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진격하는 연합군이 막혔다는 건 나치군이 막았다는 의미.
그리고 그건 나치군이 한곳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다.
본래라면 어떻게든 정예군의 힘을 끝까지 뽑아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전장을 쉬지 않고 돌렸겠지만 모델은 그러지 않았다.
‘연합군은 섬멸이 아닌 점령을 원하고 있어.’
목표물 자체가 적이 아닌 영토에 가깝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천천히 땅을 내주며 적을 갉아먹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등 뒤로 베를린밖에 남지 않았다.
만약 폴란드 점령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래서 하노버에서 적을 막을 수 있었다면 이리 불리하진 않았을 터.
지난 일에 정신을 쏟을 틈이 어딨나. 지금 발터 모델은 사방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전투에 정신이 없었다.
“붉은 군대 새끼들로 반격 작전을 할 순 없어. 그냥 빈자리 채우는 용도로 쓰고 우리만으로 해내야 해.”
저 슬라브 놈들한테 기대할 바엔 그냥 적이 평야에서 일대일 결투로 전쟁을 끝내주길 바라는 게 나을 거다.
다시 돌아와, 변수. 지금 그가 가진 패로만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정예만 모아 선두 부대를 만들고 전선을 뚫는 것.”
정공법에 가깝지만, 언제나 결과물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베를린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베르됭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리스크 있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서로가 판돈을 끝없이 올리며 끝장을 보겠다고 달려가는 방식이 독일군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만, 최소한 무력한 패배는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적은 소모전에 동의했고. 연합군의 피해가 커질수록 협상장에 나올 확률은 올라간다는 의미니까.
더불어 끝없이 합류하고 있는 붉은 군대도 소모전에 아주 적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변수를 만들 것인가 이전에, 과연 여기서 변수를 만들려고 할 때의 결과가 좋을 것이냐 나쁠 것이냐부터 고민해야 하는 상황.
‘아니, 필요하다. 폴란드에 투입된 모든 기갑을 끌어다 쓰는 한이 있어도 변수는 필수야.’
이번 전쟁으로 독일이란 나라가 끝장나지 않으려면. 전후의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막연한 소모전에 모델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일단은 작은 반격부터 점점 키워-
“사령관님! 포츠담이 무너질 위기입니다! 적 6사단의 출현입니다!”
“분명 빠졌다고 들었는데….”
설마 모헬이 지긋지긋한 소모전을 끝내려는 것인가.
일단은 막아야 한다. 포츠담 뒤로는 바로 베를린. 절대 여기서 더 물러날 수 없다.
“만슈타인 장군께는 내가 직접 보고하지. 자넨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부대를 집결시켜주게.”
“알겠습니다.”
구데리안 기갑사단장님에게 참패를 안겨줬던 놈들이 다시 나타났다.
‘패배도 아니지. 일방적인 우위에서 치러진 전투였으니.’
폴란드의 기갑이 돌아온 지금이라면, 다시 한번 동등한 조건을 내걸고 싸움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저것들이 그토록 원하는 변수. 전장의 분위기를 바꿔줄 묘수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모델의 목적은 포츠담으로 향한 6사단으로 확정되었다.
***
파비앵은 미리 패튼과의 말을 맞출 필요성을 느꼈다.
“분명 우리에게 내려온 주문은 곳곳에 위치한 적 섬멸. 대충 그런 거였지?”
“그랬지.”
“근데 일단 포츠담으로 향했더니, 퍼져 있어야 할 적이 정예사단을 구성해서 찾아온 게야. 그것도 온갖 독일제 장난감을 대동해서 말이지!”
“분명 그러겠지. 아니, 그랬지.”
“우린 필요하다면 병력을 분산시키는 위험까지 감수하려 했으나 뭉친 적에 어쩔 수 없는 대규모 전투로 번진 게야!”
“좋아, 이대로 난 보고하겠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은 포츠담 공세에 열을 가했다.
이건 사기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현장의 판단이자 적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절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싸우기 싫어서가 아니라는 말씀.’
모헬 원수님의 주문은 거대한 스테이크 덩어리 위 후추였으나 안타깝게도, 이건 갈지 않은 생후추가 필요해 보인다.
포츠담. 이 빌어먹을 곳에서 몽고메리 때문에 후퇴해야 했을 때 얼마나 화났던가. 지금도 꿈에 나와 벌떡 일어나 분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패튼은 극히 공감했다.
“내가 연합군 회의에서 그 새끼 멱살 잡으려고 했다가 계급 강등당할 뻔했어.”
“강등?”
“재미도 없는 개소리 흉내를 내길래 정중히 막아주려고 했는데 그 사달이 나더군. 나중에는 아이젠하워가 아예 나를 빼고 회의를 하더라니깐.”
“그럴 수가 있나. 아무리 그래도 자네 위치가 있는데 말이지.”
“시발, 그 더글러스 늙은이가 있으면 가능하지.”
“에잉, 저런. 너무 상심하지 말게. 더글러스는 우리 원수님도 포기한 사람이야.”
모헬로부터 기갑을 배웠다는 점과 몽고메리가 싫다는 공감대가 잘 형성된 두 사람은 끝내 작전을 비트는 데에도 서로 손을 잡게 되었다.
“여기는 외각! 적이 예상보다 많아 진입한다! 현재 다수의 적이 미군 제2기갑사단으로 향하고 있으니 구출 작전에 나서겠다!”
“아아, 여기는 제2기갑사단 사령부. 적과의 교전을 피하는 대신 6사단과 합류하여 반격에 나서겠다!”
포츠담이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파비앵. 들러리나 할 바엔 홀로 돌격해 장렬하게 죽는 게 낫다고 여기는 패튼.
그 결과 두 사람은 최종적으로 ‘포츠담 공세.’라는 암묵적 합의에 이르렀다.
‘분명 우리가 포츠담을 휘저으면.’
‘뭐 정예라는 놈들이 튀어나오지 않겠어?’
‘그럼 일일이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좋지.’
‘결과는 어쨌든 똑같잖아?’
다만 아무리 기갑사단 휘하 보병 대대나 전에 일부 끌고온 보병이 있다지만 절대적인 보병의 수가 부족했다.
그래도….
‘예비 전차랑 전부 교환해서 다 새 거라고.’
‘바다 건너온 전차다. 아직 탄환 하나 맞지 않은 놈들 천지지.’
충분한 전차의 숫자는 보병 부족을 해결해줄 거란 믿음이 두 사람에겐 있었다.
포츠담. 그곳은 이제부터 두 사람의 놀이터였다.
은근한 경쟁.
“씨발, 야이 개새끼들아! 우리가 전쟁 한 번 안 해본 놈들보다 뒤처지면 그게 말이나 되냐!”
“6사단이랑 우리랑 덩치가 같냐고 이 버러지들아! 그냥 움직여! 쉬고 싶으면 말해! 내가 직접 도와주지!”
포츠담을 나가진 않는다. 다만 포츠담 안으로 끊임없이 밀고 들어올 새로운 친구들은 열렬히 환영해준다.
“어제랑 좌표 똑같으니까 그냥 쏴! 곧 전차 진격하면 쏘고 싶어도 못 쏜다!”
“진격 경로가 삼 일 내내 똑같으니 이젠 실수 안 하겠지? 오늘도 나들이 한번 갔다 오자고!”
사실 매일 끝없는 전투를 이어가니 적 정예사단이 어느 놈인지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잘 싸우면 뭐라 안 하시겠지?’
‘공세 사령관 패튼! 공세 사령관 패튼! 공세 사령관 패튼!’
어쨌든 계속 여기 있으면 뭐라도 나오겠지.
***
지휘권과 함께 약간의 자아를 불어넣어 주자마자 새로 사귄 친구와 함께 포츠담에서 날뛰길 하루.
거기까진 괜찮았다. 어차피 북부로 계속 치고 올라가길 바라면서 보낸 거니까. 딱히 홀로 베를린으로 돌진하지 않는 이상 6사단이 전멸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당히 선택적 교전을 이어가길 바라며, 그래서 이 전선에 산소 좀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며 보낸 거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이 새끼들 왜 아직도 포츠담이야. 적 정예랑 싸우라니까. 뭐 홀로 포츠담 전선을 지킬 수라도 있다던가?”
“다른 전선의 적을 포츠담으로 끌어들여 싸우니 주위 전선이 한층 편해지긴 했습니다만, 포츠담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키는 게 아니지. 지들끼리 계속 포츠담 내부를 뺑뺑이 돌리고 있구먼.”
“허나 실제로 기갑을 포함한 많은 적이 포츠담으로 몰리고 있어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
일단 애지중지하며 키운 6사단이 큰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는 사실.
항명이라 하긴 뭐하지만 내가 지시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
마지막으로.
“…나 아니야. 내가 안 보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저딴 새끼를 감히 우리 쪽으로 보내?”
“패튼, 그 친구는 자네를 은사로 여긴다니깐.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젠하워가 옳다구나 하고 보낸 거라고!”
어디 대전쟁 시절 스쳐지나가던 인연이 거대한 똥덩어리가 되어 돌아온 점까지.
아주 원수봉으로 정의의 줄빠따질이 마려운 일투성이다.
“더글러스. 기어코 내 인내심을 끝까지 시험하는군.”
“아니, 내 말 좀 믿게! 그리고 패튼이 이끄는 전차 사단, 안 그래도 부족한 전차 끌어다 모아 만든 사단인데 그걸 보냈다고! 이게 정예가 아니면 뭔데!”
“그니까 왜 하필 저딴 정신병자를 보내냔 말이지.”
“자네가 그 말을 하면 안 되지! 뭐 자키 파비앵은 정상이어서 6사단 사단장으로 있나?”
그…렇긴 하지. 근데 우리 파비앵은 약간 부족할지언정 잘 싸우잖아. 실전 경험 넘치고 야전 지휘 잘하고 임기응변 뛰어나고 무엇보다.
“파비앵은 내 부관 출신이잖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내지.”
“그래서 포츠담에 저 기괴한 전장이 열린 건가? 자네의 뜻을 캐치한 파비앵이?”
“…….”
파비앵, 넌 돌아오면 뒤졌다.
“용건은 그게 끝?”
“두 새끼의 일탈은 나주에 본보기를 보이기로 하고.”
한 번 대화를 끊은 더글러스는 연합군의 지휘관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만약 피를 보고 싶었다면 충분히 봤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나?”
“쓰읍, 후우. 뭐가.”
“자네가 단기전은 포기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만약 전쟁을 조기에 끝낼 생각이었다면 이딴 어쭙잖은 피해가 아닌 대육군 전체를 갈아넣어서라도 베를린을 점령했겠지.”
“어쭙잖은 피해라. 아직 미군은 괜찮나 보군?”
그리 쉽게 말할 숫자가 아니었을 텐데. 들어보니 루스벨트가 파리까지 왔었다고. 그런 것치고 후방이 시끄럽단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다를랑이 잘 처리한 모양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미군은 피보길 참 무서워해.’
징병한 이들을 그대로 집에 돌려주어야만 정권이 유지되는 구조여서일까. 아니면 그냥 국가 자체가 전쟁의 위험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내겐 별로 달갑지 않은 태도다.
“이미 폴란드 땅을 넘은 붉은 군대가 최소 150만이야. 자넨 절대 단기전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
“그니까 무슨 근거로.”
“그러니 베를린을 서두르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그딴 숫자에 휘둘릴 사람으로 보였나. 그냥 다 죽이면 그만이야.”
“아니지. 사실대로 말하게. 자넨 장기전도, 단기전도 다 피하고 싶어 하네. 정확히는 무슨 선택을 하든 프랑스에 가해지는 부담이 싫은 게야. 그러니 누구보다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적조차 속인 거지.”
“더글러스.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 하는데. 본론만 말하지.”
설령 그의 말이 부분적으로 맞다 한들, 이 자리에서 꺼내기엔 아주 부적합하다.
고작 꺼내는 말이 전처럼 빠르게 베를린 수복, 혹은 바르샤바 수복 이후 아시아로 오라는 거라면 난 더글러스 맥아더라는 인간에게 아주 큰 실망을 할 거다.
“원정군. 앞으로 꽤나 달라질 거야.”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니네만 난 미합중국군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아. 더 실망하고 싶지도 않고.”
“아니, 이번만큼은 달라.”
냉정히 말해 미합중국이 하루아침에 나치와 소련을 철천지원수로 대하며 대규모 병력을 보내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적당히 싸우는 것. 딱 그게 저들의 목적이다.
“본론.”
일본이 아닌 유럽에서 너희들이 진심을 보인다고? 그래봤자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우리 전체를 아시아로 끌어들이려는 거잖아.
홍콩을 잃고 분노한 영국이면 몰라도 난 이미 유럽만으로 충분히 바쁘다.
“우린 지금 태평양에서 대규모 해전을 준비하고 있네.”
“…태평양?”
“또한 영연방보다 더한 숫자의 미군이 곧 유럽으로 쏟아질 거야.”
순간 더글러스의 망상인가 싶었으나 그의 자신만만함과 진지함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중 전선. 우린 유럽과 아시아에 두 전선을 열 것이야.”
천하의 먼로 국가 미합중국이 코인을 하늘로 던졌다.
“적당히는 이제 없다네.”
모험을 했단 의미다.
저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대로 죽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