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6)
“친애하는 재판장님.”
노형진은 재판장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경찰의 답변은 집요하지만 끈질겼다. 남자는 저항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증거는 없이 거의 우기기에 가까운 논조였지만 정부의 기관인 관계로 재판부는 알게 모르게 그들의 편을 들어 주고 있었다.
‘하긴 조폭 계열 변호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통제권이 넘어갔다는 뜻이겠지.’
딱 봐도 방어하는 변호사들은 그들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 보였다. 그런 변호사들이 그냥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 분명 누군가 아마도 학도림이 중간에서 장난을 쳤을 것이다.
‘과연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보자.’
하지만 노형진은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피고들의 주장은 남성이 저항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켜 주지 않아도 잘 살아 돌아오며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가출을 자주해서 수사력 낭비라는 것입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수많은 가출 사건을 보십시오!”
변호사의 말에 노형진은 비웃음이 올라왔다. 수많은 가출사건들. 그건 그들이 가출로 처리했으니까 가출인 거지, 진짜로 가출로 밝혀진 것은 드물었다.
“그렇다면 다음 증인들에게 뭐라고 하실지 대답을 준비해 놓으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대답?”
“네, 재판장님. 전에 말씀들인 증인들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원고를 추가하고자 합니다. 이 증인 및 원고들은 얼마 전 극적으로 장기 밀매 조직으로부터 탈출하신 분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가출로 처리되어 있더군요. 심지어 접수 거부로 아예 가출로 기록되지도 않은 분들도 있고요.”
그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경찰 측 변호사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네놈은 알고 있겠지.’
저 녀석은 그 조직과 관련된 변호사다. 당연히 얼마 전 있었던 항쟁에 대해서 알 것이다. 물론 그때 잡혀 있던 사람들은 다 죽거나 반대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고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과연 이들이 저항할 힘이 있는데 자발적으로 장기 밀매 조직으로 들어갔을까요?”
노형진의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됩니다! 대한민국에 장기 밀매 조직은 없습니다! 이건 승리를 위해서 증인을 조작하는 행위입니다! 재판장님, 불허해 주십시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흥분하는 변호사. 하지만 도리어 그런 그의 행동은 판사의 의심을 사게 만들었다.
“피고 측 변호인. 저쪽에서 증인을 미리 신청했고 이미 증인 명부는 보냈을 텐데요?”
“위증입니다! 이건 조작이에요!”
그 말에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위증할 수도 있고 조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게 하나 있었다.
“그럼 이것까지 위증인지 한번 볼까요?”
노형진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서 재판부 앞으로 나아갔다.
“재판장님, 이것은 얼마 전 익명으로 온 장기 밀매 조직의 장부입니다.”
“장부!”
“밀매 조직?”
“진짜로 있는 거야?”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노형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위증입니다! 조작된 증거예요!”
악을 쓰는 경찰 측의 변호인.
“내 이 모든 증거는 가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서류는 가짜로 만들 수 있고 증인들은 그들에게 돈을 주고 고용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의외로 순순히 노형진이 그걸 인정하자 도리어 악을 쓰던 그 변호사가 할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노형진이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한 신고와 그 접수를 거부하고 실종 신고가 아닌 가출 신고로 돌린 경찰의 행동은 감출 수가 없지요.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결국 돌아오지 못하게 된 피해자의 가족들의 절망감 역시 가짜로 만들 수는 없는 겁니다.”
그 말에 점점 조용해지는 주변. 그리고 노형진은 마지막으로 종이를 피고 측 변호사의 탁자 위에 탕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그리고 이 목록에 있는 사람들의 장기의 유전자도 가짜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 목록에 당신 이름도 있는데, 후후후. 이 모든 게 간 때문인가요? 유전자 검사 한번 해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그 목록을 본 변호사는 얼굴색이 점점 새파래지기 시작했다.
* * *
“가출?”
얼마 뒤 노형진은 승리의 소식과 함께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함께 들었다.
“그렇다는군.”
이 재판은 어차피 처음부터 이기는 싸움이었다.
노형진이 그곳에서 가지고 온 관련 서류에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뇌물을 받던 사람들의 목록이 다 들어 있었다.
현장에 있던 변호사는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한 채로 바로 체포되어서 끌려 나가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실종된 남자의 유전자가 그의 간에서 나왔다. 전국이 또다시 발칵 뒤집혔고 이식수술을 받은 명단의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불려 오기 시작했다. 벌써 수십 명이 구속되고 수백 명이 수사받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장기 밀매 조직은 없다고 우기던 경찰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실종, 아니 가출로 처리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했다. 경악한 사람들이 단순히 일하기 귀찮아서 접수를 거부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장기를 팔아먹으려고 한 거 아니냐고 들고 일어나기 직전의 상태가 될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해졌기 때문이다.
‘뭐, 진짜 그럴 리는 없지만.’
아무래 대한민국 경찰이 무능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남자를 수사하지 않는 그 잘못된 관행이 결국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속속 증거가 나오자 경찰 측 관계자들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당장 조금이라고 일하기 귀찮아서 접수를 거부하면 당장 중국 장기 밀매 조직으로부터 돈 받은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에 나오는 결과는 비참했다.
“10%라.”
진짜로 수사한 결과, 진짜로 가출한 비율 10%. 나머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사고일 수도 있고 살인일 수도 있다.
‘아마도 현재 수사 중인 사람들에 대한 검사가 끝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나겠지.’
목록상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의료 기록을 살피고 난 후 이상이 있었던 장기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서는 그 유전자와 비교하기 위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제공하기 위해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실종이라니 의외군요.”
“정확하게는 가출이네.”
“가출요. 훗,”
노형진의 입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친 건가요?”
“아니야. 실제로도 가출로 신고가 되었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누구도 학도림 그를 찾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학도림이 살아 돌아오면 경찰은 곤란하다. 그를 통해 돈을 받은 사람들이 드러날 테고 그 돈이 어디서 온 건지 모르지만 그를 통해서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장기 밀매 조직과 연관될 테니까 가족들은 그냥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번 싸움은…… 끝이 참 씁쓸하군.”
송정한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건 두 번째 소송을 위해서 모여들고 있는 희생자들의 가족이었다. 첫 번째 소송에서 승리하고 나자 더 많은 가족들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네…… 씁쓸한 승리힙니다.”
노형진 역시 안타깝다는 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
* * *
“푸하!”
학도림은 마스크가 벗겨지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으으으…….”
퇴근하던 도중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온 한 대의 차. 그는 직감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결국 끌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건장한 남성은 어떤 범죄에도 저항할 수 있다는 경찰의 주장은 애초부터 틀려먹은 것이었던 것이다.
“이봐, 학도림. 내가 자네를 그 자리까지 올리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나?”
“압니다…… 어르신. 압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어?”
“제가 한 게 아닙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어둠 속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학도림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기회? 무슨 기회. 네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거 모르나? 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 아마도 영원히 감옥에서 살겠지.”
“아닙니다. 전 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습니다.”
“재기라……. 후후후.”
하지만 어둠 속의 남자, 천성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학도림을 재기시키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를 재기시키려면 못해도 40억은 써야 할걸? 하지만 말이야.”
어둠 속에서 나오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본 학도림의 눈은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네놈을 팔아서 만든 돈이면 못해도 세 명은 교육시켜서 그 자리를 노릴 수 있단 말이지. 과연 어떤 게 남는 장사일까?”
“어르신! 천성계 어르신!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겠습니다! 제발 하게 해 주십시오!”
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온몸이 꽁꽁 묶여서 그의 몸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머리부터 몸통 발이나 손가락 하나까지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야. 그건 내가 손해가 너무 커.”
‘드르륵.’ 하는 의자 끄는 소리. 그리고 문 열리는 소리. 분명 그가 나가는 소리였다.
“어르신!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뭐든 다 하겠습니다!”
학도림은 살고 싶었다. 진짜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닫히던 문이 멈추었다.
“아, 맞다.”
그걸 보고 학도림은 혹시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그쪽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차가웠다.
“이번에 손해가 커서 그러니까 돈을 좀 아껴야겠어. 마취 약이라도 아끼자고.”
“알겠습니다.”
파란색의 수술용 가운을 입은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차갑고 날카로운 메스가 그의 가슴부터 천천히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끄아악!”
천성계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노형진이라. 이거, 곤란한 녀석이군.”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은 침묵으로 텅 비어 버렸다.
>6장. 싸가지는 없는데 이유는 있네>
노형진의 삶을 보면 여느 직장인들과 비슷하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일에 빠져 살고. 다른 점이 있다면 또래와 다르게 그다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정도일까?
‘나도 연애를 해야 하나? 근데…… 영 기분이 안 나는데.’
몸은 한창인데 머릿속은 다 늙은 노인네다 보니 그다지 여자를 만나는데 영 기분이 들지 않았던 노형진은 심각한 고민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죽다 살았어도 트라우마는 따라다닌다는 건가?’
이제는 과거, 아니 미래의 없었던 일이 되었다지만 아내에게 당했던 배신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고 그 때문에 여자를 아직까지 이성으로 보지 못하는 노형진이었다. 오늘도 당장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 오는데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 뭐, 일단은 좀 천천히 생각하자. 아직은 젊으니까. 아니, 이 정도면 어리다고 봐야 하나?’
피식 웃으면서 노형진은 머릿속의 상념을 떨쳐 버렸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 많다. 물론 당장 내일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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