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과거 대전쟁 당시에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를 대자면 바로 부대의 위치와 재편이었다.
계속되는 교전으로 부대가 아스팔트 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리는데, 재편하고 재배치하는 사이에 틈이 생기고 위치를 서로 확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부대 하나가 녹았다면 예비 병력으로 바로 채우면 그만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피해가 한 부대에만 집중되는 문제점은 둘째 치고 위치. 본래 녹기 전 그 부대가 지키고 있던 위치를 자칫 적에게 내줘야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전장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대.
대전쟁 당시에도 이 때문에 우왕좌왕하다가 밀린 경험은 모든 참전국이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프랑스는 ‘빠른 진격’이라는 조건까지 추가하니 더더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두 가지.
하나는 본래 녹은 부대 위로 새로운 부대가 지나간다. 마치 뜯어진 포장지 위로 새로운 포장지를 덮는 거다.
이는 베르게르 모헬이 최초로 ‘초월 공세’라는 개념을 아르덴 숲에서 제시했던 것을 본뜬 전술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이것.
“다음은 어디 차례야.”
“7사단. 전방 4km까지 내일 오전까지 공세입니다.”
“그럼 우리가 측면을 보조하고 곧장 선두를 탈환한다.”
바로 각 부대의 주어진 임무를 부여해 극한의 효율을 뽑겠다는 프랑스 지휘부의 원혼이 담긴 임무형 지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어야 하는데, 먼저 원활한 통신.
“단거리만 야전선 쓰고 나머지는 그냥 무선 통신으로 돌려! 어차피 적이 해독하기 전에 끝난다!”
“알겠습니다!”
당연히 임무를 완성하기 위한 빠른 기동력과 충분한 화력.
“장난하냐! 이대로면 시간 안에 못 끝낸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우리 쪽 피해가 더 커질 것입니다!”
“어차피 앞으로 쭉 우리가 예비 부대 역할 해도 되니까 그냥 피해 무시하고 싸우라고!”
마지막으로 유연한 지휘 변화였다.
“가믈랭 총사령관님, 1산악 사단 위치 사수를 마쳤습니다.”
“곧장 뒤에 있는 포병 끌어모아서 토리노를 오늘 친다. 파비앵은?”
“여전히 선두에 계십니다.”
“그럼 제노바에서 올라오는 적은 전부 막으라고 해. 그놈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그 외로도 적지 지도도 없던 대전쟁 시절과는 달리 지형 숙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적을 끊고 뚫고 가르기를 반복하며 나아간다. 그 칼날이 전차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며 병력, 화력, 기술력, 전술까지 압도적이니 지체할 것 없이 가믈랭은 속도에 속도를 더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긴 하는군.”
“다만 대독전에서 쓸 만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야전 지휘관의 대응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판단을 하진 않을 테니까. 그나마 지금보다 소규모라면 쓸만할지도 모르겠네.”
모두가 톱니바퀴 전술이라 부르는 두 번째 방법은 프랑스로서도 첫 실전이었다.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전술. 참모들 또한 ‘구현이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외쳐댔으나 어찌저찌 먹히긴 한다.
‘약한 적에게는 더 잘먹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꽤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가믈랭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오직 약한 적에게만 강하게 작용하는 전술이라면 그닥 쓸모 있어 보이진 않는다.
‘조금만 강군을 만나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후방에서 전체적인 시선을 보는 한 인간이 지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야.’
한 인간의 완벽한 지시.
그런 게 있었다면 일개 대대에까지 참모들이 필요하지 않았겠지. 저치들이 완벽하다고 외치는 두체나 총통도 군대 지휘 한 번만 해보면 얼마나 지옥 같은지 그 실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모헬 각하조차 야전 지휘는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했다고.’
여하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가믈랭이 볼 때 지금 이탈리아군은 전진 기어도 빼내어 후진 기어로 쓰고 있다.
작금의 대육군 또한 완벽하지 않으나.
여전히 온갖 곳이 삐걱거리고 곳곳에 웅크리던 문제점이 온몸을 쫙 펼치고 있으나.
약자멸시는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
‘이상하다?’
이탈리아는 분명 수만의 대군을 해외로 즉각 파병할 수 있을 만큼의 군사강국 아니었나?
식민지도 본토보다 더 크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까지 삥뜯을 만큼 강소국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등급으로 치자면 트리플A는 아니어도 더블A는 받는 국가였단 말이다.
개전 2주 차.
베이강 원수의 지시 하나가 현 정세를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이탈리아 내부로 추가 진입하는 병력 없음.’
국경 인근을 점령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베이강은 추가 병력 투입을 멈췄다. 대신 남은 이들을 전부 라인란트 건너편에 배치하길 택했다.
이에 대해 내가 슬쩍 물어보니 베이강은 그 이상의 답을 돌려줬다.
‘사단 한 네 개? 아니지. 6사단 급으로한 세 개?’
‘뭐가 말입니까?”
‘그 정도면 충분했을 거란 이야기네.’
‘…….’
승전보가 매일같이 내 책상 위로 올라온다.
정치적으로 내가 아는 이탈리아는 대외적으로 공허한 승리를 외치는 놈들이었는데, 설마 군대까지 공허할 줄이야.
그들은 어떠한 징집도 아직 하지 못했다. 예비 병력을 끌어모아서 후방에 버틸 생각도 할 수 없는 게 그전에 전쟁이 끝날 판이다.
“상비군이 이 정도면…”
“그냥 체급으로 버티려던 것 같습니다.”
단기전은커녕 대규모 교전도 상정하지 않은 채 살아온 거다.
설마 무솔리니는 그냥 주변국들보다 약간 우월한 군사력으로 이것저것 뜯어내 패권을 완성할 생각이었나.
만약 그게 진실이라면…
‘도대체 그딴 생각은 어떻게 나오는 거냐.’
역사적으로 적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지 않으면 보통 잠자코 사는데 말이지. 도대체 누굴 보고 배운 거야.
몇 년 전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 투입했던 병력이 근 50만은 되었던 걸로 안다.
물론 한 4할이 뒤지긴 했지만 그래도 잘 보충하지 않았겠나.
심지어 규모는 적어도 이탈리아 또한 가스도 쓴다. 당연히 항공기와 전차도 수백 대씩 보유한 국가이고.
허나 올라오는 보고서만 봐서는…
“전부 경전차라고? 하다못해 중경전차도 아니라?”
“20톤 이상의 전차는 극히 드물다고…. 그리고 확장 정책에 따라 이탈리아의 많은 병력이 이탈리아령 동아프리카에 가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나치… 너희 정말 이런 애들이랑 손잡으려고 한 거야? 동맹 사기당한 거 아니지?
군대 자체뿐만 아니라 지휘관들도 심각하다.
본인들 딴에는 피에트로 바돌리오나 로돌포 그라치아니를 역사적인 명장으로 선전해왔던데…
‘파비앵 선에서 컷.’
부사관 출신한테 졌으면 감히 변명도 못 하지.
뭐든 좋다. 이탈리아가 사실 요란한 깡통이었단 사실은 어쨌든 좋은 소식.
겉으로 보이는 우리의 군사력은 더욱 고평가될 테니까.
마침 적절한 시기다.
“빅터,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가 지금 라인란트 총지휘관인가?”
“그렇습니다. 총통을 제외하면 나치 독일 야전사령관 최고계급자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전하게. 지금 본인들은 로카르노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사실적시만 하시는 겁니까?”
“그 정도면 충분할 거네.”
굳이 입 아프게 더 떠들 것도 없다.
너희 또한 내게 전쟁 명분을 제공할 것인가. 그 문제부터 가만히 앉아서 고민하고 있으라고.
라인란트에 독일 병력이 늘어난다고 과거처럼 밀릴 것 같지도 않으니 슬슬 이탈리아의 전후 처리 문제도 고민해야 할 거 같다.
본래 파시즘 정권을 직접 무너트리는 계획은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침공 계획도 대독전 준비를 모두 쏟아부은 것. 전쟁 시 일어날 일에 대한 가정은 많이 했었으나 딱 종이 속 이야기에 불과했었다.
허나 이제는 진짜 이탈리아의 목숨줄이 우리 손에 들어오게 생겼다.
‘확 괴뢰 정권을 내세워 식민지화로… 에이. 아니지, 아니지.’
이건 진짜 100% 프랑스 전공을 만들어진 식탁이라 홀라당 다 먹어도 되지만 자꾸 겉으로는 독일을 압박하는 척 나한테 ‘독식 금지!’를 외치는 이웃 국가의 예비 총리님이 계신다.
‘천천히. 급할 거 없어. 하나씩 소화하면 돼.’
분명 나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업 능력을 삼켜서 한 단계 도약하려던 것이겠지.
이탈리아, 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우리 프랑스를 얼마나 위로 올려줄까.
한 달짜리 전쟁치고는 결과물이 너무 달콤하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나쁜 생각.
‘만약… 독일을 먹으면?’
물론 전체는커녕 반의반도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그게 가능하다면…
“각하? 지금 침 흘리고 계십니다.”
“쓰읍, 아무것도 아니네. 일 다 봤으면 나가.”
흠흠, 절대 그런 나쁜 생각은 다시 하지 말아야지.
이게 전부 자꾸만 명분을 주려고 안달 난 나치 때문이다.
***
비록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들은 외쳤다.
정예 병력 80만.
1천 대가 넘는 전투기와 폭격기.
1천 대에 이르는 전차.
특히나 해군 전력으로는 나름 군축 조약에 낄만한 수준이었는데 이번 전쟁에선 딱히 큰 의미는 없으니 제외하고.
그렇더라도 이탈리아는 본인들이 아주 강한 군사 강국임을 외쳐왔고, 모두가 반쯤은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개전하고 3주가 지나니 분위기는 한층 달라졌다.
모두가 이탈리아의 졸전에 손가락질을 했는가? 그 또한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군축 했다며! 분명 군축 했다고 했잖아!’
‘예산도 줄이고 병력도 줄이고 무기도 줄였잖아!’
‘이, 이게 말이나 되나?’
이탈리아전에 투입된 프랑스 병력은 예상보다 적었다. 다만 이탈리아 본토에 남아 있는 병력이 그보다 적었을 뿐이다.
이탈리아를 아무리 저평가한다 한들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어차피 드러난 거, 프랑스는 아예 숨기지도 않았다.
“드골 의원님! 이번 이탈리아에서 시행된 작전이 본래 독일과의 전쟁을 상정한 전쟁 계획이라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비록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보완하여 더욱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모헬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일부 증거와 함께 내각이 오픈한 정보는 당연히 독일의 귀에도 들어갔다.
“…6주?”
“정확히 42일 안에 베를린까지 점령한다는 계획입니다.”
“하, 하하하!”
총통의 실성해가는 웃음소리는 이어지는 정적을 더욱 부각했다.
“하하… 이리 웃긴데 왜 아무도 말이 없나?”
“각하, 이건 전혀 현실성 없는 계획입니다. 상식적으로 42일 안에 이런 돌파라면 보급선과 전방 병력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또, 또 나를 속이려드는군.”
분명 그들은 히틀러에게 확언했었다.
비록 프랑스를 침공할 순 없지만, 영토로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헌데 보아라. 저 가을 낙엽처럼 맥없이 쓰러지는 이탈리아군을.
아무리 저들이 약하다 한들 열강이고 다수의 식민지와 패권을 구축하는 나라다.
“6주가 비현실적이라면. 8주? 10주?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 무너졌겠나?”
“각하, 저희는….”
“전부 닥쳐! 그럼 내게 말해보게. 최소 병력의 반이 사라졌을 프랑스를 지금 공격해야겠나?”
라인란트에 병력까지 배치했다.
6사단을 비롯한 저들의 정예 사단이 자리를 비웠다.
만약 전쟁을 해야 한다면 다시 없을 최적기. 무려 예비 동맹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얻은 다시 없을 기회다.
그럼에도 자리에 군복을 입은 누구도 감히 ‘전쟁’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버러지들… 날 기만해왔어.”
베르게르 모헬. 그가 뮌헨에서 자신이 ‘전쟁’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을 때 얼마나 우스웠을까.
그가 입 밖으로 ‘전쟁’을 뱉었을 때, 그는 협박이나 블러핑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저 본인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사실에 불과했던 것이다.
“후우, 아무런 해결책도 못 내는군. 그렇다면 내가 답을 알려주지.”
또 한 번의 공포를 유럽으로 가져온 프랑스. 이에 정면으로 맞서기엔 아직 힘이 부족하니 그 공포를 이용해야 한다.
“헝가리에게 연락하게. 동맹 체결을 서두르자고. 그들 또한 뮌헨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반프랑스를 외쳤으니 후일이 무섭겠지.”
저 이탈리아에서 병력이 돌아와 다시 한번 대육군이 하나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엔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대사도 부르게. 그쪽은 내가 직접 만나지.”
대영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리고 프랑스가 여전히 부담스러워할 것.
결국 판이 커지는 것은 그들 또한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가장 취약한 식민지에 누구보다 강력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일본 제국. 어차피 그들 또한 미합중국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을 터.’
서로 비슷한 처지이니 전혀 나쁠 것 없는 일이니 잘만 구슬리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총통과 만난 일본 대사는 그날 새로운 동맹 참여 제안을 본토에 전하였고, 고작 하루 만에 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먼저 이리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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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