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재환은 출근해서 기자들에게 줄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메일을 열었다.
거기엔 반갑지 않은 이의 반가운 메일이 있었다.
-원하던 대로 해 줬다. 밥이나 한 번 먹지.
이강철의 비서실을 통해 온 메일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로써 이한철의 공격성은 이강철에게 돌렸다.
남은 건 자존심 강한 두 쓰레기의 난투극을 보며 팝콘을 씹는 것뿐이다.
물론 그 난투에 더 끼어드는 건 사양이다.
조금 더 힘이 커진 다음에 통으로 잡아먹는 거면 몰라도 말이다.
재환은 정중하게 바빠서 시간이 안 되니 못 보겠다는 소리를 싸질러놓고 스팸 메일로 등록했다.
그 쓰레기와 어울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맞지만, 바쁘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방송국 건물은 구 회장이 세워줬지만 그 외의 비용은 재환이 어느 정도 충당해야 했다.
대성 기업에 대한 개런티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건 대성 기업을 먹은 뒤에 나올 거고, 진흙탕 싸움은 이제 막 개막한 참이다.
다른 신문사에서 쓰지 않은 기사들을 써내서 조회수를 끌어올려 수입이 늘긴 했지만 그걸로는 기자들의 월급을 주면 땡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투자를 할 시기네.’
돈을 벌려면 일단 돈을 써야 한다.
문제는 어디에 돈을 쓰느냐인데.
“사업을 따로 해볼까.”
실패하지 않는 사업은 많다.
KG전자에서 스마트폰의 개발을 마치자마자 까톡을 미리 완성한다면? SNS 서비스를 준비해서 개시한다면?
돈방석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크게 한 방 벌 방법이 있다.
“가상화폐.”
천원에 가상 화폐 5개가량을 살 수 있는 지금이 가상 화폐를 투자할 적기다.
2년에서 3년 정도만 기다리면 상상 이상의 가치가 되어 돌아온다.
두 방법 모두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투자지만 문제가 있다.
이들 역시 당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
‘까톡’ 역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난 뒤의 이야기기에 시간이 걸린다.
“방송국이 완성되기 전에 K방송사의 나경환 PD하고 M방송사의 김대협 PD는 데려오고 싶은데.”
지금 가장 잘나가는 두 PD의 차후 행보를 떠올려 봤다.
회귀 전 나PD가 예능 하나로 망해가던 방송국을 살렸다는 건 세상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김PD는 M방송사에 남아있던 탓에 영향력이 점차 약해졌지만, 그 역시 뛰어난 PD라는 건 모두가 인정했다.
그런 두 사람을 모두 데려오면?
예능 면에서는 압도적인 방송사가 될 것이다.
“최소 5억. 10억까지 부른다고 생각하면 20억은 있어야 돼.”
두 사람이 가져올 가치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일시불 현금 박치기로 낼 의향이 있지만 그만한 거금이 없었다.
구 회장을 통해 빌려볼까 고민도 했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구 회장에게 받는 건 공짜가 아니라 일종의 빚이다.
언젠가 정보로 갚아야 하는 빚.
“정보, 정보로 낚아볼까.”
재환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쉽게 답이 안 나왔다.
회귀 전에 유명한 PD라는 것만 알지 직접 만나본 적도 없고,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어떤 정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쉽사리 감이 안 왔다.
괜히 노트북 화면과 눈싸움을 하던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만나보면 되겠지.”
연예계와 관련된 인맥은 이미 마련해 뒀으니까.
그 전에 한결을 통해 두 PD와 미팅 날짜를 잡았다.
“내가 비서냐? 어? 안 그래도 네가 던져 준 정보랑 일감 때문에 바빠 죽겠구먼.”
“미안해. 곧 비서 구할 거야. 그때까지만 도와줘.”
“빨리 구해, 인마.”
한결의 닦달에 미안함을 표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차를 끌고 도착한 곳은 이동훈의 연예 기획사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엄청 바쁘네요. 이번에 연습생들 발굴해서 키우는 데 힘을 다 쏟고 있거든요.”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이동훈은 반갑게 재환을 맞이했다.
“어떤 애들이에요? 얼굴 한 번 보여줘요.”
재환이 관심을 보이니 이동훈이 기꺼이 연습생들의 자료를 오픈했다.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던 재환이지만 당시 핫했던 걸그룹의 얼굴과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에 의존해 자료 속 얼굴을 비교해봤다.
‘둘 정도만 알겠네.’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쉽지만 뜨지 못할 운명이다.
나머지를 같이 키우기에는 두 명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
어쩔 수 없지만 물갈이를 하는 수밖에.
재환의 표정이 굳어 있으니 이동훈이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어필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벌써 음악방송 PD들 만나서 데뷔 날짜 조정하고 있고요. 아, 나경환 PD가 만드는 2박 3일 예능 아시죠? 거기에도 출연 계획 잡아놨어요.”
“음….”
열심히 어필했지만 재환은 고개를 젓고 파일을 내려놨다.
“열심히 하고 계신 대표님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좀 죄송하지만, 얘네 둘만 남기는 게 어때요?”
그룹을 통으로 엎자는 말에 이동훈은 당황스러움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재환의 말이라면 메주로 콩을 쑨다고 해도 믿을 이동훈이지만 이번만큼은 조심스러웠다.
“왜…. 그런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적당한 이유를 들어 이동훈을 납득시키려던 순간이었다.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여자애가 들어왔다.
방금 전 이동훈이 건넨 프로필에서 본 얼굴이었고, 잘라내자고 권유한 아이였다.
그녀는 재환을 본 체 만 체하고 이동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저 연습 못 하겠어요.”
“하아…. 이번엔 또 왜?”
“자꾸 유라 걔하고 비교하잖아요! 예쁘지도 않은 년이랑 엮이는 거 너무 불편해요.”
뭐라도 된다는 듯 말을 늘어놓는 꼴을 보니 노답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표에게 와서 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부터 쟨 글러 먹었다.
이동훈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잘 좀 지내라. 같이 활동할 사인데 원수 대하듯 하지 말고.”
“아, 그냥 다른 애들로 바꿔줘요. 걔랑 같이하기 싫어요.”
“그 말대로 하시죠.”
이동훈이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려는데 재환이 말을 툭 던졌다.
어차피 자르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저쪽에서 저리 나오니 땡큐다.
재환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녀는 의기양양해져 언성을 더 높였다.
“봐요. 이분도 그렇게 말을 하시잖아요. 역시 스타성 있는 사람은 가만있어도….”
“얘랑 엮이면 유라란 친구도 망할 거 같은데, 잘될 거 같은 애들로 꾸려야죠. 우리 대표님 성공해야 하잖아요?”
재환의 싸늘한 말에 그녀의 표정이 딱 굳었다.
브루투스에게의 칼 맞은 카이사르의 표정 같달까.
애초부터 같은 편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배신감을 느낄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너 뭐야.”
“야, 이분은….”
재환에게 들이받으려는 연습생을 보고 이동훈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에게는 무례하게 대해도 괜찮지만 앞에 있는 재환에게만큼은 그래선 안 됐다.
재환은 이동훈을 손짓으로 제지하고 옛 명함을 꺼냈다.
“오늘의 신문사 기자, 강재환입니다.”
“하, 뭔가 했더니 기레기였어? 고작 기레기가 탑 아이돌이 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한 거야?”
“당장은 연습생이죠. 그리고 아이돌이 될 거면 특히나 기자한테 잘 보여야 할 텐데요? 더러운 사생활이 공개되어 이미지 박살나고 싶으신 건 아닐 거잖아요?”
특유의 속을 박박 긁어대는 화술로 인해 연습생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재환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서울 시장이야. 시장. 너 같은 기레기 쳐내는 거 어려운 줄 알아?”
“아, 시장님 따님이셨구나. 이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재환이 능청스럽게 고개 숙여 보이자 연습생은 기세가 살아났는지 가슴을 펴고 삿대질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동훈은 이마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눈을 감았다.
재환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이동훈이 재환의 말에 바로 못 따랐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오냐 오냐 자라서 위아래도 모르는구먼.’
재환은 서울 시장의 프로필을 기억에서 꺼내 확인했다.
서울 시장 김현태.
이번에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10년 동안 시장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뒤에는 당연하게도 카르텔이 있었다.
‘그 인간이 딸 바보였지. 딸은 약쟁이였고.’
즉, 앞에 있는 연습생은 몇 년 뒤 마약에 손을 대고 거기에 빠져 온갖 추문을 일으킨다.
김현태 시장은 돈으로 그걸 입막음해 보려 하지만 재환에게 걸리고 카르텔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털어놓게 된다.
회귀 전에도 털어먹기 좋은 호구였으니 이번도 마찬가지리라.
어떻게 엮어서 밑천을 또 털어볼까 고민하느라 침묵하고 있었더니 연습생의 콧대는 점점 높아졌다.
“권력자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기레기 주제에 말이야.”
별생각 없이 뱉었을 그 한 마디가 재환의 신경을 건드렸다.
재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자 이동훈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눈치라곤 밥 말아 먹은 연습생은 그 사실을 몰랐다.
“기레기라…. 제가 너무 깔보였나 보네요.”
“아직도 지 주제를 모르네?”
“주제를 모르는 건 너고, 골빈 년아.”
재환의 태도 180도 변하자 연습생은 움찔했다.
재환이 풍기는 날카로운 기세는 자신의 아빠가 딱 한 번 화났을 때 보던 것과 같았다.
바짝 쫄면서도 자존심을 내세웠다.
“너, 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잊었어?”
“잘 알죠. 우리 서울 시장님. 뒷돈 많이 받아 챙기신 시장님 말이시죠.”
재환의 그 말에 연습생은 일이 이상하게 굴러간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걸 알아채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한성으로부터 받은 돈이 100억, YK기업에게 받은 돈이 50억. 그 돈으로 투기꾼들을 고용하셨더라고요? 지방의 땅을 대량으로 사들인 다음에 비싼 값에 팔고 계시던데, 이거 따님은 아시나 모르겠네?”
재환이 내지른 팩트에 연습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빠와 관련된 일은 잘 모르지만 저게 합법적인 일이란 생각이 안 들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습생에게 다가갔다.
연습생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것만 밝혀져도 아버님의 시장 생활이 꽤 위태로울 거 같지 않으세요?”
“아, 아니…. 나, 난….”
“그런 상황에서 따님이 교내 왕따 주모자인 게 밝혀지면 참 재밌겠네요.”
연습생은 이제 감추지 못할 정도로 몸을 떨었다.
그녀의 눈에 재환은 더는 기자가 아닌 악마였다.
금방이라도 지릴 것 같은 모습에 이동훈이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애를 잘못 교육 시켰습니다.”
“이동훈 대표님, 전 확실히 말씀드렸습니다. 저 애 빼세요.”
이동훈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질려가던 차였는데 기회가 마련되어 잘됐다 싶기도 하다.
재환은 연습생의 턱을 잡고 나지막하게 뇌까렸다.
“억울하냐? 고작 기자 따위한테 찍혀서 연습생 그만두게 된 게?”
“…….”
“너한테 당한 애들도 똑같이 억울했을 거야. 넌 그 애들 심정을 좀 느껴야 돼.”
재환이 손을 놓고 내려다보며 말했다.
“꼬우면 너희 아버지한테 말해라. 나도 그 정치 자금과 관련해서 묻고 듣고 싶은 게 아주 많거든.”
“죄, 죄송….”
“꺼져.”
재환이 말을 씹어 뱉자 연습생은 눈을 글썽이며 사무실을 나갔다.
재환은 꽉 죄인 넥타이를 살짝 풀고 이동훈에게 말했다.
“시장이든 의원이든 재벌이든 괴롭히면 말하세요. 다 커버해드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알면 잘해주세요. 저희 크게 놀아야 하잖아요.”
재환이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본래 목적이었던 나PD와 김PD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방송국에 자주 들락날락했던 이동훈이었기에 꽤 자세한 정보를 많이 들려줬다.
사무실로 돌아와 그들을 끌어들일 수단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네, 오늘의 신문 대표….”
“강재환 대표님, 시장님이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미끼를 뿌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바로 물 줄 이야.
재환은 월척의 손맛을 느끼며 어떻게 호구를 삶아 먹을까,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