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53
155화
재환의 말에 장 치엔은 허허 웃었다.
“죽을 것 같다니, 무슨 그런 살벌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런 것 치곤 저를 보는 공안의 눈이 무섭더라고요.”
장 치엔은 손사래를 치며 그 말을 부정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아마 공안들이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행동을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한 거라곤 청 리왕을 만나려고 한 건데 말이죠. 아, 겸사겸사 청 리왕에 대한 질문을 조금 드리고 싶은데요.”
장 치엔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물었다.
“그는 지금 어딨습니까.”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로요?”
재환의 싸늘한 눈길에 장 치엔은 짜증 섞은 눈빛으로 마주했다.
“강재환 회장님, 저하고 싸우자는 겁니까. 저를 반 협박하다시피 해서 여기까지 오라한 것도 그렇고, 청 리왕에 대한 건도 그렇고. 어떻게 생각해도 저희의 관계에 도움이 될 언행은 아닌데 말이죠.”
“맞습니다. 도움이 될 언행이 아니죠.”
물밑으로 진행하던 수 싸움은 이제 끝이다.
“그러니까 서로 툭 터놓고 말하자고. 장 치엔.”
“……미쳤나?”
“미친 건 댁이지.”
재환은 서류 한 장을 꺼내 놨다. 그 서류엔 중국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인체 실험에 대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장 치엔은 몇 문장을 대충 훑고 재환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여러 감정이 찰나에 스쳐지나갔다.
이걸 대충 흘려 넘길 것인가. 아니면 맞대응할 것인가.
그 고민은 재환이 해결해 줬다.
“이 내용이 전 세계 매스컴을 타면 아주 재밌겠네. 그쵸.”
“후우….”
장 치엔은 서류를 내던지고 삐딱하게 앉았다.
“강재환 회장, 한국이라고 안전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야.”
본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장 치엔을 보며 재환은 낚시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 월척을 낚았을 때의 손맛을 느꼈다.
지금 내놓은 자료는 전부 아담의 말을 통해 그럴 듯하게 만들어 낸 거짓 정보다.
만약 장 치엔이 꼼꼼하게 내용을 살폈다면 만들어진 부분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시점에서 재환이 1점을 따낸 셈이다.
재환은 느긋한 어조로 장 치엔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럼 죽여 보던가.”
“뭐?”
“죽여보라고.”
재환은 목을 앞으로 내밀며 도발했다.
표정 변화가 없는 재환과 달리 옆에 앉아 통역을 돕던 서진은 그 돌발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안전이 보장됐다고 해도 저런 위험한 행동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서진이 경악한 만큼 장 치엔은 분노를 느꼈다.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적잖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약 자신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면 여기서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자넨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건가? 그딴 도발을 하다니 말야.”
“그럴 리가.”
여벌 목숨이 있다고도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걸 말해줄 이유는 없다.
재환은 목을 원래대로 돌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에게 그 정도 깡이 없을 거란 걸 아는 거지.”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장 치엔은 박장대소를 하다가 표정을 딱 굳혔다.
“날 너무 도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진짜로 멱 따이고 싶지 않다면.”
“딸 수 있으면 따보라니까.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금방이라도 혈향이 흘러넘칠 것 같은 상황에 끼어든 건 서진이었다.
“회장님.”
서진의 한 마디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했다.
머리에 열이 오른 연기는 이만하면 된 모양이다.
“장 치엔, 우리 좀 더 발전적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이 분위기에서 잘도 좋은 얘기가 나오겠군.”
“얘기를 나누는 게 좋을 텐데.”
재환은 장 치엔이 던진 서류를 눈짓으로 까딱하고 말을 이었다.
“이 사실이 전 세계로 알려져서 중국에 좋을 게 하나 없을 텐데 말야.”
“만약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면 그건 너 때문일 거다.”
장 치엔의 위협에 재환은 눈 하나 깜짝 않았다.
역으로 장 치엔을 압박했다.
“중국이 불바다에 휩싸이고 산산조각이 난다면 너 때문이겠군.”
“네 놈!”
“잊고 있나 본데, 중국에서 우리나라 대선에 간섭한 증거, 모두 다 아직 그대로 가지고 있어.”
당시에 꼬리 자르기용으로 장 치엔이 적당한 기업들을 선별해서 재환에게 넘겨줬다.
그 거짓 정보를 받고 재환은 따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미 판은 기울어진 상황이었고, 그 정보는 따로 쓸 일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돈으로 다른 나라의 기술을 빼오고 사람을 빼오고, 이내 나라 전체를 삼키려 한 모습이 참 좋게 보이겠어.”
장 치엔은 의자를 꽉 쥐고 재환을 바라봤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이성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타계책은?’
장 치엔은 그동안 들어온 정보들을 토대로 재환을 압박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일개 기업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전을 펼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오만하기 그지없군.”
중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세계 감시부의 존재는 자신도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몰랐던 은밀한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 재환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뒀을 터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다시 강압적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네는 한국 정부를 신뢰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일이 터진 뒤에도 과연 그들이 자네를 봐줄까? 세계 전쟁이 나면 가장 전방에서 두들겨 맞을 건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일 텐데?”
재환은 세계가 합심해서 중국을 밟을 거라 말했지만, 장 치엔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서 중국이 찢겨진다 치자. 그런데 우리가 그냥 찢길 것 같은가.
한국은 반드시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을 내놓을 건데 이런 리스크를 너희 정부가 짊어질 거 같으냐.
장 치엔의 말에 재환은 쓰게 웃었다.
불행하게도 지금 재환은 저 말에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 보수적인 집단이 권력을 잡은 집단이고, 그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잃을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재환의 표정에서 그 생각이 드러나자 장 치엔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결국 넌 버림받을 거다. 밑바닥을 기게 되겠지. 그게 너한테 딱 어울리는 결말이겠군.”
장 치엔은 저주의 말을 뱉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결과가 뭔지 보여주마.”
“그건 본인에게 하는 말인가요?”
재환은 일어선 장 치엔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 말대로 내가 먼저 나서도 정부는 돕지 않을 겁니다. 그게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하면서요.”
그걸 알기에 재환은 처음부터 나라가 도와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발목을 잡을 경우의 시나리오를 몇 개 더 준비해둔 상태다.
“근데 말이죠. 정부 도움 따위는 필요도 없습니다.”
재환은 반박자 쉬고 강하게 선언했다.
“중국 정부 정도는 KG 그룹 선에서 정리 가능합니다.”
“오만하군요.”
“그 만큼 허술한 게 중국이란 거죠.”
“허술하다?”
장 치엔은 그 말을 듣고 흘려 넘길 수 없었다.
“중국이 얼마나 견고한 조직인지 모르나 본데….”
“장 치엔.”
길게 말이 나오려는 걸 잘라내고 재환은 앞에 놓인 서류를 톡톡 두드렸다.
“이 정보가 어디서 흘러 나왔겠어요. 중국 전체를 흔들 만한 이런 정보가 말이죠.”
재환도 자리에서 일어나 장 치엔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당신이 자랑하는 내부에서 흘러나온 겁니다. 아, 청 리왕은 아니에요. 이미 아시겠지만, 청 리왕은 그 날 처음 만나기로 한 거였거든요.”
장 치엔의 어깨를 꽉 쥐고 재환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어디 스파이를 한 번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재환의 등에 대고 장 치엔이 중국어로 욕을 쏟아냈지만 무시했다.
서진은 장 치엔의 모습을 보다가 재환과 함께 응접실을 벗어났다.
“너무 몰아 붙이신 거 아닙니까.”
“아뇨, 딱 이정도가 좋아요.”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는 있되 유연한 사고는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장 치엔이 본국으로 들어가면 당장 스파이가 누군지 찾아내려 할 것이다.
물론 이건 아담이 잡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다.
‘아담이 잡히면 전부 끝이야.’
스파이가 없다는 게 들통날 것이고, 이어서 재환이 가진 자료가 전부 거짓이라는 게 밝혀질 테니까.
그래도 보험은 있다.
“녹음기와 카메라는 잘 챙겼죠?”
“네. 상태도 양호합니다.”
이번 미팅의 모든 대화내용을 녹음해뒀다.
장 치엔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가 언론을 타게 되면 중국의 보도가 거짓이란 걸 밝힐 수 있게 된다.
재환은 지금까지 하나하나 쌓아올린 것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약하다.’
중국과의 충돌은 끝에 가서 최악의 결과를 낳으리란 예상이 가능했다.
그렇다보니 다른 나라들도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할 터다.
그러니 보다 자극적이고 패륜적인 정보들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국에 피해가 갈 것 같다고 예상되는 정보들을 구해야 한다.
“정보를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네.”
* * * * *
재환과의 미팅이 있고 장 치엔은 중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루 왕을 만났다.
루 왕은 전과 똑같이 응접실에 별도의 전자 장비가 있진 않은 지 확인한 후에야 장 치엔과 마주했다.
장 치엔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루 왕이 선수 쳤다.
“장 치엔님, 이런 만남을 가지는 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저희의 존재는 그림자와 같으니 이런 만남을 가지는 게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 경고에 장 치엔은 이를 갈았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대우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루 왕의 뒤에 있는 건 다른 이도 아닌 주석이다. 그러니 눈 딱 감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을 꺼냈다.
“명심하지.”
“그럼 절 급히 찾으신 이유가 뭡니까. 저라고 모든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장 치엔 정도 되는 사람이라도 국가 기밀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기밀은 열람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미리 경고를 해둔 건데 의외의 말이 나왔다.
“인체 실험에 대한 정보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지.”
“그 말이 지금 왜 나오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전에 네가 걱정했던 강재환 그 놈이 인체 실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꽤나 자세하게 말야.”
루 왕은 표정 변화가 없이 상념에 잠겼다.
그가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장 치엔의 짜증이 치솟았다. 그 짜증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답이 나왔다.
“그 일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쭙겠습니다. 그가 정말로 알고 있었습니까?”
“내가 자네를 급히 부른 걸 보면 모르겠나? 내가 그렇게 한가해보여?”
결국 장 치엔이 짜증을 토로했으나 루 왕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장 치엔님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건은 기밀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기밀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관리가 아주 철저하게 되고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 철저히 확인하는 겁니다.”
“내 말이 우스워?”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오른 장 치엔이 물건을 집어던지려 하자 루 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를 더 나눠서 얻을 정보가 없다 판단한 것이다.
“일단 철저히 조사해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이런 생각이 드는 군요.”
“뭘!”
“당국을 뒤흔들려는 반동분자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장 치엔님이 아닌가하고요.”
“……지금 뭐라….”
“전 경고 드렸습니다.”
루 왕은 싸늘한 한 마디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그 뒤를 보던 장 치엔은 주먹을 꽉 쥐고 중얼거렸다.
“이 썩을 것들이….”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다 판단한 장 치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