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81)
“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는 유찬성 의원.
“진심이오?”
“법적으로 틀린 건 아닌데요?”
“그런가?”
그는 법률 전문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잘 모른다.
하지만 노형진이 설명해 주자 이해하기 시작했다.
“간단합니다. 말로만 빨갱이라고 할 게 아니라 진짜로 신고하라고 하는 거죠. 말로는 뭔들 못 합니까?”
“하지만 표가…….”
“의원님을 빨갱이라 부르는 작자들이 과연 의원님한테 표를 줄까요?”
“그럴 리 없지.”
“그러면 결론은 간단합니다.”
내가 빨갱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신고를 해라.
간단한 규칙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증거가 없거든요.”
“만일 증거가 있다면?”
“증거 있으십니까?”
“있을 리가 있나?”
할아버지는 북한군에게 참살당했고, 부모님은 그들을 피해 도망쳐 왔다. 그런 그가 북한에 동조할 리 없지 않은가?
“헛소리를 닥치거나 날 고발하라 이건가?”
“정확합니다. 스스로 행동하라 이거지요. 입으로만 욕하지 말고.”
“음…….”
유찬성은 고민했다.
확실히 고민되기는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그는 손해 보는 것이 없다. 어차피 그들의 표야 유찬성과 상관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날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특히나 진보 측 사람들은 저 빨갱이라는 소리에 질려 버렸다.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자신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진짜로 고발하면?”
그런 말에 발끈해서 진짜로 고발하는 놈들이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농후하다.
그들은 증거 같은 게 아니라 자신이 빨갱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고발하면 국정원에서 찾아 줄 거라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 도리어 그들이 처벌 대상이 되겠지요.”
“뭐로? 무고로?”
“천만에요.”
“응? 무고가 안 된다는 거요?”
“물론 무고도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국보법이 특별법적 지위로 우선되어 적용됩니다. 이 경우 적용되는 법 조항은 국보법 12조가 되겠군요.”
국보법 12조는 무고와 날조에 관련된 조항으로, ‘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② 범죄 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 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라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를 간첩으로 누명을 씌우려고 허위 고발을 한다면 신고한 죄목과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도리어 자신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내가 고발하게 되면 내가 무고가 될 수 있는 거 아니오?”
“될 리 없지요. 그들이 스스로 의원님을 빨갱이라고 주장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무고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응?”
그게 무슨 뜻인가 하고 생각하던 유찬성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간단한 방법이지만 반대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방법이다.
지긋지긋한 가짜 뉴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적에게도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방법.
“좋은 생각이군.”
물론 초반에는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자신은 끊임없이 욕을 먹고 있다. 조금 더 먹는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런 거라면 그쪽에서 해도 될 텐데?”
하지만 그의 정치적 감각은 노형진이 착해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부 고발이 좋은 꼴을 못 보거든요.”
“내부 고발이라…….”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서 담긴 의미는 많았다.
빨갱이 놀음과 종북 프레임은 자칭 보수라 주장하는 이권 단체들의 가장 큰 무기다.
만일 이게 사라지게 된다면, 아무리 보수 단체라고 하지만 그들이 청보협을 그냥 둘 리 없다.
당연히 청보협과 같이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박멸하려고 할 테고, 현 상황에서는 그들은 자신들을 지킬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정치적 노선이 다른 자신들에게 와서 붙을 리도 없고.
“음…….”
그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아무리 봐도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안 그래도 인터넷이 자꾸 우경화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말이야.’
마치 놀이처럼 일단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 그로 인해 진보 측 인사들은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저희는 그저 의뢰를 받을 뿐입니다.”
노형진은 슬며시 물러났다.
소송도 다른 곳에서 하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소송을 다른 곳에서 해 줄 가능성은 낮다.
너도나도 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좋소.”
유찬성의 마음은 빠르게 결정되었다.
“그 지긋지긋한 소리에 벗어날 수 있겠군.”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조작질 하지 마라 (1)
“빨갱이는 물러나라!”
“저 빨갱이 새끼를 죽이자!”
사람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찌푸렸지만 그들과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라 생각하고 종북이라 생각한다.
사실 자기가 생각하는 거야 안 말리는데, 그걸 말리는 사람에게 위해까지 끼치니까 문제인 것이다.
“그만하시지요.”
건장한 남자들 몇몇이 청년보수협회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그들은 눈에 불을 켰다.
“뭐라는 거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의 새끼가!”
“허?”
남자들은 혀를 끌끌 찼다.
대가리에 피가 안 마르다니. 자신들의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말이다.
“경찰입니다.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어떤 빨갱이 새끼가 신고한 거야!”
“잡아 족치자!”
“애새끼들아! 내가 6.25 때 사선을 넘나들면서 전선을 지켰어! 그런데 나라가 빨갱이한테 넘어가게 생겼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그중 한 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남자들과 함께 온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죄송합니다만, 연세가?”
“일흔 살이다! 왜!”
“그러면…… 6.25 때 여덟 살쯤 되셨겠네요? 그런데 전선이 뭐라고요?”
그는 약간 당황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전선을 지키긴커녕 세상모르고 피난 다니기 바빴던 것이다.
논리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하자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주장을 외쳐 대기 시작했다.
“빨갱이는 물러나라!”
“빨갱이를 물리치자!”
“종북 기업 반성하라!”
“그만하세요. 시끄럽다고 신고 들어온 거 아니니까.”
경찰들은 이야기하면서 약간은 곤혹스러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신고 내용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종북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를 감춰 주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개소리하지 마!”
당연히 그들은 말도 안 된다면서 펄쩍 뛰었다.
종북주의자와 북한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자신들이 그들을 감춰 준다니?
“그렇다면 왜 저들을 고발하지 않으세요?”
노형진은 그들을 도발했다.
어차피 저들은 외통수이고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러니 이쪽에서 도망갈 이유는 없다.
“뭐라고?”
“그렇잖습니까? 저들이 빨갱이이고 종북이라면서요? 그렇다면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외치기만 하시고 신고는 하지 않으셨잖아요? 그거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아니, 그게 왜 국가보안법 위반이야?”
“국가보안법에 불고지죄라는 게 있지요.”
노형진은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상대방이 종북주의자이거나 그들과 함께하는 집단인 경우 대한민국 국민은 그 신고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국보법상에서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는 것.
그걸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을 신고하지 않으세요?”
“그거야…….”
순간 거기 있던 노인들은 말문이 막혔다.
‘할 말이 없겠지.’
대부분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빨갱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설득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결국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이건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저들이 빨갱이라면서요?”
“당연하지!”
그렇지 않다면 변재량 의원을 고소할 리 없지 않은가?
그들은 이 모든 게 빨갱이들의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고를 해야지요. 왜 신고를 안 합니까?”
“증거가 부족하니까…….”
“증거가 부족하다면 저들이 빨갱이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하겠네요?”
“아니야! 빨갱이야!”
“그런데 왜 신고를 안 하세요?”
“그거야…… 증거가…….”
“도돌이표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간단하게, 여기서 빨갱이라고 떠들 게 아니라 신고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텐데요? 그리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빨갱이로 몰아가면 안 되는 거지요. 만일 신고해서 아니라고 하면 저들은 빨갱이가 아닌 거고요.”
지극히 논리적이고 합당한 과정의 의견이자 추론이다.
지금까지 숫자와 목소리로 상대방을 압도했던 이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상대하기 애매한 타입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공격 패턴을 가지는 법이지.’
언제나 압도적 숫자와 막무가내로 상대방을 억압하고, 상대방은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심정으로 그들과 말을 섞지도 않는다.
그러면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이겼다는 정신 승리를 시전하면서 더욱 언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에 빨갱이가 없다는 거야!”
“누가 우리나라에 빨갱이가 없다고 하던가요? 있지요. 간첩도 있고, 매국노도 있고, 친중파도 있고, 친일파도 있지요. 하물며 종북이라고 없겠습니까? 하지만 여러분들은 저들이 확실한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하고 계시잖아요? 그러면 그 증거를 내놓으셔야지요.”
“…….”
소위 말하는 팩트로 공격당하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 뭐라고 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빨갱이 공격으로 입 다물게 했지만 지금은 그 공격 수단이 공격받는 상황이라 그걸 쓸 수도 없다.
“크흠, 저 작자들이 변재량 의원을 고소했단 말이야! 그분이 누구신데! 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쳐서 일하는 분인데!”
그나마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반격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에게 힘을 모아 주려고 했다.
“그분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신 분인데 저놈들이 은혜도 모르고 고소했다고!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맞습니다!”
“빨갱이를 척살하자!”
마지막에 말을 바꾸면서 뒤에 있는 세력을 자랑하는 남자.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노형진이 겁을 먹거나 물러날 리 없다.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투사인 변재량 의원의 범죄 사실을 고소해서 빨갱이라 이거네요?”
“그래!”
“민주주의가 뭔데요?”
“뭐?”
“민주주의가 뭐냐구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지, 뭔가?”
이들은 민주주의가 뭔지 제대로 교육을 받은 세대가 아니다.
물론 개략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기는 하겠지만 논리적으로 대답하라면 제대로 대답하지는 못하는 세대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라고 배운 시절은 민주주의 시절이 아니라 독재의 시대인데, 그때는 말로만 민주주의를 할 뿐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배척하던 시대였으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게 민주주의의 가장 큰 핵심이며 모토이지요. 사실 이 한마디가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말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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