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장수연의 계획
“왜 그렇게 생각하죠?”
현호가 장수연에게 물었다.
“김태현 기자가 쓴 기사를 검색해 봤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기업 관련은 사장님의 형제분 회사가 많았어요.”
“…….”
“그 기사들을 분석해 보니 사장님 형제분을 이롭게 하거나 어렵게 하는 거였어요.”
“…….”
“저는 사장님 형제분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 없습니다.”
현호는 그녀가 형제들 간의 다툼을 얘기한다는 걸 알았다.
“사장님 형제분의 문제는 사장님께서 해결하시겠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이런 오보를 내면서 제게 피해를 준 기자에게 되갚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김태현 기자를 언론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얘기한 겁니까?”
“네. 제게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것도 문제이지만, 그 기자에 대한 소문도 좋지 않았습니다.”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것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좋지 않은 소문이 있다고 해서 언론사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습니다.”
장수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사장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래서 저도 법적 대응으로만 넘어갈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려 합니다.”
현호는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김태현 기자를 만나 볼 생각입니다.”
“만나서 뭘 하려고요? 따지기라도 할 겁니까?”
“아뇨. 김태현 기자는 제가 누군지 모를 거예요.”
“예……?”
“처음부터 장수연이 누구이고, 뭘 하는지에 대해 관심 없이 누군가 말한 대로 입사 특혜 기사를 썼다면, 저를 만나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아……!”
현호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그녀가 말한 ‘누군가 말한 대로’ 라는 게 자신의 형제를 의미했다.
그녀는 입사 특혜 기사가 나온 것은 송우미디어를 곤란하게 하기 위한 내 형제의 계획으로 짐작하고 있다.
“만약 장수연 씨의 짐작이 맞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제 짐작이 맞는다면 김태현 기자는 그런 기사를 쓰면서 뭔가 대가를 받았을 거예요.”
“…….”
“그런 기자는 언론계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얘기했다.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제가 너무 오버하는 것 같으세요?”
“아닙니다.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녀가 짐작하고 있는 게 맞다.
그러니 현호는 그녀의 생각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반짝였다.
“제 마음을 이해하신다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말에 현호는 흠칫 놀랐다.
“장수연 씨를 도와 달라고요?”
“네. 이번 일에 사장님도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호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김태현 기자가 쓴 송우그룹 기사들을 분석했을 때 자신의 형제를 이롭게 하거나 어렵게 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기사의 타깃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이 그러니 달리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합니까?”
“데모 테이프와 고급 승용차 그리고 돈을 좀 빌려주세요.”
“……?”
무슨 의미인지 몰라 현호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장수연이 생긋 미소로 대답했다.
“제 계획에 필요해서요.”
“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죠. 하지만 수연 씨의 계획을 듣고 난 후 빌려 드리겠습니다.”
* * *
장수연이 돌아가고 난 후, 현호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최명준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장수연 씨의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수연은 현호에게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그녀의 계획을 얘기해 주었다.
“최 실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계획의 치밀성보다 저는 장수연 씨에게 조금 놀랐습니다.”
“왜죠?”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텐데, 기자 퇴출까지 계획해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 예.”
현호는 사실 최명준만큼 놀라지 않았다.
그녀가 엄상현 회장과 장백진의 대화가 담긴 녹음기를 들고 엄현주를 찾아와 폭로 협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수연 씨의 계획대로 잘 될까요?”
“음…… 조금 불안하기는 하죠?”
“네,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엄현호가 입을 열었다.
“우선, 김태현이 정말 장수연 씨가 예상하는 대로 나오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장수연 씨가 김태현 기자를 만나게 되면 최 실장이 뒤를 따라가 보세요.”
“…….”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장수연 씨를 만나 결과를 들어 보세요. 계획을 수정할지는 그때 결정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 * *
“이메일 체크를 좀 할까?”
김태현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자주 이용하는 카페로 와서 자리했다.
음료수까지 주문해서 받아 온 후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 계정에 접속했다.
“어?”
대부분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메일 사이로 낯선 계정이 보였다.
그 메일의 제목 또한 무척 흥미로웠다.
[송우미디어에 대해 제보할 게 있습니다.]
김태현은 그 메일을 클릭했다.
메일 창이 열리며 보이는 내용.
안녕하세요, 김태현 기자님.
기자님께서 작성한 송우미디어 관련 기사를 잘 보았습니다.
대기업 계열 미디어 회사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는 기자님의 열정에 이렇게 용기 내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송우미디어는 신인과 기성 가수뿐만 아니라 지망생에게도 도전의 기회를 주는 열린 시스템을 자랑하는 회사입니다.
저 또한 가수 지망생으로서 여러 차례 송우미디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송우미디어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겪고 난 후, 심한 좌절감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더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님께 제보하고 싶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음…… 흥미로운데.”
김태현은 작년에 있었던 연예계 PR비 사건이 기억났다.
방송사 PD와 연예담당 기자가 가수들의 PR비 명목으로 연예기획사 또는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관행처럼 받아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당시 대형 기획사 대표까지 구속되면서 연예계에 큰 폭풍이 일었다.
그 폭풍은 송우미디어를 비껴갔다. 어떤 PR비도 지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때문에 가수 및 배우, 방송인들로부터 신뢰 또한 두터워졌다.
그런데 자신의 송우미디어 기사 덕분에 뜻밖의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만약 이 사람의 제보가 쓸모 있다면…….
“어느 쪽으로도 돈이 되겠는데.”
김태현은 저절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실, 송우미디어 입사 특혜 건은 박경국 과장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기사다.
그 대가로 돈을 받아 편집국장도 구워삶았다.
하지만 이번 건은 제보자, 송우미디어, 박경국 쪽 모두 접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단, 답장을 보내야겠어.’
김태현은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연락처까지 답장으로 보냈다.
* * *
“아! 답장이 왔어.”
장수연은 흥분된 마음으로 메일을 클릭해서 보니, 그의 전화번호까지 답장으로 왔다.
장수연은 만날 시간과 장소를 타이핑해 다시 답장을 보냈다.
“일단, 시작은 됐어.”
나지막이 혼잣말한 장수연은 최명준 실장에게 전화했다.
“최 실장님.”
[김태현 씨와 연락이 됐습니까?]
“네, 오늘 저녁 만나기로 했어요.”
[데모 테이프는 준비가 됐습니까?]
“네, 도와주신 덕분에 녹음을 마쳤습니다.”
[사장님 주차 공간에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을 겁니다. 수입차인데 운전하기에 괜찮겠습니까?]
“수입차요?”
장수연은 흠칫 놀랐다.
비싼 차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수입차를 빌려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비싼 차는 아니어도 되는데.”
[오늘 빌려 드릴 수 있는 건 그 수입차뿐입니다.]
“아, 예. 조심히 잘 사용할게요. 고맙습니다.”
* * *
김태현은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인 카페로 왔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있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혼자 있는 손님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쨌든 날 찾겠다고 했으니까…….”
카페에 있는 손님 중 제보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김태현은 창가 쪽에 자리했다.
잠시 기다리는데 통유리 창문 밖으로 눈에 띄는 수입차가 주차하는 게 보였다.
그 차에서 긴 생머리의 여자가 내리는데, 걸어오는 방향이 이쪽 카페였다.
‘설마……?’
“혹시, 김태현 기자님 되세요?”
설마 했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아, 네. 혹시, 제게 메일을 보내셨던 분이세요?”
“네, 제가 보냈어요.”
“아, 그렇군요. 앉으세요.”
“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장수연.
“처음 뵙겠습니다. 장은지라고 합니다.”
“김태현입니다. 음료, 뭘 드시겠습니까?”
“주스로 할게요.”
“예.”
김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그 모습에 장수연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내가 누군지 몰라.’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김태현은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이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록 사촌 언니 이름을 사용했지만, 자신을 보면 장수연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꾸미지 않고 평소의 모습처럼 이곳에 왔다.
그런데 그는 전혀 알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이제 내 계획대로 해야겠어.’
장수연이 결심을 했을 때, 테이블 위로 주스 두 잔이 놓였다.
“주스 드세요.”
“고맙습니다.”
“은지 씨는 가수가 되고 싶으셨나 봅니다.”
김태현은 주스 한 모금을 마신 후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네. 제 꿈이에요.”
“그런데 송우미디어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거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장수연은 CD를 그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데모 테이프라고 들어 보셨어요?”
“아, 예.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해 음반사 같은 곳에 보내는 거죠?”
“맞아요. 그 CD에 제 노래가 담겨 있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은지 씨의 노래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네, 있어요. 들어 주세요.”
“예, 그러죠.”
김태현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CD를 넣었다.
그리고 이어폰을 노트북에 연결한 후 플레이를 했다.
다른 악기 연주는 없이 피아노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여자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몇 분간의 노래를 다 들은 김태현이 이어폰을 빼자 장수연이 얼른 물었다.
“노래, 어땠나요?”
“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노래 같네요.”
“그렇죠? 가수 예희의 인기곡이에요.”
“아, 예희! 알죠. 그래서 노래가 익숙했네요. 그런데 상당히 비슷한데요.”
당연히 그럴 것이다.
가수 예희의 노래를 가사만 바꿔서 녹음한 것이니까.
하지만 장수연은 김태현을 테스트하기 위해 애써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제가 데모 테이프를 여러 차례 송우미디어에 보냈어요.”
“…….”
“좋은 결과는 없었죠. 그리고 방금 들으신 그 곡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작년에 보냈어요.”
“…….”
“그때도 잘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올해 초에 가수 예희의 신곡이 발표됐는데, 제 곡과 너무 흡사한 거예요.”
“아! 표절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혹시, 송우미디어에 얘기해 봤습니까?”
“표절이 아니라는 말만 들었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겠죠. 힘없는 창작자는 곡을 뺏기고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기자님, 바로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그 순간, 장수연은 김태현의 눈이 반짝하고 빛나는 걸 포착했다.
이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것이다.
기자의 양심대로 행동할지.
아니면 기사 쓰는 장사꾼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