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0)
‘이럴 줄 알았지.’
아무리 어른인 척하고 약은 척해도 아직은 부모 아래에서 사는 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걸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부모들을 부른 것이고 말이다.
물론 저들의 신분은 중요하지 않다. 노형진이 노리는 것은 저들의 신분이나 처벌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그거 어디서 구했어?”
“그…… 그게…….”
“어디서 구했냐고!”
가짜 위조 신분증은 30만 원. 고작 열일곱 살인 아이들이 가지기에는 큰돈이다. 더군다나 그걸 한꺼번에 다섯 장이나 만든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누군가 사주한 놈이 있기 마련이지.’
노형진과 성관중의 예상에 따르면 이 사건은 누군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들이 신분증 역시 만들어 줬을 것이다.
“누가 줬어?”
“어떤 아저씨가요. 흑흑흑.”
결국 눈물로 후회하면서 사실을 털어놓는 아이들.
“그냥 이걸 가지고 가서 술 마시고 나오면 한 사람당 50만 원씩 준다고 했어요.”
“50만 원?”
“네.”
“누군데?”
“몰라요. 흑흑…….”
그들은 그냥 학교에서 좀 논다 싶은 양아치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어떤 남자가 접근해서 술만 마시고 오면 1인당 50만 원이나 준다고 하니 혹한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주니까 며칠 뒤에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왔다?”
“네. 흑흑흑.”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어쩔 수 없이 전과를 달 수밖에 없었다. 가짜 신분증을 사용한 게 명백한데 그건 형사처벌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확실하네요.”
노형진은 그 기록을 가지고 확신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그 녀석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죠?”
성관중은 얼굴을 찌푸렸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들에게 물어 봐야 이름이나 그런 게 나올 리가 없다는 뜻이다.
“경찰에게 따지면 나올까요?”
“그럴 리가요.”
경찰은 어른이다. 만일 이게 새어 나가면 자신이 해직당할 걸 뻔하게 아는데 이야기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쯤이면 그 인간들에게서 그 인간에게 연락을 갔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분명 팔이 안으로 굽습니다. 우리가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해 봐야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할 겁니다.”
“음…….”
“그럼 그 녀석을 어떻게 잡지요?”
“어떻게 잡기는요. 우리에게는 든든한 일꾼이 있지 않습니까?”
“일꾼?”
노형진의 시선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녀석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인간은 다급하면 뭐든 하기 마련이지요. 후후후후.”
“야, 강 이병.”
“이병 강건우!”
강건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재빨리 튀어나갔다. 거기에는 하사관 한 명이 심각한 얼굴로 서 있었다.
“너 말이야, 입대하기 전에 뭔 사고 친 거 있냐?”
“없습니다!”
“그런데 왜 헌병대에서 너더러 오라고 해?”
“예?”
너무나 당혹스러운 말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군대 말투가 아닌 사회에서 쓰는 말투가 나왔다. 하지만 하사관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도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헌병대에서 출두 명령이 날아왔어. 너 혹시 입대 전에 무슨 사고 친 거 있냐?”
여기 온 지 고작 나흘 된 이등병이 여기서 사고를 쳐 봐야 얼마나 치겠는가? 더군다나 행보관인 자신에게 보고도 되지 않고 헌병대로 넘어갈 리가 없으니 남은 것은 결국 바깥에서 치고 들어온 것뿐이다.
“진짜로 없습니다.”
“일단 가 보자. 이거 원, 무슨 일인지.”
그는 행보관과 함께 헌병대로 향했고 그곳에서야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공문서 부정행사 방조 말입니까?”
“그래, 어찌 되었건 고발이 들어왔으니 해야 하는데 너, 네 신분증 어디에 두고 왔어?”
“그거야…… 집에다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그는 아차 싶은 것이 있었다. 두 살 어린 자신의 동생. 누가 봐도 비슷하다고 하는 그 녀석.
“혹시 짚이는 거 있어?”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맨날 건들거리고 다니는 녀석입니다.”
“끄응…… 그녀석이 네 녀석 신분증으로 사고를 친 모양이다.”
“으윽…….”
“하여간 네놈이 들어오고 난 후에 벌어진 일이니까 넌 혐의 없음으로 나오겠지만……. 이런 식이면 네 군 생활도 편하지는 않겠다. 네 흉내 내면서 어디서 사고라도 치는 거 아냐?”
그렇게 되면 툭 하면 자신에게 헌병대 소환 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매일같이 불려 가야 할 테고 실질적으로 부대에서 왕따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화해서 확실하게 못 박아 놔.”
“알겠습니다.”
그는 가는 중에 이를 빠드득 갈았고 도착하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엄마, 난데 건식이 이 새끼 어디 갔어? 뭐? 놀러 가? 지금 자기 형을 영창에 넣을 뻔한 새끼가 놀러 나갔다고?”
줄줄이 들어오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읍소하면서 잘못했다고 빌고 있었다.
“민사소송이라…….”
성관중은 혀를 내둘렀다. 흔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명백하게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안 하던데요?”
“그거야 방법을 모르니까요.”
자신들에게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소송해도 결국은 손해배상금은 고작해야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다. 문제는 그 소송하는 데에 들어가는 돈이 그것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명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당장 이번에 걸린 놈들만 해도 다섯 명. 그 놈들에게 100만 원씩만 해도 변호사비는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노리는 건 돈이 아닙니다.”
어차피 그만큼 받아 낸다고 해 봐야 별 의미가 없다. 노형진이 노리는 것은 다른 것, 즉 부모들이었다.
“들어가죠. 이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니까요.”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성관중.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우르르 달라붙었다.
“변호사님, 한 번만 봐주세요.”
“사장님, 우리 자식이 몰라서 그랬습니다. 제발…….”
읍소하는 사람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청구 비용이 무려 1인당 2천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뭐, 그게 나올 리가 없지만.’
진짜로 그 돈이 그렇게 나올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형진이 그렇게 고가의 가격을 쓴 것은 사건이 큰 것처럼 느끼게 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서였다. 몇몇은 신분증 위조와 사기까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태였다.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노형진은 사람들은 진정 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녀분들은 계획범죄에 가담하신 겁니다.”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닙니다.”
“모르고 그런 거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계획범죄라는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물론 계획범죄는 맞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강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저들은 그걸 모른다.
“저희도 그걸 불쌍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예요. 이 아이들이 죄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받았다는데 그게 말이나 됩니까?”
“돈 때문에 그렇습니다. 단돈 얼마에 흑흑흑…….”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반대로 돈 때문에 계획범죄를 저지르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요.”
“아닙니다!”
“절대로 우리 애들이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닙니다!”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는 부모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이쯤에서 당근을 주기로 했다.
“저희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씀인데…….”
“말씀만 하세요!”
“뭐든 다 하겠습니다!”
노형진은 약간 뜸을 들이고 천천히 사람들에게 뭔가를 열어서 보여 주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아이들이 말한 그 사람입니다. 전문 작가를 동원해서 그 사람의 초상화를 그린 거죠. 아이들은 누군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만일 이 녀석을 찾을 수 있다면 그 녀석이 주범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주범에게 그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라요.”
“주범?”
“저 녀석이 우리 애의 인생을 망친 녀석이야?”
특히 저 녀석 때문에 아이가 전과를 달 게 된 부모들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다.
“이 녀석을 찾아오신다면 그분에 한해서는 저희가 무조건 합의서를 써 드립니다.”
“진짜입니까?”
“진짜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부모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우르르 몰려 나갔다. 서로 찾기 위해서다. 그걸 보면서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씁쓸하군요.”
“그렇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방법이 없는데요.”
사실 노형진은 몽타주를 만들어서 잡을까 했다. 문제는 경찰이었다. 자신들이 몽타주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걸 가지고 수배를 내릴 권한은 없다. 결국 경찰이 도와줘야 하는데 고작 이딴 사건으로 수배를 신청할 수 없다면서 거절한 것이다. 이는 즉, 그걸 직접 들고 다니면서 찾아야 한다는 건데 그걸 노형진이나 성관중, 서광수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사람을 써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는 녀석을 찾기 위해 얼마나 사람을 써야 할지는 모르는 상황.
“하지만 저들은 공짜지요.”
“좀 잔인하네요.”
“잔인한 거 아닙니다. 솔직히 많이 봐준 겁니다.”
말로는 한 명만 해 준다고 했지만 진짜로 찾아온 사람이면 무조건 해 줄 생각이다. 만일 그마저도 안 찾아온다면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들은 해 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결국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세계가 있고 부모들에게는 부모들의 세계가 있습니다. 인맥이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몽타주를 가지고 주변에 찾다 보면 분명 나올 겁니다.”
아이들은 어울려 봐야 자기 또래다. 하지만 어른들은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 또는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른인 만큼 그 녀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 주변에 있는 녀석일 테니까요.”
전혀 엉뚱한 녀석이 이런 작전을 짤 리가 없다. 서광수의 가게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가능성이 높으니 결국 그 주변의 누군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용히 기다리면 됩니다. 후후후.”
떡밥은 던져졌고 이제 물고 올라올 고기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얼마 후 노형진이 일하는 사무실로 다급하게 한 사람이 들어왔다.
“손님! 잠시만요!”
“제가 급해서 그럽니다. 잠시만요.”
헐레벌떡 들어온 사람은 지난번에 왔다간 범인의 아버지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변호사님, 변호사님이 찾던 사람을 찾았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의 소송을 취하해 주시는 거죠?”
“본인이 맞다면요.”
“여기…… 여기 있습니다.”
그는 황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열고 사진을 보여 줬다. 아직은 스마트폰이 아닌지라 깨끗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이 사람은?”
‘M’ 자 형으로 벗겨진 머리 위로 쭉 째진 눈 그리고 능글맞은 입술 라인. 아이들이 말한 그 사람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누굽니까, 이 사람이?”
“서태섭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이 그곳에서 장사하는데 말하더군요. 가끔 나온다고.”
“가끔 나온다?”
“네, 이곳에서 가게만 네 곳을 하는데 대부분 알바에게 맡기고 놀러 다닌답니다.”
‘어쩐지.’
사실 노형진도 몇 번이나 몽타주를 들고 그곳을 다녔다. 하지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지역 상인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 척할 뿐이었다.
“이 사람이 지난번 상인회 회장이라고 하더군요.”
“지난번 상인회 회장?”
“네.”
그렇다면 상인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게 뻔하다. 그리고…….
“아마 그 사람이 하는 가게가 술집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노형진은 그 산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반갑습니다, 범인 씨.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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