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구 회장에게 원하는 건 하나다.
오늘의 신문의 대주주가 되어서 지금의 대표를 끌어내리고 날 추천해달라는 것.
“내가 너 때문에 돈 많이 쓴다. 그건 아냐?”
“이게 다 투자 아닙니까. 그리고 쓴 만큼 벌게 해드렸잖아요.”
“이놈아, 스마트폰 건은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반도체 쪽도 지금 적자만 보고 있다.”
“제 목 걸게요. 무조건 스마트폰 시장은 성공합니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쯧.”
구 회장은 더 불평하지 않았다.
재환의 정보를 믿고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자신이다.
후회할 결정이더라도 그놈의 스마트폰 시장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럼 대주주님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오냐.”
구 회장과의 전화를 끊고 본래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올 것에 대비해 꺼뒀는데 이제는 켤 때다.
계속 꺼놓고 있다가는 집에 들어가서 예희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예상대로 자신의 번호를 알아낸 기자들의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
어감은 다 달랐지만 내용은 획일적이었다.
정보 공유 좀 하고, 좋은 건 나눠 먹자는 것.
“이미 단물은 다 빨아먹었으니까. 적당히 나눠줄까.”
이후의 후속 기사들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겠지만 재환은 미련이 없었다.
이번 장미래 리스트 사건은 어디까지나 위의 두 놈을 쳐내고 대표 자리에 서기 위한 발판이다.
이 뒷일은 한결에게 정보를 넘겨서 기사를 써도 된다.
‘신문사가 내 거면 여기서 나오는 기사도 다 내 거지.’
그리 생각하며 정보를 어떻게 쪼갤지 고민하고 있으니 한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너 집 가지 말고 신문사로 들어와라.”
“엥?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출근하래? 7시야 7시. 퇴근해서 예희한테 사정 설명해야 돼.”
“지금 여기 데스크 회의실에 메이저 신문사의 국장님들 다 와 계시거든? 그러니까 빨리 와라.”
“하아.”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정확히는 장미래의 뒤를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답변을 하면 저들의 관심도 식을 거라 판단했다.
오판이었다.
“시간 좀 끌어봐. 나 예희한테 혼나야 되니까.”
“30분은 넘기지 마라.”
30분이 뭔가.
바가지 긁힐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니 잔소리를 듣자면 하루도 부족할 거다.
그래도 다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잔소리라 생각하면 감수할만하다.
* * * * *
약속한 30분보다 10분 늦었고 재환은 한층 핼쑥한 얼굴로 회사에 도착했다.
“늦었어. 인마.”
“좀 늦는다 했잖아. 근데 그 사람들 아직도 안 가고 있어?”
“40분 째 눈싸움 중이다. 빨리 들어가 봐라.”
한결이 등을 떠밀며 재환을 회의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소음에 회의실의 모든 이가 재환을 빤히 쳐다봤다.
아까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댈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늘따라 주목받을 일이 많은 하루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신문 사회부 기자 강재환입니다.”
“늦었군.”
“화제의 인물이니 그럴 수 있지.”
“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나 해.”
각 신문사의 대표라 볼 수 있는 이들이 자신을 왜 기다린 걸까.
그 의문은 상석에 앉아있던 이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해소됐다.
“강재환 기자, 자네 이직 생각 없나?”
“이직이요?”
“그래. 우리 조선 신문으로 와라. 편집장 자리 마련해 줄게.”
“위아래도 없는 신문사라 그런가 딜을 막 하시네. 매일중앙 신문 어때? 우리 조건 괜찮아.”
“먼저 데려가면 땡이지 여기서 예의 차릴 게 뭐가 있어.”
“다들 신문사 명예에 먹칠하지 말고 조용히 좀 하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니 회의실 분위기가 과열되어 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앉은 이들은 모두 경쟁사다.
매일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 난 이들을 한 방에 몰아놨는데 지금까지 조용했던 게 신기했을 따름이다.
이러다가 진짜 멱살잡이가 일어나겠다 싶어 재환이 중재에 들어갔다.
“진정들 하시죠. 그럼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 절 스카웃하려고 오신 거 같은데, 왜 제가 이직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뻔한 거 아냐? 오늘의 신문 아작 났는데 여기에 남아 있을 거야? 제정신 박힌 놈이면 그런 짓 안 하지.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 편집국장이 기자 하나 데려가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없어.”
“아하….”
확실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운으로 저 자리까지 오른 이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한 방 먹었다는 점에 화를 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저놈을 자신들 밑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물론 분에 가득 찬 이도 몇 명 보이긴 했지만 예외로 둬도 된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같은 의견이신 거죠?”
“그래, 그러니까 네가 정해라. 어디 가고 싶은지. 뭐 조건은 우리가 제일 잘 쳐줄 거다.”
“회사 가치가 500억도 안되는 게 껴드냐.”
전투민족의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지 잠시라도 넋 놓으면 금방이라도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는 건 질색이기에 재환은 칼같이 잘랐다.
“이직할 생각 없습니다.”
“뭐?”
“쟤가 뭐랬냐.”
“너 돌았니?”
“아주 제정신입니다.”
재환의 말에 모인 이들은 다 황당했다.
지금 여기에 남아 있어봤자 상여금은커녕 당장 다음 달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처지일 텐데 뭘 믿고 저러는가 싶다.
“이거 제대로 미친놈 아냐? 아까 말 못 들었어? 여기 지금 박살나기 직전이야. 지금 회사가 간판 달고 있는 건 하루가 안 지나서 그런 거지 내일이면 간판도 떨어져 나간다니까?”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지만 지금 상황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편집장이랑 편집국장이 사건 관련 용의자로 끌려간, 덕분에 저희 회사 가치는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중이죠. 내일 주식 시장 열리면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참 궁금하네요.”
“그걸 아는 놈이 여기 남아 있겠다는 이유가 뭐야?”
“위가 사라졌으니 제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잖아요.”
재환의 말에 국장들은 속이 터져나갔다.
생각이 있는 놈이면 무너지기 직전인 성의 왕좌에 앉겠다고 버티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 그들의 눈에 재환의 언행은 몸값을 올리기 위한 시위였다.
상석에 앉아 있던 이가 묘한 대치 상황을 끊기 위해 말을 꺼냈다.
“강재환 기자가 아무래도 우리가 뭘 해줄 수 있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 같으니까 내가 대신해서 여기 있는 국장들에게 물어보지. 지금 당장 강재환 기자에게 편집장 자리를 줄 수 있는 곳?”
몇 명이 손을 드니 그 뒤로 손이 우수수 올라오더니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중에는 편집장 자리까지 생각 안 한 곳도 손을 들었다.
손을 안 들면 경쟁에서 밀리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없는 편집장 자리도 만들어 내놓게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편집장 자리를 가지고 싶어서 남아있다고?”
“전 편집장이라고는 안 했는데요.”
“야, 그럼 편집국장?”
재환은 답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만 보였다.
그 덕에 어떻게든 재환을 회유하려던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특종 하나 냈다고 지가 어마어마하게 잘난 줄 아네.”
“편집국장 자리가 쉬워 보이나? 미친놈.”
“안 봐도 답은 뻔하겠지만 물어나 보지. 편집국장의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곳?”
이번에는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부서의 기사만 관리하면 되는 편집장과 기사 전체를 총괄해야 하는 편집국장 자리는 같은 선상에 놓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나 그들이 원하는 건 재환의 정보 캐치 능력과 취재원과의 유대관계지 데스크에서의 능력은 아니다.
“봤냐? 네가 이번 특종을 보도해서 조금 기고만장해졌나 본데, 널 편집국장으로 쓰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제를 알아야지.”
“에이, 그만두렵니다. 지 잘난 맛에 사는 놈 들여 봤자 물만 흐려놓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로서도 딜을 조금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시위를 한 셈이다.
재환이 당황하며 그들을 붙잡아 주길 바랐지만 재환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재환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일어나 문을 열어줬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싸가지 없는 놈.”
재환의 행동에 염증을 느낀 국장과 자존심 때문에 다시 앉지 못하는 다수의 국장들이 퇴장했다.
재환을 지나쳐가면서 그들의 악의가 철철 흘러들어왔지만 무시했다.
재환의 입장에서 그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이들이다.
하나같이 마이너한 신문사니 자신의 발목을 잡을 능력이 없다.
고작해야 찌라시 기사나 써서 뿌리게 될 텐데 그 정도는 팩트로 자근자근 밟아버릴 수 있다.
한 차례 물갈이되고 남은 건 국내 탑 쓰리 신문사의 국장들이다.
“세 분은 안 나가시나요?”
“편집국장자리 주지. 그러니 우리한테 와라.”
조선 신문의 국장이 먼저 딜을 걸었다.
다른 두 사람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재환은 파격적인 제안에 놀랐고,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이들과 좀 더 줄다리기하면서 놀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속의 바람으로 남겨뒀다.
“세 분의 의견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편집국장보다 그 위에 있습니다.”
“그 위?”
“…신문사 대표가 되겠다고?”
매일중앙 신문의 국장이 눈치가 빨랐다.
재환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두 국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욕심이 아주 그득하네, 그득해.”
“젊으니까 할 수 있는 판단이지. 젊음이 좋다.”
세 사람은 혀를 내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환의 의지가 워낙 굳건한 게 느껴지니 말해봐야 뭐하겠냐 싶다.
앞서 나간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먼저 나간 이들과 달리 재환을 깎아내리기보다 명함과 함께 응원의 말을 남겼다.
재환을 회의실에 남겨두고 나온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무심히 말을 던졌다.
“3달에 10만 원….”
“너무 길지 않나. 망해가는 회사의 대표자리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난 2달.”
“2달이나 3달이나, 당장 다음 달 기자들 월급 어떻게 줄지도 고민될 텐데. 1달.”
자연스럽게 내기를 하는 세 사람의 생각은 같았다.
오늘의 신문이 재기할 수 없다는 부분은 생각이 동일하다.
그러니 신문사가 망하고 재환이 파산하고 난 이후에 다시 딜을 해볼 요량이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조건이 안 좋을 것이다.
망한 회사의 전 대표라는 꼬리표가 붙을 테니까.
‘기자로 굴려 먹을 수 있으면 이득이지.’
‘충분히 좋은 인상을 보여줬으니까. 연락하려면 우리한테 먼저 해라.’
‘뭐, 대표가 된 경험이 있으면 더 쓸 만해지겠지.’
동상이몽인 편집장들이 떠나고 재환과 한결은 회의실에 남아 커피를 홀짝였다.
회의실에서 있었던 소란의 전말을 들은 한결은 재환의 미친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대표가 하고 싶더냐. 망국의 왕이랑 다를 게 뭔데.”
“망국이긴 하지. 근데 내가 키울 수 있어.”
“무슨 수로. 네가 무슨 수로.”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마셔. 그보다 선배.”
재환이 부드럽게 한결을 부르니 한결은 몸을 떨었다.
이놈이 자신을 저렇게 부를 때 치고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다.
“찾지 마라. 나도 퇴근할 거다.”
“내 얘기만 듣고 가.”
“싫어, 인마.”
귀를 손으로 막고 회의실을 뛰쳐나가려는 한결을 재환이 붙잡았다.
억지로 한결의 귀를 막은 손을 떼며 말했다.
“선배, 편집국장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