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38)
유지영은 노형진의 말대로 아예 막나가기로 했다.
물론 일을 하지 않고 탱자탱자 논다는 게 아니었다.
“저 오늘 일찍 퇴근할게요.”
칼퇴근.
직장인들의 꿈이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행동.
그걸 하라고 했다.
“어디 가는데?”
칼퇴근이라는 말이 나오자 눈이 돌아가는 박철신.
그리고 그의 희번덕거리는 눈빛에 유지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위험하지만……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계속 당할 테니까.
“데이트요.”
“데이트?”
“네. 남자 친구랑 만나기로 했어요.”
“뭐! 너 지금……!”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박철신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를 박박 갈며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지금 만만하냐? 어?”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전 남자 친구가 있어요. 죄송합니다. 저 먼저 퇴근할게요.”
법적으로 정시 퇴근을 회사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그녀가 갑자기 돌변해서 나가 버리자 직원들은 서로 목소리를 낮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유지영 씨 곧 그만두려나 본데?”
“아, 씨발. 저 개 같은 과장 때문에 또 이 지랄이네.”
“어쩌겠어. 제대로 통제를 안 해 주는데.”
“쉿! 이쪽 본다.”
서로 떠들던 사람들은 박철신이 일어나자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뭣들 해, 지금! 일을 하자는 거야, 아니면 수다를 떨겠다는 거야!”
소리를 버럭 지른 박철신. 그는 눈깔이 뒤집혀 있었다.
“나 외근 나가니까 그렇게 알아!”
“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과장급이 되면 외근할 일이 별로 없다. 그쪽에서 도리어 들어와야 하니까.
그런데 외근이라니?
“뭐야? 불만 있어?”
“아닙니다.”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직원들.
그러자 박철신은 옷을 들고 나가 버렸다.
그가 나가자마자, 일하던 남자 직원 한 명이 슬쩍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영 씨, 조심해. 미친놈이 눈깔 뒤집고 나갔어. 지영 씨 따라가는 것 같으니까 절대로 마주치지 마.
* * *
노형진은 유지영의 옆에서 그걸 보고는 피식 웃어 줬다.
“그래도 회사에서 인망이 좀 있나 보네요.”
“같은 미친놈을 상대하는 처지니까요.”
딱히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문자를 보낸 걸 보면 아무래도 어지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 줘서 고맙기는 한데, 따라오게 해야 한다니.”
눈을 살짝 찡그리는 유지영.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계획의 핵심이 박철신이 그녀를 따라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미친놈을 여기서 쳐 내지 않으면 유지영 씨가 잘립니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 아닙니까?”
“맞아요.”
그 미친놈만 아니라면 사실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회사다.
그 미친놈 때문에 머리가 아플 뿐.
“그런데 따라 나올 거라는 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스토커니까요.”
스토커의 기본 성향이 상대방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스토커라는 존재가 위험한 건 자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스토커들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스토킹과 사랑이 묘하게 닮은 곳도 있긴 하지요.”
지금이야 박철신과 유지영의 나이 차도 조건도,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을 기준으로는 사랑과 좀 거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토킹은 비슷한 상황에서도 발생하거든요.”
같은 나이에 비슷한 생활수준, 거기에다 접점이 존재한다면 분명 사랑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토킹에는 기본적으로 집착적 통제가 따라오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토킹을 사랑으로 알고 결혼했다가 고통 받기도 합니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서 매일같이 감시하고 압박하며 상대방을 숨이 막히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토커들은 운이 좋게 사랑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심각한 의처증, 의부증 증세를 보입니다.”
애초에 스토킹이라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발생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유지영 씨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했지요.”
남자를 만나러 간 스토킹 대상을 스토킹 가해자가 가만둘 리 없다.
몰랐으면 모를까, 안 이상 반쯤 미쳐서 날뛰어야 정상이다.
“그러니까 안 나올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러면 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미쳐서 날뛰고 있는 인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은, 유지영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좀 다를 수 있지요.”
“다를 수 있다고요?”
“네. 일단 중요한 건, 그가 유지영 씨를 따라다니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전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 없는데요.”
지금도 위험한 놈인데 남자 친구를 만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로 남자 친구를 만나게 할 거라면 이렇게 대놓고 그를 끌어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갈 곳은 다른 곳입니다.”
“다른 곳이라고 하면?”
“혹시 강남 좋아하십니까?”
“네?”
“강남에 끝내주는 클럽이 있다고 하더군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