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안타깝지 않게도, 난 아시아에 더 머물기 힘든 몸이 되었다.
국가가 극한으로 모든 것을 끌어다 쓰는 국가총력전에 환멸을 느낀 우리 페탱 원수님의 해결책은 2년이 지나서야 확실히 보였다.
소규모 강군.
보병 비율을 줄이고 나머지 분과에 돈을 처발라 기동력을 상향시켰다.
중간층, 허리가 될 부사관의 편제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대신 병사 편제를 줄였다.
이런 병사-부사관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
“의무 복무를 다시 2년으로 줄이셨네.”
당장 독일이 위협되지 않고, 주어진 예산 안에서 돈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징집의 최대 강점은 바로 예비군이다. 아무리 전역한 지 오래되었어도 칙칙한 군대의 색만 봐도 몸이 군생활을 기억하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페탱 원수님은 무려 3년에 걸쳐 이 최대 장점을 과감히 포기하셨다.
과연 이게 맞는지 판단이 안 서지만 하나는 안다.
지금 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2월 하원에서 자신의 공식적 독재를 연설했다.
루르의 여파로 경제 재건의 꿈이 무너진 독일 내부에는 반프랑스 여론이 극단적으로 끓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버린 신생국 폴란드는 아직 민주주의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언제라도 반민주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 후보로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이미 집권 세력에 가까운 이지만 더 큰 권력을 위해 독재를 시도할 것 같다.
독일의 불만.
찢어진 발칸의 내부 분쟁.
프랑스의 분열.
이탈리아의 파시즘.
폴란드의 반민주화.
마지막으로 영국의 노력 없이 모든 것을 얻고 싶어 하는 날먹 마인드까지.
난 이 모든 것을 그간 프랑스의 대육군이 억제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나 페탱의 개혁과 나의 빈자리, 포슈 원수의 퇴역에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외교적 고립까지 더해지니 꾸물꾸물 유럽 전역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대전쟁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었다며. 이 꼬라지는 뭔데.”
사실 언급한 모든 사안들은 그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흔히 말하는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굳이 내가 책임져야 할 것도 없고 딱히 직접적인 피해는 적어 보이니 크게 내 신경을 건들진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딱 한 가지가 내 마음에 걸린다.
바로 프랑스의 공포.
독일이 분노하니, 프랑스가 두려워하는 이 괴상한 관계.
친독 여론이야 약간은 있을 수 있지. 그간 유럽 역사에서 한번 싸우고 나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승전국이 패전국을 두려워하는 경우는 없었다.
분명 내가 알기론 없었는데, 왜 하필 그 첫 타자가 우리인 느낌일까.
프랑스의 그랑다르메는 약해지는 게 아니다. 규모만 약간 줄어들 뿐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두려운 거다. 다시 한번 모두가 전쟁터에 끌려가고 또 한 번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그런 전쟁이 다시 시작될까 봐.
나도 벨 에포크와 대전쟁의 갭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생각보다 크다.
마치 내가 겪었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한번 용기가 사그라든 프랑스는 점점 장애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이것.
“무슨 선?”
“마지노 선 계획입니다. 전에 주장하던 내용을 조금 보강한 듯 보이는데 적의 우회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는-”
“그 새끼 짤렸잖아.”
“하지만 앙드레 마지노의 의원직은 여전하지요. 안건 발의는 모든 의원이 가능한 일입니다.”
이게 발의된 것까지는 그렇다 쳐. 근데 이딴 국가적 사치를 지지하는 이들이 그리 많다고?
이건 마치 무당의 부적 같은 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무언가 효과는 있을 것 같은 그런 비싼 물건.
앙드레 마지노가 만약 정말로 독일을 막으려는 계획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발의한 거라면 그는 정치에 확실히 재능이 있다.
대충 들어보면 뭔가 국가 안보에 딱 필요해 보이고 시각적으로 결과물이 있으며 이를 통해 안도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돌아가야 한다.
“그딴 건축물보다 그냥 내가 돌아가는 게 더 효과 좋을 거 같은데.”
리프에서 보여준 결과물은 같은 편이라면 안심할 수밖에 없고 떠오르는 일본 제국에서 S급 인재라고 인증 마크까지 받았다.
물론 가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적에 몇백억 프랑을 꼬라박는 것보단 낫지.
“그럼 애들보고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응?”
“왜 그러십니까?”
“아니, 넌 남아야지?”
난 돌아간다고. 나는.
근데 너는 남아야지.
“저는… 말씀이십니까?”
“우리 중화민국 손님들은 그냥 놔둬?”
딱히 일본처럼 대량 구매해줄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손님이잖아.
‘대충 조금 사서 뜯어보고 알아서 생산하려고 발악하겠지만 상관없겠지?’
중화민국군이 강해지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주, 준장님?”
“어허, 맡은 임무는 깔끔히 처리하고 복귀하도록.”
어디서 은근슬쩍 나 따라 귀국하려고 해. 아직 영관급이면 발바닥 땀나도록 뛰어다닐 때지.
“나 소령 때는… 에휴, 말을 말자.”
“아….”
1925년 7월.
3년의 아프리카와 아시아 파견을 무사히 마치고 난 귀국길에 올랐다.
당연히 파비앵은 빼고.
***
8월 8일. 미합중국 수도에서 수천 명의 KKK가 행진을 할 때.
나 또한 프랑스의 개선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을 이러했다.
아무래도 묵혀둔 날 제대로 써먹고 싶었던 우리 페탱 원수님. 그간 서러움인지 답답함인지 모를 감정들이 많이 쌓이셨는지 아예 나의 귀국길을 리프 전쟁 승전 행진으로 연결지으셨다.
‘아니, 그거 끝난 지가 언젠데?’
비록 종전한 지 오래되었지만 사령관인 내가 없었으니 제대로 끝난 거 아님. 아무튼 아님-을 시전하시며 내각의 미약한 반항을 누르시고 파리 한복판에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셨단다.
나야 몸만 오면 되긴 일이긴 했다만… 단독 주인공으로 열병식이라. 대전쟁 끝나고도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약간 좀이 쑤신다고 할까.
“날 가져요, 모헬 준장님!”
“꺄아아아악!”
아, 아니면 사실 오랜만에 집가기가 무섭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보통 말을 타고 천천히 외각에서부터 시내로 진입해 개선문 찍고 엘리제 궁으로 가는 루트가 프랑스 행진의 정식 루트다.
나도 딱 정석 루트에 맞게 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대신, 신형 전차 위에서.
르노가 드디어 중전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르노 R 시리즈가 나왔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한 15년은 빠른 건가?’
우리를 보고 따라 만들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기술 격차는 아마 10년 안으로 줄어들겠지만, 아무튼 새로운 전차가 나왔다는 점에서부터 벌써 기대가 되는 마음 반.
“근데 말이야, 샤를. 이거 누가 봐도 내가 파리로 진격하는 모습 아니냐?”
“실제로 전부 실탄 준비되어있네.”
“시발… 누가 준비했냐.”
“원수님 명령으로 내가 주도했지.”
“미친놈.”
“이렇게 해야 네놈이 더 미친놈처럼 보일 거 아니야. 저거 봐. 벌써부터 효과가 좋군.”
에투알 개선문에서 실제로 2km 정도밖에 안 떨어진 엘리제 궁전에 가까워지니 그 앞에 있는 이들의 분위기가 잘 보인다.
“아직 잘 안 보이긴 해도 표정 썩은 게 느껴지는데.”
“이거 보게. 효과 하나는 죽이지 않나. 저들도 우리가 실전 무장 그대로인 걸 아는 게야.”
“미친 새끼야…”
내가 주인공인 행진이라고. 일본 방문 이후 인종 상관없이 잘 지내는 평가를 밀어보려고 했는데 이거 뭐야.
“자넨 이게 어울려. 가서 확실히 기강 좀 잡아주게.”
“하아….”
원수님이 날 띄워주는 건 좋은데 이 정도는 안 바랐다고. 애초에 장관이면 내각의 일원이잖아. 좀 정부랑 잘 지내서 군과 정부 사이의 윤활유 역할 해주는 거 아니었어? 이건 싸움 붙이는 거로밖에 안 느껴진다.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결국 엘리제 궁 앞에서 내가 탄 전차는 멈췄다.
도착해서 난 뒷문 해치를 열고 나오는 대신 전차 위 장갑을 밟으며 땅으로 나왔다.
그 앞에는 흐뭇하게 날 바라보는 페탱 원수님과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똥씹은 표정으로 날 마주한다. 아마 얼마 전 총리 되었다는 폴 페인레베인 것 같다.
“크흠, 잘 오셨소! 리프 반란을 무사히 토벌하고 돌아온 그대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요!”
“예.”
싸가지 없게 단답하니 옆에 있는 우리 원수님 입가가 더 찢어진다. 나보고 날뛰지 말라고 그렇게 쥐잡듯 잡으시던 분은 어디가고 어화둥둥 해주는 사람이 여기 있데.
마치 들으라는 듯이 총리의 지겨운 격려는 이어졌다.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난 다 이해하는….”
“그랬죠.”
중간중간 난 형식적인 답만 추임새처럼 넣어주며 이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은 우리 페탱 원수님의 차례.
설치된 마이크 앞으로 페탱 원수님이 웃으시며 나오신다.
“충성! 준장 베르게르 모헬.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였습니다!”
“좋아, 내려.”
방금과는 사뭇 다른 태도에 우리 살짝 물러난 우리 총리님 표정이 더 썩어가는 것 같다만… 뭐. 너 나 알아? 난 너 처음보는데. 그리고 듣자하니 너도 파리목숨이라며.
지금 이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페탱은 격려보다는 새로운 명령에 가까운 덕담을 하셨다.
“아직 우리의 적은 도처에 널렸네. 부디 프랑스의 창으로 무뎌지지 말게. 앞으로 나오도록.”
이후 페탱 원수님은 그랑크루아 훈장을 내 가슴팍에 달아주셨다.
그랑크루아. 전에도 준다고 몇 번 하셨지만 내가 귀찮고 군에 남기 싫어서 안 받았지만 일제 것도 받아먹은 마당에 이젠 거절할 명분도 없다.
“충성!”
나의 경례와 함께 수만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가 엘리제 궁전을 흔든다.
“모헬 준장 만세!”
“프랑스여, 영원하라!”
“그가 돌아왔다아!”
전율이 일만큼 내 몸이 떨리는 소리에 나도 이제야 체감이 된다.
드디어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스 육군 진급 필수 요건이라는 식민지 파견을 충족시키다 못해 아예 남의 영토까지 드나들며 일하다 이제야,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내 자리.
내 역할.
내 임무.
나의 것들.
왕좌를 되찾는 기분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그보다는…
‘이제 내 앞길에 장애물은 없다.’
오늘이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이 된 기분이다.
아니, 이건 그저 그런 기분이 아니다.
시민들의 환호와, 페탱 원수님의 평온한 표정이. 그리고 그 너머 보이는 비온 뒤 썩은 나무같은 저 목석들이 말해준다.
프랑스 공화국은 오늘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음을.
그렇게 개선행진인지 무력시위인지 모를 행사와 이후 의전이 전부 끝나고.
나의 소식은 전 세계로 터진 수류탄처럼 퍼져 나갔다.
[돌아온 대육군의 스피어.] [모헬 준장, 차기 원수 후보로 등극?] [프랑스의 공격정신이 아시아에서 돌아오다!] [이것은 유렵의 평화인가 아니면 새로운 전쟁 신호인가?].
.
.
[He‘s Back.]다음 날, 난 조용히 풀과 가위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