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이영철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얘기를 듣자마자 앞에 놓인 술잔을 내던졌다.
실컷 뜨신 밥 맥여서 배 채워놨더니 다른 놈에게 꼬리를 살랑거린다.
그래도 너그러이 이 부분은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원래 호구 새끼들은 자기한테 잘하는 놈들에게 금방 넘어가는 법이니까.
문제는 아랫것들이다.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그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될 일이야?!”
비서실장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철 회장은 한바탕 분노를 쏟아낸 뒤 숨을 골랐다.
어차피 정보가 새어 나간 걸 주워 담을 수 없다.
다음 방법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 새끼 이름 뭐라고?”
“오늘의 신문사 대표 강재환이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한성 전자의 노동자 문제를 직접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놈 목줄 채워.”
“진행하겠습니다.”
한성은 약점을 캐내지 않고 만들어 낼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약점을 이용해 상대가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르도록 만든다.
한성이 주로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시장 그 새끼는….”
“회장님. 김영태 서울 시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양반은 못 된다고 때마침 김영태가 그를 찾아왔다.
비서실장은 그 얘길 듣고 살짝 코웃음 쳤다.
이미 회장의 눈 밖에 난 놈인데 뭐 한다고 찾아왔을까.
이영철 회장은 고개를 까딱했다.
“잘됐네. 들어오라 해.”
이영철의 지시가 떨어지자 비서가 그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
“회장님, 오랜만에 찾아뵙는데 정정하시네요.”
“글쎄…. 우리 시장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혈압이 올라서 이 노인네가 제 명에 못 살겠어.”
이영철이 에둘러 재환과의 거래를 꼬집으니 그는 쓰게 웃었다.
자신이 재환과 밀담을 나눴다는 소식을 당연히 아는 게 참 씁쓸했다.
하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서 이미 들으셨겠지만 신문사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회장님이 주신 선물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요. 그것 때문에 조금 곤란했습니다.”
“확인은 해보겠지만 그쪽에서 새어나갈 만한 일을 하진 않았지?”
“그런 일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단언하는 걸 보니 괜히 속이 비틀렸다.
털면 먼지가 한 움큼은 나올 놈이 깨끗한 척하는 꼴이라니.
자신은 아직 깨끗하다 자위하는 꼴이 역겨웠다.
“그럼 우리 쪽 잘못일 가능성이 큰데, 그거 때문에 손 털겠다는 건가?”
“하하, 제가 어떻게 회장님을 저버리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것과 관련해서 얘기 드리려고 찾아뵀습니다.”
김영태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있었던 일을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털어놨다.
“무슨 얘기가 오고 가셨는지는 대충 아실 겁니다만,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그놈이 그 건을 비밀로 부치는 대신 서울 정책에 관해 공유해 달라 했습니다.”
“겁을 상실한 놈이군. 그래서?”
“시간을 조금 달라했습니다. 회장님을 찾아뵙고 싶었거든요.”
이 호구 새끼가 뭐라 하는 거지?
호구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말이 나오자 이영철 회장은 얼척이 없었다.
저 말인즉슨 한성과 그 기자 놈팡이를 저울 위에 올려놓고 간을 보겠다는 말 아닌가.
당장 책상 위의 물건이 날아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김영태 시장은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 하나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말해봐.”
저 말에 따라서 시장의 얼굴이 박살이 나서 끌려나가던가, 이름 모를 뒷산에 묻히던가가 될 터다.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김영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그 기자 놈 좀 깔끔하게 처리해주시죠.”
시장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 역시 카르텔의 인간들과 동색이라 인정하는 것이며, 한성의 충실한 개라는 걸 의미했다.
이영철 회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영태 시장의 표정을 살폈다.
김영태는 자신감 넘치던 표정을 어느 정도 버리고 본래의 호구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한 번 약점 잡은 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시잖습니까. 이걸 빌미로 집 안에 있는 거 다 내놓으라고 협박할 겁니다. 가장 깔끔한 건 그 기자 놈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죠.”
“허허. 우리 시장님, 안 보던 새에 담이 좀 세졌네?”
회장은 능글맞게 웃으며 김영태 시장을 흘겨봤다.
호구주제에 애쓴 게 맘에 들었다.
“걱정 말게. 자네 부탁이 없어도 그 기자는 너무 나댔어.”
“감사합니다. 아, 회장님이 부탁하신 건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재개발 지역 담당의 건설 업체를 한성 업체로 지정하면서 상당한 세금이 한성에게로 흘러 들어가게 됐다.
거기에 부동산 업자들까지 한 편으로 삼아 땅값을 뻥튀길 예정이니 한성으로서는 짭짤한 수익이 보장됐다.
“그 말 들으니 우리 시장님을 믿고 밀어준 선택이 후회되지 않는구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자신은 당신의 충실한 개요, 말이다.
이 점을 확실하게 어필한 뒤 김태성은 자리를 떴다.
김태성 시장이 떠나고 이영철 회장은 비서실장에게 냉소적으로 지시했다.
“저 호구 놈이 딴 짓거리하지는 않는지 철저히 감시해.”
자신의 앞에서 아첨을 하고 뒤에서 콩까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생긴 버릇이다.
앞으로 몇 달간 수상쩍은 짓을 하지 않는지 한성의 비서팀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된다.
비서실의 감시를 받게 되면 사생활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봐야 했다
“기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처리반 불러서 냄새 안 나게 처리해.”
회장의 지시에 비서실장은 서재를 떠나 어딘가로 연락했다.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재환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영철 회장의 사택에서 나온 김태성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힘 좀 써서 치면 쓰러질 늙은이일 텐데 중압감 하나는 어느 격투기 선수 못지않았다.
거기다 저 영감을 속여 넘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그랬다.
“고생하셨어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재환이 물병을 건넸다.
자신에게 총대를 넘기고 편히 있었을 놈을 생각하니 속이 탔다.
하지만 곧바로 연민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시켜서 한 일이라고 하지만 재환을 죽여달라 사주한 꼴이니까.
죄책감을 덜기 위해 억지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이영철 회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지만 무리한 거 아닌가? 한성의 사냥개는 만만치 않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찍힌 거 풀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놔야죠.”
재환의 말에 김태성은 애매한 미소를 띠웠다.
사실 지금 상황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했다.
한성의 사냥개들이 일을 잘해서 재환을 죽이면 비리가 폭로된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재환이 한성을 흔들어도 자신은 무죄가 어느 정도 인정이 된 상황이기에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다.
“시장님은 너무 걱정마시고 시킨 대로나 해주세요. 전 가보겠습니다.”
재환은 차의 뒷좌석에 놓인 가방을 챙겨서 내렸다.
시장과의 계약금과 같은 돈으로 수표를 꽉꽉 눌러 담았다.
시장은 저 돈을 아쉬운 듯 쳐다봤지만 미련을 털어냈다.
자신이 앞으로 얻을 이득에 비하면 싸게 치이는 거라 여겼다.
재환은 길 구석에 위치한 공중전화에 들어가 수첩을 펼쳤다.
지금부터는 한성이 빠르냐, 자신이 빠르냐 하는 싸움이다.
물론 재환이 질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수첩에 적어둔 번호 하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수화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네, 서울청 형사 1팀 표재덕입니다.”
“아이고 우리 형사님, 저녁은 챙겨 드셨습니까?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챙겨 드셨어야 할 텐데요.”
뜬금없는 식사 안부였지만 수화기 너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재환이 건넨 안부는 일종의 신호다.
카르텔이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잘 챙겨 먹었는데, 누구십니까?”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사냥개들 교육 좀 하라고 하시네요.”
사냥개가 뭘 가르치는지 카르텔에 속한 형사는 금방 알았다.
형사는 지시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금방 수긍했다.
어차피 자기는 까라면 까는 말이다.
지금까지 슬쩍 받아먹은 것들이 다 이때를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언제까지 진행하면 될까요?”
“해 뜨기 전까지.”
“바로 진행하죠. 얘들아! 연장 챙겨!”
분명 형사인데 깡패가 할 법한 대사를 하고는 전화가 끊겼다.
전화를 끊은 뒤 재환은 차로 돌아왔다.
이로써 한 턴은 벌었다.
자갈치 파 놈들은 형사들과 드잡이 질을 하느라 오늘 밤에는 활동을 못 한다.
이렇게 번 시간은 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재환은 차의 시동을 걸면서 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건만 구 회장은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봤다.
“지금이 몇 신 줄 아냐, 이놈아?”
“에헤이, 금 같은 정보 전달해 드리려는데 시간이 중요합니까?”
“뭔 정보. 또 뭐 하려고 그래?”
하루가 멀다 하고 일을 벌이는 재환을 보자면 구 회장은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오늘은 뭔 일로 자신을 놀래어 줄까.
“내일 한성이 조직 폭력배랑 연루됐다는 기사가 뜰 겁니다. 제 이름으로요.”
“…….”
“그래서 한성이 좀 세게 흔들릴 거예요.”
이 한 방으로 회장 늙은이를 끌어내리면 최고겠지만 그 늙은이가 곱게 당해 줄 리 없다.
경찰이랑 검찰에 뿌린 돈도 많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가 굳건할 거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해 줄 건 뭐냐.”
“이강철 좀 건드려봐요. 회장 자리에 욕심내게끔.”
이강철이 회장을 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형인 이한철도 가만있지 못할 거다.
두 아들놈이 자신의 목을 따려고 수작을 부리는 데 가만있을 이영철 회장이 아니다.
돈을 위해 가족끼리 칼을 겨누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더러운 경극이 시작된다.
“겸사겸사 한성의 계열사 하나둘 먹어 두시고요.”
“너 때문에 잔고 텅 비겠다. 이놈아.”
“그거야 스마트폰 개발만 마치면 다 회수할 돈이잖아요. 그거 지금은 어때요? 좀 개발됐어요?”
말을 꺼낸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구 회장의 추진력이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어야 한다.
구 회장은 그 믿음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오냐. 전체적인 디자인은 잡았고, 개발 라인만 고쳐 나가면 된다.”
“잘됐네요. 가능하면 올해 내에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봐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게 2011년 즈음인데 2년이나 앞당길 수 있다.
이 구식 휴대폰과 작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럼 끊습니다. 건강 챙기시고요.”
“지 할 말만 하는 고얀 놈 같으니라고.”
구 회장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좀 더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지만 목적하던 곳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소리가 스산하게 들려왔다.
“어우, 밤에 가려니 좀 겁나긴 하네.”
재환은 몸을 살짝 떨고 휴대폰의 불빛에 의지해 밤의 산길을 올랐다.
걱정과 달리 몸이 기억하는 덕분에 산길을 거침없이 올라갔다.
30분가량의 산행을 마치니 어슴푸레 찾던 집이 보였다.
대충 지은 듯한 산장은 언제라도 무너질 것처럼 불안했다.
그래도 회귀 전에 비하면 제법 깔끔했다.
“쯧, 여기를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재환은 불과 한 달 전에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살아서 자신이 죽었던 장소에 다시 찾아올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재환은 잡념을 버리고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