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프랑스의 수뇌부가 격동기를 겪고 있고 미합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전역 개시 주장, 여기에 영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방관으로 휴식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어찌 보면 스탈린의 우려는 절대 과대망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분명 프랑스가 원하는 바는 ‘레닌그라드 다음은 모스크바’라는 분위기. 즉, 어느 정도 가능성을 적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징집령이다! 지금부터 오스트리아군은 40만 신정규군을 설립할 것이다!”
“로보, 리암, 요나스, 밀로? 너희들 이름은 이제부터 철수여. 총 하나 쥐여 줄 테니 어여 모이라고!”
최전선과 달리 후방이 대놓고 분주한 것 또한 사실이었으며.
“죽은 이들 신원을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민간인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청사 지하에 있던 놈들이 나치 아니면 사회주의자였던 터라.”
“이거 사건 조사가 쉽지 않겠어. 폭탄을 터트린 놈이 살아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정확히 누굴 구하려던 것인지. 어떠한 경로로 폭탄을 들여왔는지. 하다못해 국적이 어디인지도 확신할 수가 없으니.”
프랑스도 사람을 노린 테러라기에도 애매한 베를린 청사 사건이 나치 잔당 짓이라고 확신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 잔당이랄 것도 뭐한 게, 폭탄이 예상보다 빨리 터져 설치한 자는 자리에서 즉사했고, 벽 내측에서 조사 중이던 가스파르만 중상을 입었을 뿐, 큰 폭발이 아니었다.
다만 비밀에 묻힌 이번 사건이 바람을 타고 건너 건너 전해지니 모스크바에는 ‘충격! 잠입 중이던 가스파르 리 모헬 테러 성공!’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정작 당사자인 프랑스도 처음부터 배후로 소련을 지목하지도 않았으나.
‘포다가(Podaga)시여, 낮에는 폭우, 밤엔은 폭설이 내려주옵소서. 농사 싸악 다 망해도 되니까 제발 올해는 라스푸티차가 심하길!’
모스크바에서는 ‘지, 진짜 우린가?’ 싶어 정보력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던 것이다.
그럴수록 유럽 전역에 신경계처럼 퍼져있는 프랑스 정보망에 걸리는 행위였지만, 어차피 서로가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으니 당분간 상대의 상황을 인지할 일은 없어 보였다.
각자의 사정과 관계 없이 시간은 흘러 41년 10월, 겨울이 오기 전의 시간이 되었다.
“충분히 추슬렀으니 우린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로 진격한다.”
막심 베이강이 이끄는 연합군이 벨라루스 해방에 나섰다.
아직 유럽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
전쟁은 계속 해야 하지만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시기.
외무부를 이끄는 플랑댕은 미프 관계가 틀어진 것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인간이었다.
“…. 어째서 이탈리아 함선 수출 건에 플랑댕 장관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헐 국무장관께서는 모르셨습니까? 이탈리아 해군은 저희 프랑스와의 조약을 통해 서로의 작전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같이 새로운 함선 도입이라면 응당 제가 있어야지요.”
“거기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왜 항모 도입을 직접적으로 막고 계시냐는 말입니다.”
“허허, 막다니요? 전 저희의 동맹이 적합하지 않은 가격에 강매를 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 잠시 ‘보류’했을 뿐입니다.”
남미 곳곳에서 붉은 적자 신호가 울리고 아시아는 하루아침에 사라진 미합중국.
전쟁 체제로 국가를 개조한 뒤 유럽 특수에 돈다발로 뺨을 맞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이야기다.
‘이미 유럽 전쟁은 이겼다. 그럼 굳이 미국산에 집착할 이유가 없지.’
독재 정권의 내각에게 유일하게 임기가 보장되는 전시. 사실상 지금 한정으로 권력에서 떨어져 나갈 염려가 없는 프랑댕에게 거리낄 것은 없었다.
“전쟁 초기에는 속도감 때문에라도 무제한적으로 채권을 찍어냈으나 이제부터 각국은 각별히 채권발행에 조심하는 게 좋아 보이오.”
“해군? 그거는 몇몇 국가들만 키우는 게 낫지 않나? 어차피 이탈리아가 해군 다시 키워도 그리스에 얼씬거릴 일은 없다니까?”
“에헤이, 거 그냥 먼 데서 사오지 말고 가까운 데서 사라니까.”
만약 즉각적인 해결이 어려운 문제. 예를 들어 모든 국가가 한 개 사단 규모쯤은 보유 중인 식민지군의 무장 문제가 나온다면.
“에두아르 총리님, 요즘 들어 동아프리카 쪽으로 흘러가는 무기가 그리 많다고….”
“어디 무기인가?”
“이게 영국제랑 미국제가 섞여서, 이거 참.”
“자네가 가서 막아. 당장.”
언제든지 플랑댕은 나타나 얼굴을 비춰 보였다.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산도 아니고 미제라니? 이런 암거래는 즉각 단속에 나서야 하는 법 아니겠나.
‘너희는 이빨을 너무 일찍 드러냈어. 거위가 적당히 알 낳아줄 때 만족했어야지.’
현재 유럽 전시 경제가 수십 개국이 따로 노는 게 아닌, 프랑스냐 영국이냐로만 나눠진다는 것을 톡톡히 보여주는 플랑댕.
모두가 프랑스 아래에서 손에 손잡고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었건만 결국 못 참고 여전히 죽어나가는 유럽에서 ‘아시아’를 꺼낸 순간 이 정도는 잃을 각오를 했어야만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럴 순 없소! 프랑스가 동맹 본토도 아니고 타국의 식민지 수출까지 관여하다니? 이건 동맹의 관계를 깨는 행위 아니오?”
“하하, 무슨 말씀을 그리 무섭게 하십니까. 블록 경제 시절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서로 침범해선 안 되는 영역이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지만 그 틈에 시장을 홀라당 먹으려 하다니. 전 지금 약소국들의 경제를 보호하는 겁니다만.”
프랑스의 삔도가 탕자처럼 집을 나가버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밥줄에 손댈 줄은 몰랐던 미합중국.
아시아 때문에라도 커지면 커졌지, 절대 줄어들 리 없던 수출이 이렇게 막히니 미국은 본토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보였다.
‘플랑댕은 적당히란 선이 없나?’
‘그 선은 너희가 먼저 그은 거야.’
개전과 동시에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유럽에 들어와 특수를 노렸던 만큼. 아주 간단하게 프랑스의 칼날이 미국 경제의 목숨줄을 끊을 수 있게 되었다.
플랑댕을 필두로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히 일방적인 적대라고 볼 순 없었다.
“독일의 징집은 잘 되고 있나?”
“석 달 안에 기초 훈련까지 끝납니다. 다만 상륙하려면 어쨌든 일본의 함대를 없애야 하니 저희보다는 그쪽이 급할 겁니다.”
“그거야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지.”
여전히 약속한 징집군은 착실하게 모여 훈련받고 있었다.
‘일단 빚진 건 육전이니까 일단 육전만.’
프랑스는 미국의 해군 전력을 끌어다 쓴 적이 없기에, 대부분의 전력은 징집군에 치중되어 있었다.
도움받은 만큼, 도와준다.
반대로 말하면 도와주지 않은 부분은 똑같이 도와줄 의향이 없다.
두 국가의 관계가 이리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음에도.
“비축유가 더 필요하겠어. 우리 동맹 중에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곳을 알아보게.”
“혹시 모를 미국과의 분쟁을 대비해야지.”
전선이 잠시 느슨해진 시기를 이용해 프랑스는 철저히 미국과의 단절을 준비했다.
그것이 블러핑인지, 진심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에, 에이. 설마. 진짜 이렇게 전쟁 끝날 기미가 보이자마자 이런다고?”
“우리 공장은? 쟁여 놓은 원자재는? 아직 건조 중인 전함과 수송선은?”
“연방 정부가 사주겠지? 주 정부가 사주겠지?”
배짱을 계속 부리기엔 경제 역사상 최고의 시절이라 불리는 20년대 황금기를 이 악물고 ‘절대 전쟁! 결코 전재애애앵!’을 외쳐온 프랑스 아닌가.
“왜, 도대체 왜 이 지랄인데!”
“씨발 항모는 잘만 대여했잖아! 근데 수송선은 왜 더 안 사는데!”
“설마 아시아 진짜 관심 없어? 저기 너희 식민지도 있다니까?”
그리고 끝내 미국인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최악의 가정.
‘이, 이러다가 아시아에서 우리들만 주력으로 싸우는 거 아니야?’
과연 영미를 제외한 연합군이 아시아에서 얼마나 잘해줄 것인가를 알고 싶다면, 지금 프랑스의 태도가 보여주는 공식에 대입해보면 된다.
‘우리 미군이 유럽에서 얼마나 활약했었지?’
‘그래도 우리 없었으면 전쟁 못 이겼겠지? 그랬겠지?’
루스벨트가 아시아 전역을 시작하겠다 선언함과 동시에 차가워진 프랑스의 태도는 고스란히 경제에 혹한기를 불러왔다.
결국 헐 국무장관은 파리를 찾아왔다.
“플랑댕! 블록 경제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잖소? 다시 한번 손잡고 세계를 이끌어 봅시다.”
“손을 잡는다니요? 이미 동맹 아닙니까?”
“크흠, 그 보호 무역 기조 좀 푸는 게 어떻소?”
“오호라, 수출할 곳이 필요하시다?”
마치 얼마든지 그런 곳을 소개해줄 수 있다는 듯한 분위기.
벌써부터 놀아나는 게 아닌가 걱정되지만 헐은 ‘프랑스 절대 반미 아님!’이란 증표를 품에 안고 돌아갈 의무가 있었다.
“그, 방안이 있소?”
“저희 프랑스에 파시면 되지 않습니까?”
“프랑스는 이미 재건된 루르 공업 지대를 통해 충분한 수급이-”
“그거야 저희가 되팔든 직접 써먹든 알아서 할 일이고.”
“…….”
프랑스를 통해서만 팔아라.
그제야 프랑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헐은 알 수 있었다.
‘랜드리스를 쥐고 흔들고 싶은 게야!’
아무 데도 못 팔든가. 아니면 프랑스에게만 팔든가.
지금 플랑댕은 랜드리스를 도매업 취급하고 있는 거다.
‘만약 그대로 프랑스가 혼자서 꿀꺽하면….’
그것만으로 프랑스가 다음 전쟁을 준비한다고 전 유럽이 난리가 날 테고.
반대로 어딘가에 그대로 쏟아준다면.
‘동맹 내에서도 전력이 갈리게 된다!’
무슨 꿍꿍이인가. 과연 플랑댕은 물어본다고 알려나 줄까.
“아시아 전장을 위해서는 저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이해 좀 해주십시오.”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은 표정으로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알려줄 생각도 없다.
같은 동맹이어도 ‘유럽’이란 서클에서 미국을 배제하는 느낌. 아예 유럽 연합군 내에서 발언권은 고사하고 영향력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페탱이 발칸 연합을 쥐고 흔들었던 그 방법을 이제는 유럽 전체로 확산하겠다는 프랑스.
‘…. 어차피 우리가 프랑스라는 무역 장벽을 뚫을 순 없다.’
헐은 이게 해적선에 급유해주는 꼴이 아닌가 싶었지만.
“…프랑스가 알아서 하시오.”
“좋습니다. 아, 나중에 영국 측에서 난리 피우는 건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무시하리다.”
어차피 유럽에서 패권놀이 하기엔 프랑스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
음흉한 영국이 무슨 그림을 그리든 미국은 결국 아시아만 먹으면 그만이었다.
***
“정리하자면, 나치가 아닐 가능성도 있네?”
“지하 청사에 갇혀 있던 이들 중에 사회주의자가 없던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 이게 참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나치 자체가 친소련 정책을 펼친 뒤로 사상 경계가 애매해졌던 터라.”
“그니까 말이야. 나치가 아닐 수도 있다. 나치가 아니라면 분명 소련의 지시를 받은 사회주의자다. 즉, 배후는 소련이다?”
“꼭 그렇지만은 아닌-”
“잘 생각해보게. 청사 지하에 있던 게 심지어 공산당(KPD) 간부였다며?”
“간부도 아니고 그냥 돌격대 비스무리한 거 이끄는 하급-”
“그니까 내 말을 좀 잘 들으라고! 자네 조사관이라며! 왜 사람 말을 이리 흘려듣는 게야! 폭사한 새끼 피부도 유독 하얗다며! 슬라브 새끼들이 꼭 그렇잖아!”
만슈타인 앞에 서 있던 독일인 조사관은 ‘유럽인은 다 흰색인데….’라고 중얼거렸으나 눈앞의 중장은 어느 때보다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거의 광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믿음.
프랑스가 주도하는 조사에 끼어 이게 절대 꼬투리가 아님을 증명하는 인간 보증서에 불과한 위치였으나 그런 인간을 앞에 두고 만슈타인은 이미 증거 없이도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모헬 앞에서 게르만인의 목숨이 얼마나 파리 목숨인지 똑똑히 목도한 만슈타인은 이번 사건 자체를 나치와 연관 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프랑스 내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폭탄도 광산용 다이너마이트를 개조한 것이라 특정 짓기 어렵고. 아무리 뒤져도 나치와 연관 지을 증거가 없으니…. 그냥 덮지.’
‘페탱 원수, 그래도 되는 겁니까?’
‘솔직히 소련을 배후로 새우기엔 너무 허술해서 아무도 안 믿겠지만 애당초 가스파르를 노렸는지부터가 불분명하지 않나.’
필리프 페탱, 그 늙은이는 이번 사건 자체를 덮고 싶어 한다.
혹여나 사건 자체를 덮으려는 시도가 여론에 알려지는 순간 분노한 민중과 모헬 원수에게 떠밀려 돌가루 하나부터 분석해야 할수도 있으니, 아예 새로운 후보를 세우는 거다.
“자, 자넨 보고서에 이렇게 쓰는 거야. 우리 베를린에 근교에 광산이 있던가? 없어! 그럼 어디겠나? 당연히 전국토가 광산인 소련놈들의 것이겠지!”
“허, 허나 중장님. 그것만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소련이라고! 내가 잘 안다고! 이오시프 스탈린이 직접 지시한 가스파르 리 모헬을 암살 사건이라니까!”
아니어도 되게 만들어야 한다. 골수 나치 몇 명 더 잡아들이자고 유대인처럼 게르만 민족 전체가 수용소로 향할 순 없지 않나.
베를린 봉쇄 이후로 별다른 징조를 보이고 있지 않으나 폭발 사건 자체가 베를린에서 일어난 것부터가 이미 독일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가서 자네의 객관적이고 확실한 고견을 적어. 배후는 누구라고?”
“소, 소비에트 연방입니다.”
“그래, 바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네. 어서 가보게.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더 있을 거라 난 믿네.”
어차피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언론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 차기 권력자가 중태에 빠졌고 후유증도 큰데 어찌 모르겠나.
다만 독일과는 관련 없는 거다. 이건 전부 간악한 소련이 비겁하게 베르게르 모헬의 아들을 노린 사건이다.
고위 인사들의 폭탄 테러. 유럽 수십 년간 사회주의자들이 해온 짓 아닌가?
왕족, 귀족, 총리와 대통령. 유럽 국가 중에 그들로부터 폭탄 선물 한 번 안 받은 국가는 없다.
그러니 모두가 함께 손가락질하면 되는 거다.
‘이오시프 스탈린, 네이놈! 비겁하게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다니!’
여기에 슬라브 목이든 잽스 목이든 많이 수확해 장식하면 완벽히 독일은 무죄 확정. 전후 독일의 정치 알리바이도 완벽하다.
프랑스와 좋은 이웃으로 남을 준비 끝이다.
그러니까.
나쁜 건 아무튼 전부 소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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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3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