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5
127화
TBS의 정오 뉴스는 뉴스가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아무래도 아침 뉴스가 나간 직후 재환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퍼진 영향이다.
만약 TBS에서 추가 보도를 한다면 재환의 기사가 맞는다는 걸 거고, 정정 보도를 하면 재환이 허위 보도를 했다는 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TBS의 정오 뉴스가 시작됐다.
“오, 한다.”
“정정 보도냐, 추가 보도냐.”
“정정 보도면 바로 말하겠지?”
사람들의 의구심을 풀어준 건 스튜디오의 데스크에 앉아있던 한결이었다.
“오늘 정오 뉴스의 첫 소식입니다. 어제 저녁 경찰은 선거 조작과 관련된 중요 참고인 둘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조사 결과 무혐의 판결이 났는데요. 정말 무혐의였는지 저희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한결의 그 말 다음으로 녹취록이 이어 재생되었다. 녹취록을 들은 사람들은 재환이 옳았다는 걸 확신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역시 한결이 뱉은 다음 말로 인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현재 조사를 받았던 두 사람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지나치게 빨리 이뤄진 조사와 판결. 거기에 그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다.
선거 조작을 한 게 확실하다는 확신을.
“경찰들 진짜 무능하네.”
“그 사람들을 그냥 풀어준 거야? 아니, 무슨 법이 이래.”
“법 만드는 인간들이 한 통속이잖아. 근데 그럼 강재환 회장은 어떻게 된 거야?”
한 가지 의문이 해결되자 다른 의문이 남았다.
강재환은 왜 긴급 체포된 것인가. 허위 사실 유포라기엔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나.
“회장님의 의도대로 됐군요.”
경찰서로 찾아온 서진인 재환의 옷을 건네며 말했다. 재환은 TBS의 뉴스를 보며 빙긋 웃었다.
재환을 조사하던 팀장은 재환이 내민 녹취록을 듣고 곧바로 재환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녹취록 하나로 너무 순순히 풀려나지 않았습니까?”
“그 안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한국당의 자금 유통 루트하고 중간에서 돈 세탁한 자료들. 지금 그거부터 조사하기 시작할 걸요?”
재환의 말대로 팀장은 재환을 풀어주고 대신 이번 선거에 관련된 인물들과 선관위 사람들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접한 다른 팀의 형사들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런 일 우리 담당 아니잖아. 갑자기 왜 나서서 그래.”
“나도 나서고 싶어서 나서는 거겠어?”
그는 짜증 섞인 말로 답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말한 대로 그는 그냥 넘어가고 싶었다.
재환이 건넨 자료들 검토하겠답시고 어디 던져놓고 묵히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위쪽에서 지시 내려왔어. 이번에 전담팀 하나 마련해서 조사하라고.”
“위? 뭐 과장한테서 연락이라도 왔어?”
“과장이면 다행이지. 청장님 지시야.”
청장 지시라는 말에 그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경찰의 수장이 지시했다는데 그들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다만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카르텔에 속한 그들임에도 말단이기에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속내도 모르는 팀장은 자신 앞에 놓인 USB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네들이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이번에 검찰하고 같이 일하라는데, 잘 됐다, 야.”
“아냐, 우리 관할 일도 바쁜데 뭐. 힘내라.”
“고생하고.”
아주 필사적으로 막으려던 이들은 청장이란 말을 듣자마자 바로 물러났다. 그들을 본 팀장은 혀를 찼다.
“아주 빈대 같은 것들이야. 어우, 성질나! 대체 일을 왜 이렇게 만드는 거야.”
팀장에게 일감을 던지도록 일조한 재환은 서에서 나오려다가 한 사람에게 붙잡혔다.
“KG 그룹의 강재환 회장님 맞으시죠?”
“네.”
재환은 자신을 부른 이를 위 아래로 훑어봤다.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니 어째서 자신을 부른 건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서진이 재환의 앞에 나서려 했지만 재환이 손짓으로 말렸다.
“괜찮아요. 그 쪽은 청장이 보내서 온 거죠?”
“맞습니다.”
비서는 목소리 끝이 떨리지 않도록 목에 힘을 빡 줘야 했다.
그녀는 재환을 데려가는데 상당히 고생할 거라 예측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의 회장을 긴급 체포해서 끌고 왔는데, 그 체포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누구나 기분 나쁠 만 한데, 상대는 재벌이다. 돈으로 상대를 부리고 찍어 누르는 게 흔한 이들이다 보니 패악질을 부리는 것도 예삿일이다.
그러니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재환의 행동은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다.
“좋아요. 안내해요.”
“네?”
예상과 다른 반응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얼마나 얼이 빠졌는지 옆에 서있던 서진이 한숨을 내쉬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저희 회장님 바쁘신 분입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죠.”
그녀의 뒤를 따라 경찰청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청장실 앞에선 그녀는 노크를 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재환이 안으로 들어가니 청장이 웃는 낯으로 일어나 재환을 반겼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이거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용건.”
재환은 청장이 내미는 손도 무시하고 삐딱하게 서서 그를 내려다 봤다. 말투는 웃음기를 싹 빼고 최대한 살벌하도록 했다.
재환의 반응에 청장의 얼굴에 순간 금이 간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는 헛기침을 짧게 했다.
“일단 앉으시죠. 청장실에 제법 귀한 차가….”
“청장님, 보아하니 비만이신 거 같은데 귀에도 살이 찌셨어요?”
신랄한 비난에 이번만큼은 그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얼굴이 팍 일그러지자 재환의 한 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용건. 용건만 간단히 말하시라고요.”
재환의 삐딱한 자세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당장 밑에 것들을 시켜 그를 잡아넣으라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다.
꾸역꾸역 그 충동을 참아낸 그는 다소 어색하게 서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듣기로 이번 부정 선거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보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 중에 경찰과 관련된 자료도….”
“당연히 있죠.”
이번 건이 건인 만큼 당연히 경찰에 연루된 이들이 있다. 카르텔의 말단에 속한 그들은 윗끈을 붙잡고 올라갈 생각만 하며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그와 관련된 기록을 재환은 가지고 있다.
청장이 원하는 건 바로 그 기록이었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그냥 내려갈 순 없어.’
원래대로면 카르텔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지만, 그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지금의 카르텔은 예전의 카르텔이 아니다.
완전히 박살이 난 그들이 자신을 챙겨 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그는 발 빠르게 재환의 라인에 갈아타려는 것이다.
“그 자료 기사화 하실 겁니까?”
“당연하죠. 그게 기자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아, 제가 지금 KG 그룹 회장직도 겸직하고 있긴 하지만 기자라는 본분을 망각하진 않았거든요.”
다소 빠르게 쏟아낸 말에는 청장이 파고들 약간의 틈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바짝 긴장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떻게든 이번 상황에서 탈출할 기로가 있을 거라 여겼다.
“크흠, 그 KG 그룹을 경영하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가령 뭐, 경찰이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던가.”
속셈이 너무 훤히 드러나 보이자 재환은 피식 웃었다. 참 이런 속물적인 인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경찰이 도와줄 수 있는 일 많죠. 가령 뭐, 시위가 발생하면 잘 처리해 준다거나, 저희 업체 주변에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리해 준다거나 말이죠.”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청장은 재환이 미끼를 물었다 생각하고 재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미끼를 문 건 재환이 아니라 청장이었다.
“근데 그건 경찰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인 건 아시죠?”
“……회장님?”
“경찰이 하는 일이 뭡니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질서를 지키는 일 아닙니까. 그러라고 이 배찌들을 달고 계시는 거지 않습니까.”
재환은 슬쩍 청장의 가슴팍에 달린 배찌들을 툭툭 건드렸다. 누군가의 자존심일 수 있는 것들을 가볍게 건듦으로서 그를 자극하는 것이다.
청장은 재환의 태도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이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말겠다는 것인지. 그걸 알 수 없었기에 선뜻 적절한 반응을 내보이지 못했다.
패닉에 가까운 상태에 빠져있는 그를 보고 재환은 그의 넥타이를 붙잡았다.
“근데 요즘 경찰들을 보면 뭔가 바뀐 거 같아서 말이죠.”
“바뀌……다뇨?”
“자신들이 질서인 줄 알아요.”
“컥.”
넥타이를 콱 졸라매자 청장은 자신도 모르게 바람 새는 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 새라 서진은 청장실의 문을 닫고 입구에 버티고 섰다.
청장은 호흡하기가 힘들자 재환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지만 재환의 힘이 더 강했고, 쉽게 풀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멋대로 굴고 자신들은 무죄요. 죄가 없소. 하더라고요.”
“이, 이거….”
“너무 어이가 없어요. 맷돌 손잡이가 빠진 거 마냥 말이죠.”
재환은 말을 마친 뒤 넥타이를 붙잡은 손을 떼어냈다.
그제야 신선한 공기를 들이 쉰 그는 재환은 노려봤다. 살기와 노기가 섞인 그 눈빛을 보고도 재환은 담담했다.
어차피 이빨 빠진 호랑이다. 거기다 발톱까지 다 부러져서 힘도 못 쓰는 호랑이를 왜 무서워하겠는가.
“당신이 지금까지 돈을 꽤 많이 먹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한성으로부터 받은 돈도 있고, YK로부터 받은 돈도 있고.”
“……증거….”
“는 있죠. 당연히. 제가 증거도 없이 나대겠어요?”
재환은 자신의 수첩이 들어있는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별 거 아닌 동작임에도 청장은 바짝 긴장이 됐다.
저 말이 허위가 아니라는 건 지금까지 재환이 벌여온 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경찰이 경찰답게. 청렴한 조직이 되도록 제가 좀 도와드리겠습니다.”
“후,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후회라는 말을 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그 때문에 청장의 말이 가진 위엄이 싹 사라졌다.
재환은 피식 웃고 짧게 답했다.
“네. 후회는 제가 할 게 아니거든요.”
당신들이 할 일이지.
뒷말은 하지 않고 대신 청장실에 놓인 TV에 다가갔다. 한성의 로고가 정면에 찍힌 TV를 보다가 전원을 켰다.
“TV 좋은 거 쓰시네요. 한성 제품 치고는 잘 나온 거죠.”
마치 자기 집안의 안방 TV를 쓰는 것처럼 편하게 채널을 돌리다가 TBS 채널에서 딱 멈췄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청장실을 나왔다.
청장은 재환이 나가는 걸 보다가도 고개를 돌려 TV를 바라봤다. 이미 뉴스는 끝났고, 일부 패널들이 모여 이번 사건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찰의 무능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겠죠.”
“조사를 했는데 무혐의라. 이미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말을 한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이건 의도적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들이 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청장의 목을 조여 왔다.
그는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버텨보려 했지만, 이미 그 자리는 붕괴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