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67)
“뇌물요?”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지금 서강판의 행동을 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은 월급이 모두 계좌로 들어오지요. 그래서 저희한테 주신 통장 사본을 검토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만나면서 들어갔을 만한 돈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당장 바람피우는 대상들과 모텔에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디저트를 먹기만 해도 전부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홍채아의 경우 아무리 봐도 사랑보다는 스폰이 목적이다.
그런데 스폰이라는 것은 결국 돈을 주는 대가로 육체를 얻는 것.
그러니까 돈을 주지 않으면 그녀가 서강판을 만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돈도 없구요. 경우마다 다르지만 홍채아 정도 되는 나이와 미모를 가진 여성이라면, 못해도 300만 원 이상 돈을 주지 않으면 만나기 힘듭니다.”
“네? 300만 원요? 와, 이런 개새끼! 내가 월급이 220인데.”
서지아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다 막혔다.
친딸인 자신이 월급 220만 원을 받고 코피를 흘리며 일하는 건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몸 파는 여자한테는 300만 원씩 주다니.
“그런데도 계좌에는 특이 사항이 없단 말이지요.”
“그거야 현금으로 찾아서 준 거 아닌가요?”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현금으로 주면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현금으로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그 정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결국 그때그때 돈을 찾아서 줘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수시로 돈을 인출했다면 당연히 계좌에 출금 내역이 떠야 한다. 그런데 그 출금 내역조차 없다.
“서강판에게 다른 곳에서 돈이 나올 구멍이 있다는 소리지요.”
그 다른 곳에서 나온다는 것은 사실 뻔하다.
바로 뇌물.
그렇지 않다면 매달 몇백만 원이나 되는 스폰서 비용과 선물 비용을 그가 감당해 낼 수는 없다.
“아마도 적지 않은 뇌물을 받았을 겁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돈을 주지 않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반대로 그에게 잘 보여서 어떻게 해서든 승진해야 하는 공무원들 역시 적지 않은 뇌물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자신이 혼자 먹어 치웠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서강판의 삶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많다.
“이익…….”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서지아와 뭔가 생각하면서 침묵을 지키는 한숙자.
노형진은 그런 한숙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 한숙자 씨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결혼 생활을 하자고 남편인 서강판 씨를 설득해야 합니다.”
“뭐라고요?”
노형진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 * *
“잘 보이네.”
집 안 내부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
그걸 확인하던 노형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소리도 깔끔하고. 외부에 들킨 건 아니지?”
“전혀.”
“그러면 다행이고.”
“그런데 난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어. 왜 한숙자가 서강판을 설득해야 한다는 거야? 설득한다고 바뀔 인간이었다면 애초에 그러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겠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인간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생을 개판으로 살아도 자식을 보고 개심하는 놈들도 있다.
지금까지 그런 기회는 서강판에게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런데 왜 설득하라고 한 거야?”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재판부에 제출하려고 하는 거야.”
“제출?”
“그 이혼의 귀책사유라는 것이 참 웃기거든. 일단 결혼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귀책사유가 발생해.”
“노력?”
“그래, 적극적인 노력. 그게 필요해.”
가령 상대방이 바람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른 척했다면 그건 귀책사유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가능하면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득했습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
“뭐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한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용하는 놈들이 많거든.”
“그걸 어떻게 악용해?”
노형진은 씩 웃었다.
“대부분은 악용해.”
“그러니까 도대체 어떻게?”
“그러니까, 상대방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 다짜고짜 이혼을 위해서 증거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잖아.”
“아하!”
흥신소를 통해 상대방을 추적하고, 그 후에 얻은 증거를 가지고 이혼소송을 한다.
그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자신이 알았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고지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가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거야.”
“그건 그러네. 대부분 그런 식이기는 하네.”
“가정법원은 일반 법원하고 좀 달라. 그냥 판결을 내리는 게 아니라, 기계적이기는 하지만 가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도록 만들지.”
그래서 법원에 이혼 소장을 넣으면 최대한 상담을 받도록 유도하거나, 사람들이 널리 아는 대로 4주 후에 뵙자는 식으로 이야기할 시간을 주거나 하는 식으로 최대한 가정의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증거를 모아서 일단 들이미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들의 목적은 뻔하거든.”
“돈이구나.”
“그래.”
그들이 그렇게 하는 건 돈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정을 보호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좋게 볼 수가 없다.
“물론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바람피운 사람에게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게 자기가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지. 만일에 자기가 노력했는데 상대방이 그 노력을 개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괘씸하겠네.”
“그래. 아무래도 재산 분할을 할 때 그 괘씸함이 좀 더 작용을 하게 되지.”
그렇게 된다면 단 1퍼센트라도 더 받아 낼 수 있다는 소리다.
“복잡하다.”
“복잡할 거 없어.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 가능하면 상대방의 나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쪽의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
“그게 기본이잖아?”
“그게 기본이지. 하지만 그걸 별로 지키지 않으니까 문제지.”
“끄응.”
확실히 그렇다.
재판정의 분위기야 어디든 좋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가장 안 좋은 곳은 가정법원, 특히 이혼 쪽이다.
서로 욕하고 싸우고 분노하고…….
“특히 가정법원은 다른 곳보다 판사의 의중이 더 많이 작용하는 편이거든.”
그때 화면에 서강판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숙자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서 번개같이 양복 상의와 가방을 받아 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 눈을 찌푸리는 손채림.
“자기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쉿, 이제 두고 보자고.”
노형진은 입술에 손을 대고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보, 우리 이야기 좀 해요.
-뭔 이야기?
-당신 혹시, 나 몰래 만나는 사람 있어요?
-뭐?
한숙자가 말을 꺼내자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서강판.
-이제 애들도 다 나가고, 그동안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잘 살자고 결혼했잖아요. 요즘 많이 고민했는데, 지금 우리는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년이 미쳤나?
-우리 부부 상담 한번 받아 봐요. 옆 아파트 어떤 부부도 그렇게 해서 나아졌다고 하니까…….
-이런 개 같은 잡년이!
채 말릴 틈도 없이 한숙자의 얼굴이 한쪽으로 휙 돌아갔다.
한숙자는 그 충격으로 그대로 소파에서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너같이 비루한 년을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이지, 지금 뭐? 상담? 미쳤냐? 어? 미쳤어?
쓰러진 한숙자를 발로 마구 밟아 대는 서강판.
-지금 네가 나랑 맞먹겠다 이거야? 요 며칠 손을 안 봐 줬더니 아주 간땡이가 부었구나!
그걸 보고 손채림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잡고 말렸다.
“진정해.”
“사람을 패잖아!”
“예상하고 시작한 거잖아?”
“큭.”
“그럼 저놈이 갑자기 ‘아,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하면서 정신 차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할 줄 알았어?”
“…….”
그럴 리 없다. 그걸 아니까 노형진이 끼어든 것이고.
결국 손채림은 자리에 앉으면서 투덜거렸다.
“서지아 씨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그러니까.”
아마 서지아가 있었다면 더 볼 것도 없이 튀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녀라 해도 서강판을 힘으로 이길 수는 없을 테니 결국 노형진과 손채림이 끼어들게 되었을 테고, 결과적으로 계획은 개판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비참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해.”
노형진의 말에 이를 악물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손채림.
-야, 이 개 같은 년아! 네가 뭐라고 나한테 잘못되었다고 말해? 말을 한다고 다 말인 줄 알아? 병신 말은 말이 아니야, 이 미친년아. 병신이 떠든다고 그것도 다 말이야?
듣기 힘든 모욕과 폭행이 계속되었다.
-뭐? 자기 몰래 누굴 만나냐고? 그래, 만난다! 어쩔래? 어디 버러지 같은 게! 그래서, 만나면 네가 어쩔 거야? 어? 어쩔 거냐고! 부부 상담? 너랑 나랑 같은 줄 아나? 그리고 그랬다가 주변에 소문이라도 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어? 그래서 나 쪽팔린 거 네가 보상할 거냐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숙자를 발로 뻥찬 그는 식식거리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는 가방까지 들고 나왔다.
-내가 더러워서 나간다. 반성하고 있어, 개 같은 년.
쓰러진 한숙자에게 침을 ‘퉤!’ 하고 뱉은 서강판은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갔다.
그가 자신의 차량을 몰고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확인되자마자 노형진은 사람들을 이끌고 아파트로 들어갔다.
“괜찮으세요?”
“흑흑흑.”
한숙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매일같이 당하는 일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서러웠다.
“고생하셨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괜찮아질 거예요.”
그녀를 다독거리면서 노형진은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오직 서강판뿐이었다.
‘그 행복, 얼마나 가나 두고 보자.’
동네 사람들, 여기 개새끼가 왔어요 (1)
다른 증거를 모으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숙자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강판은 천연덕스럽게 다른 여자를 불러서 밤을 보냈던 것이다.
“미친놈 같으니라고.”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날 나갈 때 애초에 옷부터 싹 다 갈아입고 가방까지 가지고 간 이유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지?”
출근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주는 서강판을 보면서 손채림은 혀를 내둘렀다.
“저런 타입은 외부에 보이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법이야. 정작 가족들에게는 관심이 없지.”
“내가 알지, 모르겠어?”
웃으면서 좋은 선배, 좋은 상사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잔인하고 냉혹한 인간.
“일단 그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증거는 확실하게 구해 놨으니 이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 다만 그에게 얼마나 복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떻게 할 건데? 진짜로 가서 깽판 치면서 싸울 수도 없잖아.”
“저런 인간들에게 가장 좋은 복수는 자신들이 아끼는 외부의 세계를 부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당연히 소송해야지.”
“이혼은 쉽다며?”
“난 그냥 소송이라고 했지, 이혼소송이라고는 안 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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