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99
100화
“이것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너희들 얼굴 똑똑히 기억해 놨어.”
유치장에 갇힌 최행열은 목이 쉬어라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그 때문에 형사들은 귀를 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막내격인 형사가 슬그머니 선임에게 가서 물었다.
“밤새 떽떽 거리네요. 지치지도 않나. 근데 저 사람 언제까지 저렇게 둘 거에요? 빨리 조서써서 검찰한테 넘기는 게 낫지 않아요?”
선임은 최행열을 슬쩍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거물이잖아. 우리가 조서 잘못 썼다가 덤탱이 쓰면 어쩔 건데.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야. 가만히.”
“근데 이번 건은 빠져나갈 여지가 없잖아요. 폭행 사주에 납치, 감금에 좀 더하면 살인 미수고. 그게 현장에서 잡혔잖아요.”
선임은 한숨을 내쉬고 막내 형사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네가 뭘 알아, 임마. 하여간 쫄따구가 눈치라곤 없어요.”
“아,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오냐, 맞는 말 했다. 아주 처맞는 말!”
선임 형사는 아예 서류철로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막내 형사는 억울해 죽을 것 같지만 쫄 중의 쫄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 사이에도 최행열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수갑을 풀어라, 유치장에서 꺼내달라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가 울려대는 통에 형사들은 두통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네들이 뭘 봤어. 빨리 이거 안 풀어! 네 새끼들 다 옷 벗고 싶지!”
“거 아저씨.”
참다못한 팀장이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다른 형사도 아니라 팀장격인 그가 나서니 다른 형사들은 딴 짓을 하면서도 두 사람에게 모든 귀를 열었다.
최행열은 자신이 아저씨라 불렸단 사실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유치장의 창살을 쥔 그의 손은 당장 창살을 부술 것처럼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저씨? 너 이새끼, 이름 뭐야!”
“알아서 뭐하실 겁니까? 그보다 조용히 좀 하세요. 다들 바빠 죽겠는데 당신 때문에 골이 울려 아주.”
“그럼 풀어주면 될 거 아냐!”
“당신 풀어주면 우리나라 범죄자의 절반은 풀어줘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말고 조용히 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노는 줄 아나.”
팀장은 창살을 쥔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최행열은 여기서 나가는 순간 저 놈의 볼기짝부터 후려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온 팀장은 두통약을 하나 입에 털어넣었다. 호기롭게 말하긴 했지만, 불안하긴 했다. 처자식도 있는지라 짤리면 곤란했다.
불안한 생각이 그의 머리를 잠식해나가려던 찰나 머리를 좌우로 털었다.
‘아냐, 아무리 대기업 회장이라 해도 이번엔 증거도 제대로 남아있지. 맞은 세 사람은 전치 6주의 중상이었고. 그러니 괜찮을 거야.’
팀장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중 의경 하나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1팀장님! 계십니까?”
“……하, 씨.”
팀장은 욕지기를 입 안에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하필이면 방금 최행열 그 놈에게 호기롭게 닥치라고 하자마자 자신을 부르는가. 의경 잘못은 아니지만 괜히 저 의경 놈이 미웠다.
당장 숨고 싶은 마음을 참고 슬쩍 최행열을 봤다. 그는 마치 기다리던 전서구가 도착한 이처럼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푸는 데 그게 그리 무서워 보일 수가 없다.
“1팀장님! 안 계십니까?”
“조용히 해라. 소란 피우지 말고 이리 와.”
의경은 팀장을 보고 경례를 하고 다가왔다. 경례는 들어올 때 했어야지. 타박을 줄까 하다가 말았다. 당장 옷을 벗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런 말을 해봐야 꼰대로 밖에 안 보인다.
“뭔데.”
“지금 TV 좀 보실 수 있으십니까?”
“TV?”
TV 얘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아주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놈이 할법한 말이 아니었다.
의외였지만 일단 사무실에 있는 TV 리모컨을 꺼내 의경에게 줬다. 의경은 TV를 켜서 바로 TBS 채널로 돌렸다.
때마침 TBS에서는 재환이 특종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YK 그룹 대표인 최행열은 이른바 맷값이라며 직원을 구타하고 돈을 쥐어준 일례도 있습니다.”
재환의 입에서는 최행열이 그간 저질러 온 모든 죄가 낱낱이 고해지고 있었다. 재환을 보고 분노에 찼던 최행열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저 기사가 나오고 있다는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어, 어떻게…. 내가 이때까지 해온 게 있는데!”
최행열이 절규하든 말든 팀장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뉴스를 지켜봤다. 거짓말같지만 재환은 확실한 증거물을 포함해서 선동과 날조라고 말할 여지가 없었다.
팀장이 재환이 쏟아내니 의경이 그의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팀장님.”
“어, 어. 너 저거 보라고 온 거냐?”
그런 거면 아주 기특한 녀석이다. 지금 목이 날아가느냐 마느냐 걱정하는 중이었는데 범죄 행각이 세상에 크게 보도가 되면 자신은 신경 쓸 게 없다.
의경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고 서장님의 지시가 있는데요.”
“서장님?”
서장님이 왜 직접 연락을 안 주고 의경을 통해 보냈단 말인가.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금방 해결됐다.
저런 큰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 곧 경찰은 뭐하고 있었냐는 질책이 날아들게 뻔하니 본청으로 가서 대응책을 짜기 바쁠 터다. 그 밑의 직원들도 크게 다를 거 없는 상황이니 손이 남는 의경이 여기로 온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서장님이… 나보고 이거 하라든?”
“어…, 하라는 게 무슨 의미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수사하라는 말이면 맞습니다. 저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 전부 맞는지 거짓은 없는지 확실하게 조사하라고 하시던데요.”
“허….”
이걸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일을 처리하면 고과점수는 따 놓은 당상이고, 상패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꽉 닫혀있던 승진의 문이 열린 셈이다.
대신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당분간 정시 퇴근은 글렀다.
미묘한 표정을 짓던 팀장은 뒤늦게 최행열을 돌아봤다.
최행열은 유치장의 창살을 잡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그를 보고 팀장은 씨익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저씨, 지금이라도 자수할래? 자수하면 형량 좀 깎아달라고 내가 언질해 볼게.”
당연히 구라다. 재환의 보도에 따르면 살인 사주와 더불어 시체 은닉 혐의까지 붙는다. 이런 강력 범죄를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를 저질렀는데, 형량이 깎인다?
그랬다가는 진짜 길가다 돌 맞아 죽을 수도 있다.
검찰 쪽에서 그걸 깎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을 때려서 넘길 예정이다.
“빨리 자수하면 편해져.”
“어째서…, 어째서….”
팀장이 살살 꼬드겼지만 최행열의 멘탈이 무너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시각 경찰 본청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지금이야 시민들의 비난이 최행열과 YK에게 향해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도 그 비난이 쏟아질 게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YK와 경찰의 유착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바짝 조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윗선에서도 잘라내라 명령이 떨어졌으니까요.”
“그게 지금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위 간부들은 다소 낙관적인 추측을 하며 각자의 의견을 던졌다. 그 와중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청장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강재환 그 놈이 다른 정보는 전부 얻었으면서 유착관계에 관한 정보만 안 가지고 있다? 이건 말이 안 되지.’
누구라도 생각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 수많은 범죄가 한 번도 수사 되지 않은 데에 의문을 가질 거다. 범죄 사실을 아무리 잘 은폐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꼬투리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한 번도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경찰이 연루되어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그 강재환이 안했을 리 없다.
그런 생각이 들면 왜 아침 뉴스에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는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이재명 회장이나 최현철 의원과 딜을 해서 나온 결과물일 수 있지.’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이건 너무 자신이 편한 대로 해석한 감이 있다.
지금은 대책을 짜야 하는 상황이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 어렵게 올라온 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경찰이 대충 수사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보도해서 압박하겠다는 거겠지.’
청장은 입 안에서 욕을 삼키고 다른 간부들을 쭉 살펴봤다.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럴듯한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기에 급급한 이들이다.
저들 중에 YK로부터 돈을 안 받은 이가 있는가.
‘없지.’
청장은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다.
“두 명 정도는 옷을 벗어야 할 거 같네.”
“청장님?”
청장의 날벼락과 같은 말에 간부들의 동공에 지진이 발생했다. 자신들이 옷을 벗는 상황이라면 진짜 최악의 상황이라는 거다.
“너무 상황을 안 좋게 보시는 거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얼마든지 빠져나갈 길은….”
“강재환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런 태평한 말을 하는 건가?”
간부들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재환에 대해 떠올려 봤다.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기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경찰에 적의를 가지고 있음은 확실했다.
그리고 정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 YK 그룹의 정보를 땅 파서 얻은 건 아닐 테니까.
“크흠….”
“그 놈은 이미 우리가 돈을 받아먹었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알고도 안 터트렸단 말이야.”
“그 말은….”
“두 명은 책임지고 옷 벗는 걸로 가지. 그 둘에 대해선 윗선에 말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그 말에 간부들은 시선을 피했다.
지금 옷을 벗으면 받을 불명예는 적지 않을 터다. 한국에서는 얼굴 들고 못살 테니 해외로 나갈 생각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카르텔의 지원이 필수 불가결하다.
문제는 카르텔이 진짜로 자신들을 A/S 해주느냐다.
‘최행열은 조직의 기둥 중 하나였을 텐데. 못해도 작은 기둥은 됐지. 그런데도 냉정하게 잘라낸 이들이야.’
‘나 하나를 케어해주겠다고 위험을 무릅쓸까?’
‘오히려 꼬리 자르기 삼아 없던 죄도 뒤집어씌울 텐데….’
그럴 경우 여생을 감옥에서 썩어가며 보내야 한다. 그런 인생은 거절한다.
하지만 청장의 말대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 누군가는 옷을 벗어야 하는데….
‘내가 아니어야 한다.’
모든 간부는 같은 생각을 했다.
“청장님, 따로 이야기 좀….”
“어허! 무슨 말을 하려고!”
“청장님, 제가 옆에서 각별히 모신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명이 말을 꺼내니 다른 간부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필요성을 열심히 어필하기 시작했다.
청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충성심을 논하던 이들이 밑바닥을 보이는 걸 보니 참 한심했다.
‘설마 이런 상황까지 그린 건 아니겠지?’
청장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재환이 이런 상황까지 상정했다면 진짜로 무서운 인간이다. 그런 이를 적으로 돌렸다는 사실이 그는 크게 후회가 됐다.
‘앞으로 어찌 되려나.’
청장은 귀를 닫고 눈을 닫았다.
다음 날 경찰청장은 직접 나서 관련되어 있는 간부 둘을 해임했다고 직접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