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자자, 들어보시오! 우리 모두 조상만 다를 뿐 이웃, 형제 아니겠소?”
“근데 뭐요?”
“비록 과거 이손초에서 나쁜 기억이 있을지언정 이제는 모두 어깨동무하고 미래로 나아갈 때란 말씀! 집에 돌아가 자식들에게 패전의 우울함을 물려주겠소, 아니면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주겠소?”
파시즘의 전도사들이 오스트리아 곳곳에 투입되었고 그 내용은 전보다 조금 온건한, 약간 이상주의처럼 들리는 말들투성이였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패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말들.
무솔리니가 재정비한 뒤 작정하고 퍼트리기 시작한 파시즘은 따뜻했다.
“전쟁? 그게 다 파시즘 아래에서 형제가 되지 못해서 일어난 거 아니던가?”
“국경이 무너질까 두려워 말라. 파시스트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는 만큼 형제의 조국을 사랑할지니!”
“그대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장의 배를 채울 빵 한 조각인가, 아니면 내일을 살아가게 해줄 희망 한 조각인가?”
어차피 영미프의 군정은 문자 그대로 ‘군사적 문제’만 없다면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던 상황.
원래 활개치던 파시즘이 적십자 향기를 묻혀서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그거 한물간 사상 아닌가?’라는 생각에 아무도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물론 그건 승전한 강대국들의 생각이었고.
수도 끝까지 몰려 항복한 뒤 우울감에 빠져살던 오스트리아에겐 무너진 민족주의와 국가적 자존감에 연고를 발라주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그럼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거요?”
“어허, 파쇼라는 단어가 본래 묶음이란 뜻 아니겠소? 우린 하나요! 우리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를 돕겠소!”
본디 오스트리아에 파시즘이 유행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위아래로 전부 강력한 지도자의 영향력 아래 국가가 변화는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나치의 총통.
프랑스의 원수.
파시스트의 두체.
모두가 막강한 지배자 아래에서 국가가 하나 되어 패권 다툼을 이어가지 않았나.
전 유럽이 왕정과 독재로 가득 차던 시절, 오스트리아 또한 파시즘을 받아들여 시대의 흐름에 탑승했던 거다.
다만 이 넓은 땅에 비해 인구는 적고 국력 자체가 약하다 보니 국외로 힘을 분출하긴커녕 내부에서 그쳤을 뿐이다.
다시 시간이 흘러, 유럽 전쟁이 끝나고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를 뚫고 동면에 들어버린 자부심을 유행 돌아온 파시즘이 자꾸만 자극한다.
한때는 오스트리아 대표당이었던 조국전선(Vaterländische Front) 파시스트 당은 조국재건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그리운 얼굴 하나를 보여줬다.
“이 돌푸스가 돌아왔습니다! 저 나치 수용소에 무려 수년을 갇혀 지냈으나 연합국의 힘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대 지도자이자 오스리아 파시즘의 대표, 엥겔베르트 돌푸스였다.
어찌 되었든 파시스트로 극단주의자였던 엥겔베르트 돌푸스가 돌아왔다면 다음 수순은 아주 당연했는데.
“전부 나치 탓입니다! 파시스트는 절대 유대인 박해를 하지 않았으나 나치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여자, 아이 가릴 거 없이 죽였으며 분쟁을 좋아하는 자들이었습니다!”
끌려갔던 그들의 옛 지도자가 나타나 말한다.
전부 나치 탓이라고. 연합군도 그리 외치지 않냐고.
그러니까.
“여러분, 우린 이 나라에 남은 나치를 잡아 죽여야 합니다.”
다시 한번 파시즘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동시에 지금 당신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치를 죽여라.
돌푸스의 발언은 역시 극단주의다웠지만 아주 정당해 보였다.
“…나치 탓이었어!”
“우, 우린 전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맞아! 우린 독일이나 소련과는 다르다니까!”
가장 악독하던 소비에트마저 전부 나치 탓으로 돌리는데 오스트리아라고 못할 게 뭔가.
강대국들의 방관, 이탈리아의 개입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 또한 많았으니.
“원래 파시즘이 이런 사상이었나.”
“반나치라는 점은 저희와 비슷하나 결이 다릅니다. 결국 민족적인 이기주의 아닙니까.”
“아니지. 소련은 동토 밖으로 본인들의 사상을 단 한 차례도 증명하지 못했어. 반면 파시스트들은 패전했음에도 결국 다시 일어섰네. 회복의 타이틀을 달고 말이야.”
“티토 동지….”
“어디 지켜보자고. 과연 인민을 우롱하기 위함인지 진정으로 새시대의 혁명을 일으키는 것인지.”
잠자는 군대, 파르티잔들이었다.
유럽 전쟁이 끝나고 아직 강대국들이 움직이기 전.
그 좁은 틈 사이로 새로운 바람이 새고 있었다.
***
“패전의 책임을 지고 보로실로프가 나올 줄 알았는데 몰로토프가 나왔군.”
“나름 자주 보니 정감이 갔는데, 아쉽네요. 이름값 있는 애가 총대 메고 숙청당할 줄은 알았지만 그게 몰로토프일 줄이야.”
“아쉽지만 어쩌겠나. 세상이 그런 거지.”
“듣기로는 당 대회에서 뽑힌 중앙 위원과 후보 숙청이 시작되었답니다. 그래봤자 개전할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만.”
누가 알았겠나. 대숙청에 서명했던 몰로토프가 몇 년 사이 숙청 당하는 입장으로 바뀔 줄. 스탈린은 무능했던 보로실로프를 꺾는 대신 후방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몰로토프를 버리길 택했다. 아마 적당한 구실 몇 개 붙여서 친서방 프레임 씌우고 역사 뒤로 사라질 것이다.
“종전 협상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만, 다들 놀란 분위기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수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입니다.”
“이제부터의 전쟁은 다 의미 없지. 무의미한 희생이야.”
“각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더더욱 놀랍습니다만.”
“흐음.”
옆에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어쩐다 하는 빅터에게 난 한 서류를 꺼내줬다.
“이게 뭡니까?”
“읽어봐.”
“극비 임무. 바실리 스탈린, 암살-. 각하?”
“그럼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나. 왼쪽 안구를 통과한 뒤 머리통 뒤로 사출구가 터져나와 즉사. 그다음.”
“…. 야코프 주가시빌리. 이오시프 스탈린의 첫째 아들로 추정됨. 포로로 잡혔으며 총살.”
“아마 맞을 거야. 스탈린이 본래 조지아 출신이거든. 제 이름도 이아코브 이오세비스 주가슈빌리라고 적더군. 조지아 출신 티가 나지 않나.”
“그럼 설마….”
“이 정도에 만족해야지.”
휴전을 하기 이틀 전, 페리스 중령의 저격으로 바실리 스탈린 대령의 눈구멍을 뚫어줬었다.
둘째와 달리 첫째는 최전선에서 백의종군했었는지 포로로 잡혔었는데 본인은 부정해도 몇몇 붉은 군대 간부의 증언으로 스탈린의 아들임이 밝혀졌다.
전쟁은 대위로 참전, 포병 부대로 후퇴가 느려 사로잡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예외는 없었다.
“딱 거기까지. 내 감정은 정리했네. 키우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 전쟁을 끝내야지.”
“…다행입니다.”
“아, 딸이 하나 있다 들었는데. 음, 그쪽은 동토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딱히 노리진 않으려고. 뭐, 그래도 나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국가의 지도자로 언제까지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겠나. 이렇게 한 발 딛고 나아가며 성장하는 거겠지.
전시와 전후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유럽의 분위기.
전후 처리가 한두 해 만에 될 일은 아니지만 프랑스 주도로 전후 스포일러를 마구마구 생산하는 분위기를 억지로 유도하고 있긴 하다.
억지로 착잡한 현실에 몰두하지 못하도록. 저 미래가 휘황찬란하게 빛나 꿈과 희망이 넘쳐나도록. 이제 고통은 끝났고 영원한 행복이 이어질 것처럼.
적어도 동맹들은 내가 그리 보이도록, 세상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들 한다.
부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니 부정하진 않겠다.
“그래도 지금이 전시니까 마음대로 되는 거지, 전쟁 끝나봐. 내정간섭이니 자주권이니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을 게야.”
어느덧 집무실 중앙에 있는 탁자 위는 온통 파란 말로 뒤덮여 있다.
일부로 명맥을 유지 중인 발칸 연합군.
아시아로 향할 준비에 한창 열 올리는 서부군.
점령지 곳곳에 배치된 순수 프랑스군과 일부 차출된 동맹군들.
친프랑스일수록 진한 파란색의 말을 두며 표시해왔는데 어느덧 유럽의 7할이 연하든 짙든 푸르다.
누가 그러던가. 점령은 쉬워도 통치는 어렵다고.
오직 전시. 그러니까 모든 상식이 전쟁이란 이름 아래에 무시되는 지금이야말로 파란색을 정착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동맹에게도 정당하게 회초리를 들 수 있단 이야기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동맹들은 더는 대육군의 존재에 굴복하려 들지 않을 거다.
아마 내가 내려오고 나서는 더하겠지.
그럼 가장 평화적이고 강력한 통제 방법은 하나.
“이거 오를레앙 체제로 돌아가겠구먼.”
모두에게 발언권은 쥐여 주지만 절대 그 목소리의 크기는 같지 않은, 아주 합당하게 불공평한 체제.
여기에는 웃기게도 필수적인 조건이 하나 필요한데.
“내가 민주주의를 퍼트리고 다니면 더글러스가 비웃겠군.”
“전 잘 모르겠습니다. 프란시스 프랑코 카우디요만 봐도 독재였기에 저희와 온전히 함께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그 독재가 기어코 반프랑스로 돌아선다면? 그럼 답도 없네.”
지금이야 군을 이끌고 가서 무력으로 끌어내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과연 이십 년, 삼십 년 뒤에도 그게 가능할까? 아마 수많은 동맹들 눈치를 봐서라도 자제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니까, 설령 반프랑스 정권이 세워져도 알아서 다시 친프랑스로 바뀔 수 있는 구조.
그게 시대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 아니겠나.
“아직 평화가 찾아오긴 힘들겠어.”
우리 프랑스는 어서 빨리 미국의 반대에도 평화의 시대를 열고 싶지만.
아직 세상은 싫다는데 어째.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서류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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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우리 프랑스는 평화를 원하고 있다. 세상이 거부할 뿐이다.
이 혼돈을 과연 어느 국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적어도 프랑스는 가능하리라.
***
유럽에 평화가 찾아왔는가?
“포로 수용소는 이제 운영하지 않는다! 전범 재판을 받을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돌려보낸다!”
“정부의 노동사업에 참여하세요! 매일 임금을 지급해드립니다!”
“기아와 가난은 이제 끝입니다. 앞으로 저녁마다 무료 배식이 모든 광장에서 매일 이어질 테니 꼭 찾아오십시오!”
아니면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가?
“유고슬라비아 징집군들이 크로아티아를 공격한다!”
“아니다! 저들은 반란군이다! 절대 징집군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연합군에게 본토 파병을 요청하다니! 설마 잽스들이 거기까지 갔단 말인가?”
“식민지 반란이 잇따르고 있어? 이거 아시아가 아니라 우리들 식민지부터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지진을 버텼더니 쓰나미가 오는 격.
3년을 내리 억눌렀던 식민지는 기어코 터졌고 잽스들은 활개치며 유럽 내부도 곪아버린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기들의 문제를 품에 한가득 가진 국가들은 언제나 그래왔듯, 프랑스를 찾았다.
‘프, 프랑스도 식민지 가지고 있잖아! 너흰 어떻게 할 건데?’
‘인도양 집결 완료했다며? 빨리 아시아 좀 어떻게 해봐!’
‘동맹인데 설마 모른 척하겠어? 어떻게든 해결해주겠지! 평화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그런 기대와 우수의 찬 눈빛으로 모두가 프랑스의 입을 주목할 때.
달라디에 행정부는 하나씩 프랑스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겪는 내분은 자칫 내정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특정 민족의 국가가 아닌 다민족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독립 국가입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동맹 하나 남지 않은 일본 제국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일부 교과서적인 답변을 제외하면 직접 해결 대신 방관 혹은,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는 달라디에.
“마지막으로, 식민지는 종국에는 독립시켜야만 할 것입니다. 이는 저희 프랑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달라디에는 혼란을 해결하는 대신 더한 혼란을 세상에 퍼트렸다.
“시, 식민지를 풀어주라고?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
“우리 같은 약소국들은 이제 어떻게 하지? 주변국들이 침략하는 건 그래도 프랑스가 막아주겠지?”
“내전이다!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내전을 승인했다!”
두 번째 세계대전 시기에 세워진 법과 규율이 무너진 세상.
“우리 없이는 이렇게 되는 거라니까.”
모헬은 이 혼탁한 정세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