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9
029화
먼저 아르덴 공세 계획에 대해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좌우에 한가득한 적. 그렇다면 필시 중앙은 약화되어 있을 터.
이를 제3군과 4군이 총투입되어 돌파한다. 그리하면 적의 뒷목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니 자연스레 적의 좌익과 우익은 독수리마냥 펼친 날개를 병아리처럼 접을 수밖에 없게 될 거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아르덴 공세는 결국 빠른 중앙 돌파가 핵심이다. 총사령관이 괜히 5군까지 투입하고 싶어 한 이유가 이거고.
실제로 여전히 로렌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실시된 아르덴 공세는 빠르게 적을 밀어내며 시작하였다.
중앙에서 살짝 떨어져 측면으로 비껴가려는 우리 5군도 마찬가지로 평탄하게 시작하였다.
“스당에서 제3군 통과 소식입니다. 곧장 아르덴 바로 아래 샤를빌메지에르 도시 점령을 시작하겠답니다.”
“빠르군. 3군이 5군과 비슷한 속도로 치고 올라올 줄이야.”
“아무래도 교전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인 듯합니다.”
“그러겠지.”
여태껏 독일은 공세가 시작되면 일단 내줬다. 프랑스군을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까지 깊숙이 끌어들여 역공으로 큰 피해를 입혔고,
“상부의 판단은?”
“현재까진 기습의 효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르덴 지방에 추가적인 독일군 배치가 이어지기 전까진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답니다.”
오만. 너무 오만하다.
판단을 실수할 수 있고, 전략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에서 방심과 오만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거다.
명백한 열세임에도 총참모부에서 내려오는 명령은 하나같이 오만함이 묻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세상에, 자신들이 공세를 펼치는 지역 지도가 없다고?”
“그렇습니다. 지휘관들이 라인란트 지도는 가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니, 국경 인근도 못 뚫으면서 적 후방 지역 지도는 왜 가지고 있는데?”
국에 김치 넣지도 않았는데 들이켠다거나.
“야전 지휘관들에게 일단 급하게 관광 지도를 구하여 나눠줬답니다.”
“다들 아르덴이 독일 땅 된 지 반세기라 놀러 왔나 보네.”
20세기면 인공위성 지도는 아니어도 근대적 측지는 가능한 수준이잖아. 아르덴 공세가 무슨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도 아니고 왜 지도가 없는데.
그래, 군사 지도는 쉬이 만들거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니 그렇다 치자. 내 백번 양보해서 이건 이해 안 되어도 되는 척하는 신병처럼 가만히 있겠다고.
“이거, 명령이 잘못 내려왔군.”
“사단에서도 몇 번이나 확인한 전보입니다. 정찰은 금지이며 보급 및 지원 부대는 이번 작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습니다.”
우리 지금 전쟁 중인 거 아니었나. 요새 공방전을 해도 정찰은 상시로 하는데 보급 버리고 정찰은 안 하겠다라?
비전투 인원들은 전투하면 다 처노는 줄 아나. 내가 무슨 빳빳한 보급선 유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건 제 발로 적지에 들어가 눈 감고 고립되고 싶다는 말이잖아.
“이 역시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이고?”
“그렇습니다.”
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을 확신한 눈앞의 사단 참모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발 빼자고 주장해야 하나 싶었다.
죽이 되어도 조프르. 수프가 되어도 그 조프르 아닌가.
지금이야 뇌가 진화 덜 된 뮤지만 이웃 국가 2개, 프랑스 북부 공업지대, 그리고 몇십만 병력 꺼억 하고 나면 뮤츠로 진화한다.
혹시 이번 아르덴 공세는 각성제 같은 건가? 아니면 강화석? 뭐가 되었든 운에 맡겨서 날려먹을 생각한 건 아닐 거 아니야.
“후우… 난 모르겠다, 이제.”
어차피 제일 좆 되는 건 3군이니까. 일개 대위가 남의 집단군 일까지 신경 써서 뭐 하겠나. 내 앞가림이나 해야지.
“다행히 우린 선발 부대까진 아니어도 정찰조는 운용하고 있지.”
그마저도 우리 사단과 주위 아군 앞가림 정도만 하는 규모지만.
조프르가 그리 맹신하는 기습 효과인지 아니면 적의 몹몰이인지 몰라도 프랑스군은 착실하게 아르덴 지방을 점령해 나갔다.
우리 5군 또한 아르덴 지방에 발을 들인 뒤로 손쉽게 숲 앞 평지를 먹었고.
공세 시작 3일 차 아침. 제5군은 아르덴 숲에 도착하였다.
***
이전부터 다짐해온 거지만, 난 절대 아군을 안 믿는다. 그리고 이 다짐은 아르덴 숲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굳건해졌다.
왜냐고?
“중대장님, 저희만 총칼 안 찼는데요….”
“닥쳐.”
“넵.”
착검 돌격 할 바엔 차라리 총열 잡고 개머리판을 빠따로 휘둘러라. 우리 애들이 이 빌어먹을 지형에서 총칼 싸움 해야 할 정도면 그냥 전멸 위기라고 판단해야지.
여전히 총열에 칼 박고 전열 지키는 모습에 시민들은 환호할지 몰라도 난 토하고 싶어지거든.
부웨에에엑.
아르덴 숲이 요리라면 난 구성 성분을 딱 세 가지로 요약하겠다.
가파른 절벽, 하늘을 가릴 만큼 우거진 숲, 그리고 미친 산맥.
하나 추가하자면 여기에 조미료로 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줄기 정도?
이전까지의 평지는 마치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숲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자마자 난 비로소 그 악명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지형이라면 타 부대와 전선 맞춰서 전진하는 것조차 힘들다. 그럼 어떻게 되냐고?
‘어떻게 되긴, 아르덴 특산물 보불표 비빔밥 되는 거지.’
동시다발적인 교전이 일어나면 무조건 난전으로 번진다.
내 뒤에 적이 있을 수도, 적 안에 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고추장 부족할 일은 없겠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 슬슬 보이는 고지에 난 정지 명령을 내렸다.
“파비앵, 지대 투입은.”
“이상 없으며 현재 시각 13시. 개시까지 30분을 앞뒀습니다.”
“애들은?”
“준비 끝났습니다.”
10군단과 11군단. 그중에서도 6사단. 그 6사단 안에서도 우리 대대가 선두나 다름없다. 이는 버리는 패가 아닌, 내가 자청한 일이었다.
‘이쯤 되어야 우리 쪽에 화력 몰아달라고 주장할 만하지.’
언제 교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정찰 부대 또한 멀리까지 나가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아르덴 숲 북부, 리아흐를 앞두고 있다.
숲 안으로 진입한 지는 고작 3km 채 안 되지만 애초에 숲이 좌우로 40km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숲 안에, 독일군이 바퀴벌레처럼 득실거리고 있다. 아직 직접 마주하진 않았지만 단 한 마리만 나와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원래 바퀴벌레라는 게 그런 거거든. 무슨 펭귄브라더스 오뚜기마냥 때릴수록 더 많이 튀어나올 거다.
“정지.”
고요한 숲. 여름 해는 하늘 위에 떠 있지만, 숲 바닥에 비치는 햇볕은 없다.
현재 시각 13시 05분. 페탱과 약속한 시간은 13시 30분.
“전투 준비.”
리아흐.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
이곳 리아흐 1km 너머에는 우스트(Aouste) 평지가 있다. 평지. 이 개떡 같은 아르덴 지형 속에서 거의 유일한 분지이자 평지.
과연 내가 독일군이라면, 저 평지를 가만히 놔둘 수 있을까? 물자 보급, 병력 주둔. 하다못해 후방 거점으로라도 쓸 수 있는데? 아, 이건 절대 못 참지.
이 정도는 자신들이 ‘기습 입장’이라는 착각만 버려도 충분히 도출해낼 수 있는 답이지만, 음… 놀랍게도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우리 6사단은 여태껏 큰 교전 한번 없이 여기까지 들어왔다.
즉, 저 분지는 깊숙이 들어온 프랑스군을 조이는 포대 자루의 바닥과도 같은 역할이리라.
‘아님 말고.’
물론 아닐 수도 있지. 이건 역사와 관계없이 그냥 내 추리일 뿐이니까.
하지만 냄새가 리아흐 앞까지 진동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독일 소년들의 음흉하고도 야한 냄새가. 분명 잠도 안 자고 산타 할아버지를 굴뚝에서 태워버릴 생각이겠지.
그럼 어쩌겠나, 산타는 집에 들어가기보단 에어 드롭으로라도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나.
13시 20분.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 준비라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언덕에 몸을 낮추고 명령만 기다리는 부대원들의 모습에 난 10분도 필요 없다 생각했다.
“설마 나중에 저 철모 가지고 뭐라 하진 않겠지? 우리 부대만 쓰고 있으니 좀 튀긴 하는데.”
“엄연히 허용되지 않은 복장입니다만… 위에서 뭐라 한다고 중대장님 신경 쓰실 겁니까?”
“아니.”
“거 보십시오.”
파비앵, 이놈도 전쟁 터지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라 생각하는지 말 함부로 하네. 나처럼 상부 말 잘 듣는 사람이 어딨다고.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주위에서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사적인 웃음. 다들 그렇게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잊고자 했다.
13시 30분.
콰아앙-!
“시작이군.”
우리가 머리 위로 날아가 떨어지는 막대한 포탄. 방금 몇 초 사이에 떨어진 게 몇 프랑일지 감도 안 잡히는 값비싼 산타의 선물이 떨어진다.
지축을 끝없이 울릴 거 같던 폭음이 이윽고 멈추자, 내 목소리가 이어졌다.
“공격.”
제6사단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공격 준비 사격.
일명 공준사.
장포의 최대 사거리가 40km를 넘어가는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운 개념.
나중에 포병 화력이 극에 달하게 된다면 ‘응, 그냥 포병 선에서 마무리할게~’라는 개념의 공격 준비 파괴 사격(공파사)으로 발전하겠지만 그건 수십 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고. 아무튼 이 개념을 설명하자면 아주 간단하기 그지없다.
적지에 다가가기 전에, 포병이 한번 훑어주는 거다. 집중 포격으로.
이 간단한 개념이 제대로 교리화 된 건 내가 알기로 아마 내년인 1915년 한창 참호전이 물오를 때다.
참호에서 적과 아군의 보병이 섞이면 후방 포병은 두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니 돌격 전에 최대한 쏟아붓고 나아가는 전략을 쓰게 된다.
비단 참호전뿐만 아니라 상륙전 같은 전장에서도 큰 효과를 거두게 되는 전쟁 교리.
공준사는 적을 혼란하게 만들며 돌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도 있다.
여기, 아르덴 숲 안에서 대규모 포병 운용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오직 손가락만 한 탄만 쏴대며 전진? 기껏 키워온 내 소중한 애들 다 나와 함께 순장할 생각 아니면 상상도 못 하지.
그렇기에 난 이번 6사단이 맡은 전투 직전, 페탱과 약속을 했다.
“마치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퍼붓는 포병과도 같은 역할이군.”
“어차피 아군 포병은 절대 아르덴 숲 안으로 못 들어옵니다. 반대로 적은 아군의 침투로를 예상하고 있겠죠. 즉, 포병 화력 없이는 절대 저 숲 못 뚫습니다.”
“그래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위치로 화포를 쏴달라? 만약에 틀어지는 순간 아군 머리 위로 떨어질 걸세.”
“반대로 시간만 잘 지키면 적군 머리 위로 떨어지겠죠?”
공준사 뽕을 뽑아 먹으려면 우리가 적과 대면하는 그 순간 직전까지 포병이 포를 쏴줘야 한다.
근데 여전히 발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전령이 존재하는 이 시대 통신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네? 그럼 어쩌겠나, 몰트케의 철도표마냥 사격 시간표 짜야지.
“이건 공세야. 적에게 막히는 순간이 온다는 의미지. 이 계획표대로 사격을 했다가 아군이 죽는 날에는 사기만 떨어질 걸세.”
“혹시 이 외에 포병을 활용하실 방안이 있으십니까?”
“….”
없다. 기습 작전이랍시고 정찰조차 꺼리는 상부가 절대 포병까지 이끌고 진격할 리 없다.
“교전 시작되면 어차피 노는 병력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타 포병부대 화력까지 싹 저희 사단 쪽으로 지원받죠.”
마침 우리 제5군에서 10군단이 유난히 포가 많잖아. 도대체 일개 군단이 중장거리 화포를 몇 문이나 가지고 있는 거야. 사단장님, 가서 사바사바해.줘.
“모헬 대위, 그거 아는가? 자네는 진짜 미친놈이야. 마치 체스판 위에서 한 칸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죽는 게임을 하자는 거 아닌가.”
나라고 수포와 톱니 계수기 맞춰서 쏘는 구닥다리 화포가 만든 포화 속을 넘나들고 싶겠는가.
근데 어떡해. 우린 공격이고 적은 수빈데. 기관단총 들었다고 기관총 진지 뚫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더 할 말 없으니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태도에 페탱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쯧, 알겠네. 내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화력을 준비해주지. 반대로 자네 또한 잊지 말아야 해. 자네 뒤로 여러 부대가 붙네. 만약 선두가 조금이라도 멈추거나 잘못 움직이면….”
“뭐, 죽은 저한테 책임이라도 물으시죠.”
“하아, 어쩌다 내가 이런 협박에 굴하는 인생을….”
여차저차 저 하늘 위의 별이 유성우를 내려주겠다고 약속하시니 일개 인간은 부디 두 손 모아 간절히 빌 뿐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개시되자, 난 미래의 스탈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가 포병을 전장의 신이라고 칭했는지를.
분명 몇백 미터나 떨어져 있는 리아흐에 떨어지는 화포의 충격이 내게도 전해진다. 그것도 안마의자처럼 끊임없이.
‘이게… 정밀도 낮은 장포들은 다 뺀 화력이라고?’
심지어 고폭탄은 비싸서 거의 못 쏴주고 쇠구슬이 들어있는 유산탄이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그럼에도 그 효과는 빨간약 뺨치는 수준이다. 화끈하다.
언덕에 몸을 바짝 기대어 기다리길 잠시, 시간표의 첫 수업이 끝났음을 인지하자마자 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적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기 전에. 우리 쪽으로 일제히 총구를 돌리기 전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야 했다.
“6시 방향 적 출….”
투두두두.
낮은 정확도. 가슴이 터져라 달려 나가며 총탄을 쏴대는 우리 부대원들의 노력에도 정작 맞는 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되려 짧은 총성을 내며 날아가는 소총탄들이 적 살상에 더 적합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도 잠시.
원래 리아흐에 존재하던 몇십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의 잔재에 가까이 이르자 상황은 달라졌다.
투두두두.
내 귀에도 똑똑히 들리는 연사 소리. 잠시나마 병사들의 손에는 기관총이 쥐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압도적인 화력 차.
적이 올 것은 알았으나 포병 지원까지는 예상을 못 했고, 보병들이 자신들과 견줄 화력을 지녔다는 생각 또한 절대 못 했다.
“탄 떨어졌으면 그냥 대가리 내밀지 말고 있어! 뒤통수에 총알 박히기 싫으면!”
“야, 이 새끼야! ‘약진 앞으로’라고, 마라톤이 아니라!”
어차피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장 한가운데서 대부분의 병사들은 자세 잡아 쏘지 못한다.
어떻게든 제 몸을 숨기고자 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다음에야 적을 쏠 생각을 한다.
이는 전투를 거의 겪어보지 못한 양군 사이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 속에서, 기관단총은 빛을 발했다.
“야, 그냥 총구 방향만 유지하고 쏴! 어차피 한 발은 맞아!”
총탄 소모량을 파비앵이 듣는다면 뒷목 잡을 이야기였지만 틀린 말 하나 없다. 설령 탄창 수십 개 낭비해도 단 한 발이 적을 죽여준다면 방아쇠를 당기는 게 맞다.
더는 내가 지휘할 것도 없었다.
우린 상처 입은 영양을 비겁하게 노리는 하이에나였다.
13시 30분에 시작된 공격 준비 사격. 그리고 이어진 전투까지 전부 끝맺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단급은 아니고… 아마 일개 연대가 여기 주둔하고 있던 거군.”
“조잡하지만 구축한 진지가 존재하는 걸로 보아 만약 저희만 진격했다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대 하나 잡았다고 기뻐하기엔 이제 겨우 폰이 한 발짝 앞으로 전진했을 뿐이다.
“다음 계획은?”
“현재 시각 15시 20분. 다음 공준사는 17시 30분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좋아, 이번엔 우리가 기다려보자고.”
2시간. 희미하지만 멀리서 교전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독일군과 찐한 단체 미팅을 하고 있단 의미.
“진지 구축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얘들아, 삽 들어라!”
체스에서 폰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두 칸을 위협한다.
난 그 두 칸 안으로 적이 들어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