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45)
“쉽지 않을 텐데?”
“그게 문제입니다.”
일단 그가 의뢰를 받아서 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졌다. 문제는 그게 돈을 돌려줄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을 하다 보면 사건에서 질수도 이길 수도 있는 일이니까.
“결과적으로 소송해서 이기려면 명확하게 그가 일을 안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건가?”
“네. 사건 기록을 분석해 봤는데 일단은 필요한 서류는 제대로 내기는 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관련 서류들을 내기는 했다.
“내용을 보니까 아무래도 직원이 작성한 서류인 것 같더군요.”
“그렇겠지.”
“하아.”
일단 관련 서류들은 들어갔다. 그리고 재판을 할 때 꼬박꼬박 출석도 했다. 당연히 배임으로 보기에는 약한 것이다.
“판사가 변호사 편을 들어 줄 거라는 것도 알지?”
“알지요.”
판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나가면 변호사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돈을 돌려주는 것을 쉽게 인정할까?
‘그럴 리 없지.’
결과적으로 그 돈을 돌려받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아마 그가 확실하게 배임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그럴 걸세.”
“아무리 그래도 강화선이 바보는 아닐 텐데요?”
노형진은 이미 그가 제출한 사건서류를 분석했다. 아주 절묘하게 대충 내면서도 할 만한 말은 다 써 놔서 결과적으로 지기는 했지만 아예 놀아 재낀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볼 만한 애매한 방식이었다.
“거참, 애초에 이런 식으로 하느니 차라리 열심히 하는 게 좋았을 것을.”
송정한은 그 서류를 넘겨받아서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차라리 그냥 일단 민사를 걸어서 곗돈을 받아 내는 거부터 하면 안 됩니까?”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하지만 송정한은 그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무변호사의 말이 기본적으로는 맞네. 하지만 문제가 있지. 판사들이 재판을 결과를 뒤집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거 말이야.”
“아! 그러네요.”
“물론 소송을 넣을 수는 있네. 수십 번이든 넣을 수 있지. 민사니까.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자신이 했던 판결을 단 몇 달 만에 판사가 뒤집을까? 그러려고 하지 않을 걸세.”
형사소송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 처벌을 하면 그걸로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사는 원하면 몇 번이든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송정한이 말한 대로 넣었다고 한다고 해도 이미 판결 난 걸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시간이 오래 지난 것도 아니고 같은 재판관에게 배정될 경우 자기가 한 판결을 뒤집으려고 할 리 없다.
“만을 뒤집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타당한 뭔가를 줘야 합니다.”
“타당한 뭔가?”
“네,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뭔가를요.”
결론은 그것이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신이 책임지기 싫은 만큼 그 핑계를 만들어 줘야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강화선의 재판이군요.”
“네.”
강화선을 재판에서 뒤집어서 지난 재판의 잘못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한다면 뒤집을 수 있다.
“물론 2심에 가면 당연히 뒤집히겠지만…… 그 시간이면 범인은 돈을 감추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강화선이 한 가장 큰 실수는 바로 항소 기간을 넘겨 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소는 그 결과 통지를 받고 2주 안에 해야 한다. 하지만 강화선은 그 결과 통지를 받고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결과 2주의 항소 기간이 넘어가 그 재판 결과로 확정된 것이다.
“그걸 뒤집는 건 쉽지 않겠죠.”
“그렇게 말입니다.”
“일단은 소장을 넣도록 하지요.”
“그건 그렇지요.”
강화선 사건도 중요하지만 일단 원금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소장을 넣고 그 돈에 가압류를 해서 확보해야 한다.
“일단은 조금만 더 노력해서 사건을 해결해 봅시다.”
그렇게 노형진은 사건이 쉽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 * *
그렇게 소장을 넣고 시간이 지났다. 사건이 배당되고 다시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사이 사건과 관련된 파일들을 정리하고 사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판 기일을 기다리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무태식 변호사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노 변호사님.”
“아니, 왜 그러십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태식도 이제는 상당히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인지라 어지간하면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생각지도 못한 뒤통수를 맞은 얼굴이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 지난번에 그 사건 말입니다.”
“그 사건?”
“그 곗돈 말입니다.”
“아, 그거요? 드디어 뭐가 왔나요?”
자신들이 소송장을 넣었으니 당연히 무슨 답장이 왔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노형진은 그걸 기대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무태식의 얼굴은 왠지 묘한 표정이었다.
“오기는 했습니다만.”
“오기는 했다?”
“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그게 좀 당황스러워서요.”
노형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무태식의 손에서 서류를 받아서 그걸 열어 봤다.
“별로 이상한 것도 없는 사건인데요, 이건. 깔끔하게 들어온 답변서네요. 이건 뭐가 딱히 이상한 건…….”
하지만 노형진은 말을 하다 말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류의 뒤쪽에 적혀 있는 변호사의 이름을 보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 장난해?”
노형진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할 정도로 놀라는 것. 그건 그 변호사 이름란에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거기에 적혀 있는 이름. 강화선. 지난번에 이쪽에서 사건을 했던 그 인간이었다.
“이런 미친년을 봤나!”
물론 변호사가 누구와 계약하든 그건 상관없는 일이다. 법적으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고 내부 규칙이라는 것도 있다. 자신과 싸웠던 상대방의 변론은 보통 잘 안 받는다. 설사 받는다고 해도 전혀 다른 사건에 대해서 받지,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받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런 경우 이쪽 변호사에게 과거 이쪽 자료가 다 있으니 사실상 이쪽은 모든 걸 다 오픈하고 싸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건 말도 안 되죠. 이거 변호사협회에 정식으로 이의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없어요.”
다른 사건도 아니고 똑같은 사건에서 지난번에 변론했던 여자가 이번에는 상대방에 붙어서 변론한다는 것은 그 누구든 간에 변호사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미친 거 아닙니까? 어떻게 된 게 자기가 변호했던 사람 상대방에…….”
말 그대로 양심도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당장 변호사협회에 제소해야 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건 해 봐야 그다지 처벌이 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당연히 그 시간이면 재판이 끝날…….”
노형진은 흥분하는 무태식을 진정시키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의 양심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기도 하다. 만일 자신들이 고발할 경우 변호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 뻔했다. 아무리 처벌이 약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 사건을 담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일단 과거의 사건은 끝난 것이고 더 이상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당장 고발합시다!”
“잠깐 진정해 보세요.”
노형진은 무태식을 진정시키면서 조금씩 사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아무리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런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 모를 것 같지는 않아. 도리어 잘 알겠지. 그런 인간은 자기 이권에 관해서는 번개 같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사건을 담당한 것일까? 그 녀석이 찾아가서 의뢰했나? 그런데 보통은 상대방 변호사한테 의뢰는 안 하잖아? 설사 한다고 해도 당연히 거절할 테고.’
노형진은 문득 뭐가 생각이 난 듯 갑자기 일어나서 과거 서류를 가지고 와서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아니, 뭐하십니까? 이미 진 사건 서류를 가지고 와서 뭐하시게요?”
“뭐 좀 확인할 게 있습니다.”
그걸 몇 번이나 확인한 노형진은 이번에는 이번에 도착한 서류를 들고 꼼꼼하게 읽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특이하군요.”
“특이?”
“네. 이 서류 두 개를 비교해 보니까 완전히 문장이 달라요.”
“그거야 지난번 건 제대로 하지도 않은 재판이니까요.”
무태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본 것은 그런 정성을 본 것이 아니다. 그건 벌써 수십 번이나 봐서 알고 있다.
“아뇨, 제가 본 건 정성이 아니라 사용된 말투나 표현 등등입니다.”
“그걸 왜요?”
“비교해 보니 이 두 가지는 거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전혀 달라 보이더군요.”
“그런데요?”
“사람이 아무리 날림으로 일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버릇이 어디 가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그 버릇이 있기 때문에 대충 일해도 그 티가 나요. 도리어 대충 일할수록 그런 티가 더 나지요.”
그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람은 무심결에 자신이 쓰는 말투 같은 게 있다는 거죠. 작가나 변호사 같이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그런 것은 더 심하구요.”
“그런데요?”
“그런데 이 글은 전혀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여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의 말대로라면 전혀 다른 사람이 썼다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강화선이 동명이인이라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노형진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똑같은 변호사가 쓴 두 개의 답변서. 하지만 그 답변서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전 사건을 대충 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데?’
도리어 사람은 대충대충 할수록 자신의 버릇이 더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단 한 가지 경우만 빼고 말이다.
‘대충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
노형진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빠드득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인간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이 개 같은 년.’
그리고 그건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3장. 양심보다는 돈이라고?>
“뭐? 지려고 쓴 거라고?”
송정한은 노형진의 보고를 받고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으로부터 사건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네. 제가 문장을 분석하니까 한 가지 결론이 나오더군요. 이쪽은 평소의 버릇이 안 나옵니다. 그렇다는 건 무척 신경이나 쓰면서 썼다는 겁니다. 기존에 강화선 변호사가 쓴 것과 비교해서 비슷한 건 이번에 답장이 온 이겁니다.”
노형진은 몇 개의 서류를 꺼내서 들이밀었다. 지금까지 그가 제출했던 법원 서류들과 관련 서류들을 찾아다가 비교한 것이다.
“분석해 보니 생각보다 실력이 있는 변호사더군요. 하긴 성격과 실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성격이 지랄 같은데도 돈을 번다는 것은 생각보다 실력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성격이 나쁜 건 결국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만 그럴 테니까.’
딱 봐도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당연히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더욱 굽실거릴 것이다 .그런 데다가 실력까지 있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마 자네는 강화선이 상대방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
“크흠…….”
송정한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이 한 말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변호사로서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건에서 져 주는 대가로 상당한 보수를 보장받았을 겁니다.”
“망할 년 같으니라고.”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건 당사자 간에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이 돈이 있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 피해자에게 굽실거리고 사과하기보다는 변호사를 꼬드겨서 이쪽으로 끌어온다.
“그렇게 보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갑니다. 이 답변서도 그렇고 왜 그녀가 갑자기 상대방 변론을 담당하는지도 그렇고.”
“그렇군.”
너무 티 나게 지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티가 나지 않게 지려고 하다 보니 미묘하게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에 다른 답변서들이나 서류들과는 다른 방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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