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휴전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시베리아로부터 불어온 종전의 바람이 유럽을 뒤덮을 때, 프랑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딱 하나였다.
[프랑스 대육군, 비축유를 민간에 풀다!] [관세 통제, 서비스 가격 통제, 금리 통제! 프랑스 정부 주도의 삼통제.] [달라디에 총리, 자원 수출국들에게 철퇴를 가하다!]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전쟁에 참전은 안 하였으나 특수만 입던 국가들에게 프랑스는 오랫동안 감당해온 폭리를 단숨에 꺾어버렸다.
자기 땅에 다른 나라 군대와 물품이 오가는 게 익숙해진 국가들은 자본이 오가는 모습에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으며 전쟁으로 막혀있던 자본가들은 폭발하듯 쌓인 욕구를 풀어댔다.
이러한 유럽 기조가 의미하는 바는 아주 확실했는데.
‘이전에도 대전쟁이 끝나고 대호황이 찾아왔었지!’
‘재건 시즌이다! 드디어 재건 시즌이 찾아온 게야!’
‘전후 처리를 하는 사이 경제 문제도 정리하겠다라.’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를 제외하더라도 급격하게 해방된 국가들까지.
절대 프랑스가 독식하려야 할 수 없는 규모이고 결국 본인들이 못하면 누군가는 그들을 대신해야만 한다.
즉, 먹을거리는 널렸다. 아마 다음 10년을 소화하는 데에 전 유럽이 힘을 쏟아도 체할까 말까 한 규모로 말이다.
다만 누가 먹느냐를 정하는 것은 오직 승전의 주역들. 그중에서도 단연코 육전의 패자, 프랑스다.
“스페인이 벌써 모로코 지방을 얻었다고? 거기 프랑스 영토였는데도 넘겨줬다는 거 아니야!”
“우, 우리는 어딜 달라고 해야지? 해방된 국가들 자원부터 살펴봐!”
“독일-폴란드 재건이 핵심이다. 인접 국가만 10개국이 넘어! 여기만 먹으면 국가 평생 먹거리 보장이라고!”
승전 파티를 열어버린 프랑스.
이에 대해 누구보다 반발하는 것은 당연히 미합중국이었다.
“협의도 없이 홀로 유럽을 갈라먹으려 하다니. 지금 무엇이 급한지 모르오?”
“아아, 알지요.”
막혀있던 욕망의 수문을 열어버린 프랑스에 전 유럽이 시끌벅적하지만, 저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내일 해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소. 달라디에 총리, 잠시 파티는 미뤄도 되지 않소?”
“마셜 총장님, 3년. 저희가 유럽에서 전쟁한 게 올해로 딱 3년입니다. 아시아 수복까지 다 기다리기엔…. 민간 피해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제 한 몸 누울 곳도 없는 주민. 전쟁통에 떨어진 이산가족과 장례도 못 치른 채 고향을 떠난 난민들까지. 승전국들의 파티라고는 하나 달라디에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축제는 정당하다고 말한다.
다만 엄숙한 전쟁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아시아 해방을 하루라도 앞당겨야 하는 마셜 입장에서는 매우 이기적인 소리로밖에 안 들렸다.
‘그럼 아시아는. 이대로 고통받아도 된다는 건가?’
‘너희도 개전하자마자 참전한 것도 아니잖아. 이 정도는 해도 되지. 그리고, 너희는 뭐 한 입도 안 먹을 거야?’
달라디에도 할 말은 많았던 게, 어차피 미국도 파티 참석자 중 하나 아니던가.
작금 유럽의 재건은 미국의 수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셜 총장, 우리 숨은 고르고 갑시다. 왜 자꾸 쓸데없는 의심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프랑스에는 허언이 없습니다.”
“…부디. 약속까지 깨진 않길 바라오.”
“군대 해산은 일부 한정입니다. 다 저희가 알아서 추려 아시아로 보낼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셜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달라디에 나름대로 지금 기조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징집되었던 수천만 병력이 반절 이상 집으로 돌아간다. 어찌저찌 잘 돌려보냈다고 한들, 목숨 걸고 3년을 내리 싸웠는데 고국의 경제는 파탄 났고 가정은 무너졌다면? 그 원한은 고스란히 전쟁 주도국이었던 프랑스로 향하지 않겠나?
‘어떻게든 호황에 호황을 더한다. 강제로 인력난을 유도하고 자본을 자극해야 해.’
그 과정에서 전쟁으로 천정부지로 솟았던 물가도 잡고 전쟁 물자만 주야장천 쏟아내던 공장들도 다양하게 바꿔야 한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모든 공장이 바뀔 수는 없으니, 아직 아시아 전장이 살아있는 지금이 최적기다.
‘우리들의 전쟁에서 느그들의 전쟁으로 바뀌는 지금이, 우리한테는 기회라고.’
어쩌면 그사이 시장을 점령했던 미국산 제품들을 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깔려 있었지만, 거기까지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다른 데 눈 돌리지 마라. 너흰 아시아만 보는 거야.’
‘벌써부터 패권놀이를 준비하다니. 너희도 똑같이 되돌려 받는 날이 올 거다.’
옆에서 떨어진 거 주워먹고 맛있다고 희희낙락하는 대영제국도 꼴 보기 싫고, 자기들 뜻대로 유럽을 주무르는 프랑스를 지켜만 봐야 하는 지금 정세도 싫다.
그러나 자칫 전군 해산을 외칠까 봐, 마셜은 인내에 인내를 더했다.
그런 마셜에게 달라디에는 얼굴을 가까이하며 반쯤 속삭이듯 말했다.
“총장, 아직 진정한 파티는 시작도 안 했습니다.”
“무슨 파티 말이오.”
“잘 보면, 세계의 절반이 식민지 아닙니까?”
“….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요.”
“자세한 내용은 전후에 논의합시다. 지금은 전시 아닙니까, 전시. 하나만 말하자면…. 모로코는 시작일 뿐이란 겁니다.”
식민지 보유 순위 1위 영국, 2위 프랑스.
그리고 필리핀까지 빼앗겨 확실히 보유하지 않게 된 미국.
서로 상반되는 입장에서 제국주의의 유산 이야기를 프랑스가 꺼낼 줄은 몰랐던 마셜은 충격과 불신의 눈빛을 보냈지만, 달라디에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승리. 종전. 호황. 재건. 평화. 그리고…. 패권.
단어 하나하나가 전시 총리의 귀에는 달콤하다 못해 감미로운 하모니처럼 들린다.
어느 누가 불만을 품든, 불평하든.
명분과 결정권 모두 프랑스가 쥐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벨 에포크의 시대가 아닐 수 없었다.
***
“아들아, 국가는 아이와 같단다.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없다면, 찍어눌러야만 해.”
“그, 아버지만의 공식입니까?”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지. 이게 제일 깔끔하거든.”
“…….”
후계자 교육이라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냥 이젠 아버지 옆에서 대놓고 따라다니며 하나씩 배우는 가스파르는 ‘과연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참으로 자주 품었다.
“예를 들면 다 내팽개치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놈들. 반대로 마지막까지 남아서 더 싸운 뒤 만기 적금처럼 우리한테 무언가를 받고 싶어 하는 놈들. 두 집단의 욕구는 상반되니 해결이 가능하지. 한 놈의 짐을 다른 놈에게 떠넘기면 되니까. 허나 반대로, 유고슬라비아처럼 고국으로 돌아가 남들 곳간과 집이 비었을 때 자기들 잇속 채우려는 놈들은 다르단다.”
“그냥 허락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지, 말했잖니. 해소해 줄 수 없다면, 찍어 누르라고. 다를랑, 알렉산다르 1세가 오스트리아 땅을 달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는 일부 징집병에게 무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 아버지?”
그래도 전범국, 패전국 아니던가. 독일처럼 큰 도움이 된 것도 아닌데 유고슬라비아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일에 가스파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유고슬라비아의 반발을 생각해, 그들도 똑같이 해주면 된다. 유고슬라비아 또한 나눠줬던 무기를 일부 허용해주게. 그럼 공평하겠지.”
순간 그런가 싶었지만 잠시 생각해본 가스파르는 유고슬라비아군의 대부분이 세르비아인이 아니었단 점을 떠올렸다.
‘…두 병력이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개판 나겠군.’
손에 총을 든 피지배 징집병들. 빼앗는 즉시 문제 발발이다.
또한 최소한의 방위는 가능해져버린 오스트리아도 쉽게 유고슬라비아의 말을 듣지 않을 거다.
세르비아인들이 마음대로 무언가를 하기엔 손발이 꽉 막혀버린 상황.
“자, 그럼 이제 알렉산드르 1세는 나한테 달려와 오스트리아 땅을 달라고 다시 이야기를 꺼낼까?”
“못 꺼내겠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아마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고까지 느낄 겁니다.”
“정확해. 만약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협상장에 나오려 한다면 난 인정해주겠어. 허나 그게 아니라면?”
“…버리십니까.”
“물이 흘러넘치면 그릇의 크기가 드러나는 법이지.”
유고슬라비아가 전후 안정적으로 국가가 유지되는 방법은 단 하나이지 않았을까.
‘전쟁에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 아예 우리 프랑스가 저버리지 못하도록 했어야 해.’
작금의 스페인을 보면, 전쟁을 잘했다는 이유 하나로 정권을 보장받고 식민지에 지중해 이권까지 넘겨받았다.
동맹조차 가차 없는 프랑스에 두려움과 동시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
“이게, 바로 선거 때마다 기조를 바꿔버리는 미국이나 영국은 할 수 없는 방식이란다. 규칙과 선례를 만들고, 우리가 지키면 나머지 또한 지켜야만 하지. 그것이 외교든, 패권이든, 동맹이든 전쟁이든 전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아버지처럼 평생 독재할 생각 없습니다. 적당히 다 넘기고 시골로 내려갈 거예요.”
“그래그래, 나도 한때 그런 생각한 적이 있지. 이 애비도 다 알아.”
베르게르는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았지만 가스파르는 진심이었다.
‘달라디에 총리님이나 다를랑 의장님만 봐도 나보다 낫다. 적당히 그런 인물들에게 서서히 넘기면 되지 않을까.’
물론 아버지 시대 말고 자신의 시대에 그런 인물들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설마 5천만 프랑스인들 사이에 뛰어난 사람이 없겠나.
이제는 공식석상에도 모헬 부자가 함께 모습을 드러내니 사실상 ‘차기 독재’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나 다름없어졌다.
본인들의 주권이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음에도 프랑스인들이 불만을 표하기엔 ‘프렌치’라는 상표는 나폴레옹 시대 이상의 명품이 되어버렸다.
타국이 독재라고 비판해봤자 프랑스인들의 귀에는 시기와 질투로밖에 안 들렸다.
무엇보다 본인들 머리 위에 있는 모헬보다는 아래에 있는 슬라브와 게르만만으로도 민족주의는 차고 넘치게 충족되었다.
사실상 독재는 이미 반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앞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은 없을 거다. 그러나 작은 분쟁들은 꾸준히 있을 게야. 그때마다 동맹의 힘을 보여줘야만 해. 아주 압도적으로 이겨서 동맹의 소속감을 각인시키고 적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뜻이야.”
“저 소련이 동토에서 기어나올 것 같진 않은데요?”
“아니지. 민족과 종교만으로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분쟁이 있겠어. 적당한 명분과 조건이 맞춰지면 지체하지 말고 찍어눌러야 해. 실제로 내가 아시아를 방문한 뒤로는 인도차이나에서 반란은 거의 없었다. 왜인 줄 아니?”
“…리프 전쟁 때문입니까?”
“그래, 한번 선례를 만들어주니 다음 선례가 되지 않으려고 하더구나. 뭐, 최근에는 조금 잊은 것 같지만.”
어딘가 약간 뒤틀렸다고 해야 하나. 근데 그런 거 치고 틀린 말 하나 없고 작금의 프랑스 상황을 보면 반쯤 진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잘못되긴 했는데…. ’
조금 더 신성한 규율이나 올바른 국가관을 배울 줄 알았는데 아주 현실적이고 참담한 교훈들에 가스파르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봐줄 때와 기강 잡을 때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핵심은 언제든 휘어잡을 수 있느냐다. 만약 언제라도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봐줘도 되지만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즉각 몽둥이를 들어야 해.”
“대육군은 해체하지 않을 거다. 어차피 네가 다룰 때 즈음에는 전쟁 영웅들은 다 은퇴했을 테니 걱정 마렴. 파비앵도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데 무슨 걱정이니? 다 알아서 정리해주마.”
“아들아, 어차피 넌 나와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비되는 모습으로 가야지. 내가 전쟁이었다면 넌 평화로. 내가 식민지를 지배, 국가를 점령을 했다면 넌 위임통치와 해방을 모토로 삼으렴.”
가스파르는 아버지의 방식은 생각보다 감정적이지도, 비이성적이지도 않다는 점 하나는 따라다니며 배웠다.
모든 결정에는 이유가 있었고, 행동에는 근거가 있었으나.
“아들, 저 인간이 또 이상한 소리 안 했지?”
“어, 모르겠는데요.”
“야!”
“나,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인수인계 중이었다!”
또 자세히 보면 그 신념이 그리 굳건해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하나 확실한 건.
‘하아, 내 연애는 물 건너갔구나….’
자연스러운 만남은 개뿔, 이미 차기 권력자로 얼굴이 다 팔려버린 가스파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