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
11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건 많다.
간단하게만 생각해봐도 항해에 필요한 물자와 승선할 배, 그리고 선장과 선원들이다.
지금 재환은 물자와 배를 확보한 상황이다.
남은 건 믿을 수 있는 선원을 구해야 했다.
거기에 딱 들어맞는 게 한결이다.
“편집장도 아니고 편집국장? 뭐 그런 특급 승진이 다 있냐. 나 위염걸려 뒤지라고 기도하는 거냐.”
“승진 시켜 준다고 해도 난리야. 왜. 해고해 줘?”
“차라리 그게 낫겠다. 이직하게 해고나 시켜줘. 퇴직금도 두둑이 챙겨주고.”
한결의 징징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안타깝지만 재환은 한결만큼 믿을 수 있는 이가 없다.
회귀 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건 한결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그 빚을 갚는 일이기도 했다.
“선배, 생각 좀 해봐. 그 나이에 편집국장 달면 최연소 편집국장이 되는 거야. 얼마나 멋져. 그리고 선배도 결혼해야지.”
“내가 집에서도 안 듣는 결혼 얘기를 너한테서 들어야겠냐?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결혼. 소개나 해주고 그런 소리해라.”
인상을 팍 쓰는 한결의 어깨를 주무르며 살살 달랬다.
“소개해 줄게. 근데 생각해봐. 선배가 왜 아직도 솔로겠어. 편집장도 아니고 취재기자라서 그런 거 아냐.”
“넌 했잖아.”
“…난 기자하기 전에 코 꿰였고.”
돌이켜보면 그 당시 예희의 추진력은 어마어마했다.
결혼할까란 농담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신중하게 뱉었을 것이다.
결혼은 늦게 할수록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 소개받고 나가서 직업이 뭐냐고 상대방이 물어봤는데 기자라고 하는 게 좋겠어, 아니면 편집국장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
“하이고.”
한결은 마른세수를 몇 번 한 뒤 회의실 책상에 걸터앉았다.
“입은 그만 털고 본심을 털어 봐. 왜 나야? 지금 있는 편집장님이나 부국장님도 있잖아. 까놓고 말해서 대표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실력 있는 사람으로 밑의 사람을 꾸려야지. 실력도 없는 내가 들어가서 되겠냐?”
“선배 일 잘하잖아. 기사도 잘 뽑지. 기사 보는 눈도 있지. 부족한 거라곤 머리숱밖에 없구먼.”
“머리 숱 건들지 마라. 다 잡아 뽑아버리기 전에.”
한결의 으르렁거림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하고 수첩에 있는 자그마한 정보를 털어놨다.
“뒤가 깨끗한 사람이 없어서 그래.”
“그게 뭔 소리야.”
“지금 편집장들 광고주들 접대한다고 하면서 몰래 빼먹은 게 한두 푼이 아냐. 그런 사람들이 지금 상황에서 위로 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팔아먹고 다른 신문사로 가버릴걸. 지금 필요한 건 실력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거기에 적임자는 선배밖에 없다고 생각해.”
선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니 한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명히 호의인데 왠지 속이 부대꼈다.
이런 짓을 안 하던 놈이 하니 그런 게 더 컸다.
“그러니까 선배가 편집국장 해라. 일이야 금방 배울 거 아냐.”
“하, 내가 왜 이런 놈의 사수가 돼서 인생이 꼬이냐.”
“꼬이기는 잘 풀렸다고 생각해.”
한결이 국장역을 맡아주는 거로 얘기가 마무리되고 두 사람은 신문사를 나왔다.
오늘 같은 날 술 한잔을 땡겨야 하지만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한다.
빨리 마나님을 뵙고 전화로 다 듣지 못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장장 3시간 동안 잔소리가 이어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오늘의 신문에서 더 버틸 거야?”
“음…. 그게 말인데… 대표가 될 거 같아.”
“뭐? 대표?”
예희는 재환의 이름을 뉴스에서 보게 된 때보다 더 놀랐다.
놀란 것도 잠시 냉정하게 따져봤다.
“좋긴 한데 찝찝하다. 회사 잘못되면 당신이 다 책임져야 하잖아.”
“그렇겠지?”
예희는 잠깐 인상을 썼다가 한숨을 쉬고 돌아누웠다.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해. 대신 내가 일해야 될 거 같으면 허세 부리지 말고 빨리 말해줘. 소율이 밥은 굶기면 안 되니까.”
재환은 눈을 감고 누운 예희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언제나 자신을 믿고 뒷받침해주는 예희가 고마웠다.
조만간 가족 서비스를 또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재환도 잠에 들었다.
해가 뜨고 출근하는 동안 예상대로 오늘의 신문 주식은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렇게 낙폭이 큰 주가 그래프가 또 있을까.
오징어를 뜯으며 주가 그래프를 지켜보고 있으니 구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거 상장폐지 하는 거 아니냐.”
“그 전에 회장님이 잘해 주셔야죠. 언제 매수하실 거예요?”
“점심 지나서 시작하면 껌값으로도 될 거 같은데 상폐 될까 걱정되네. 좀 있다 시작하마.”
“그럼 전 미리 가서 새로운 대표라고 인사라도 할게요.”
“불난 집에 기름을 던져 넣는구먼. 인성머리하고는.”
“미리 약 좀 쳐둬야죠. 그래야 제가 대표 자리 올라갈 때 잡음이 좀 줄죠.”
구 회장은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 뒤 전화를 끊었다.
재환은 씹던 오징어를 마저 씹어 삼키고 차에서 내렸다.
지금부터 할 일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텅 빈 비서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사직서를 내고 나갔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재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날카로운 고함이 문틈으로 째지면서 날아들었다.
재환은 윤판석 대표의 지금 심정을 유추하면서 말을 꺼냈다.
“사회부의 강재환입니다.”
“강재환?”
되묻는 말이 들려오자마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렸다.
문 바로 앞에 서 있던 윤판석 대표의 얼굴은 분노와 짜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재환은 슬쩍 윤 대표 너머로 사무실을 살펴봤다.
사무실에만 폭풍이 휘몰아쳤는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하,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왔지?”
윤 대표가 재환을 대하는 태도는 부모의 원수를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 원수는 사건에 범인으로 찍힌 박기범 편집장과 이석호 편집국장이지만, 윤 대표의 눈에는 재환 역시 똑같은 놈이다.
재환은 윤 대표의 손에 위험한 흉기가 들리진 않았는가를 먼저 확인했다.
화를 받아줄 수는 있지만 아픈 건 싫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난 할 말 없으니까 돌아가라. 그리고 넌 가급적이면 내 눈에 띄지 마라.”
“음, 그럼 내려가서 기사나 쓸까요?”
재환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의 녹음기를 실행하고, 윤 대표의 속을 살살 긁기 시작했다.
“윤 대표님 차가 최근에 바꾸셨던데, 해외 스포츠카 타보시니까 어떠세요?
“뭔 트집을 잡으려는지 모르겠지만….”
“한성이 확실히 통이 크죠? 선물로 차를 다 주고 말이죠.”
“…….”
“정보준 의원님한테서 시계도 선물 받으시고 좋으시겠어요.”
재환이 한 마디씩 더해갈수록 윤 대표의 동공은 더욱더 크게 흔들렸다.
다른 사람보다 윤 대표의 비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아는 이유가 있다.
윤 대표가 카르텔의 끄나풀이니까.
카르텔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뿌리고, 불리한 정보는 물 타서 본질을 흐려버린다.
때로는 다른 신문사들과 접촉해서 가짜 정보를 뿌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 봐야 이 양반도 카르텔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지만, 질이 나빠.’
카르텔이 뒤에서 무슨 일을 벌이는지 잘 알면서도 윤 대표는 모른 척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의로 그 모든 걸 어둠에 덮어 버렸다.
그 때문에 재환의 눈에는 윤 대표 역시 그놈들과 동색이다.
“이거 내려가서 기사로 쓰면 사람들이 참 재밌게 볼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협박하는 거냐? 네가 기사를 쓴다고 그게 나갈 거 같아? 데스크에서 막으면 될 뿐이야.”
“데스크라. 편집장도 없고, 편집국장도 없는 데스크에서 막겠다고요? 어떻게요?”
재환의 비아냥거림에 윤 대표는 품에서 휴대폰을 하나 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이 앞에 있는 호로 자식은 없어져야 한다.
이 녀석이 살아있으면 여생이 어떻게 꼬이게 될지 모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됐다.
그 순간 재환은 윤 대표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기습적인 일격을 받은 윤 대표의 몸이 무너져 내렸고, 쓰러지는 윤 대표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었다.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니 탄식이 먼저 들려왔다.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 하지 않았나?”
회귀 전 이와 비슷한 목소리로 비슷한 비아냥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떠올리니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한성 그룹의 이한철 사장님이시죠?”
“…너 누구냐?”
약간의 당황이 묻어났지만 그뿐이다.
대부분의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를 들으니 확신이 들었다.
재환은 윤 대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을 하며 답했다.
“알 필요 없죠. 어차피 만나볼 사이도 아니고, 그보다 윤 대표와 친하신가 보네요? 개인적인 번호도 가르쳐 줄 정도면 말이죠.”
“후우…. 쯧.”
짧은 한숨과 혀를 차는 소리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상당히 귀찮은 예상 밖의 일에 짜증이 났다.
“이 일을 빌미로 협박할 생각이라면 그만두지. 후회하게 될 테니까.”
“글쎄.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하게 되지 않을까? 안 그래도 형님한테 밀리는 처지인데 말이야. 이거 회장님 귀에 들어가면 아주 좋아하시겠네?”
한성 그룹 내부의 최측근들만 알만한 내용을 흘리자 휴대폰 너머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윤 대표와 한성 그룹의 커넥션이 걸렸다는 것보다 이 사정이 밖에 흘러갔다는 사실에 더 크게 놀란 모양이다.
“…너 뭐냐?”
아까와 같은 질문이었지만 질문에 담긴 감정의 농도가 달랐다.
가만히 있어도 될 상황에 굳이 윤 대표를 찾아온 이유 중 하나다.
저들의 마음에 약간의 틈을 만드는 것.
이 한 번으로 만들어내는 틈은 작다.
하지만 그 틈은 의심을 먹고 조금씩 커지게 된다.
“그건 알 필요 없지만 하나만 알아둬, 이 인간 같지 않은 새끼야. 조만간 내가 네 목 딸 거니까 자나 깨나 목 잘 닦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말이야. 눈 뜨고 코 베이기 싫으면 바짝 경계하면서 살라고. 경계를 느슨하면 어떻게 될지는 내가 윤 대표를 본보기로 보여줄게.”
“개가 시끄럽게 짖는군.”
애써 재환의 말을 무시하려는 한 마디를 끝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재환은 휴대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대포폰 같지만 경찰에 맡겨서 구입 루트부터 역추적해 나가다 보면 하나 정도는 건덕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윤 대표님. 그런 의미에서 단두대에 올라주셔야겠어요. 아, 저 사람들한테 기대하지 마세요. 구해줄 생각 없다는 거 대충 느끼셨잖아요?”
“그, 그럴 리가.”
윤 대표도 귀가 있기에 저들이 자신을 버렸다는 걸 이해했다.
믿고 있던 동아줄이 끊겼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재환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진 윤 대표의 귀에 대고 작은 희망의 말을 속삭였다.
“그래도 제가 윤 대표님 밑에서 일한 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하죠.”
재환은 악마의 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