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95)
프로그래머의 난 (3)
* * *
“이런 젠장…….”
한창화는 부장의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눈을 찡그렸다.
“너지! 너지, 이 새끼야!”
“아닙니다……. 진짜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잖아, 이 새끼야! 네가 공성전기> 담당하잖아!”
“ 공성전기> 담당하는 직원이 어디 한두 명입니까?”
“어따 대고 말대꾸야! 네가 맞잖아!”
답을 정해 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부장의 목소리에, 한창화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려서 정강이 부분을 문질렀다.
“팀장님, 아직도 아파요?”
“진짜로 아픈 건 아니고 심리적인 문제.”
“니미 씨벌. 다 그러네요.”
부하 직원도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부장 저 미친 새끼는 도대체 누구한테 뒤집어씌우고 싶어서 저러는 거래요?”
“아무나 상관없을걸, 자기만 아니면.”
“하긴, 그렇겠네.”
확률 로그가 공개된 후에 최강도는 유출자를 찾으라고 게거품을 물었고, 찾을 방법이 없자 아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누구에게라도 뒤집어씌우려고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팀장님, 누구 같아요?”
“낸들 아니?”
한창화는 모른 척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슬쩍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지만 솔직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뭐 이거, 더러워서 살겠냐?”
“하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딸린 식구만 아니면 진짜…….”
“딸린 식구? 야, 난 내 식구 얼굴 본 게 한 달 전이다.”
“팀장님만 그렇습니까? 저는 집에 갔더니 제 딸이 저보고 아저씨 누구냐고 묻던데요? 돌겠더라고요, 진짜.”
툴툴거리는 사이 부장실 안에서 사원 한 명이 초췌한 얼굴로 절뚝거리면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한창화는 결국 결심을 굳힌 듯 일어났다.
“어? 팀장님? 어디 가요?”
“야, 더러워서 진짜 내가 못 참겠다.”
“네? 설마? 참아요. 그러다가 모가지 날아가요. 여기서 잘리면 어디도 못 가요.”
“아니, 그거 무서워서 참았더니 부장 새끼가 선 넘잖아.”
“아니, 참으시라니까요.”
“못 참아, 씨발. 내가 까이는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왜 억울한 애들한테 뒤집어씌우냐고.”
물론 이건 한창화가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벌이는 하나의 쇼였다.
“참으세요, 팀장님.”
“아니, 놔, 씨발.”
밖이 소란스러워지고 다음 사람이 들어오지 않자 안에 있던 부장이 밖으로 기어 나왔다.
“뭐 해, 이 새끼들아! 일 안 해?”
“부장님, 이거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뭘 너무해?”
“아이고, 팀장님.”
결국 내지르는 팀장을 보고 얼굴을 가리는 직원들.
“어디서 그렇게 더럽게 배워서 애들 쪼인트를 깝니까?”
“뭐? 한 팀장, 너 이 새끼 미쳤구나? 세상 안 무섭냐?”
“당신이야말로 안 무서워? 어? 씨팔, 내가 그동안 나 맞는 건 참았는데, 지가 병신 짓 해 놓고 왜 애들한테 뒤집어씌우고 지랄이야?”
“얼씨구?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개겨? 뒈질래?”
다가온 부장은 순식간에 한창화의 쪼인트를 까 버렸다.
“악!”
“팀장님!”
“이 개 같은 새끼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지? 이 씹쌔끼. 오호라? 너지? 네가 유출했지? 그러니까 무서운 게 없어서 이 지랄 하는 거지? 이 개새끼! 네가 유출자였구나.”
부장은 의외로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니, 이미 분위기가 한창화에게 넘어왔다는 거다.
“씨팔, 선 넘네.”
“씨팔?”
바닥에 쓰러졌던 한창화는 옆에 있던 의자를 붙잡으면서 힘들게 일어났다.
그리고 무서운 눈빛으로 부장을 노려보았다.
“그래, 씨팔. 내가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는 아무한테나 뒤집어씌우는구나? 그래, 어디 한번 끝장 보자, 이 새끼야.”
“너 그거 무슨 소리야? 네가 유출했다고 인정하는 거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한창화는 결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서 들었다.
그리고 112에 전화했다.
“경찰서죠? 여기 한방소프트 본사 8층 공성전기> 개발3팀인데요,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뭐야?”
부장은 갑작스러운 한창화의 신고에 깜짝 놀랐다.
“뭐, 꼴 보니까 내가 뭐라고 하든 내 인생 조지고 싶은 모양인데, 같이 뒈지자, 이 개새끼야.”
“너…… 너…….”
“내가 병신인 줄 알아? 너 퇴직한 애들이 다른 곳 가지 못하게 업계에서 지랄한 거 몰랐을 줄 알았냐고.”
“너…… 그러고도 여기서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난 이제 찍혔으니 전화 돌려서 또 지랄하겠지. 그러니까 같이 죽자고, 이 씨팔 새끼야!”
그 말에 부장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한창화 씨한테 왜 부장을 도발하라고 한 겁니까?”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창화에게 도발하라고 한 건 노형진이니까.
“일단 내부의 프로그래머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모으기 위한 결집점을 만들려고요.”
“네? 그걸 왜요?”
“당연하죠. 노조 만들어야지요.”
“노조?”
“네. 사실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거의 의미가 없거든요.”
워낙 이직이 잦은 업종 중 하나라 노조가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죠.”
지금쯤 한방소프트 내부에서는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온갖 지랄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건 한창화 씨 부서만의 일이 아닐 거예요. 결과적으로 프로그래머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게 될 거고요.”
“그래서 노조를 만들 거다?”
“물론 오래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 거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최소한 최강도에게 머리가 아픈 일은 되겠지요.”
최강도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그러하듯 노조라면 기겁하면서 질색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걸 막기도 애매하거든요.”
실제로 지금 한방소프트 내부는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아니 만들어 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내부에 불만이 팽배할 겁니다. 그게 심해져서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하면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죠.”
실제로 한창화가 경찰을 부르고 폭행에 대해 진술하자 직원들은 모두 한창화의 편을 들어 주면서 부장을 고발했다.
참다 참다 결국 터진 것이다.
당연히 한방소프트는 발칵 뒤집어졌고, 그동안 감춰져 있던 수많은 사건들―부장의 다른 폭행이나 모욕, 또는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등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회사 내부에 불안감이 팽배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조사도 제대로 못 해요. 저는 한창화 씨에게 미래의 이사직을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한창화 씨가 내부를 결속시키고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그를 이사로 불러오지 못할 건 아니지만, 정보를 누설해서 잘려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과 부하 직원을 지키려다가 모가지가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직원들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러면 회사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좀 더 우호적이 되겠죠.”
자신들을 지켜 주던 사람을 다시 데리고 온다? 그 말은 직원들에게 우호적인 사장이라는 소리다.
“그런 것까지 노린 겁니까?”
“뭐, 그건 부차적인 거고 원래는 조사를 방해할 목적이지만요. 그리고 진짜 한창화 씨가 했다는 게 걸려서 잘려도, 직원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당연히 한창화가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생각할 거다.
“허허허, 대단하네요.”
“뭐, 대단한 건 지금부터죠.”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슬슬 최강도는 똥줄이 타기 시작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