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54
156화
재환이 장 치엔과 미팅을 가지고 일주일이 흘렀다.
아담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없었고, 중국 내부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소 초조한 상황이었지만, 재환은 차분하게 기다렸다.
‘지금 조급해지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대신 재환은 좀 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한 준비를 거듭했다.
“오랜만입니다, 이정진 회장님.”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이정진 회장은 전보다 혈색이 좋아보였다.
KG 유통을 매수하고 난 뒤 SJ 그룹은 유통업에서 부분에서는 국내 1위 기업이란 업적을 달성 할 수 있었다.
물론 KG 유통을 매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환이 제안한 하나의 택배 서비스 덕이 더 컸다.
“당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많죠?”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원하는 물건을 내일 받고 싶어 하니까요.”
KG 유통을 매수한 덕분에 시행 할 수 있게 된 서비스다.
각 허브에 적당량의 제품을 비축하고 필요한 때에 물건을 옮기면서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한 SJ 그룹의 매출이 급증했으니 이정진의 입 꼬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KG 그룹의 중국 진출 계획이 진척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이정진은 KG 그룹의 움직임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까지는 알지 못했다.
“진척은 있는데 불안 불안하죠.”
재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아담에 대해서 전부 털어놓지는 않고 그저 중국 내부에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는 식으로만 얘기를 했다.
“그래도 강 회장님은 달라도 뭔가 다르시네요. 개인으로 중국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죠.”
재환은 입가에 띈 웃음기를 지우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정진 회장님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도움이요?”
“지금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오고 있는 재료들 있죠?”
SJ 그룹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중간 판매상 역할도 맡고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는 계약 과정에서 손해를 봤던 것이다.
그 일을 생각하면 이정진 회장은 또 속이 쓰렸다. 그럼에도 이정진 회장은 그 계약 자체를 파기하지는 않았다.
계약상에서 손해를 보긴 했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그 손해를 전부 만회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선 탓이다.
“있죠.”
“중국 기업들이 장난질 많이 하지 않습니까.”
“왜 안 하겠습니까.”
그는 불만사항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익을 내고는 있다지만, 서류상에 기록되지 않는 손해를 생각하면 플러스마이너스제로란 생각도 든다.
“더 좋은 루트만 있으면 중국을 통하지 않고 싶다는 게 본심입니다.”
“제가 제공해 드리죠.”
“네?”
재환의 옆에 있던 서진이 가져온 서류와 USB를 이정진의 앞에 내려놨다.
그는 서류를 슬쩍 보고 되물었다.
“여기 적힌 기업들은 뭡니까.”
“지금 SJ 그룹이 수입하는 원자재를 취급하는 회사들입니다. 중국의 손이 닿지 않은 기업들이죠.”
“흐음….”
서류를 몇 번 보더니 그는 인상을 썼다.
분명 취급하는 재료는 비슷했지만, 단가 면에서 차이가 났다.
다른 기업들도 확인을 한 다음에 그는 서류를 내려놨다.
“좀 더 계산을 해봐야겠지만, 지금 이 기업들로 바꾸게 되면 저희 매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아마 8.6% 정도 줄어들게 될 겁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요.”
1%의 이익만 줄어도 누가 잘못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철저하게 파고들게 분명하다.
8.6%면 머리띠를 둘러쓰고, 결사 반대를 할 게 분명하다.
그 상황이 그려지니 이정진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너무 손해가 막심합니다. 이 손해를 만회할 수단이 추가로 있어야만 합니다.”
“만회할 수단이라….”
재환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다가 말했다.
“당장 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의외군요. 강재환 회장님이면 이미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놓으셨을 줄 알았는데요.”
“그러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지금 SJ 그룹에게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려면 KG 그룹의 살을 깎아서 내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KG 그룹의 힘이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KG 그룹을 잡아먹으려는 이들이 생겨날거고, 안과 밖에 적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정진 회장이 적이 안 될거란 확신도 없지.’
이 사회도 정글이다.
잠깐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금방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게 분명하다.
재환의 부정적인 말에 이정진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 도움은 드릴 수가….”
“대신.”
말을 자른 뒤 재환은 확실하게 말했다.
“나중에 충분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보상이라….”
이정진은 삐딱하게 턱을 괴고 물었다.
“그 보상도 어느 정도 선인지 대략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제가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겠죠?”
“그렇네요.”
재환은 빙긋 웃으며 쉬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을 말했다.
“중국에 대한 유통망이면 어떻습니까.”
“……강 회장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네.”
지금 한 말도 이정진은 쉽게 믿기 힘든데 재환은 거기서 한 술 더 떴다.
“중국의 한 지역만이 아닌 중국 전체에 대한 유통망을 제공하겠습니다.”
“농담……같진 않군요.”
이정진은 말없이 상념에 잠겼다.
곧바로 드러날 손해를 감내하고 얻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를 막대한 이익을 노리느냐. 아니면 현상 유지를 택하느냐. 그 두개를 저울의 양쪽에 올려놓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를 고민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제안을 안 받아들이는 게 옳은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중국 전체를 통하는 유통망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단 말인가.
가볍게 생각해도 중국 정부라는 벽을 넘어야 하고, 기존의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회사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정진은 강재환 회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저 웃음과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를 보자면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낼 것만 같다.
국내에서 아무도 못 해낼 거라 생각한 일도 해낸 강재환이니까.
“이거 참, 어렵군요.”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그럼에도 한 번쯤 고려를 해봐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강재환 회장님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신 겁니까.”
이정진은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저로서는 어떤 상황을 만들고 싶은지 쉽게 예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말하자면 이것부터 말해야겠네요.”
재환은 중국의 공산당 내부에서만 알 정보를 흘렸다.
“한구 계획이라고 이름 붙은 계획을 말이죠.”
“한구 계획이요?”
재환은 그 계획이 어떤 목적 하에 생겨났는지,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했다. 누가 들으면 한구 계획에 가담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중국이 정말로 그런 계획을 진행 중이란 말입니까?”
“네. 아, 이 정보를 확인하는 건 조심해주세요. 기밀 수준이 높은 정보니까요.”
“허. 대체 강 회장님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이정진은 말끝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던 그는 문장이 되지 못한 말을 뱉어냈다.
“잠시만요. 설마. 아니, 그건 말이 안 되는데.”
그는 몇 번 그러더니 재환에게 물었다.
“설마 강 회장님은 중국을 통째로 삼키실 생각입니까?”
“한구 계획을 듣고 그대로 넘어갈 순 없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겠습니까.”
먹을 생각을 했다면 먹힐 각오도 했어야 한다.
재환의 말은 그런 논조를 띄고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큰 그림에 이정진은 연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재환에게 물었다.
“그 계획을 위해 지금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정진은 웃으며 재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협력하겠습니다.”
“호쾌하시군요.”
“사실 강 회장님이 그리신 그림을 생각하면 좀 믿기 힘듭니다. 하지만 제가 옆에서 강 회장님이 해온 일들을 봤지 않습니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이.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판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해 낸 게 강재환이다.
“지금까지 봐온 강 회장님을 믿어 보겠습니다.”
재환은 이정진이 내민 손을 힘줘서 맞잡았다.
“그 믿음에 보답해 드리죠.”
이후 두 사람의 대화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중국에 엿을 먹일 수 있을까란 주제로 이어졌다.
워낙 중국에 불만이 많던 이정진이었기에 열띤 토론이 이어질 수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저녁도 같이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아, 제가 만나봐야할 사람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이정진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아쉬웠지만, 두 번 제안하지는 않았다.
미팅을 마치고 난 뒤 재환은 차에 탄 뒤 잠시 눈을 감았다.
이정진과의 미팅이 원하는 대로 성공적으로 이뤄질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잘 풀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
“회장님, 샌드위치 사왔습니다.”
“고마워요.”
서진이 사온 샌드위치의 포장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정진이 대접하려던 저녁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식사지만, 배를 채우기엔 이만한 게 없다.
재환이 밥을 먹는 사이 서진은 운전대를 잡았다.
“조금 천천히 가겠습니다.”
“아뇨, 시간은 금인데요. 밟을 수 있으면 밟아요.”
재환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서진은 재환이 샌드위치를 흘리지 않도록 안전 운전을 했다.
빈 봉투를 구긴 다음에야 서진은 속도를 내면서 물었다.
“이정진 회장은 저희 예상대로 움직여줬지만, 이한철은 조금 다르지 않겠습니까.”
재환이 이정진 다음에 만날 이는 이한철이었다.
KG 그룹, 정확히는 재환을 라이벌이자 넘어야 할 벽으로 느끼고 있는 게 이한철이다.
그러니 대화의 향방이 이정진과는 다르게 흘러갈 거라 서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재환은 달랐다.
“다르긴 할 겁니다. 더 쉽게 풀리겠죠.”
“쉽게 풀린다고요?”
“네.”
서진은 백미러로 재환의 표정을 보고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엔 이한철이 재환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한성의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는 게 현실인데, 손해를 감수하고 재환의 손을 들어준다?
참으로 비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회장님이 된다고 하니 되는 거겠지.’
그 믿음은 서진을 배신하지 않았다.
“오케이. 콜.”
“내 생각보다 더 선뜻 오케이 하네.”
이한철은 어깨를 으쓱하고 그에 대답했다.
“한성은 지금대로 가면 진짜 몰락한 귀족과 같은 처지가 될 게 분명하거든. 그 상황을 타계하려면 극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군.”
“이 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보는 거야.”
이한철도 이한철 나름대로 절박했다.
한성의 부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가 오르고 나서 희소식이 들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재명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부회장 자리에서 나가리 됐을 거다.
그런 점에서 지금 재환의 제안은 일종의 기회였다.
“아유, 잘 부탁합니다. 회장님.”
“네가 그러니 기분 나쁘네.”
“그럼 내가 기분이 좋고.”
깐족거리는 이한철을 보자면 그냥 한성은 빼고 일을 진행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손을 잡음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중국 불매 계획은 현실화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