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90)
위기는 기회다 (2)
“이탈리아에 이게 얼마나 필요할까요?”
“못해도…… 만 개 이상은 필요하겠지.”
“전 세계에서는요?”
“…….”
감도 못 잡을 지경이다.
“이걸 한국에서 생산해서 공급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생산에 필요한 시간이 있지 않나?”
“이미 알고 있습니다, 1만 개. 제가 이미 생산해 둔 양입니다.”
“뭐?”
컨테이너 하나의 가격도 절대 싼 게 아니다.
더군다나 음압 장비까지 설치하려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이런 음압실형 컨테이너 하나에 못해도 1천만 원은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다.
물론 대량생산이니 단가가 더 떨어질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주문도 안 받고 1만 개를 먼저 생산해 놨다니.
그렇다면 개단 1천만 원만 해도 무려 천억이라는 돈이 들어가 있는 거다.
“물론 이제 시작입니다. 특허가 저한테 있는 만큼 다른 나라들은 생산을 못 하지요.”
“자네는 이걸 이탈리아에 보내 주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런 이동형 음압실에 대한 수요는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그에 맞는 돈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이 터무니없는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만일 실패한다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질병이 끝난다면?”
‘글쎄요. 그렇게 쉽게 끝날까요?’
애석하게도 코델09는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피해를 발생시키며 쉽게 끝나지 않는다.
노형진이 비공식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1억 명 이상 죽을 수도 있다고 한 게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코델0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감소되었다.
“질병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게 필요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닙니다.”
“어째서 말인가?”
“아프리카 같은 빈국들에는 여전히 필요할 겁니다.”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니, 가난한 나라에서는 어지간한 병원보다 이 시설이 나을 것이다.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저에게는 이걸 재활용할 방법이 있습니다.”
“재활용할 방법?”
“3미터 정도 되는 공간, 딱 1인실로 적당하지 않겠습니까?”
“공장 지대에 두면 된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하긴, 인도에서는 지금도 사람은 많은데 숙소가 부족해서 난리다. 일부는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고 있지만 혼자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3미터짜리 컨테이너는 생활하기 좋은 공간이다.
“사실 인도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3미터짜리 컨테이너는 일가족이 살아가도 남는 공간입니다.”
인도에서 빈민들이 살아가는 어지간한 움막보다 훨씬 깔끔하고 안정적이다.
“장기적으로 가족이 다수인 경우에는 5미터, 4인 이하인 경우에는 3미터짜리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인도에는 그런 공간조차 없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리고 교육 시스템을 인도에서만 쓰라는 법은 없지요.”
아프리카 등 다른 빈국들에서도 교육을 실시해 국민들을 노동자로 쓴다면 단가는 더더욱 낮출 수 있다.
“중국의 몰락이 가속화되겠군.”
“맞습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중국의 일대일로는 그런 빈국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일대일로는 기본적으로 약탈을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들이야 두둑하게 돈을 챙기겠지만 가난한 국민들은 더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나라라면 국민들의 수익이 늘어나겠지요. 생활환경도 훨씬 나아질 거고요.”
교육을 통한 노동자들의 질적 향상. 그건 노형진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세상의 현실은 한계가 있지.’
낮은 임금을 찾아서 가는 기업들. 하지만 그들은 노동자를 위한 교육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투자회사는 가능하다.
그들이 지식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하면 효율은 더더욱 높아지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 교육이 어마어마하게 힘들거나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노동집약적산업에 대한 교육은 사실 한정되어 있다.
물론 컴퓨터그래픽스 같은 경우는 좀 특수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봉제나 단순 생산은 그렇지 않다.
“확실히…….”
그들에게 더 좋은 일이나 안정된 교육을 제공하면 중국의 세계 공장이라는 타이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인도에 왜 IT 전문가가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군.”
그 말에 박기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전 세계에서 인도가 IT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건 알지만 정작 그 원인은 몰랐으니까.
“간단합니다. 직업의 한계 때문이지요.”
“직업의 한계?”
“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그 신분에 따라 직업이 정해져 있다.
법으로는 카스트제도를 없앴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정한 법대로 강제한다.
“하지만 IT 산업은 지금까지 없던 직업이니까요.”
“아!”
“인도가 열정이 없는 게 아닙니다. 기회가 없었을 뿐.”
한국이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리고 인도의 혈맹이 된다면?
“중국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겠군.”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다른 나라들을 키울 수 있겠지요. 중국이 주장하는 일대일로를 타파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가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이런 컨테이너라면?
“식사 같은 건 공동 식당을 이용하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자네가 말한 게 이건가, 그 기회라는 게?”
“맞습니다.”
세계가 움츠러들겠지만 한국은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그 시작점이 될 겁니다.”
* * *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전통의 도시.
그곳이 지옥이 되었다.
코델09가 터지면서 시체들이 넘쳐 나기 시작했고 그들을 묻어 줄 장소마저도 부족해졌다.
-제발…… 여기서 꺼내 주세요……. 저는 죽은 동생과 벌써 일주일째 갇혀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하나의 영상. 그건 이탈리아 유명 배우의 영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동생 시체와 함께 일주일째 집에 갇혀 있다고, 꺼내 달라고 울부짖었다.
코델09로 죽은 동생의 장례를 치러야 하건만 정작 그걸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봉쇄되었고 구급대원들은 부족해서 난리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또 돈이 있는 유명 배우조차도 이 지경이니 일반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집에서 죽은 가족의 시체를 치울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어서 오직 기적적으로 코델09가 자신들에게 퍼지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것만이 이탈리아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후우…….”
이탈리아의 대통령 살바토레 리나는 보고를 받는 내내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니까, 의료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이탈리아의 병원을 총괄하는 환경위생부 장관의 말에 살바토레 리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빠르게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병원이 다 멈췄습니다.”
대형 병원은 진즉에 멈췄고, 작은 병원들은 작은 기대를 가지고 몰리는 국민들로 인해 감염이 두려운 나머지 문을 닫아 버렸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다시 큰 병원을 향했고, 큰 병원에는 하루에 수백 명의 확진자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의료 시설이 너무 부족합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의사와 간호사의 파업입니다.”
“뭐라고? 갑자기 왜? 잘 버텨 왔잖나?”
살바토레 리나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대통령님, 병원에 마지막으로 마스크가 공급된 게 2주 전입니다.”
“뭐라고? 마스크가 공급된 게 2주 전이라고?”
“네. 그마저도 지금 재활용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재활용 정도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마스크가 부족한데 마스크 도둑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그 재활용하는 마스크를 금고에 넣어 두고 퇴근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했는데, 강도가 돈이 아닌 마스크를 빼앗아 가는 바람에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 금고에 보관하게 된 것이다.
“원래 마스크는 8시간 사용 기준 일회용입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하루 이상 써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런 마스크를 2주간이나 재활용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상황은 참혹했다.
“마스크를 구할 곳은 없나?”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마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중국에서 모든 걸 봉쇄했습니다.”
“망할 차이니즈.”
물론 중국과 친하게 지낸 건 사실이다.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그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나라를 이렇게 파멸로 몰아갈 줄은 몰랐다.
“산소 탱크도 부족합니다.”
“산소 탱크도?”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는? 수입은?”
“다른 나라도 불안감을 느끼고 비축을 시작했습니다.”
즉, 어떤 나라도 이 상황에서 마스크나 의료용 장비를 주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간호사들과 의사들도 결국 참다 참다 터진 겁니다.”
마스크 한 장을 2주째 쓰고 있고, 방역복은 아예 언제 갈아입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실려 오고 또 죽어서 실려 나간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나왔습니다만…….”
“말 안 해도 아네. 나도 봤네.”
간호사가 생방송에 나가서 울부짖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여기는 지옥이라고, 당신들이 아무 생각 없이 놀러 다니는 동안 여기에서는 수백 수천 명이 죽어 나간다고.
그 충격적인 모습에 방송 출연자들조차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끄응…….”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날씨가 좋다고 외출하고, 기분이 좋다고 집 밖으로 나간다.
대통령이 봉쇄까지 결정했음에도 봉쇄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파티를 한다.
“이대로는 나라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군을 동원하는 건 어떤가?”
“그건 군인들을 죽이는 짓입니다.”
의사들에게 줄 마스크도 없는데 병사들에게 줄 마스크가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돌아다니면 온몸에 바이러스가 묻을 텐데, 그런 경우에 소독할 시설도 없다.
“아…… 신이시여.”
살바토레 리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했던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이제 와 그럴 수도 없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 이탈리아는 결국 중국에 질질 끌려다녔다. 중국이 경제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으으으…….”
얼마나 많이 죽을지, 그리고 얼마나 경제가 망가질지 그는 감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넘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국 대사관에서 대통령님을 한번 뵙자고 했던 거 기억나십니까?”
“뭐? 나를? 왜?”
“전에 한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한국에서 의사 지원용 마스크와 방어복 등 방역용품을 지원해 주고 있다고.”
그 말에 살바토레 리나의 눈이 커졌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
안 그래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건…….”
하지만 다음 순간, 살바토레 리나는 걱정이 피어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제안을 거절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