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유서진의 말은 의외였다.
구 회장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가 아니라 내려오게 해달라니.
재환은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면서 계산했다.
구 회장을 끌어내리는 것. 그건 아이의 손에서 과자를 뺏는 것만큼 쉽다.
그동안 저지른 비리를 터트리기만 하면 되니까. 증거물이야 조금만 고생하면 금방 얻을 수 있고.
하지만 KG 그룹을 집어 삼킨다는 큰 계획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진다.
오히려 한성 그룹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과대평가 아닙니다. 지금의 대표님이면 충분히 가능하실 거니까요. 제 도움이 있으면 더 쉬울 거고요.”
처음 만났을 때의 평가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고작 기레기 취급 받고 쫓겨날 뻔 했는데 말이다.
“비서실장님이 아시는 바가 많으신가 보네요.”
“구 회장님의 지시는 전부 제 귀로 들어와 입으로 빠져나갔으니까요.”
“그거 꽤 흥미롭네요.”
불법적인 일들.
대부분은 알고 있지만 관련인의 입으로 듣는 건 또 다를 거다.
돈을 내고서라도 듣고 싶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니다.
“비서실장님. 그걸 폭로하면 제 목을 걸어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치뤄드리겠습니다.”
“유서진씨가요?”
일부러 비서실장이란 직함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KG 그룹의 비서실장이 아닌 당신이 무슨 힘으로 내 목을 지켜주겠다는 건가, 이런 의미였다.
이에 유서진은 힘 빠진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모아둔 돈이 좀 있습니다. 전 돈 나갈 구석이 별로 없거든요.”
“50조원. 그 이상을 감당하기엔 많이 모자라지 않을까요?”
재환의 말에 유서진의 동공이 확장됐다.
무작정 거절하면 기껏 쌓아둔 우호관계가 깨질 수 있으니 재환도 패 하나를 깐 셈이다.
50조원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유서진이 모를 리 없다.
“허. 대표님 생각보다 더 야망이 크신 분이셨군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너무 큰 꿈은 사람을 무너트리는 법인데요.”
“못 오를 나무는 아니니까요.”
유서진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 회장의 두 아들놈과 재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재환이 더 나은 인물이다. 거기다 순수하게 능력만 놓고 보면 재환이 KG 그룹을 먹을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안된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힘들겠죠.”
“알겠습니다.”
재환이 단칼에 잘라내자 유서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렇게 거세게 반대하는 인물에게 자신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미련없이 떠나려는 유서진을 보고 재환이 말을 꺼냈다.
“잠시만요. 비서실장님. 얘기는 끝까지 들으셔야죠.”
“더 나눌 얘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재환은 싸늘한 태도를 보이는 유서진을 낚아챌 미끼를 던졌다.
“굳이 구 회장님이 회장직에서 내려오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더 좋은 거 아닙니까?”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구 회장님이 하시는 업무만 몇 개 인지 아십니까? 회장직을 계속 맡으시면 치료에 진전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하던 데로 하면 그렇죠.”
재환의 말에 유서진은 문가에 기대서서 재환을 바라봤다.
흥미가 동한 모양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환이 입을 털었다.
“KG 그룹을 흔들 기사는 준비가 끝났어요. 조만간 두 아드님이 사장 자리에 올라서 권력을 어느 정도 가져가겠죠.”
“그 걸로는 회장님의 업무가 줄지 않습니다.”
“줄어들게 만들면 되죠.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잘게 쪼개서 양쪽에 나눠주세요. 회장님이 두 분의 사업적인 안목을 보고 싶다는 명목이면 되겠네요. 구 회장님이 못 믿겠다고 해도 밀어붙여요. 요단강 건널 때 KG 간판 끌어안고 갈 거냐 하면 화딱지 나서라도 그만두지 않을까요?”
“허.”
회장님 예스맨인 비서실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구 회장의 면전에 대고 저런 쓴 소리를 박아 넣을 수 있는 건 재환 정도 밖에 없다.
재환도 그 사실을 알기에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비서실장님이 직접 그런 말 하긴 힘들겠죠. 그러면 한 쪽 편에 붙어서 일감을 그 쪽으로 좀 몰아줘요. 모임 같은 것도 그 쪽을 보내게 하고요.”
KG 그룹의 후계자는 이쪽이 될거다란 모습을 보이란 거다.
이는 곧 구 회장을 병풍 취급 하란 건데…. 그 자존심 강한 구 회장이 받아들일까?
“구 회장님이 가만 안 있으실 텐데요?”
“그건 나한테 맡기고요. 내 콜이면 자다가도 받으실 분 아니신가?”
재환의 말에 비서실장은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재환이 구 회장과 쌓아둔 관계가 가볍지 않다.
“구 회장의 파워를 양 쪽에 나눠줘요. 그럼 시간 좀 많이 나시겠네. 그럼 귀에 바람 좀 넣어서 요양도 좀 보내시고, 치료도 받게 하시고. 좋네요.”
“그 분이라면 가만 못 있으실 것 같지만 해볼 만은 하겠군요.”
유서진은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 그에게 재환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던졌다.
“일이 잘 풀리면 저하고 일 좀 더 해보시죠.”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죠.”
비서로 오라는 말에 유서진은 여전히 대답을 보류했다.
아직은 구 회장의 옆에서 더 적극적으로 그를 보좌해야 한다.
유서진이 사무실을 떠나고 재환은 의자에 기대 미소를 지었다.
‘KG 그룹의 힘이 팍 꺾이겠구만.’
스마트폰이 터지면 반짝 뜨겠지만, 그와 별개로 두 형제가 싸우다보면 임원진들은 이리저리 줄을 타느라 고민에 좀 빠질 거다.
그 동안 KG 그룹이 약간의 정체기를 맞게 될 거고, 그 정체기가 끝나기 전에 판에 끼어들어야 한다.
“빨리 방송국이 완성됐으면 좋겠네.”
재벌들을 상대할 보다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다.
재환은 괜히 방송국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로부터 몇 달은 잠잠했다.
방송국들은 재환의 눈치를 보면서 요구한 인재들을 뱉어냈고, 대기업들은 박살난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돈을 쏟아 부었다.
그동안 재환은 IT 업계를 개척할 준비와 방송국을 개국할 준비를 마쳤다.
“으리으리하네.”
“그러게.”
완성된 방송국 건물을 보니 구 회장이 힘 좀 썼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한결은 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이 방송국의 이사란 말이지?”
“그런 셈이지.”
“하, 쥐구멍같던 내 인생에도 볕이 드는 구나.”
감동에 전율하는 걸 보고 재환은 말을 아꼈다.
차마 앞으로가 더 바빠질 거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당장 사직서를 쓰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근데 개국한다고 해도 바로 방송할 프로그램은 있어?”
“뉴스부터 시작해야지.”
“뉴스 24시냐?”
“비슷하지.”
뉴스거리는 이미 재환의 사무실에 잔뜩 쌓여있다.
아나운서들에게 정보를 몇 개 넘겨서 그걸 대본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월화드라마도 크랭크인 했고, 우리 채널에 어울리는 다큐 프로도 2개 동시에 준비했으니까. 그렇게 빡빡하진 않을 거야. 첫 달에는 재방송도 좀 돌릴 거고. 특히 주말에 예능도 들어가야지.”
이미 몇몇 PD와 아나운서들은 방송국으로 출근을 시작해서 내일 있을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개국과 동시에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도록 재환이 손을 써둔 덕이다.
특히 뉴스와 예능에는 큰 투자를 했다.
끌어모은 투자금의 50%가 그 쪽으로 흘러들어갔으니 말 다한 셈이다.
방송국 곳곳을 둘러보는 중에 한결이 추가로 물었다.
“광고는 충분히 땡겼냐?”
“이미 소문이야 파다하게 났고, 내 이름 파니까 광고 쫙쫙 들어오던데.”
보통은 방송사 채널이 신설 되고 한 달 동안은 광고 수가 적지만 재환이 찌라시를 뿌린 덕에 광고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타 방송사 대비 저렴한 광고비, 잦은 노출 수, 그리고 시청률 보장.
무엇보다 일정 시청률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광고비를 빼주겠다는 선언을 한 게 컸다. 이건 그만한 자신감이 있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약속이다.
“시청률 몇이나 나올 거 같냐?”
“뉴스는 한 10%? 예능은 15%.”
딱 약속한 시청률이다.
한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상파 뉴스도 아닌데 어떻게 10%가 나오냐. 그리고 지상파 예능이 15%가 되겠냐. 심지어 그거 주말 저녁이지? 3%나 나오면 다행이지.”
“믿어봐. 순간 시청률은 20%까지 뛰어 오를 수도 있어.”
대표 권한으로 프로그램을 미리 봤는데, 그 날 하루 종일 웃은 것 같다.
요즘 웃을 일도 잘 없었던 찰나에 좋은 활력소였다.
“그리고 뉴스야, 선배도 알잖아? 내가 어떤 폭탄들을 준비했는지.”
“어우, 그거 다 터질 거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재환은 한결에게 만큼은 모아둔 정보의 상당수를 공유했다.
판이 커질수록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데, 한결은 재환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적절한 보상도 더 했으니 배신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마케팅 준비도 확실하게 했으니까, 잘 나갈 거야.”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다. 난 신문 쪽만 계속 잘 관리하면 되지?”
“어. 이제 그 쪽은 완전히 선배한테 일임할게. 대신 팩트 체크는 확실하게 해줘. 우리 신문사 모토는 정확한 정보니까.”
사업을 확장한 만큼 신문에 시간을 전부 할애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 쪽의 관리는 한결에게 넘겼다.
한결은 부담스러워 했지만, 충분한 액수의 연봉을 보여주니 받아들였다.
역시 돈이 좋다.
건물을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최상층에 위치한 대표실에 들어갔다.
구 회장 취향에 따라 완성된 대표실은 고풍스러웠다.
조금 세게 말하면 노친네 느낌이 났다.
‘가구는 좀 바꿔야겠네.’
통유리로 된 벽으로 다가가니 한강이 눈에 꽉 찼다.
일개 3류 기자가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재환은 가슴 속의 노트를 어루만지면서 차분해지려 애썼다.
아직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들을 끌어내리고, 그들을 짓밟기 위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선 더 올라가야 한다.
“난 먼저 가본다.”
“어. 난 다른 데 들렸다가 퇴근 할 거 같아.”
“제발 그래라. 난 전에 본 제수씨 눈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서 어유.”
재환이 아침까지 근무하다가 예희에게 한소리를 들은 적이 자주 있다.
하필이면 한결이 그 장면을 목격했고, 예희의 날카로운 면모를 봐야했다.
재환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가족도 소홀히 할 순 없다.
한결이 나가고 난 뒤 재환은 조금 더 풍경을 눈에 담아두고 있다가 방송국을 나왔다.
차를 몰고 신문사로 향하진 않았지만, 집으로 향하지도 않았다.
서울 외곽에 구한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니 몇 없는 직원들이 일어나서 바로 인사해왔다.
까톡의 개발 이후 각종 어플리케이션 추가 제작을 하기 위해 재환은 IT 회사를 새로 신설했다.
신입들과 경력자들을 데리고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게 한 달 전의 일이다.
신문사의 일이 주다보니 자주 오진 않았지만, 다들 일을 열심히 해주는 덕에 사업은 점차 커졌다.
S대에서 처음 봤던 영호가 재환을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대표님 출근하셨어요?”
“오랜만이죠? 작업은 좀 어때요?”
“알파 테스트 마치고, 서버 과부하 테스트 중이에요.”
재환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전생에서 유행했던 게임이다.
특히 간단한 조작과 규칙에 까톡을 이용해 경쟁심리를 자극함으로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걸 시작으로 여러 게임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과 부정적인 요소는 전부 배제해야 하는 게 다음 과제다.
“잘됐네요. 까톡 이용률은요?”
“여전해요. 이탈자는 없고, 이용자는 늘어나고 있죠. 조금 있으면 안 깔면 안 되는 앱이 될 걸요?”
구 회장과의 거래로 까톡을 기본 소프트웨어로 지정하도록 딜을 본 게 효과가 있었다.
처음엔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단톡방, 메시지 읽음 확인 기능 등으로 하나의 메시지 어플로 받아들였다.
좀 지나면 까톡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다. 통신사가 난리 칠 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자기들도 데이터 이용해서 돈 벌 거고, 내가 뒤에 있다는 걸 알고도 미친 놈처럼 덤벼들만한 곳은 없다.
“글로벌 서버 작업은요?”
“아, 그 쪽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요. 언어문제나 최적화 문제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요.”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늦지 않게 준비해 줘요. 늘 하는 말이지만 야근은 하지 말고, 주말 출근 하지 말고. 회식은 꼭 법카로 하고, 알겠죠?”
“아유, 꼭 지키겠습니다.”
“안 지키면 벌금입니다.”
정시 퇴근을 안 하면 벌금을 내는 회사.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이 소리내서 웃었다.
재환은 추가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경과보고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진짜 집에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그, 대표님?”
“네?”
“따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