을 때 세 번째 무신기를 제작하려고 했다.
두 번째를 방금 막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세 번째 무신기를 만들 시기가 찾아오다니?
강림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처음 귀환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육체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
원래 힘의 10%밖에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회복하는 데 꽤나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영약이라 할 수 있는 컬러 코어로도 쉬이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영약은 코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
‘근데 얼마나 걸리려나…….’
강림은 황금 잔을 보았다.
기운이 처음 이전됐을 때, 두 번째로 이전됐을 때 둘 다 시간이 달랐다.
모든 기운이 이전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바로 그때였다.
황금 잔의 문양이 지워졌다.
강림은 이전된 기운의 양을 확인하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증폭되지 않고 그대로 이전됐다.
‘그래도 뭐 느린 편은 아니네.’
봉황대접은 일주일이었다.
‘이틀 정도면…….’
그러나 황금 잔은 이틀 안에 기운 이전이 끝날 것 같았다.
‘근데 자루에 넣어도 되나?’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대로 들고 다니기는 좀 그런데…….’
강림은 할 일이 많았다.
집에만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황금 잔을 집에 두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넣는다고 문제 되지는 않겠지.’
강림은 자루를 열었다.
‘안에서도 기운이 늘어난 걸 보면 이전도 문제없을 거야.’
황금 잔은 자루 안에서 기운이 늘었고 문양이 생겼다.
즉, 기운을 이전하는 것도 문제없이 될 것이다.
강림은 황금 잔을 자루에 넣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다.
장제한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
문자를 확인한 강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바로 장제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도련님. 전화받았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예요?”
강림은 의아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라숨교에서 급한 일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니.”
라숨교에서 연락이 왔다.
너무나 급하고 중요한 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그것도 대사제가.”
집정관 황서연이 요청한 대화가 아니었다.
대사제 한소영이 요청한 대화였다.
-물어봤는데 대사제가 직접 지시한 일이라 자신들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장제한이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뒤 이어 말했다.
-대침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침공이요?”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탑 브레이크, 금지, 게이트 방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재앙.
그게 바로 대침공이었다.
-예, 여태까지 대침공이 일어난 주기를 생각하면 곧 시작될 테니까요. 그리고 아무 때나 상관없이 기다리겠다는 것을 보면 대침공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됩니다.
“아아…….”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한소영이 대침공에 진심이라고 했지.’
라숨교는 다른 교단과 달리 이미지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반대 세력인 플레이어에게도 이미지가 좋다.
그 이유는 라숨교가 대침공, 탑 브레이크 등 재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때문이었다.
라숨교가 앞장서는 이유는 대사제 한소영의 영향이 컸다.
‘도와 달라는 이야기일까.’
아마도 한소영이 대화를 요청한 이유는 블루, 옐로우 게이트를 혼자 방어한 강림의 힘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할까요?
장제한이 물었다.
“내일 2시로 잡아 주세요.”
라숨은 강림을 라숨교에 영입하라는 신탁을 내렸다.
그리고 그 신탁을 받은 게 한소영이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면 정확히 어떤 신탁을 받았는지, 라숨이 왜 그런 신탁을 내린 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석호 조사가 끝났는데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한태풍의 입에서 나온 라숨교 행정관 김석호.
한소영과 만날 때 김석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깨끗합니다.
“……?”
강림은 장제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얼룩 정도는 있어야 되는데?’
김석호를 언급할 때 한태풍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확히는 깨끗한 행적만 남아 있습니다.
이어진 장제한의 말에 강림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했다.
“의도적으로 지운 건가요?”
-예, 완벽히 지웠습니다.
장제한이 ‘완벽’이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면 더 파고들어 봤자 의미가 없다.
더 조사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상관없다.
완벽하게 지웠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정보가 됐다.
긍정적인 행적이라면 지웠을까?
아니, 뒤가 구린 행적이니 지웠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감시하겠습니다.
“네, 그럼.”
강림은 장제한과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자루 안의 황금 잔을 확인했다.
황금 잔의 문양이 조금 사라져 있었다.
‘그냥 증발해 버린 건 아니겠지?’
기운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 ‘증발’됐을 수도 있다.
강림은 황금 잔을 꺼냈다.
‘휴.’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자루에 넣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황금 잔의 기운은 잘 이전됐다.
그것도 증폭이 된 채.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되겠네.’
강림은 자루를 팔찌로 변환시켰다.
스윽.
그리고 무신기를 보았다.
두 무신기는 여전히 영약을 정화시키고 있었다.
‘확실히 느리긴 하네.’
강림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섯 개였으면 이미 끝났을 텐데.’
정화 속도가 너무나 아쉬웠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강림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 기운…….’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을 가진 이들이 사방을 포위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배교, 아니, 카디악 이 새끼들이 왜?’
강림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와서?’
카디악교는 대한 그룹과의 관계를 이미 정리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지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확인해 보면 되겠지.’
굳이 혼자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물어보면 된다.
밤은 길었다.
* * *
“…….”
김성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양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재무관 진호석.
감찰관 차성진.
카디악교 한국 지부의 권력자들.
“김청운 그 자식이 관여를 안 한다고?”
차성진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 확답도 받았습니다.”
진호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흐음.”
차성진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바로 말입니까?”
“시간 끌 것 있나? 그리고 지금이 적기 같은데.”
강림은 블루 게이트, 옐로우 게이트를 방어했다.
연달아 한태풍까지 죽였다.
그런데 강림이 정상적인 상태일까?
“그것도 그렇군요. 좋습니다.”
차성진의 말뜻을 이해한 진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수 감찰단을 보낼까 하는데. 재무관은?”
“……정말 빠르게 끝내실 생각이시군요.”
차성진의 패를 들은 진호석은 살짝 당황했다.
특수 감찰단은 차성진이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한 패였다.
“저는 그럼 호천이를 보내겠습니다.”
“호오, 진호천 사제를?”
“급이 맞아야 하니까요.”
“이거이거 재무관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나 보군.”
“너무 달콤한 보상이니까요. 하하.”
두 사람은 껄껄 웃으며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김성훈을 보았다.
“하하…….”
김성훈은 두 사람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 호천이한테 말해 두겠습니다.”
진호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성진에게 말했다.
“나도 전달해 두지.”
“그럼.”
진호석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김성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따라 나갔다.
“재무관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 그럼요. 잊으시면 안 되지요.”
진호석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제 강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테니까.”
“옙!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성훈은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며 생각했다.
‘특수 감찰단에다가 진호천까지!’
강림의 죽음은 확정이다.
특수 감찰단은 카디악교 최정예 부대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진호천은 카디악교 한국 지부 서열 25위의 강자였다.
진호석의 말대로 강림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 * *
“굳이 전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요?”
진호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특수 감찰단장 김범성에게 물었다.
“진 사제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끝장내야 되니까요.”
“그냥 나 혼자 해도 확실할 것 같은데. 괜히 시간만 주는 거 아닌가?”
“…….”
김범성은 진호천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진호천은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에휴, 형이나 감찰관님은 너무 조심성이 많아.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을 믿는 건가? 나도 보내고 특수 감찰단도 보내고. 안 그래요? 그냥 나만 보내도 됐을 텐데.”
바로 그때였다.
“형이 누군데.”
“……!”
“……!”
바로 뒤쪽에서 들려온,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에 진호천과 김범성은 멈칫했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뒤로 돌아서며 물러났다.
목소리의 주인공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였다.
“컥!”
“컥!”
그러나 진호천과 김범성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목이 잡혔다.
진호천은 자신의 목을 틀어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강림!’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번 작전의 목표 ‘강림’이었다.
“형이…….”
강림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누구냐니까.”
그리고 그대로 진호천과 김범성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쾅!
진호천과 김범성이 땅에 꽂히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