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58
제58화
58.
강림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씨앗?’
갑자기 씨앗이냐니?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았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진지한 분위기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씨앗이 뭘 의미하는 거지?’
씨앗의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비유다.
‘이 세계의 씨앗…….’
강림은 곰곰이 생각했다.
‘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아, 아직 모르는 건가?
강림이 말이 없자 포털에서 등장한 존재가 이어 말했다.
-신기하군, 그럼 어떻게 벌써 내가 올 수 있던 거지?
“뭐가 신기한데?”
생각에 잠겨 있던 강림이 물었다.
마르가스보다 강했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다.
-하하, 이거 진짜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 유도하는 건가?
강림의 물음에 포털의 존재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먼저 내 소개를 하지.
그리고 이어 자신을 소개했다.
-벽 앞에서 굴복한 자, 씨앗을 짓밟는 자.
-카리우스라고 하네.
카리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내뱉은 순간 강림은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진각을 밟았다.
쾅!
진각을 밟자 크레이터가 생기며 사방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
카리우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강림은 카리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개만 할 것이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해?”
카리우스는 단순히 자기소개만 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강림이 진각을 밟은 이유는 목소리에 담긴 힘을 흩트리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대로 뒀다면?
목소리에 담긴 힘이 강림의 육체를 헤집었을 것이다.
-……보통 씨앗이 아니군.
카리우스는 놀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이 정도면 이미 발아한 것 같은데?
강림은 이해할 수 없는 카리우스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씨앗? 발아?’
지금 당장은 이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하다가 보면 알 것 같았다.
문제는 생각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 카리우스에게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카리우스는 본인을 소개할 때 ‘씨앗을 짓밟는 자’라고 했고 강림을 씨앗이라고 불렀다.
즉,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강림은 고민했다.
‘아는 게 엄청 많은 것 같긴 한데…….’
말하는 것을 보니 카리우스는 알고 있는 것이 확실히 많다.
마르가스보다 더욱.
‘말해 줄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아는 게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들을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많냐가 중요하다.
만약 카리우스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강림에게 카리우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몬스터와 같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몬스터.
그런데 그 몬스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죽여야겠지.’
생각을 마친 강림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뭘 말해 줄 생각 있나?”
-하하.
카리우스가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당연히?”
강림이 따라 말했고 카리우스가 이어 말했다.
-없지.
말을 마친 카리우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강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강림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독히도 날카로운 살기를.
“후…….”
강림은 한숨을 내뱉었다.
카리우스의 살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쉽다.’
강림이 한숨을 내뱉은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정보 좀 얻나 했는데.’
말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상황을 마주하니 무척 아쉬웠다.
‘그래, 전투 정보나 실컷 뽑아내자.’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전무하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바로 전투 정보.
카리우스는 용족이었다.
그것도 마르가스보다 강한.
거기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수정구를 보면 마르가스와 전투 스타일이 다를 것이다.
즉, 새로운 정보를 얻을 기회였다.
바로 그때 카리우스가 입을 열었다.
-호오, 역시 발아한 씨앗의 정신은 단단하군. 내 의지를 한숨 한 번으로 버텨 내다니.
“……?”
카리우스의 말에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의지는 살기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한숨으로 버텨 냈다니?
단단히 오해를 한 듯했다.
-이제 정신을 확인했으니.
카리우스는 강림이 말이 없자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육체 능력을 파악해 볼까?
그리고 그 순간 다섯 개의 수정구 중 하나가 강림에게 날아왔다.
‘……무신기 같은 건가?’
수정구에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당연하게도 카리우스의 기운과 똑같았다.
강림은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와 동시에 무신기 하나가 나와 수정구를 마중 나갔다.
쾅!
이내 무신기와 수정구가 충돌했다.
당연하게도 무신기는 수정구를 관통했다.
쩌적!
그리고 수정구는 실금이 우수수 나타나며 파괴되었다.
그렇게 수정구를 박살 낸 무신기가 다시 강림에게 돌아왔다.
‘호오.’
강림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단단하네?’
감탄을 한 이유는 수정구의 튼튼함 때문이었다.
충돌하는 순간 느껴졌다.
무신기의 속도가 순간적으로 확연히 느려진 것을.
‘마르가스의 피부보다 단단하다고? 용족의 피부보다?’
블루 등급의 용족이었던 마르가스의 피부를 일말의 멈칫거림 없이 그대로 관통했던 무신기가 멈칫했다.
수정구의 강도가 마르가스의 피부보다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기운 때문인가? 아니면 재질?’
튼튼한 이유가 수정구에 담겨 있는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수정구의 재질 때문인지 궁금했다.
‘둘 다?’
강림은 땅에 떨어진 수정구의 잔해를 바라보다가 카리우스를 보았다.
-…….
카리우스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정구가 박살 난 것 때문이 분명했다.
‘왜 저래?’
얼이 빠져 있다는 것이 대놓고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러면 제대로 뽑아낼 수가 없는데.’
수정구가 카리우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전투 정보를 뽑아내기 힘들다.
“뭐 해?”
강림은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로 카리우스에게 말했다.
-……!
그러자 카리우스가 정신을 차렸고 이어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강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한 거지?
“뭘 어떻게 해?”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수정구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짐짓 모르는 척 반문했다.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발아했다고 해도 아직 그 기간은 길지 않을 터.
강림의 반문에 카리우스가 답했다.
-어떻게 내 용신구를 파괴한 거지? 개화 직전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인데. 그렇다고 개화를 한 건 확실히 아니고.
카리우스의 답을 듣고 강림은 모르는 척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개의 정보를 추가로 얻었다.
첫 번째는 강림이 파괴한 수정구의 이름이 ‘용신구’라는 것.
두 번째는 씨앗, 발아 다음 ‘개화’라는 단계가 있다는 것.
세 번째는 ‘개화’라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뭔가가 있다는 것.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카리우스가 물음으로 말을 마쳤다.
“수작이라니.”
강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냥 부순 거지.”
그리고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무신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용신구를 향해 날아갔다.
‘반응속도 좀 볼까.’
굳이 카리우스가 아닌 용신구를 노려 반응속도를 확인하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카리우스가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죽으면 끝이다.
이미 여러 정보를 얻기는 했지만 아직 전투 정보는 얻지 못했다.
전투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카리우스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용신구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나가 파괴됐지만 아직 네 개나 남아 있었다.
방금 전 용신구의 속도를 생각하면 무신기 하나로는 동시에 네 개를 상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세 개는 하나로도 문제없이 상대가 가능했다.
-어딜!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카리우스는 무신기에 반응했고.
스윽.
표적이 된 용신구를 움직였다.
하지만 카리우스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무신기는 강림의 ‘의지’였다.
속도 조절, 방향 전환 등 모든 게 자유로웠다.
무신기는 용신구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
카리우스는 방향을 튼 무신기에 놀랐지만 그뿐이었다.
대응하기에 무신기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거리도 가까웠다.
쩍!
이내 무신기가 용신구를 관통했다.
-……!
카리우스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그리고 경악한 카리우스를 보며 강림은 생각했다.
‘설마 용신구가 전부는 아니겠지?’
* * *
“제왕의 검.”
김철수는 제왕의 검을 시전했다.
그러자 빛이 서리며 검신이 늘어났고 그대로 김철수는 데리우스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스걱!
속박당한 데리우스는 움직이지 못했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크읍!
데리우스는 짧게 비명을 내뱉었다.
-망할 녀석이!!
비명을 내지른 데리우스는 이어 고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목소리를 내뱉는 것, 그것 말고 데리우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김철수는 묵묵히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80% 약화시킨 게 이 정도면…….’
현재 데리우스는 김철수가 준비한 저격 아이템 덕분에 육체 능력이 80% 약화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 정도였다.
‘카리우스가 나타났으면 못 잡았겠는데?’
카리우스 대신 데리우스가 등장해 아쉬워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만에 하나 이전 삶처럼 카리우스가 등장했다면?
데리우스도 이 정도인데 카리우스는 어찌 잡겠는가?
아무리 약화가 됐다고 해도 시간 내에 결코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이야.’
김철수는 안도했다.
카리우스가 아니라 데리우스가 등장한 것에.
스아아…….
제왕의 검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
그리고 김철수는 눈을 번뜩였다.
데리우스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드디어 보호막을 뚫고 끝장낼 때가 된 것이다.
“용살격.”
김철수는 이때를 위해 아껴 두었던 스킬 ‘용살격’을 시전했다.
스킬 ‘용살격’은 용족에게 추가 대미지 300%를 가하는 용족 저격 스킬이었다.
스걱!
용살격이 작렬했고.
여태까지 자잘한 상처밖에 생기지 않았던 데리우스의 육체에 거대한 상처가 생겼다.
-동족들이 네 녀석을 꼭…….
데리우스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데리우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절망하라’가 완료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지급됩니다.].
.
‘좋네, 좋아.’
김철수는 메시지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데리우스의 사체를 보았다.
많은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 보상을 챙겨 볼까.’
김철수는 드래곤 하트를 챙기기 위해 데리우스의 사체로 향하며 생각했다.
‘하, 카리우스였으면 다섯 개였는데.’
데리우스는 세 개의 용신구를 다뤘다.
즉, 드래곤 하트를 세 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카리우스의 경우 드래곤 하트 다섯 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야, 카리우스는 어차피 못 잡았어. 괜히 아쉬워하지 말자.’
애초에 카리우스가 등장했으면 잡지 못했을 것이다.
김철수는 아쉬움을 떨쳐 냈다.
* * *
쾅!
카리우스가 땅에 꽂혔다.
-컥!
그리고 카리우스는 비명을 내질렀다.
‘진짜 엄청나게 단단하네.’
카리우스를 땅에 꽂은 강림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양도윤보다 단단한 거 아냐?’
천마 양도윤.
양도윤의 육체는 무식할 정도로 단단했다.
중원에서 양도윤보다 육체가 단단한 이는 강림이 알기로 없다.
그런데 카리우스의 육체는 그 양도윤보다 더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확인할 게 있나?’
강림은 땅에 박힌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카리우스를 보며 더 뽑아낼 정보가 있나 생각했다.
‘다 확인했네.’
더 이상 뽑아낼 정보가 없었다.
‘끝내자.’
생각을 마친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슉! 슉!
두 개의 무신기가 카리우스에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