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6
46화
“대리 부르셨죠?”
재환은 최연호를 뒷좌석에 태우고 대리에게 돈을 넉넉하게 쥐어줬다. 꽤 많은 액수에 대리기사의 입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안전하게 모셔다 주세요.”
“아유,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술에 떡이 된 최연호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재환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도 꽤 술을 마신다고 자부했는데, 재환의 페이스를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었다. 강재환은 술고래다. 고래 중에서도 흰 수염 고래.
“조심히 가세요.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합시다.”
“대효님둬, 죠쉼휘….”
최연호의 말이 끝맺기 전에 차는 출발했다. 그 뒤를 보다가 재환은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이미 자신의 차를 운전할 대리도 도착해 있었다. 비슷하게 돈을 쥐어줬기에 아무 말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하죠.”
“알겠습니다.”
부드럽게 나아가는 차 안에서 수첩을 꺼내 내일 할 일을 정리했다. 오늘도 바빴지만 내일도 바쁘다.
임원회의 전에 구 회장의 지분을 양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임원회의에서 내 편이 될 사람과 잘라내야 할 사람을 골라낸다. 동시에 그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을 제시해야한다. 한성에서 이상한 짓거리 못하도록 견제도 충분히 해야 하고. 방송사들에게 줄 정보도 선별해야 한다.
수첩에 담긴 미래의 정보 중 내일 써먹을 것들을 추리는 중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밖에 어둑했다. 가로등이 이렇게 많이 고장났을 리는 없고, 의도적으로 어두운 쪽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거 무슨 느낌인지 아는데.’
재환은 등을 딱 붙이고 운전석을 바라봤다. 대리운전 하는 사람치고는 젊다. 중장년층만 한다는 건 선입견이긴 하지만 이 시기에는 선입견이 만연했다. 젊은 사람이 대리운전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
“상당히 젊으시네요?”
“하하, 동안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렇게 보여도 35이거든요.”
“그래요? 20살인 줄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운전사는 웃으면서 슬쩍슬쩍 재환의 눈치를 살폈다. 동향을 살피는 느낌이랄까. 뱀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나쁘다.
재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노트에 다시 시선을 주고 넥타이를 슬쩍 풀었다. 그리고 미끼를 던졌다.
“강남파입니까?”
“……네?”
“자갈치파가 사라지고, 빈 구역을 다시 강남파에서 먹은 거 아닙니까?”
“………….”
재환의 떠보는 말에 운전사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좋은 말로도 착한 사람이 할 눈빛은 아니다. 운전사가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이 더해지면서 몸이 순간 뒤로 젖혀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잘 모르겠네요.”
“강남파 보스는 징역 30년 받아서 깜빵에 박혀 있을 텐데, 새로운 놈이 보스가 됐냐? 눈빛 보니까 아니네. 항소해서 풀려났나 보구나? 증거도 명확하고, 증언도 확보된 상황에서 항소를 했는데 집유 판결이 났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재환이 시나리오를 술술 읊으니 운전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로 확 젖혀졌던 것과 반대로 이번엔 앞으로 확 쏠렸다. 덕분에 앞 좌석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운전사는 멈춰서 백미러로 재환을 노려봤다.
“……어떻게 안 거지?”
“대충 찍어봤는데, 진짜였나 보네.”
재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르텔의 사냥개를 없애면 이런 위협은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다른 사냥개를 기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럴 거면 그 고생을 하면서 자갈치파를 엮어 넣은 이유가 없는데.
그래도 아는 범위 내의 녀석들이고 행동이 자갈치파보다 어수룩하고 엉성했다. 납치를 할 거면 계속 달리는 게 그에게 유리하니까, 이렇게 멈춰선 안됐다.
“말해! 어떻게….”
퍼억!
운전사가 품에서 사시미를 꺼내 휘두르기 전에 주먹을 먼저 날렸다. 싸움에 있어서 유명한 명언이 있다. 선빵 필승. 맷집이 아무리 좋더라도 머리에 제대로 한 방 맞고 나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자세가 좋지는 않았지만 한 방이 제대로 들어간 순간 게임은 끝났다. 상대가 반격하기 전에 얼굴을 몇 번 더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어우, 주먹 아파. 이럴 줄 알고 체력을 기른 건 아닌데 말야.”
전생과 같은 꼴은 당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체력을 기르고 근력을 기른 게 도움이 됐다.
재환은 기절한 녀석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그 칼로 자신의 팔과 다리를 살짝 베었다. 이렇게 하면 정당방위도 정당방위지만 살인 미수로 엮어 넣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거기에는 언론 플레이가 필요하겠지만 그거야 재환이 자신있는 분야다.
녀석을 차 밖으로 끌어낸 뒤 손을 넥타이로 결박했다. 혼자서 못 풀도록 단단히 묶고 난 뒤에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불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고 CCTV도 없다. 일부러 행적을 지우기 위해 이런 길을 찾아왔을 건데, 덕분에 이 놈의 몸을 뒤지는 데 거리낄 게 없어졌다. 안주머니와 바지 주머니, 신발 밑창까지 꼼꼼히 뒤져서 휴대폰 하나를 건져낼 수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포폰이네.”
연락처도 하나 밖에 없다. 조직의 보스에게 연락하는 용도인가 아니면 의뢰인에게 전화하려는 목적인가.
재환은 망설임 없이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가 간 뒤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정리됐나?”
익숙한 목소리, 이한철이다. 이번에도 이한철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확인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이한철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만 있단 걸 알면 됐다.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 나눌 사이도 아니니까.
곧바로 112로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를 일러줬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상대를 제압하긴 했지만 빨리 와주세요.”
재환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운전사의 지문을 묻히고 밟아 부쉈다. 이러면 대포폰을 발견하고, 이 폰으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말이 맞아 들어갈 테니까.
“그래도 늦게 오겠지.”
카르텔은 경찰 쪽에도 있으니 이미 은밀한 지시가 떨어졌을 확률이 높다. 구체적으로는 이 시간대에 온 신고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란 지시겠지.
다른 피해자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재환을 확실히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여긴 거다. 그러니 이 시간을 재환은 유용하게 쓸 생각이다.
품 안의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운전사를 깔아 뭉겠다.
“야, 일어나 봐.”
재환은 운전사의 뺨을 툭툭 쳤다. 물이 있으면 뿌려서 깨우고 싶지만 아쉽게도 없다. 그래서 일어날 때까지 뺨을 갈겼다. 덕분에 코피가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서 끔찍한 몰골이 됐지만, 재환에게 그건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
“으으….”
“이제 깼네.”
화끈한 손을 가볍게 털고 난 뒤 운전사의 목을 딱 붙잡았다. 흐리멍덩하던 의식이 돌아온 운전사는 곧바로 발버둥을 쳤지만 양손이 제대로 묶인 상태에 재환이 올라타 있기에 저항은 무의미했다.
“우리 대화 좀 할까?”
“이, 이 자식!”
“어허, 상황 파악 안 되니?”
피 때문에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질 텐데 열심히 콧김을 내뿜으며 씩씩대는 운전사를 보며 재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이리 멍청하지. 이게 자기한테 이로운 기회란 걸 모르나?’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하기 때문에 카르텔이 이용하는 거겠지만.
재환은 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를 뭉텅이로 꺼내 흔들었다. 현금은 많이 안 넣어 다닌다고 해도, 수표까지 합치면 200은 넘는다. 돈을 보니 녀석의 저항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자,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이 돈이 다 니 꺼다. 이건 선수금이고 성공하면 따따블로 줄게. 어때?”
“……누굴 담구기엔 부족한 돈인 거 알아?”
“누굴 어디의 쓰레기들로 보나. 몇 가지 정보만 주고, 어디 가서 말만 전해 주면 돼. 덤으로 이번 일도 없던 걸로 해 줄게.”
경찰이 와서 이 녀석을 연행해 가도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다. 그러니 재환은 다른 방법으로 써먹을 생각이다.
“너희 조직의 멤버랑 서울에 있는 다른 깡패 조직들 명단 불러.”
“조직을…… 배신하라고?”
“너희가 밥 먹듯이 하는 게 배신 아냐? 의리고 의협 같은 건 니네 포장하기 위해 소설이나 드라마에나 나오는 말이지.”
재환의 말에 녀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겠단 거다. 그러든 말든 재환은 뺨을 툭툭 치며 재차 물었다.
“그 짱돌로 잘 생각해봐. 내가 누군지는 알지?”
“TBS 방송국의 대표지.”
“그래, 내가 이번 일을 보도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너희 뒤를 봐주는 경찰이고 검찰이고 입 다물고 있지 못해. 너희 보스 깜방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지.”
재환의 으름장에 녀석은 입을 완전히 다물었다. 이제야 슬슬 상황 파악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자신이 잡힌 순간 모든 게 망한 거다. 망한 배에 오래 타있으면 같이 망하는 법이지.
여기에 재환은 쐐기를 박았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이젠 내가 어느 정도 급이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나 잡자고 너 하나 보내는 게 정상인 거 같냐? 소 잡을 땐 소 잡는 칼을 써야지, 닭 잡는 칼을 써는 게 말이 되냐고.”
“무슨 의미야.”
“일일이 다 설명을 해 줘야 아냐? 너 버림 말이라고. 나 죽이고 돌아가면 위에서 잘했다고 이뻐하겠냐? 같이 묻어버리겠지. 아침 뉴스 제목에는 이렇게 나가겠지. 대리기사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자괴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고.”
문제 될 소지를 남겨두는 건 그들답지 않다. 쓰레기는 냄새를 풍기기 전에 처리하겠지.
녀석의 입가가 하얘지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거기까진 생각을 전혀 못 했나 보다. 누굴 죽이는 건 자신이지, 자신이 죽을 줄은 몰랐겠지.
몇 초 정도 기다린 뒤 다시 물었다.
“이래도 계산이 안 서?”
“뭘 원한다고?”
“서울의 깡패 새끼들 이름, 구역, 조직 이름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 놔.”
녀석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술술 나오는 정보들을 재환은 노트에 메모했다. 동시에 전생의 정보와 대조하면서 현재 뒷골목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파악을 마쳤다.
깡패의 입에서 나온 조직의 이름이 10개를 넘어가니 서울은 깡패들의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었다.
“이름은 다 기억하는 한에서 다 말했어, 이제 됐지?”
“그래. 이거면 충분하겠네.”
슬쩍 시간을 보니 처음 신고 시간으로부터 30분은 더 지났다. 그런데도 경찰은커녕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다. 참 우리나라 경찰 대단하다. 아니, 카르텔의 입김이 그만큼 강한 건가.
“그럼 이제 마지막 부탁만 들어주면 되겠네.”
“그것만 들어주면 돈 주는 건가?”
“어.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마. 이 부탁도 별 거 아니거든. 널 도와주는 거기도 하고.”
재환은 다시 대포폰을 꺼내 112에 전화를 걸었다. 미적지근한 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에 다시 전화가 걸렸다.
“제가 신고한지 30분이 넘었는데 안 오시는 이유가 뭡니까.”
“아, 지금 출동….”
“당신 이름 뭡니까. 신문고에 신고해버리게 관등성명 좀 대보세요.”
“크흠… 선생님. 그러지 마시고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이름하고 계급이나 대라고요. 아니면 내일 9시 뉴스에 관할서에 소속된 분들 전부 이름 올려드릴게요.”
한참을 실랑이를 하고 난 뒤 깡패에게 말했다.
“잠시 빵에 들어가 있어. 그게 내 마지막 부탁이다.”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돈은 줄게. 근데 봐준다곤 안 했어, 멍청아.”
깡패가 말을 뱉으려는 때에 느지막하게 경찰차가 도착했다. 내리기 전 그들의 표정은 완전히 똥 밟았다는 표정 그 자체였다.
“상황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보면 모릅니까? 대리 운전 불렀는데, 이상한 데로 운전해 오더니 칼로 협박을 하더군요. 간신히 제압하고 경찰을 불렀는데 이렇게 늦게 와도 되는 겁니까?”
“그…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가 다른 사건을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됐고요.”
구구절절한 변명을 한 마디로 끊어내고 경찰차에 올라탔다.
“병원이나 데려다 주시죠. 과다출혈로 쓰러지면 당신들도 진급 포기할 각오는 하셔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