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엄현태의 플랜
김수환의 인터뷰가 담긴 뉴스가 나간 이후, 가라앉던 민심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양심 없는 송우식품은 당장 문을 닫아라.]
[환경호르몬 식품, 너나 먹어.]
[여러분, 라이스타 빵도 조심해야 합니다.]
[불안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제과 간식도 먹지 말라고 했어요.]
[경찰과 검찰은 뭐 하냐? 사장과 부사장 당장 구속 안 시키고.]
화가 난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송우식품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남겼고, 언론은 이런 상황을 기사화했다.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송우식품에 대한 신뢰로 인해 주가도 매일 떨어지고 있었다.
“신 비서!”
초조한 엄현주는 사무실을 서성이다 짜증이 난 듯 비서를 불렀다.
통화 중이었는지 손에 휴대폰을 쥔 신도길 비서가 황급히 들어왔다.
“여 팀장하고 통화 안 돼?”
“방금, 통화가 됐습니다.”
“뭐라고 해?”
“기다리시라고…….”
신 비서가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얘기했다.
“아잇! 정말…… 짜증나.”
엄현주는 사실 여상길이 기다리라고 말할 줄 알았다. 그걸 알면서도 상황이 좋지 않으니 불안한 것이다.
‘해명도 통하지 않으니…….’
뉴스가 방송된 후, 송우식품은 해명을 했다.
송우식품 사장이 방송사와 인터뷰한 직원을 만난 것은 맞지만 환경호르몬 검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만큼의 대화는 있지 않았고, 그 직원의 징계는 회사 규정 위반과 관련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명은 더 큰 비난으로 돌아왔으며 송우식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불평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엄현주가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 *
“현태 씨.”
배희진이 송우건설 사장실로 들어오며 얘기했다.
“지난번에 부탁한 거 알아봤어요.”
“쓸 만한 게 있어?”
현태는 그녀에게 구창준 대한은행 방배동 지점장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그 조사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구창준 지점장 아내가 무역회사를 운영해요.”
“무역회사?”
“그 회사에서 수입하는 품목에 벽지도 있어요. 명품 벽지 수입업체라고 TV 방송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
인테리어에서 벽지는 아주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일 뿐만 아니라 건설 인테리어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게 또 있어?”
“그 무역회사는 두 사람이 투자했는데, 한 명은 구창준 씨 아내고, 다른 한 명은…….”
배희진이 말하기 전에 엄현태가 누군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구창준 지점장이야?”
“맞아요.”
“잘됐군.”
엄현주와 가까운 구창준 지점장을 자신 쪽으로 끌어올 수 있게 할 좋은 정보였다.
엄현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아내 배희진에게 얘기했다.
“괜찮은 정보야. 수고했어. 고마워.”
이후, 엄현태가 구창준 지점장을 만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반갑습니다, 지점장님.”
구창준을 만난 엄현태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자 그가 손을 맞잡으며 얘기했다.
“처음 뵙습니다, 엄현태 사장님.”
“앉으시죠.”
“아, 예.”
구창준이 맞은편에 자리하자 엄현태가 얘기를 시작했다.
“지점장님은 송우그룹과 인연이 많으신 거 같네요.”
“아! 그렇죠.”
구창준이 그의 말에 맞장구치듯 얘기했다.
“저희 지점이 송우중공업 그리고 송우식품과 거래를 합니다. 앞으로 송우건설과도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합니다.”
“그럼요. 그러려고 지점장님을 만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하하. 고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들은 구창준은 기분이 묘했다.
단번에 저렇게 인연을 맺으러 나왔다는 얘기를 들을 줄 몰랐다.
여러 차례 만나면서 접대를 해야 겨우 거래처가 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현상에서 벗어나면 의심부터 생기듯이 구창준 지점장은 좋은 감정 한쪽에는 의아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아한 감정을 보여서는 안 되기에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저희 은행이 송우건설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최대한…….”
그의 말을 엄현태가 자르며 얘기했다.
“사모님께서 무역업을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
갑작스럽게 아내 얘기가 나오자 구창준이 당황했다.
“아, 예. 그렇습니다만.”
“알아보니 유럽에서 명품 벽지를 수입하시더군요.”
“……?”
“송우건설이 아파트를 건설할 때 인테리어를 맡기는 협력사가 있습니다. 그 협력사에 벽지는 사모님의 회사와 거래하라고 얘기해 놓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구창준은 얼떨떨했다.
엄현태를 만나자마자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내의 무역회사는 크지도 않고 알려진 회사도 아니다.
이런 회사가 송우건설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히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내게도 좋은 일이잖아.’
그 무역회사에는 자신의 투자금도 들어가 있다.
회사가 발전할수록 그 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왜 내 아내 회사와 거래하겠다는 거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도, 엄현태는 재벌가 사람이다.
‘자기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내 아내 회사를 밀어주겠다고 할 사람이 아니잖아?’
그걸 알면서도 무턱대고 이유를 얘기하라고 따질 수도 없는 구창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얘기했다.
“엄현태 사장님 덕분으로 제 아내 회사가 크게 발전하겠는데요. 하하.”
“그 무역회사가 발전하면 지점장님께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죠. 가족이니까요.”
그 얘기에 엄현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회사에 구창준의 지분이 있는 걸 알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무역회사 얘기를 끝낸 엄현태는 다른 얘기를 했다.
“올 하반기에 대한은행 지점별 실적 평가가 있죠?”
“예? 아, 예.”
갑작스럽게 그가 실적 평가 얘기를 꺼내자 구창준은 당황했다.
하지만 엄현태는 그의 당황스러움이 신경에 쓰이지도 않는 듯 다음 말을 이었다.
“실적 하위권 지점장은 교체된다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구창준 지점장님께서는 걱정 없으십니까?”
“아…….”
왜 걱정이 없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은행들이 사라졌고, 버티고 살아남은 은행들은 점포 수마저 줄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 지점장이라는 위치는 괜찮았다. 나서지 않아도 찾아와서 거래를 원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지점장 자리를 지키려면 그에 맞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 실적이 없으면 지점장에서 물러나게 되고, 결국 한직만 전전하다 퇴사하게 된다.
‘그래서 영업할 수 있는 자리는 무조건 찾아가는 거지.’
구창준은 이미 은행 지점장 사정에 대해 아는 엄현태에게 마음을 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송우건설 엄현태 사장님께서 저희와 거래해 주시면 걱정이 없을 텐데요. 하하.”
라이스타 사장이었던 엄현주가 송우식품 사장이 되었지만, 큰 거래실적을 낸 것은 아니다.
마음제과 인수 시기에 대출 거절을 한 것 때문인지 아직 자신이 만족할 만한 거래를 맺지 않고 있다.
송우중공업도 거래선을 다변화한다는 명분으로 거래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그러죠.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정말이십니까?”
망설임 없는 엄현태의 확답에 구창준은 다시 의아했다.
‘왜 이렇게 쉽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마음속에서는 이런 의구심이 드는데,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엄현태의 얘기가 들렸다.
“지점장으로 은퇴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시죠?”
“예? 아,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매년 몇십 명의 지점장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실적은 떨어지고 은행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창준은 자신의 은행원 생활을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점장님께서 은행장이 되실 때까지 함께할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하시겠네요?”
“……!”
이 말을 듣는 순간 구창준은 알았다.
아내의 무역회사를 시작으로 은행 실적과 은행장까지 얘기한 데에는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것을.
그걸 들어준다면……?
번창한 무역회사와 은행장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이에 구창준은 직접적으로 얘기했다.
“엄 사장님, 제게 원하는 게 있으시죠?”
그의 물음에 엄현태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게 뭡니까?”
“라이스타 대출 연장기한이 곧 끝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라이스타 쪽에서 재연장을 신청했습니다.”
“재연장을 거절하세요. 그게 제가 원하는 겁니다.”
“재연장을 거절하면…….”
구창준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재연장을 거절하면 라이스타는 분명 어려움을 겪게 될 게 뻔했다.
그럼에도 재연장 거절을 요구한다는 것은 엄현주를 곤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후계자 다툼이 계속되는구나.’
지난번 라이스타의 마음제과 인수 때 신규 대출을 거절하라는 지시를 은행장에게서 받았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는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이 나서서 은행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지금은 송우건설 엄현태 사장이 자신에게 직접 얘기하는 게 다를 뿐이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렇다.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자식들 중 누가 후계자가 되는가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지.’
그건 엄현태 사장이 앞서 얘기한 것들이다.
“엄 사장님께서 저를 지원해 주시겠다는 겁니까?”
구창준은 정확한 답을 듣기 위해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엄현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창준은 결심한 듯 진지한 눈빛을 띠며 대답했다.
“저를 밀어주신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그의 대답에 엄현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사장님.”
여상길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엄현주가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어서 와요, 여 팀장.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은 어떻게 되어 가는 거예요?”
“조건 하나만 해결되면 우리 플랜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세 배를 주겠다고 했는데, 조건을 걸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여상길의 거짓말이다.
그 사장은 세 배를 받는 것 말고 다른 조건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여상길이 해결하고 싶은 게 있기에 지금껏 시간을 끄는 척하며 엄현주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조건이 뭐예요?”
“김수환 연구원의 징계를 취소하고 원상 복귀시키는 겁니다.”
“뭐라고요?”
“복잡한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수환 씨가 찾아왔을 때 그의 얘기를 들었더라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아…….”
짜증이 나는지 엄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김수환 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커지는 만큼 송우식품에 대한 비난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수환 씨 징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을 했는데…….”
“사장님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한창일 씨가 그 부분도 커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요?”
여상길은 장담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그러면, 언제 방송이 나오는 거예요?”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오게 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엄현주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이것은 잠시의 평온일 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