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36)
업보가 찾아왔다 (2)
노형진이 터트린 선거비용 대출.
그로 인해 표가 갈리게 생겼는데, 그 결과 가장 유리한 것은 표가 갈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리국민당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우리국민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지. 자유신민당이나 민주수호당은 당분간 신인 정치인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기존에 있던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득권을 달래 주기 위해서는 자리를 모두 그들에게 제공해야 하니 신인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없을 테니까.
당연하게도 신인의 자리는 부족한 걸 넘어서 아예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하려는 놈들이 과연 쉽게 포기할까?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정당, 그건 바로 우리국민당이죠.”
“그거야 알지.”
“그러면 과연 그들이 우리국민당의 공천권을 쥔 놈들에게 뇌물을 줬을까요, 안 줬을까요?”
“당연히 줬겠지. 그러니까 일이 이 지경이 된 거 아닌가?”
“물론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과거에 준 것도 사실이고 지금 준 것도 사실이라는 거죠.”
“뭐가 달라?”
“돈을 준 상대가 다르겠지요.”
기존에 그 지역을 꽉 잡고 있던 계열의 사람들은 아마 공천을 받기 위해 아주 오래전에 돈을 줬을 테고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에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사람이 바뀌었지요. 그러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거야…… 아!”
당연히 자기 계파를 밀어 넣으려고 할 거다.
예를 들어 민주수호당의 텃밭인 광주 지역의 공천권을 쥔 박홍장은 어떻게든 자유신민당 지지자를 찾아내어 그를 밀어주려고 할 게 뻔하다.
“정작 온 놈은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게 된 거죠.”
기존에 그곳을 관리하던 사람들은 모조리 엉뚱한 곳으로 가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그간 먹힌 뇌물의 효과는 없어진 셈이다.
“도리어 다른 쪽에서 뇌물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겁니다.”
부산에서 민주수호당으로 공천받는다면 선거에 출마해도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우리국민당 소속으로 출마해서 싸운다면 당선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그런 상황인 만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국민당으로 몰리겠죠.”
“설마…….”
“맞습니다. 또 돈이죠.”
그것도 기존에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지역에서 나오는 돈이다.
예를 들어 자유신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지지율을 확보할 수 없는 민주수호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그냥 돈 버리고 거기서 죽으라는 소리다.
그런 이유로 그런 지역은 아무도 민주수호당 소속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기에, 그런 곳에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국민당은 아니죠.”
철저하게 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는 우리국민당인 만큼 당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군다나 그런 특정 정당의 텃밭에서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골수 지지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그 특정 정당 출신의 공천 심사 감독관이 왔네요?”
더군다나 그가 속한 정당은 당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지지 정당이 아니니까 공천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공천을 받을까?
“돈을 줬겠군.”
“정답입니다.”
시간은 얼마 없는데 확실하게 공천받을 수 있는 방법.
그건 돈이다.
“그리고 그걸 확신한 이유는 바로 탈락률 때문입니다.”
“하긴, 너무 높기는 하지.”
“네, 저희가 무작정 맡긴 게 아니니까요.”
공천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인맥으로 자리를 채우는 경우 100%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천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
일단 범죄 이력이 없어야 하며, 지역 유지의 경우에는 범죄 이력이 없다는 회사 직원들의 인터뷰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목적 등 자소서를 직접 자필로 써서 내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하지만 대부분 거기에서 걸러지지.”
일단 범죄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그들과 우리국민당 사이의 괴리감이 엄청났다.
그들이 가진 범죄 이력이란 주정차 딱지와 같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실수 정도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고의에 의한 범죄—자금 횡령이나 폭행 또는 음주 운전 등 사회적으로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를 걸러 내기 위해 우리국민당에서 공천 조건을 고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숨기고 공천을 요청해 왔고, 이후 직원과의 인터뷰도 대부분 거절하거나, 설사 거절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그들을 경계하거나 신경을 쓰는 등의 이상 징후가 있었다.
“그런 건 모를 수가 없단 말이죠.”
심사를 위해 각 지역에 간 국회의원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걸러 내기 위해 파견된 게 그들이니까.
“하긴, 그들을 통해 올라온 거니까.”
“네. 그러니까 그들이 돈을 받아서 이력을 은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물론 범죄 이력을 이쪽에서 조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에 나갈 때는 범죄 이력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그런 사람이 공천받아서 후보로 나설 무렵에는 죄목이 걸려도 당에서 해당 후보를 빼 버릴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그때쯤에는 이미 후보 등록이 끝난 후라 추가 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처럼 선수 교체를 할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달려가야 하기에, 실제로 자신의 범죄 이력을 속이는 공천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우리한테는 턱도 없지만 말이지.”
물론 그런 상황이 가능했던 건 기존에는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범죄 이력만 당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국민당의 경우는 아예 동의서를 받아서 법원과 경찰을 통해 별도로 확인하기 때문에 속이는 게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그거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탈락률 70%는 절대로 작은 수치가 아니라는 것.”
아무리 선거에 관심이 많다 해도 탈락률이 70% 이상 되는 건 무척이나 심한 거다. 그것도 ‘한 번 거른’ 결과니까.
“그리고 이렇게 하면 우리는 깨끗한 후보를 얻을 수 있죠.”
이후에는 사실상 세 곳에서 서로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인성이나 사회적 명망 같은 걸 확인한다.
이러면 민주수호당에서는 자유신민당에서 공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검증할 것이고, 송정한 계파에서도 검증하며, 우리국민당에서도 한 번 더 심사를 하기 때문에 결국 믿을 수 있는 후보들만이 남을 것이다.
“지금이야 잠깐 지명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올라오겠지만요.”
“뭐, 지방의회라는 게 그렇지 않나?”
“그게 문제긴 하죠.”
현 지방의회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에 충성하는 사람을 뽑는다.
사실 지방의회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지역 주민들이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당장 지역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을 때 이름을 댈 수 있는 지역 의원은 천 명 중 한 명이나 될까 말까다.
송정한은 한탄하듯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란 의미가 없지.”
그들은 지역민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 공천권을 가진 부패한 정치인에게 충성하게 될 뿐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이름만 지방자치지, 사실상 특정 정당끼리의 대립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다.
“그걸 바꿔야지요.”
그런 점을 감안해서 노형진이 정말로 지역 민주주의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시스템을 짜 놨기 때문에 다른 곳들과 다르게 그런 놈들은 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노 변호사, 그것까지는 이해하겠어.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네만?”
“이번 일로 그놈들의 힘을 빼고 장기적으로 배제하는 방법요?”
“그래. 솔직히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이건 그들을 배제한 게 아니라 도리어 그놈들에게 힘을 실어 준 꼴이 아닌가?”
물론 자기 지역구나 텃밭에서 공천을 한 게 아니라지만 어찌 되었건 공천권이라는 것은 정치인의 권력의 핵심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그놈들을 쳐 낼 겁니다.”
“어떻게?”
“간단하죠. 그놈들이 돈 받은 걸 공개할 겁니다.”
“뭐?”
그 말에 송정한은 깜짝 놀랐다.
정치판에서 공천권을 쥔 놈들이 돈을 받는 건 딱히 비밀도 아니다.
특히나 지방 공천의 경우는 거의 100% 돈을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네. 그랬다가 우리가 공격당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두려우십니까?”
“음. 그놈들이 부패한 걸 공개하는 건 두렵지 않지만 내가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꺼려질 수밖에 없지 않나.”
송정한도 노형진도, 빈말로도 언론과 사이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일 약점이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게 아랫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라 할지라도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면서 송정한의 이름에 똥칠을 하려고 혈안이 될 거다.
“얼마 전에도 내가 방화범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지 않았나?”
“그랬죠.”
경찰은 그 사건의 수사를 질질 끌면서 송정한의 이름에 똥칠을 하려고 했지만 유가족들이 태클을 걸면서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도리어 유가족들이 그 당시 검찰과 경찰을 고소했으니까요.”
유가족들 입장에서야 20년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경찰이 이제 와서 설레발치는 것이니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심지어 설레발의 의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없는 죄인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었으니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자신들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스타 검사들이 파고들기 시작하자 더 이상 사건을 크게 키우지 못하고 역으로 덮어 버리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 쪽 후보들이 뇌물을 받은 걸 공개한다면 그걸 나에게 뒤집어씌울 걸세.”
“물론 우리가 덮으면 그러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역으로 그걸 공개한다면 어떨까요?”
“역으로 공개한다고?”
“네. 이런 거죠. 익명으로 공천을 받기 위해 뇌물을 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국민당은 그런 상황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음, 그거야 다분히 정치적인 미사여구 아닌가?”
책임에 통감한다거나 또는 일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사죄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정치판에 너무 많아서 이제는 의미조차도 없을 정도로 가치가 없다.
“고작 그 정도 말로 언론과 국민들이 우리의 결백을 믿어 주겠나?”
“그러니까 우리가 스스로 피해자가 되어야지요.”
“우리가? 스스로?”
“네.”
송정한이 의아한 눈으로 노형진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만일 우리가 이 사건에서 손을 털고 그냥 우리는 몰랐던 일이라고 말한다면 국민들은 자기들이 받아 처먹고 손절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인 그리고 모든 정당이 수십 년째 그래 왔으니까.
더러운 일을 은밀하게 시키다가 걸리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발뺌해서 담당자만 독박을 쓰고 감옥에 간다.
당연히 그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저 새끼들은 자기들이 시켜 놓고 눈 가리고 아웅 한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