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80)
+거짓 위에 거짓을 덧칠하다 (1)
“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른 형님들이 죄다 잡혀갔다니요?”
“경찰이랑 검찰에서 PC방 다 털었다. 나만 그때 밖에 볼일 보러 나가 있어서 안 잡혀 들어갔어. 지금 집마다 짭새들이 영장 들고 쳐들어왔단다.”
“그러면 다른 행님들은 모두 감옥에 계신단 말입니까?”
“한두 명이 아니다. 죄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모양이다.”
그 말에 왕수왕은 기겁했다.
지금까지 자기네 조직을 건드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역 경찰들조차도 자신들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런데 갑자기 공격이라니?
“아니, 왜요?”
“김 경장님 말로는, 검찰에서 제대로 털어 내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하더라.”
김 경장은 해당 지역 경찰로, 자기네 조직들과 친하게 지내는 변절한 경찰이었다.
자기들에게 정보를 주거나 접대받는 조건으로 상납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조차도 갑작스러운 일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나마 현재 상황을 알려 줄 뿐이었다.
“아니, 왜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요?”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씨발 새끼야!”
화내는 왕수왕에게 도리어 버럭 소리를 지른 남자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주변에서 자신을 살펴볼까 두려워진 것이다.
“하여간 당분간은 다들 조용히 몸 사리기로 했다. PC방 큰형님은 가게도 털렸다고 하더라. 다들 외부로 도망가느라고 장난 아니야. 너 지난번에 크게 한탕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너 따로 부른 거야.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으니까 당분간은 몸 사려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현장을 뜨려고 했다.
그런 그를 왕수왕이 다급하게 붙잡았다.
“형님, 혹시 이거 담당하는 새끼가 누군지 아세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검찰에서 누가 총대 메고 이러는지는 아실 거 아니에요?”
“뭐, 말로는 김 뭐시기라고 하는 젊은 검사라고 하더라. 그 새끼가 작정하고 털어 낸다고 하니까 너도 조심해. 그래도 지난번에 큰돈 가져다줘서 의리상 말해 주는 거다.”
그는 그렇게 커피숍을 나가서 다급하게 도망갔다.
김 뭐시기라는 말에 왕수왕은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김 검사라 이거지.”
이름은 모르지만 박운방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자신과 인사했던 놈이 있었다.
사실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너 같은 새끼가 내 이름을 알아서 뭐 하느냐고 대놓고 무시해서 이름은 몰랐지만, 김 검사라고 불렸던 것은 확실하다.
“박운방 이 개새끼.”
왕수왕은 대충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박운방이 자신을 손보기 전에 먼저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들을 쳐 내려고 하는 게 확실했다.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사실 형님들이 당하는 게 걱정되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음 문제였다.
여전히 그에게는 박운방이 보낸 사내들에게 당했던 물고문의 공포가 살아 있었다.
자기 자식도 죽이는 놈인데 과연 생판 타인을 그냥 살려 둘까? 그건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의 돈을 생각하면, 경찰서에 가서 자신이 한 짓을 사실대로 말한다고 한들 믿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아는 경찰의 속성을 생각하면 도리어 그걸 박운방에게 이야기하고 두둑하게 돈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안 돼. 그렇게 되면 내가 진짜 죽을 거야.’
이제는 자신을 보호해 줄 형님들도 없는 상황이다.
역시 박운방은 그걸 노리고 이번 일을 설계한 것이 확실하다.
‘누구한테 도와 달라고 하지? 누구…….’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자신을 욕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죄를 묻겠다고 했던 검사.
‘그래, 그놈이 있었지.’
그때 박운방도 오광훈이라는 검사를 조심하라고 했다. 돈이 안 통하는 미친 새끼라고…….
‘그라면…….’
터트리기 전에 터트린다.
그게 왕수왕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
“그러니까 박운방이라는 놈이 아이의 아버지고, 다 그놈이 시킨 거다?”
“네, 그놈입니다. 그놈이 이 모든 일의 배후입니다.”
“으음.”
그 말에 오광훈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걸렸다, 개새끼.’
하지만 여기서 옳다구나 하고 덥석 물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공격받는 것은 자신이 될 테니까.
더군다나 이 사건이 외부에 나가지 않으면 내부에서 담당자를 바꾼다거나 하는 식으로 덮으려고 하는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그걸 이미 노형진에게 들었기에 오광훈은 애써 곤란한 척했다.
“하, 이걸 어쩐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아니, 상대방이 박운방이면 내가 손대기가 좀 곤란해.”
“네? 잠깐, 뭐라고요?”
그 말에 왕수왕은 깜짝 놀랐다.
분명 박운방은 오광훈이 미친놈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놈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곤란하다니?
“아, 물론 내가 손대지 못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게 검찰 내에서 수사가 진행되면 박운방 집안의 힘으로 봐서는 내가 아닌 다른 놈에게 배당될 거라는 거야. 너 말하는 걸 보아하니 박운방에 대해 모르는 모양인데.”
그 말에 왕수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광훈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혹시나 주변에 뭔 일 없냐? 믿을 만한 사람들이 사라진다든가.”
“그걸 어떻게……?”
그 말에 왕수왕은 놀랐다.
김 검사 뒤에 오광훈이 있다는 건 모르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오광훈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김 검사에게 자료를 넘긴 것이다.
“그냥 돈 많은 놈으로만 알고 있는 모양이네, 쯧쯧.”
동정이 가득 담긴 오광훈의 시선에, 왕수왕은 공포가 몰려왔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너 그 꼴로는 오래 못 산다.”
“오래 못 산다고요?”
“그래, 추문이 싫어서 제 자식도 죽이는 놈이다. 너도 대충 알잖아? 사람 목숨이 얼마나 가벼울까?”
“씨발…….”
왕수왕은 욕이 저절로 나왔다.
예상대로였다. 그 당시에 고문당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내가 입을 열었다면…….’
어쩌면 자신은 거기에서 처분당했을지도 모른다. 설사 당장 박운방이 처벌받는다 해도, 그런 놈이라면 나중에라도 자신을 죽일 거라는 생각에 그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다 진술해 드릴 테니까…….”
“소용없다니까. 그 사람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모양인데, 네가 진술서를 백 장 쓰고 녹음을 천만 번 해도 그쪽에서 덮으려고 하면 끝이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면…….”
오광훈은 한참 고민하는 척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 한번 하자.”
“기자회견요?”
“박운방 쪽 집안이 아무리 빵빵해도, 방송이랑 인터넷에 퍼진 건 못 막아. 너도 알잖아. 살려면 유명해져야지. 무슨 뜻인지 알지?”
“…….”
만일 왕수왕이 그 사건과 관련해서 유명해진다면 아무리 박운방이라고 해도 그를 죽이지 못할 거라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제일 의심받는 건 박운방일 테니까.
“솔직히 유일한 방법이야. 내가 위에 올릴 수는 있는데, 아마 안 될 거야.”
미친놈이라고 하는 오광훈조차도 안 될 거라는 말에 왕수왕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면 제가 그걸 방송에서 이야기하면…… 안전해지나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지. 그놈도 살인죄로 감옥에 가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에 왕수왕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광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속으로 끅끅거려야 했다.
***
얼마 후 왕수왕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자처했다기보다는 살기 위한 선택지가 그것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자신이 속해 있던 조직을 공격한 미친놈을 어떻게 놔두란 말인가?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쳐 내기 위해 조직을 통째로 건드리는 미친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살려 둘 것 같지 않았다.
당연히 그는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 즉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손아령 씨를 공격해서 낙태하도록 유도한 게 박운방 씨라는 건가요?”
“네, 제가 그렇게 부탁받았습니다. 현금으로 공탁금과 변호사비를 받았고, 그걸 제외하고 활동비로 1억을 더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기자회견을 하는 겁니까?”
“살아야 하니까요.”
왕수왕은 자신의 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는 정보가 많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니까 저를 죽이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살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입니다.”
“죽은 아이가 8개월 되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살인 아닙니까?”
“살인은 아닙니다. 이미 변호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배 속에 있을 때는 살인이 아닌 낙태라서 형량은 길어 봐야 3년이고, 제가 공탁금 2억을 걸었기 때문에 100% 기소유예라고 들었습니다.”
“박운방 씨는 그걸 알고 있었고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저한테 시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