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50
EP.150 지금까지와는 다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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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비보를 들은 것은 뉴스에서였다.
결혼기념일 20주년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간 부모님이 탄 비행기가 사이비 종교단체, ‘천국의 검’이라는 테러집단에게 하이잭을 당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은 협상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순교를 가행했고, 무교였던 소년의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순교에 휘말려버렸다는 사실을.
뉴스는 아주 담담하게 비극을 보고했다.
대서특필될 이야기였다.
각종 매체에서는 천국의 검에 대한 이야기와, 몇안되는 한국인 탑승객이 중 둘이었던 소년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거렸다.
당연히, 홀로 남은 아들인 소년에게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수 없었다.
그저, 한국으로 돌아 온 부모님의 시신이 화장되는 것을 보며 생각할 뿐 이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러니.
나와 약속하자.
부모님을 앗아간 그 빌어먹을 테러범 놈들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여버리겠다는 약속을.
고아가 된 소년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 배경에 소년의 부모님이 남긴 재산과 상당한 보험금, 그리고 배상금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달콤한 말로 소년을 회유하고자 하는 어른들은 많았지만, 그런 것에 넘어가기에 소년은 충분히 현명했고, 또 영악했으며 계획적이었다.
그렇기에 팔자 좋게 학교 생활을 할 생각 따위는 곱게 접었다.
돈은 많고, 시간 역시도 많았으며, 복수심의 역시 충분했다.
소년은 빠르게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대로 움직였다.
장례가 끝나자마자 자퇴 후 온갖 무술 훈련장을 전전하며 모든 시간을 단련과 외국어 공부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3년.
성인이 되자마자 등록한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졸 자격을 딴 소년, 아니. 이제는 청년이 된 그는 곧장 특수전 학교에 지원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고아는 입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군인수가 부족한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테러로 부모님을 잃은 이가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이 테러로 슬퍼하지 않기 위해 특수전 학교에 입대해 테러조직 및 범죄자들과 싸우며 사람들을 지키고자 한다?
국방부에서는 그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군입대를 허가해주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
돌아가신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을 아들.
하지만 청년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특수전 학교에서, 그리고 특전사에서 익힐 수 있는 스킬들.
특전사에 들어가 얻을 테러단체와 싸울 수 있는 경험이었기에.
특전사가 된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해왔던 훈련.
그리고 꺾이지 않는 강철같은 의지.
또한 그의 천성이라 할 수 있는 넉살과 유쾌함.
모든 것의 저변에 깔려 행동의 기반이 되는 강렬한 복수심.
그래서인지 특전사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험지에 스스로 가고, 훈련에 열정적이며 뭐든 배우고자 하는 자다.
그런 이를 싫어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하물며 위험하기 그지없는 파병같은 것들도 자원해 가려고 하는 이를.
그렇게 7년.
남들보다 많은 성과를 내고, 누가봐도 최연소 특전사 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전역신청서를 제출했다.
군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만큼 잘 해내던 사람이 이유없이 그만둬버리다니.
최연소 상사, 거기에 더해 늘 인력이 부족한 원사나 준위가 될 거라 기대를 받던 그다.
그렇기에 장기를 약속 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보직으로 이동 같은 다양한 보상을 제시했지만 그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전역해버렸고.
해외 파병때 얽힌 인연을 통해 ‘세계 테러 진압회.’ 라는 국제 조직에 몸담게 되었다.
그곳의 훈련은 특전사는 따위라 생각할 정도로 난폭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청년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루 하루 같은 같은 내무실에 머물던 이들이 버티지 못하고 도망간다.
막대한 보수를 노리고 들어왔지만 한달을 채우지 못한 이들이 도망간다.
그곳에서 버텨가며, 테러 조직과 싸우는 실전에 투입되고, 다시 훈련하고, 다시 싸우고를 반복하고.
동료들이 죽거나, 도망가는 것을 지켜보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던 청년이 실전투입 부대 내 최고참이 되었을 때.
그를 중심으로 한 팀이 만들어졌다.
그의 팀원들 모두 복수심에 불타는 이들이었다.
가족을, 친구를, 애인을.
소중한 것을 테러조직에게 빼앗긴 이들.
그들 모두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조금만 엇나간다면 살인귀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청년의 앞에서 그들은 그저 유쾌하고 애들을 좋아하는 덩치 큰 아저씨들일 뿐이었다.
술을 즐겨 마시고, 취하면 항상 각 나라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테러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다니고.
상처투성이 흉악한 얼굴을 본 아이들이 울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고.
테러범들과 싸울 때는 누구보다 악랄해지는.
그 이면(二面)의 괴물들을 이끄는 청년의 기이함에 부대 수뇌부는 그에게 한가지 별명을 수여했고, 청년은 그저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또한 복수를 위한 발판에 불과했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기에.
그렇게, 괴물들을 이끌며 테러조직과 싸우고, 결국에 청년은 자신의 목표인 천국의 검과 싸울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그들의 완전한 궤멸.
이후 그 수장을 그들의 성목이라는 것에 매달아놓고 기관총을 난사해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린 후 최후는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으로 복수를 성공했다.
오랫동안 자신과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그렇게 부모님의 복수를 성공했지만.
그는 부대를 떠나지 않았다.
아직 팀원들의 복수가.
그리고, 세계 테러 진압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아이들의 복수가 남아있었기에.
테러의 공포에 질려,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는 공포에 질려 밤에 잠조차 못 드는 아이들에게 한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을 지켜 줄 것이고, 만약 너희에게 위험이 발생했을 때 목숨을 걸고서라도 너희를 구하겠다 말했던 약속이 남아 있었기에.
그는 총과 화약, 죽음의 냄새가 흘러넘치는 전장에 남기로 결심했다.
.
.
.
“…하.”
죽음의 향기가 너무 진해서일까?
정신을 잃은 사이 옛날 일을 떠올렸다.
부모님을 잃은 이후부터 있었던 일들.
총과, 화약, 울음과 절망.
그 속에서 희망을 찾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일어나셨는가?”
난 한숨을 토해내고 눈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로브를 입은 노인은 무표정한 눈으로 날 보다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자네 덕분에 길잃은 혼들을 데려올 수 있었군. 참으로 대단허이.”
“그럼 그냥 돌려보내주면 안될까?”
“물론. 자네에게 자격은 충분하니 보내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렇지만… 한가지 제안하고 싶군.”
노인은 자신의 낫을 내밀었다.
사신의 낫.
죽음의 낫.
명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내 뒤를 이을 생각은 없나?”
“없는데.”
“그런가.”
게임 내에서도 부활하기 위한 자격이 필요했다.
능력치, 명성.
그 외에 클리어한 이벤트 따위들.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인 나에게 죽음이 욕심을 부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는 충분히 정직한 자였기에, 강제로 날 묶어두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드러내며 제안을 할 뿐이었지.
물론, 그 제안에 넘어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하나 어차피 자네는 언젠가 죽겠지.”
“그러겠지.”
“그때까지 한번 잘 생각해보게나. 시간은 많으니.”
노인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눈을 번뜩였고 곧장 그의 손 위에 구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불사조가 자신의 몸을 불태워 그 재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부활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버려진 것들을 수거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었다.
“산 자가 명계에 왔다가 돌아갈 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법.”
죽음의 주름진 손에 은은하게 빛나는 구슬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벤트를 거치며 얻은 주술강화의 축복, 마력강화의 축복. 그 외에 다양한 축복들.
그 뿐만 아니라 축복들에 따라붙는 패널티이며, 어떨 때는 축복보다 더 쓸만한 저주들까지.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쩝. 구하느라 꽤 고생했던 것들인데.
하지만 다시 못 구하는 것도 아니니 아쉬워하지 말자.
내가 바라보는 사이 그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유일하게 새까만 구슬을 들어올렸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도, 죽음도 알고 있었다.
“이건 참으로 심각한 병이로군. 잘도 갖고 있었어.”
“최고급 정신병이니까.”
“그런가. 하지만 이것 역시 저주이며, 축복이기도 하군. 이 또한 내가 가지고 가겠네.”
“그렇게 다 가져가면 난 뭐 먹고 살라고?”
“대신 이것을 주지.”
그가 내민 것은 순백의 구슬이었다.
‘스킬 : 죽음에 가까운 일격’ 일 것이다.
게임 내에서 공통적으로 익힐 수 있는 강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로 마력이나 체력이 적으면 적을수록 공격이 강화되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이었다.
“자. 길은 열어주겠네.”
그 순간 내 주머니에 있던 약병이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부활의 영약.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 있지만, 오로지 죽은 자만이 마실 수 있는 영약의 마개를 열자.
“다만 자네가 나가는 것을 지켜봐주는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 그건 알아서 해결하시게나.”
죽음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 주변에 망령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부활을 위한 마지막 단계.
명계행 이벤트의 보스.
망령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내가… 내가 살아날거야…
– 제발. 제발 내가 살게 해주세요. 제발…
– 내놔!! 그것은 나의 것이다!!
망자들이, 삶을 갈망하는 이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로, 여자로, 노인으로, 괴물로.
수많은 모습을 한 망령들이 다가와 애원하고, 구걸하고 협박한다.
“혹 도움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내 요청을 받아줘야하네. 물론 싸우는 중에도 말해도 되니 부담갖지 말고.”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빙긋 웃었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저렇게 망령이 나온 후 죽음이 제안 하고,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하면 그때 추가적인 퀘스트가 생긴다.
사실 이건 거의 강제 이벤트나 다름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캐릭터를 키워오며 얻은 축복과 저주를 전부 잃은 채 싸워야 하니까.
그렇기에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죽음의 도움을 받고 그의 요청을 들어준다.
물론 그의 요청을 들어줘도 업적은 커녕 스킬이나 아이템도 안주는 만큼 대부분 숙련된 고인물들은 그냥 안받고 잡곤 했다.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바론이 사제들을 불러 내 육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고, 그것이 내 공격력과 방어력으로 변환되어 날 강화시켜줄테니까.
그리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죽음의 도움을 받아도 되니 그냥 해보자.
“흥.”
그렇기에 난 망령들을 무시하며 약을 들이마셨다.
약이 완전히 내 안으로 사라지자 내 주변에 있던 망령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원망과 절망과, 안타까움을 담아.
너 혼자 부활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망령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괴물로 변해버린다.
– 너를 먹으면… 나도 살아날 수 있을거야!!
“그게 되겠냐.”
-딸랑.
난 힐끔 죽음을 보았다. 그저 선선하게 웃으며 마음대로 하라는 듯 그저 날 지켜만 보았기에.
난 그대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지지직!
“…응?”
뭔가 좀 이상하다.
내 생각 이상으로 공격력이 훨씬 강하다.
사제들이 보내는 생명력만으로는 이정도 공격력이 안나올텐데?
내가 예상 이상의 위력에 떨떠름해하자 죽음은 웃었다.
“자네는 사랑받는 존재구만. 아주 강한 성력이 자네의 육체를 지키고 있어. 그런만큼… 자네가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
“하.”
걸렸구나.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난 지팡이를 잡고 욕망에 젖은 망령에게 겨눴다.
-내놔아아아아아!!!
“싫어. 인마.”
난 지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