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98
99화
재환의 기사가 나가기 1시간 전, 아침 뉴스의 인트로에서 사람들은 재환이 데스크에 앉아있는 화면을 목격했다.
재환이 데스크에 앉아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오늘 또 뭐 하나 터지려나 본데?”
“오늘은 어디 폭로되는 거야? 뭐 아는 거 있어?”
“YK 그룹 같은데? 어제 TBS에서 속보 하나 떴잖아. YK 그룹의 최행열 회장이 구속됐다고.”
“아, 일단 주식 넣어놓은 거 다 빼야겠네. 어디가 터질지 모르니.”
재환이 데스크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시장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보니 주식시장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손을 모으고 TBS를 지켜봤다.
“제발 별 일 없어라.”
“지금 다 빠져나가는데, 제발, 제발.”
시간이 흐를수록 시청자 수가 늘어나 케이블 뉴스의 시청률이 15%를 돌파했고, 20%에 임박했다. 그렇다보니 TBS의 다른 이사급 인사들도 한 자리에 모여 뉴스를 시청했다.
물론 외부의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시청률 30% 찍는다에 10만원 건다.”
“30%는 무슨 난 40%에 20만원!”
“다 비켜! 45%에 건다!”
이미 특종의 내용이 뭔지 다 아는 이들이다. 엠바고를 걸어놔서 이 이슈를 밖에 말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생겨났다.
물론 시청률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건 방송국에서 한 번 씩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뉴스의 시청률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무리 특종이 나간다고 해도, 시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이 만한 시청률이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재환 때문이었다.
재환이 가진 인지도와 그가 데스크에 나올 때면 나라를 흔들었던 특종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현재 시청률 20% 돌파했습니다!”
“아, 뭐 이리 잘 나와!”
“그러게 15%는 너무 낮게 잡았지.”
“상식적으로 뉴스 시청률이 20%를 넘어가는 게 말이 됩니까.”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렴.”
그 시각 재환은 다소 초조했다.
남은 기사 수는 다섯 개. 구정혁에게는 못 빠져 나와도 기사 송출을 감행하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현실이 닥치니 걱정이 앞섰다.
‘한성에서 그들을 이용해서 폭로하면 일이 많이 귀찮아지는데….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릴까? 으음…. 어렵네.’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는 걸로 불안함을 드러내니 옆에 앉은 아나운서가 슬쩍 물었다.
“다른 기사 올릴까요?”
“……아니에요. 그대로 갑니다.”
처음 예정대로 강행 돌파를 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기사가 3개 남은 시점에서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 진동이 왔다.
서진이 보내온 메시지에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 짧은 메시지를 보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걸리는 것 없이 폭로를 진행하면 될 듯하다.
“회장님, 다음입니다.”
“네.”
재환은 자신의 앞에 놓인 기사를 보고 숨을 골랐다.
재환의 보도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팩트만을 전달했다. YK 그룹의 산하에는 조용히 생겨났다 사라진 기업이 많다는 것, 그 기업들의 목적은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기 위함이라는 것. 그로 인해 도산한 기업이 있고, 실종된 사람이 있다는 것.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의 실종자 1500명 중 약 800명 가량이 YK 그룹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차라리 소설이 현실이 됐다는 말이 더 믿음이 갈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재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했지만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다 비슷했다.
“YK 그룹이?”
“저건 아니지 않아?”
“어제 속보 하나 낸 걸로 너무 막지르는 거 같은데…. TBS도 기레기 됐나?”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YK 그룹이 비리를 저질렀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 대기업 중에 깨끗한 곳이 없다는 건 사람들이 어림짐작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그런데 최근 서울 시내에 깡패들이 늘어난 배후에 YK 그룹이 있다고 한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라 폭력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YK라고 한다. 이걸 어떻게 믿겠는가.
차라리 대통령 뒤에 무당이 있다는 말이 더 그럴싸해 보일 정도다.
TBS에 등을 돌리려는 이들에게 재환은 계속해서 팩트를 들이댔다. 몇 년 사이 도산한 기업의 사장이름이 폭력배와 연관이 있다는 점, 더불어 YK의 자본이 그 기업들에 흘러 들어갔다는 점 등을 낱낱이 짚어 나갔다.
확실한 증거들이 쌓여갈 수록 사람들은 조금씩 분노했다.
“아니, 진짜라고?”
“와… 그게 말이 돼? 아니, 이거 딴 나라 얘기 아님?”
“한국 법은 뒀다가 국 끓여먹나? 경찰이랑 검찰은 뭐한 거임?”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청률은 계속해서 올라가며 순간 시청률은 분단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로인해 TBS의 임원진들의 희비가 갈렸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시청률이 높아지는 중에도 재환의 기사는 끝나지 않았다.
YK그룹이 깡패들을 이용해 일부 기업의 문을 닫게 만든 일, 그 와중에 계약으로 갑질을 한 일, 을의 입장인 거래처 중 YK에게 개발 기술을 뺏긴 일 등, 파도 파도 괴담만 끝없이 나왔다.
이 모든 내용을 말하는 게 재환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일이다.
“순간 시청률 43% 집계 됐습니다.”
“허….”
“이게 진짜 뉴스 시청률이야?”
“예전에 지상파에서 예능 최고 시청률이 저랬지 않나?”
“2박 3일? 그럼 이게 2박 3일 급이란 거지?”
“화제성은 그 수준이긴 하지.”
임원진들은 한결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의 돈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돈을 잃은 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방송국 임원이자 언론인으로서는 이 상황이 제법 뿌듯했다.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건 모든 언론인이라면 꿈꾸는 상황이다.
그들은 볼 걸 다 봤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한결은 마지막 기사가 끝난 화면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될지, 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도 고생하셨어요.”
“이번 특종은 너무 큰데요. YK 그룹은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재환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는 다음 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었다.
범죄의 질이 나쁘고, 지금까지 은폐해 왔다는 점,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아 무기징역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피하긴 힘들 터다.
최남혁이 있긴 하지만 이번 일로 같이 잡혀 들어가면서 지난번 주가 조작에 대한 처벌도 같이 받게 될 거다.
후계자가 없는 그룹, 거기다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그룹이 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
재환이 봤을 땐 없다.
‘주가도 이미 하한 곡선을 그리고 있을 테지.’
그 부분은 재환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YK 그룹과 관련 있는 모든 주식이 그냥 하한 곡선이 아니라 절벽을 연상시키는 수준의 하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작은 부품 하나를 납품하는 회사마저도 YK와 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 폭락을 맞이해야 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작전주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의 절벽이었다.
YK 그룹의 주식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그저 재환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일부를 제외하고는 YK 그룹에 대한 분노로 한국이 들끓었다. YK 그룹의 광고를 맡을 연예인들은 발 빠르게 계약을 파기했고, 홍보사들도 손을 털었다. 그나마 카르텔과 엮인 기업들은 YK를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YK를 놓지 않으면 더 큰 손해로 다가올 것이란 걸.
이재명 회장은 뉴스를 전부 보고 난 뒤 대포폰을 꺼내 들었다. 몇 번의 신호음 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의 최현철은 전화를 받자마자 탄식부터 뱉었다.
“회장님, 일 처리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
“하, 이게 내 잘못이다? 그 놈이 똑바로 일 처리를 못 한 거지.”
“재계의 일은 재계에서 처리해야죠. 여기서 손 털고 남남인 척 한다고 해결됩니까.”
한껏 비아냥대는 말에 이재명은 이를 빠득 갈았다. 이런 말을 들을 걸 뻔히 알았지만 전화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재환에 의해 위상에 금이 많이 간 카르텔이지만, 그래도 카르텔이다. YK 그룹을 어떻게 할 건지와 같은 이야기를 이재명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최현철 의원은 혀를 찬 뒤 말했다.
“이미 어떻게 할지는 정해진 거 아닙니까.”
“혹여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 꺼내 본겁니다.”
“없습니다. 빨리 손 터는 걸로 하죠.”
YK 그룹을 버린다.
이건 카르텔로서도 꽤 큰 결심을 한 거다. YK 그룹을 대체할 만한 인력은 없다시피 한데, YK 그룹이 너무 많은 일을 해오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처음부터 대책을 안 세워놓은 저희 실책이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들은 경찰과 검찰 모두를 손 아래에 두고 있다. 언론사들도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재명 회장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대체 기업을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압니다.”
“그럼 저희의 행동반경이 상당히 좁아질 거란 것도 아시겠군요.”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YK 그룹을 인양할 방법은 없습니다.”
최고 시청률 43.8% 라는 건 사실상 국민의 절반이 봤다는 소리다. 안 본 이들도 곧 소식을 접하게 될 게 분명했다. 국민적 정서에 대놓고 반발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를 감싸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폐간한 오늘의 신문 수준의 언론사에서 보도했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TBS에 신뢰의 이미지를 쌓아온 재환이 직접 보도한 거라 더 활활 불탈 게 분명하다.
‘그 놈 입장에서도 일이 제대로 마무리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보도하겠지. 이건 구정혁이 손아귀에 있었다 해도 못 막았어.’
어떻게 보면 구정혁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게 다행이다. 여기서 재환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패를 꺼내는 건 자충수니까.
하지만 카르텔의 다른 이들은 당장 그 수를 쓰라 할 게 분명했다. 차라리 이런 사고로 인해 쓸 패가 없는 상황이 더 나았다.
최선의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그럼 YK 그룹은 손 터는 걸로 전달하겠습니다.”
“대신할 기업도 적당히 알아보시죠. 슬 VIP의 이미지를 쌓아야 하는데, 작업해줄 인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마치 남일처럼 말하는 최현철의 언행에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그럼 고생하시죠.”
“의원님도.”
전화를 끊고 난 뒤 이재명은 마른세수로 뺨을 한 번 훑었다. 거친 손이 뺨을 한 번 훑으니 이성의 날이 날카롭게 세워졌다.
지금까지의 연은 연이고, 끊어낼 건 끊어낸다.
“전략 기획 팀장 들어오라 해.”
곧바로 서재로 뛰어 들어온 팀장이 뛰어 들어왔다. 그도 눈과 귀가 있기에 지금 자신을 부른 이유가 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알지?”
“네.”
“지원 끊고, 관련된 부분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해. 피해가 우리에게 오지 않도록 깨끗하게 세탁해.”
“알겠습니다.”
“언론으로 비난 대응하도록 하고.”
이재명은 잠시 멈췄다가 뒷말을 이었다.
“YK와의 연은 어제까지였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