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저흰 절대 모헤르 준장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와서 배웅까지 하는 그들에게 난 꼬옥 껴안아 줬다.
‘포토타임. 찍으세요.’
충분히 몇컷 찍을 시간을 준 뒤 난 내 머리를 톡톡 가리키며 강조했다.
“적아의 숫자. 기술의 수준. 병력의 포진과 대진.”
이번에는 주먹을 쥐어 가슴을 탕탕 쳤다.
“그 모든 것들의 기초는 바로 우리의 마음과 정신입니다.”
그러곤 가장 앞에 있는 히데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또한 내손을 잡고 흔들었다.
“잘 가십시오.”
“잘 지내시오.”
그는 단촐하게 안부를 전했고, 난 그 마음을 잘 전달받았다는 듯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항구까지 나와준 이들의 9할은 군복 입은 남정네들임은 안타깝다만 그간 남자들만 이해할 정신론을 펼쳤으니 이해는 한다.
고작 석 달의 시간. 우리 포슈 장군님의 사상이 저들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게 어찌 변질될지는 나아중에 확인해보겠으나 일단 난 확실히 알려줬다.
몇몇 여성들은 떠나는 나의 뒷모습에 끝까지 손수건을 흔들어준다.
오늘만큼은 정복에 훈장과 장식까지 단 나는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다시 군함에 탑승했고, 몇몇 호위함이 연안까지 우리를 호위했다.
타국 국가원수처럼 대접받고 돌아가려니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 빠져야 한다.
‘나도 사실 엘랑 비탈 잘 모른다고. 자세히 물어보면 골치아파.’
만약 한 놈이라도 나한테 ‘적한테 포위당했을 때의 엘랑비탈의 효과는?’이라고 물어봤다면 난 어버버거리다 ‘음, 결사항전?’이라고 멋없이 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끝내 엘랑 비탈을 파는 데 성공했다. 자세한 것은 저들이 스스로 학습해서 채워주길 바랄 뿐이다.
“후우,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자네도 고생했네.”
파비앵은 내가 대놓고 꺼내기 힘든, 정의로운 엘랑주의자가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담당해왔다.
“헌데 준장님. 정말 그 공격정신론이라는 게 존재하는 겁니까?”
음, 부작용이다. 너무 많이 팔아 재꼈더니 파비앵도 실수로 한 병 마신 것 같다.
“파비앵, 사람이 언제 많이 죽는지 아나?”
“참호돌격할때요.”
“그거 말고. 진정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죽어나갈 때.”
기관총 진지가 바로 앞에 있을 때?
대량살상에 적합한 신무기가 나왔을 때?
그도 아니면 나라가 망할 때?
전부 아니다.
“새로운 신념이 퍼졌을 때. 그때 사람이 많이 죽는 거야.”
어떤 분야의, 어떤 사상이든 상관없다. 사상은 각 개인이 판단하기를 원치 않으며 오직 전염병처럼 퍼지며 일방적으로 주입된다.
“그럼 엘랑 비탈이 잘못된 신념인 것입니까?”
“나야 모르지.”
나도 저거 안 먹어봤다니까? 그냥 포슈 장군님이 만들었고 대전쟁 개전 초중기에 퍼져있던 게 사실이잖아.
난 제조사, 성분표시 확실히 하고 팔았다. 베르게르 모헬, 무죄. 땅땅땅!
그래도 마냥 약만 판 것은 아니다. 무기도 팔았으니까.
“자, 그럼 자넨 돌아가서 일본과의 계약 내용을 본토로 정리해서 보내게.”
“…….”
원수님이라면… 음, 며칠 잠 좀 설치시다가 승낙하시겠지. 어차피 미국이나 영국과의 사이는 더 나빠질 것도 없고 경제적인 제재가 들어오진 않을 테니까. 그냥, 그것들 기분 나빠하고 말지 않을까.
“그리 간단히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가 한 짓은 명백히 외교적 월권이자 국제적 분쟁 사안입니다.”
“그래? 그럼 누가 나한테 뭐라 하는데?”
섬나라 애들? 집구석에서 돈만 벌고 싶어 하는 그놈들이? 그도 아니면 페탱도 못 건드는 우리 정치인들께서?
나를 비판할 수 있는 자는 국가의 근간인 국민뿐이나, 안타깝게도 그분들은 날 너무 좋아하신다.
군부 내에 나의 적은 없다. 프랑스 내에도 내 적수는 없다.
그럼 도대체 내가 누구 눈치를 봐야 하는데? 되려 이건 칭찬받고 진급해야 하는 사안이지.
장단기적 국가 이익, 장기적 국가 안보를 모두 챙겼잖아.
“그 생각을 페탱 원수님께 설득하실 수 있으십니까?”
“파비앵, 아직도 모르는군. 때로는 말이야.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를 비는 게 빠를 때도 있는 법이네.”
이 진리를 아직도 못 깨우치다니, 참으로 딱하구나.
“아, 예외도 있으니 굳이 시도는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꺼내지 않겠다는 생각을 저리 온몸으로 표현하니 나도 말을 덧붙였다. 넌 아니야. 난 용서 안 해.
나의 말마따나 본토와 전장을 오가는 페탱의 연락은 아주 예상대로였다.
처음은 당연히 분노.
그다음은 원망.
그리고 한두 달이 지나고 사업을 진행할 때가 되니 타협과 현실을 바라보신다.
다시 시간이 흘러, 5월. 페탱은 끝내 받아들였다.
이 정도면 유럽 최고 대학이라는 파리 대학에서 페탱 전공 박사 학위를 줘야 하지 않을까.
“허락받기 완료.”
“장장 다섯 달에 걸쳐서 용서를 받으신 겁니까.”
“허락이나 용서나 결과는 똑같잖아.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 몰라?”
“그럼 그 다섯 달 동안은 결과가 없으니 정당하지 않으셨던 것은 인정하십니까?”
“아니지. 의도는 처음부터 좋았잖아.”
자꾸만 나한테 어디 죄책감이라도 느끼게 하려는 모양인데 그런 건 이미 서부 전선에서 다 버리고 왔다고.
‘이미 난…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걸.’
어쨌든.
장장 반년에 걸쳐 우리 쪽 준비는 끝났고 5월이 지나니 일본도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이상한 점이 부분부분 있긴 했다.
대일본헌법 20조.
[일본 신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진다.]우리 프랑스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으니 여기까진 딱히 이상할 것은 없는데…
“일본 제국이 5월부터 아예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켰잖아?”
“그렇습니다. 세금 15엔 이상 납부하면 25세 이상의 남성은 참정권이 확대됩니다. 추가로 전국 의원들은 전부 선거직이나 귀족원들은 임명직 의원, 혹은 세습직 의원을 맡습니다.”
“그래, 그런 놈들이 통과시킨 게 바로 병역법이고.”
본래 있던 부분적 징병령을 전국 병역법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징병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근데 모든 영장이 육군의 이름으로 발부된다고?”
“해군에 입대하면 무효가 되긴 합니다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음, 아주 개싸움 시작이네.”
모든 징병법에서는 육군 복무를 기준으로 하되, 해군에 ‘자원 입대’할 경우 영장을 무효처리 해준다.
이게 언뜻 보면 그냥 육해군 똑같이 복무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냥 어지간히 바다에 미친놈 아니면 육군으로 가는 거다.
게다가 해군 군축과 나의 방문 이후 육군뽕에 차버린 일본은 육군제일을 외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난 아주 당황스럽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운 게 아니라.
‘이게 나한테 이득인 건가? 아니면 그냥 아무 상관 없나?’
손익 계산이 어려워서 혼란스럽다는 거다.
“현재는 상비병역, 후비병역, 보충병역, 국민병역 등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징집률은 높아질 겁니다.”
“97%까지는 올려야지.”
“…그 숫자는 또 어디서 튀어나오신 겁니까.”
“경험.”
그쯤 되어야 내 일본 재무재표 대변에 확실하게 ‘이익’이라고 적을 수 있을 거 아니야.
비록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일본 육군은 나와 함께 엘랑 비탈을 외쳤지만 솔직히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런 하나의 정신론으로 치부되며 사양할 수도 있고, 아니면 육군의 주된 교리까지 자리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징집과 그로 인해 늘어나는 육군에 우리 프랑스 군수산업은 결과물이 확실하다.
“저는 준장님께서 어중간한 일본군 키우기 놀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리 진심으로 나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지, 아니지. 어차피 내가 알려주는 것들은 전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하게 되어 있는 것들이야.”
대전쟁에 소규모지만 참전까지 했는데 어찌 모르겠어. 군의 전체적인 수준은 몰라도 최소한 새로운 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저들도 알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난 그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대가를 조금 받은 거다.
‘내, 내 르노 주식이!’
주식시장 천장을 뚫어버리는 소리가 이곳 잔장까지 들린다.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다 싶다. 이제 잔장에서 조금만 시간을 더 보내다가 곧 다가올 귀국 날짜만 확인해서 돌아가면 이 지긋지긋한 아시아 생활은 끝.
‘가족이 보고 싶어.’
언제까지 기러기 아빠 해야 해? 아직 팔팔한 30대인데 홀로 벽보고 외로워해야 하냐고.
일-프의 새로운 군수 조합.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강력해질 시너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는 배가될 테고 난 적당한 시기에 발만 빼면 된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언제나 그래왔듯 나의 휴식은 길지 못했다.
“그, 국민혁명군에서 오셨다고요.”
필피핀부터 일본까지 돌아다녔으면 이제 더 나 찾을 사람도 없겠다 싶었는데 이젠 프랑스와 아예 외교적 관계조차 없는 곳에서 날 찾아온다.
“저희는 정당하게 중화를 계승한 국민당의 혁명군입니다. 작년부터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허, 전 모르는 일입니다. 설령 그게 사실이어도 이리 추궁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뭐 어쩌라고. 이제와서 찾아온들 달라질 건 없다. 이미 일본에 공장 이전까지 시작했는데 지금 나한테 따진다 한들 난 꿈쩍도 안 할 거다.
“참으로 저희 중화민국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저들의 속셈을 뻔히 아시면서도 당장의 이익에 미래를 파시다니요. 저들은 분명 이곳 잔장을 넘어 인도차이나까지 손을 델 겁니다.”
“예예, 조언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
참견 안 사요.
이미 잘만 팔았고 앞으로도 잘만 팔게 생겼는데 왜 그만두겠나.
꼽으면 본토에 있는 우리 페탱 원수를 설득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용서받는 방법을 시도해보던지.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너흰 둘 다 안 될 것 같다만.
“후우, 지금 중화민국은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쑨원 전 총통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중화는 다시 한번 전운이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공산당 놈들은 이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지역군도 말을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쉽게도 이를 중앙에서 통제할 국민당은 좌파와 우파로 나뉜 상태지요.”
“그래서요?”
너희도 좌-우로 싸우는 거 알겠어. 나도 경험해봐서 아는데 그거 답도 없지.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해서, 장제스 국민혁명군 총사령관님께서 군을 개혁하시고 중화에 평화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 아하.”
쉽게 말해서 너희도 일본에서 우리가 한 짓을 보니까 서비스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는 거지?
그러니까, 손님이네?
“흠흠,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지. 일단 식사부터 하실까요? 파비앵!”
중화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걸 예의로 아는 문화렷다.
난 곧장 나를 대접하던 일본인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