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4
126화
항상 그렇듯 재환이 데스크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긴장했다.
또 무언가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는 증거니까.
비록 아침 뉴스라 TV 앞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의 수는 적었지만,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환을 주목했다.
특히 카르텔에 속한 모든 이들이 재환의 입만 바라봤다. 또 무슨 일이 터져 나올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 탓이다.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표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단 한 마디.
그 한 마디로 TBS를 지켜보는 모든 이가 얼어붙었다. 뭘 들은 건지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YK 그룹의 건도 말은 안 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YK그룹에 관해서는 암암리에 안 좋은 얘기가 떠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피해당한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얼마나 미친 짓이 벌어진 건지 느끼는 정도가 약했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국민의 기본 권리를 짓밟았다는 얘기는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재환도 어느 정도 알아서인지 잠시 침묵하고 뒷말을 이었다.
“이번 기사의 중요도가 중요도인 만큼 저도 꼼꼼한 정보를 확인하고 재차 팩트를 체크한 뒤 전달 드립니다.”
재환의 뒤로 관련 정보가 CG 처리 되서 떠올랐다. 재환이 확보한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된 수의 결과가 이어 나왔다.
“이번 대선이 급히 이뤄졌음에도 많은 사람이 투표에 관심을 가지고 권리를 행사해 주셨습니다. 그런 중에 그 결과 역대급 투표율인 62.4%의 투표율을 보여주었죠. 약 이천 삼백 팔십만 분이 투표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표 결과 입니다.”
투표한 사람은 이천 삼백 팔십만. 하지만 개표된 표의 수는 삼천 오백만이다.
“투표된 표보다 개표된 수가 많은 일이 생길수가 있습니까. 아무리 사전 투표를 한 사람들이 있다하더라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재환이 던진 돌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소리쳤고, 어떤 이들은 조금 더 지켜보자며 말했다.
그 중 가장 큰 여론은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
건수가 건수다보니 팩트가 보장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환 역시 그 마음을 알기에 관련된 자료들을 풀어 나갔다.
“의원님, 어떻게….”
“경찰청장 연결해.”
재환의 말이 나옴에 따라 최현철은 보좌관에게 명령했다.
보좌관은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전화를 연결했다.
“네, 의원님.”
“지금 보고 있습니까.”
“TBS 뉴스 말씀이라면 맞습니다.”
“그럼 뭐하세요. 빨리 허위 사실 유포 및 국가 내란죄로 잡아가지 않고.”
최현철의 말에 보좌관은 눈을 번쩍 떴다. 허위사실 유포는 그럴 수 있다지만 국가 내란죄는 스케일이 다르다.
만약 재환이 한 말이 전부 팩트라면 경찰은 공권력 남용으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차하면 경찰 여럿이 옷을 벗고 권력이 축소되는 결과도 낳게 될 거다.
그 사실을 아는 청장이기에 조금은 느긋한 어조로 답했다.
“허위 사실 유포는 괜찮습니다만 국가 내란죄는 안 됩니다.”
“뭐가 안 돼!”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거기다 강재환은 KG 그룹 회장이면서 언론사 대표입니다. 언론 탄압으로 시끄러워 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걸 저렇게 놔둘 거야 지금 아니면 강재환이 설치고 다니는 거 못 막아!”
최현철은 자신이 있는 곳도 잊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수화기 너머의 청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짧게 말했다.
“국가내란죄는 안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최현철로서는 마뜩치 않았지만 그래도 재환을 잡아넣을 수 있단 생각에 기분이 나아졌다.
‘강재환을 잡아넣으면 끝이야. 적당한 지병 핑계대서 죽여 버리면 되니까.’
이번 건도 강재환만 사라지면 빠르게 묻어버릴 수 있다. 논란은 논란일 뿐이라고 일축하면 되니까.
그러니 경찰이 빨리 움직이길 기다릴 뿐이다.
최현철 의원의 바람이야 어쨌든 여론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재환이 착실히 모은 정보들을 풀어나갈 수록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이며 조작되었다는 느낌을 받아갔다.
“이게 나라냐.”
“저런 인간을 대통령으로 삼으려고 했다니…….”
“너 설마 1번 찍었냐?”
“아아니! 그럴 리가!”
이 기회를 타 국민당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기자 회견을 준비해 명실히 이번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히 조사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한 명이 들고 일어나니 그 다음은 손쉬웠다.
국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고, 그들은 빠르게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이번 건을 그냥 넘어가면 미래의 자손들에게 떳떳할 수 없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시위를 합시다!”
재환의 뉴스가 끝나는 순간부터 시위라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의견이 모였고, 날짜와 시간이 구체적으로 잡혀갔다.
그들이 하나로 뭉치는 가운데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강재환씨, 당신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합니다.”
TBS의 입구에서 기다리던 경찰들이 재환을 체포한 것이다. 재환은 그들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수갑, 채우실 건가요?”
“순순히 협력해 주신다면 안하겠습니다.”
“네, 그냥 따라가도록 하죠. 아, 그 전에 비서실장님.”
재환은 경찰들과 같이 가기 전에 서진을 불러 작은 목소리로 한 가지 사안을 전달했다. 워낙 작은 목소리로 말한 탓에 가까이에 있던 경찰들조차 내용을 듣지 못했다.
“됐습니다. 가시죠.”
서진과 말을 마친 재환은 경찰들과 함께 TBS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번에 폭로한 정보들의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해 TBS에 모인 기자들은 재환이 체포당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그들은 어떤 일로 체포 되었는지 알아보기보다 곧바로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사진을 기사로 만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기레기, 그 자체였다.
-강재환 회장, 허위 사실 유포로 체포당해.
-이번 뉴스는 정치적으로 조작되었다.
-보다 못한 경찰이 직접 움직인 걸로 보여.
강재환이 허위 사실 유포라는 형태로 잡혀가자 여론의 움직임이 묘해졌다.
-강재환 회장 체포된 거면 이번 뉴스 진짜 거짓이라는 거 아님?
-근데 또 모를 일이지. 무혐의 판결날 수도 있으니까.
-야, 이거 되게 구리지 않냐 한국당에서 경찰 찔러서 강재환 체포한 거 같은데.
-너 소설 잘 쓰네. 소설가나 해봐라.
인터넷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와중에 대통령 취임식은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 일단 취임을 하고 나면 내려오는 게 힘들 거라는 게 한국당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며칠이나 준비해서 여는 취임식을 간이라는 형태로 빠르게 연 것이다.
지상파로 방송되는 취임식을 재환은 지켜보다가 피식 웃었다.
“진짜 공주도 아니고.”
재환의 중얼거림을 들은 형사팀장은 한 마디를 하려다가 말았다.
재환을 맡은 팀장은 일전 YK 그룹의 최행열 대표를 취조했던 그 형사였다. 그는 왜 자신이 이런 거물들을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할 뿐이다.
잘못하면 나가리 될 게 분명한데, 왜 이런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가.
‘내가 위에 찍힐 만한 짓을 했나.’
그런 생각까지 하다가 일단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로 여겼다.
“뭐 때문에 오셨는지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
“허위사실 유포라고 하셨죠. 그거 누가 신고한 겁니까?”
“신고자는 밝힐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강 회장님 같으면 자신이 피해자인데 밝히고 싶으시겠습니까?”
“그럴 수 없긴 하죠.”
재환은 이 건에 대해 더 묻지 않고 다음 얘기로 넘어갔다.
“허위 사실 유포 범위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입니까.”
“그건 저희가 조사해봐야 할 부분이죠. 일단 강 회장님이 조사하고 보도한 자료들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있진 않았는지 확인해 볼 겁니다.”
“불법적인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사가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요?”
“증인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재환은 웃으며 슬쩍 떠물었다.
“어제 잡혀온 사람들 있잖아요. 선거법 위반으로 말이죠.”
재환의 말에 팀장은 인상을 쓰고 다른 형사에게 물어봤다. 그 형사는 재환을 슬쩍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관할서는 아닌데 있긴 있습니다.”
“그 사람들 어떻게 됐어”
“잠시만요. 아, 무혐의 처분 나왔답니다.”
무혐의란 말에 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마 좀 상식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기 오면 다 달라지는 모양이다.
“강 회장님. 아니, 강재환씨. 그 두 사람 무혐의라는데요”
“정말로요”
“방금 들었잖아요. 무혐의라고. 경찰이 거짓말 하겠습니까”
“경찰도 사람인데 거짓말 정도는 하겠죠.”
재환은 비릿하게 웃고 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팀장은 그 USB가 마치 권총과 같다 느꼈다. 사람 여럿 죽일 수 있는 장전 된 권총.
“이거 한 번 보시겠어요”
“이런 거….”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서요. 참고로 그거 사본입니다.”
재환의 말에 그는 고민하다가 USB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음성 파일들이다.
형사의 감으로 이 음성파일들이 뭔지 눈치 챈 팀장은 등줄기를 타고 땀이 차게 흐르는 걸 느꼈다.
‘이 인간, 처음부터 잡혀오는 걸 노렸어!’
자신이 잡힘으로서 이 사건을 크게 이슈화하고, 동시에 선관위의 인물들에 대한 비리를 폭로하려는 것이다.
팀장은 확실히 느꼈다.
이번 일로 경찰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리라고.
재환이 잡혀가고 몇 시간 후, 모든 방송사에서 재환이 낸 기사와 재환이 잡혀갔다는 사실에 대해 보도를 이어나갔다.
둘 다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였기에 빼놓을 수가 없었다.
TBS의 대표실에서 그걸 지켜보던 한결은 혀를 찼다.
“아주 지랄들이야. 지랄들. 강재환 그 놈은 어땠어요?”
“태연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거 같습니다.”
“알고 있었겠죠. 지가 잡혀 갈 거. 그런 놈이니까.”
한결은 한숨을 내쉬고 슬쩍 휴대폰을 바라봤다. 휴대폰에는 예희의 이름으로 온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었다.
이 전화를 받는 것도 스트레스고 무시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진짜 강재환 이 새끼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아니고서야 제수씨가 아직까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안 찍은 게 말이 안 돼지.”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군요.”
서진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지 길게 말을 잇지 않았다.
한결은 욕을 더하다가 물었다.
“경찰에서 어제 잡아간 공무원들에 대해 발표했어요.”
“조사해보니 무혐의라 결론 내렸더군요. 안 그래도 회장님이 그걸로 정오 뉴스 내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진짜 개 싸움이구만.”
한결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후배가 똥을 싸질러 놓고 튀었으니까 내가 정리 해야죠. 아나운서들에게 맡겨도 되겠지만 내가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거든요.”
한결이 투덜거리며 회장실을 나갔다. 서진은 그걸 보며 괜히 재환과 한결이 친한 게 아니란 걸 느꼈다.
유유상종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두 사람이다.
“카르텔이 이것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본격적인 공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