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6화
“무슨 에너지?”
[‘테라’ 말이다.]“테라가 뭐지?”
[신의 특별한 힘을 사용할 때 드는 에너지이니라.]“그래서, 그 테라라는 걸 넌 가지고 있어?”
[있지…….]“그걸 차원 이동문을 여는 데 쓰기엔 좀 아깝다는 입장이고?”
[…….]침묵은 곧 긍정.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걸 보니 제대로 짚었나 보다.
척-
지크의 다크 오러 블레이드가 헤브리엘의 목을 노렸다.
“너한테는 선택지가 없어. 마계로 가는 차원 이동문을 열어라. 죽고 싶을 만한 고통을 또 겪고 싶지 않다면. 아니, 이참에 아예 죽여버릴 수도 있지. 내 손에 죽은 리치 드래곤만 한 트럭이거든.”
“어. 나는 영혼까지 베어버리거든.”
덤덤한 살해 고백.
하지만 확실히 설득력은 있었다.
천왕의 몸을 움직이게 했으니까.
[아, 알았다. 바로 준비하지…….]힘들게 모은 테라를 고작해야 인간의 차원 이동을 돕는 데 써야 한다는 사실이 천왕으로선 떨떠름할 테지만.
‘그게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겠지.’
지크의 생각대로였는지 천왕은 순순히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마력도 아니고 아까 사용하던 신력도 아니었다.
보아하니 테라라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듯하다.
잠시 후.
쩌적-!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허공에 구멍이 생겼다.
점차 넓어지던 구멍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큼의 크기가 되었다.
[열었다. 마계로 통하는 길을.]“확실한 거겠지? 다른 엉뚱한 곳은 아니겠지?”
[확실하다. 짐은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으니.]가만히 주시하니 거짓은 아니었다.
진실의 눈도 진실이라 판단했고.
하지만 믿을 순 없기에 고갯짓했다.
“먼저 들어가. 그다음에 따라 들어가지.”
[아, 알았다.]천왕이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지크도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들어가고 얼마 뒤.
찢어진 공간의 구멍이 한순간에 메꿔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 * *
불길이 치솟는 마계의 메마른 땅을.
탁!
지크가 밟았다.
‘여기가 마계인가?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군.’
지크의 앞에는 앞장섰던 천왕이 난감한 얼굴로 서 있었다.
[본래 나는 이 땅에 발을 들여선 안 되느니라. 그러므로 속히 돌아가겠노라.]천왕이 테라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떠나려 하자, 지크가 막아섰다.
“가긴 어딜 가?”
[왜 막는 게냐? 약속대로 마계에 데려왔으니 더는 볼 일이 없지 않으냐?]“그렇긴 한데, 그건 그거고 죗값을 치러야지.”
[죗값?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천마 대전. 그거, 네 작품이지?”
지크는 생각했다.
천마 대전이 열리도록 주도하고 방관해 온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천계의 왕 헤브리엘일 거라고.
예상이 적중했는지 헤브리엘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모르는 척하는 거야? 네가 천마 대전을 주도하고 만들었잖아. 심심함을 달래겠다는 이유로.”
[허,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그런 적이 없다. 결단코.]애써 시치미 떼고 있었지만, 천왕은 모를 것이다.
자신 앞에선 누구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메시지를 본 지크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본인은 절대 거짓말 따윈 안 한다더니, 바로 해버리죠?”
[거짓말이라니. 나는 진실만을…….]“개소리는 작작 하고, 너는 수십만에 달하는 인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어. 인정하지?”
[인정 안 한…… 커억!]지크의 섬전 같은 찌르기가 헤브리엘의 심장을 관통했다.
“끝까지 거짓말이네.”
헤브리엘의 시신이 마계의 땅 위에 쓰러졌다.
금빛 가루로 변하며 사라지는 몸을, 지크는 냉랭한 눈으로 지켜봤다.
[천왕에게 마계로 가는 방법 알아내기 완료!] [마계로 향하기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천왕을 죽여서 얻은 보상은 아니었다.
그를 죽이는 건 퀘스트 내용에 없었으니까.
‘놈을 살려뒀다간 인간계에 뭔 일이 생길지 또 모르지. 인간을 죽인 대가도 치러야 하고.’
감상을 끝낸 지크는 서둘러 퀘스트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인간계가 위험하다는 걸 안 이상 마음이 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빨리빨리 안내해라. 마계에서 뭘 어쩌라는 건지 말해봐.’
퀘스트가 시키는 대로 하면 인간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스템을 닦달하는 순간.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마침내 떠오른 퀘스트에 지크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메인 퀘스트 : 고위 마족 넷(62~71위)을 암살하라!】
└마계에는 수많은 고위 마족이 있습니다.
└천리안과 탐지의 눈 스킬을 이용해, 인간계를 어지럽히는 그들을 찾아 차례로 암살하십시오.
└서열 71위, 단탈리안 처치
└서열 64위, 플라우로스 처치
└서열 63위, 안드라스 처치
└서열 62위, 발라크 처치
└스킬 ‘기억 읽기’ 획득
└스킬 ‘불타는 눈’ 획득
└스킬 ‘불화’ 획득
└스킬 ‘파충류 지배’ 획득
‘이게 뭐야? 이젠 마족을 죽이라고?’
마족이야 죽어 마땅한 놈들이지만 기대했던 퀘스트가 아니었다.
인간계로 하루빨리 돌아가는 것만이 현재의 목표였으니까.
‘그런데 보상이 꽤 좋아 보이는데? 마족을 죽일 때마다 스킬을 얻다니…….’
그보다 마족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그 부분은 퀘스트 내용에 안내되어 있었다.
‘천리안과 탐지의 눈 스킬로 찾으라고?’
지크는 방금 마계로 도착해서 받은 퀘스트 보상을 뒤늦게 확인해 봤다.
[기본 스킬 : 탐지의 눈]-효과 :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대상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중복되는 이름이 많다면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 : 눈을 감고 시동어를 외우면 발동됩니다. 대상을 바라볼 때 인물 설명이 추가됩니다.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치를 탐지할 수 있다고?’
현재 끼고 있는 장갑에는 [대지의 추적]이라는 기능이 있다.
원하는 대상의 얼굴을 떠올리면 땅의 흐름을 읽고 위치를 찾아주는 기능.
‘하지만 이 스킬처럼 이름만으로 위치를 특정할 순 없어.’
그 점을 생각하면 좋은 스킬이었다.
자신이 마족에 대해 아는 정보라면 이름뿐이었으니.
다만, 이름이 중복되는 걸 염려해서인지 위치를 대략적으로만 알려준다는 게 스킬의 단점이다.
‘어쩔 수 없지. 당장 아는 건 이름뿐이니까.’
마계에 중복되는 이름이 없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두 가지 시동어를 외웠다.
퀘스트가 천리안과 같이 쓰라고 했으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천리안, 탐지의 눈.’
천리안을 사용하자 일인칭의 시점에서 제삼자의 시선으로 뒤바뀌었다.
‘내 정수리는 저렇게 생겼구나.’
시답잖은 감상을 하는 사이.
[찾을 대상의 이름을 떠올려 주십시오.]메시지가 나타나기에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단탈리안.’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경이 빠르게 바뀌더니 한 마족의 정수리가 보였다.
[고위 마족 – 단탈리안] [서열 – 71위] [특성 – 생각 읽기, 기억 읽기]놈을 보자 자연스레 인물 정보가 떠오른다.
탐지의 눈 스킬의 또 다른 기능.
‘벌써 찾았는데?’
마계에 중복되는 이름이 없는지 위치가 정확하게 측정됐다.
‘곧 그리로 가마, 단탈리안.’
천리안을 해제한 지크는 드래곤의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 탐지의 눈이 안내해 주는 방향으로 향했다.
* * *
‘으으,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원.’
주변에 마족 하나 없는 외딴곳을 단탈리안은 외로이 있었다.
몇 개월 동안이나.
‘이게 다 신의 후예, 그놈 때문이야.’
괜히 인간 세상에 현신했다가 신의 후예라는 놈에게 칼침을 맞은 단탈리안.
빈사 상태로 돌아온 그는 지옥 불이 있는 이곳에서 요양을 시작했다.
다른 영혼이라면 불길에 녹아 소멸하겠지만 마족인 자신은 반대로 영혼을 치유할 수 있었으니까.
‘지겹구나, 지겨워. 앞으로 영혼을 회복하려면 몇 개월은 더 있어야 하거늘.’
하루빨리 군단장 자리로 복귀하고 싶었으나 그는 몰랐다.
자신의 군단을 맡아주기로 했던 세이레가 신의 후예에 의해 영혼조차 소멸했음을.
외딴곳이니만큼 바깥소식에 어두워서 더욱이 그랬다.
심심하기도 더럽게 심심했고.
“그렇게 심심해?”
[아무렴. 심심하고 말……고?]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던 단탈리안의 눈동자가 천천히 옆으로 향했다.
[히이이익!]그를 이 자리에 오게 한 인간이 귀신처럼 눈앞에 서 있었다.
[시, 신의 후예? 네놈이 왜 여길…… 그, 그렇구나! 내가 헛것을…….]“헛것을 보는 게 아니야.”
지크는 덤덤히 다가서며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지난번엔 제대로 죽여주지 못했잖아? 마무리 지어주러 왔어.”
곧이어 단탈리안이 뭐라 외치기도 전에.
푹!
지크의 검이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영혼까지 소멸해 버리는 단탈리안을, 지크는 냉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자, 다음 타깃은…….’
타깃을 확인한 지크의 몸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 * *
[이 새끼가!]짜악!
“흐흑!”
[똑바로 일 안 해?]고위 마족 서열 62위 발라크는 오늘도 인간의 영혼을 괴롭혔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괴롭히는 건 아니었다.
인간을 때리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렸으니까.
마계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지위에 있는 그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마왕님은 왜 내 밑으로만 재미있는 임무를 주신 거야?’
천마 대전이라는 이벤트에 끼지 못한 게 배알이 꼴리기 때문이었다.
‘65위 이하의 서열만 천마 대전의 준비에 참여시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자신까지 포함해 줬다면 좋았을 것을.
왜 상위 서열의 마족을 쓰지 않은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62위를 상위 서열이라 말할 순 없었지만.
뭐가 됐든 자신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곳 마계에서 인간들이나 괴롭히는 신세였다.
짜악! 짜악!
[일해! 일! 일어나서 일하라고 벌레 같은 새끼야!]스트레스를 풀 겸 인간의 영혼을 마구잡이로 채찍질했다.
놈이 벌레처럼 움츠러들며 고통에 떠는 꼴을 보니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일 뿐이다.
‘젠장. 뭐 재미있는 일 없나?’
“재미있는 일을 찾나?”
별안간 들린 인간의 목소리.
발라크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놀란 눈이 되었다.
[인……간?]살아 있는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왜? 인간 처음 봐?”
[어, 어떻게 여길……?]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방금 채찍질한 반투명한 인간의 영혼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띠는 걸 보면 살아 있는 인간이 분명했으니까.
[인간이 여긴 어떻게 왔지?]“어떻게 왔긴. 날아서 왔지.”
황당해하는 찰나.
푹!
[컥!]눈 깜짝할 사이 거리를 좁힌 지크가 어느새 마족의 심장에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박아 넣었다.
[서열 71위, 단탈리안 처치 완료!] [서열 64위, 플라우로스 처치 완료!] [서열 63위, 안드라스 처치 완료!] [서열 62위, 발라크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발라크를 마지막으로 고위 마족들을 척살한 지크는 빠르게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이제 내놔라. 다음 퀘스트를.’
이제는 정말로 인간계로 갈 수 있는 퀘스트가 나오길 바라며, 허공을 바라보는 그때.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예상했던 퀘스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