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92)
존재하지 않는 배신자 (3)
그러자 사람들은 그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박운호 씨! 이번 사건에 대해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이번 검찰 성 노예 사건의 주범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바깥에서 들리는 기자들의 고함 소리.
“아니, 주범이라니, 뭔 개 같은 소리야?”
박운호는 어이가 없다는 생각에 멍하니 있다가 문득 소름이 쫙 돋았다.
“여보, 지금 무슨 일이에요?”
방 안에서 자던 아내가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나 아내를 보살필 상황이 아니었다.
“씨발, 좆돼 버렸다.”
그는 불법과 합법의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대략적인 법의 흐름도 알 뿐만 아니라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굴러가지는지도 안다.
“씨발.”
다급하게 인터넷을 확인한 박운호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몰래카메라 공급책 드러나
검찰, 공급책에 대한 수사 개시
이번 사건의 배후 드디어 드러나나?
“고…… 공급책이라니?”
자신은 몰래카메라를 팔았을 뿐이다.
그런데 공급책이란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의 판매 행위 역시 단어적 의미에서 본다면 ‘공급’이니까.
하지만 기사에서 보이는 공급책이라는 단어는 명백하게 자신을 배후로 삼는 뉘앙스였다.
“여보, 이게 무슨 소리야?”
멍하니 핸드폰을 보는 박운호를 보다가 핸드폰을 확인한 아내는 기겁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설마 지금 이 모든 일이 당신이 저지른 거란 말이야?”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박운호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내가 카메라를 판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에 쓰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그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서는 그를 모든 일의 책임자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여……보…….”
황당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박운호를 아내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저리 치듯 피하는 그 몸짓에서, 접근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니까! 진짜야. 아놔, 미치겠네!”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내가 카메라를 판 건 사실이지만 공급책이라니? 주범이라니! 난 아니라고!”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그렇게 나오고 있잖아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라고!”
그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미 답은 나온 상황.
‘이럴 수는 없어.’
이 상태로는 자신의 인생이 끝장난다.
그도 위험한 물건을 팔기에 알고 있다, 한번 뒤집어씌워지면 검찰이 놔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거 진실을 알려야 해. 하지만 어떻게…….’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해 봐야 저들은 절대로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지.’
멘탈이 부서지기 직전, 갑자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찰입니다. 영장 집행하겠습니다. 문 여세요.”
“여…… 영장?”
뉴스가 나온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영장이라니?
‘다 설계된 거구나.’
자신을 배후로 콕 찍어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박운호.
“박운호! 당장 문 열어! 거기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박운호는 다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울상을 지었다.
“맞다, 버렸지.”
다시는 볼일이 없다는 생각에 그는 노형진의 명함을 가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으로 떠오르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다른 변호사는 진실을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해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자신을 찾아와서 진실을 이야기했고 심지어 그의 뒤에는 유찬성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다.
박운호는 다급하게 인터넷을 뒤져서 새론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상대방의 목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야! 문 강제로 열어!”
사실 강제로 문을 열 이유는 없다.
이곳은 지상 13층의 아파트이고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문을 강제로 열려는 듯했다.
이유는 뻔하다.
박운호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네, 새론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 그리고 쿠당탕 열리는 문.
“야! 저 새끼 잡아!”
통화하고 있는 박운호를 보고 다급하게 몸을 달리는 경찰들.
동시에 박운호는 핸드폰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박운호입니다! 노형진 변호사님에게 의뢰한다고 전해 주세요! 제발 빨리…… 아아악!”
다음 순간 그의 몸은 거구의 경찰들에게 깔렸고 핸드폰은 순식간에 빼앗겼다.
***
-박운호입니다! 노형진 변호사님에게 의뢰한다고 전해 주세요! 제발 빨리…… 아아악!
핸드폰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노형진은 진지하게 눈앞에 앉아 있는 박운호에게 물었다.
“이 목소리, 박운호 씨 맞지요?”
“맞습니다. 네, 맞아요.”
“좋습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수임한 걸로 하지요.”
“아…….”
박운호는 펑펑, 눈물을 쏟아 냈다.
검찰로 끌려오자마자 검사는 폭행도 불사하며 그를 압박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칭 변호사라는 사람이 들어오기는 했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이란다.
자신이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그럴 권리가 없단다.
심지어 아내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핸드폰이고 뭐고 다 빼앗겼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고, 그렇게 그는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특정되어 가고 있었다.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제가 주범이라니요! 전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답은 정해진 거지요.”
“이미 학선건설이 주범인 건 다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글쎄요.”
노형진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확실하지 않지요.”
“뭐라고요?”
“그 학선건설이 주범이라는 증거가 없습니다. 그저 소문일 뿐.”
아차 싶은 표정이 되는 박운호.
확실히 노형진의 말대로 주범이라는 소문만 돌고 있을 뿐 증거는 없다.
“사실 이런 경우에 검찰의 대응은 간단합니다.”
학선건설을 대신해서 총알을 맞아 줄 사람을 내미는 거다.
그 과정에서 주범으로 찍힌 박운호의 진실이나 피해는 전혀 감안할 요소가 아니다.
모든 사건은 박운호가 주범으로 벌인 일로 마무리될 것이다.
“학선건설에서 그걸 사 가지고 갔단 말입니다!”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건…….”
박운호는 말문이 콱 막혔다. 증명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안전을 위해 흔적을 남기지 않으셨겠지요.”
아무리 열심히 추적해도 그 장비의 끝은 박운호다.
박운호가 관련 장비를 산 기록은 있겠지만 이후 박운호는 그걸 현금으로 팔았다.
당연히 팔았다는 증빙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놈들이…….”
“그놈들이 누군데요? 명함이라도 주던가요?”
“…….”
“설사 걸린다고 해도 그들은 학선건설에서 더러운 일을 담당하던 자들일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학선건설에서 시켰습니다.’라고 할까요, 아니만 당신을 물고 늘어질까요?”
누군가는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배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선건설 내부에서 키우던 놈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걸 알기에 내가 노리지 못하는 거지.’
그런 놈들은 감옥에 가는 것 역시 감안하고 키워지는 거고,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키운다는 건 그만큼 충성심이 있다는 거다.
“그들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면…….”
“지금 상황을 모르시는군요.”
노형진은 미리 준비한 신문 몇 개를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신문을 받아 넘기던 박운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뉴스에서는 모두 자신을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미 인민재판 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전형적인 방법이지요.”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벗어나기 힘들면, 검찰과 법원은 중간에 꼬리를 책임자라고 내민다.
그리고 그 모든 비난과 관심이 그에게 쏠리는 사이에 진짜 핵심은 빠져나간다.
“아마도 조만간 회사 내부에서 관련자 중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양심선언을 하겠지요, 당신의 지령으로 일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면 그, 피해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그들이 입을 열면 된다.
박운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글쎄요, 그게 가능할까요?”
“네?”
“아마 모르시겠지만, 피해자들 중 몇몇은 이미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처벌받았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무고가 성립된다.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지요. 성 접대가 이루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걸 누가 받았는지 증명할 수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검찰에서는 수사한답시고 시간을 끌 테고, 단 한 달만 지나면 이 모든 사건은 흐지부지 끝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 종결 처리.
양심선언 했던 직원은 자수로 인한 감형 사유가 인정받아서 벌금 또는 집행유예.
그리고 마지막 시기에 적당히 사건을 하나 터트리면 사람들의 시선은 거기로 향할 것이다.
“당신 하나만 처벌받는 거죠.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요? 물론 기자회견 같은 걸 하실 생각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누가 전달해 준답니까?”
“…….”
범죄자들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기자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런 주장을 언론에 전달한다고 해서 그게 발표될 거라는 기대도 하기 힘들다.
“지금 검찰과 법원은 검사와 판사에 대한 탄핵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그 모든 죄를 다른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우는 거지요.”
특히 접대받은 판검사들은 모두 핵심 권력층이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상황.
“현 상황에서 박운호 씨가 정확하게 아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공격하는 건 학선건설이 아닙니다, 검찰과 법원이지.”
이 두 개는 결과는 같을지언정 과정은 상당히 다르다.
주공은 검찰과 법원이고 보조가 학선이다.
“그러면 제가 기자회견 같은 걸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연히 인터넷에 올린다거나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요.”
그는 이미 인민재판을 당한 상황이다.
이미 극악한 범죄자로 각인되어 버렸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운호는 울상이 되었다.
위험한 장사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지경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가 누구에게 팔았는지 다 말하겠습니다. 다 말할 테니까…….”
“누차 말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직업 자체가 위험한 직업인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파셨다고 고백한다고 한들, 한 줌이나 되겠습니까?”
오로지 현금으로만 거래해 온 박운호다.
당연히 몰카를 사 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극히 일부 카드를 쓴 사람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리고 그건 검찰이 카드사에 영장을 청구하면 바로 나올 정보고요.”
그다음은 뻔하다.
검찰은 그걸 이용해서 더더욱 홍보할 것이다.
‘봐라, 이놈이 이렇게 성범죄자들이게 몰래카메라를 팔아먹은 아주 못된 놈이다.’라고.
‘아주 열심히 머리를 굴렸어.’
검찰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여성계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다.
노형진은 정치적 압박을 위해 여성계를 이번 사건에 끌어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성범죄자를 던져 버리면, 여성계는 검찰보다는 성범죄자에게 더 집중하는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