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85)
“그런데 왜 그들은 딱히 이 가게 저 가게 알아보지도 않고 저곳으로 바로 들어갔을까요? 그리고 바로 떠났을까요?”
김성식은 그제야 노형진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는 그동안의 사람들의 행동을 되새겨 보았다.
그러고 보니 수많은 외국인들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곳으로 들어갔다가 나왔고, 그 와중에 다른 곳은 전혀 쳐다보지도 않았다.
“저 가게는 핸드폰 골목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지요.”
만일 핸드폰을 사고자 했다면 오는 길이든 나가는 길이든 다른 가게에 들어가서 보든가 최소한 관심이라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전혀 관심도 없이, 오로지 저곳에만 들어갔다 나왔을 뿐이다.
“주변에 다른 곳도 있는데 저곳만 갑니다. 왜일까요?”
“확실히 이상하군. 정말 다른 곳에 관심도 안 가지고 있어.”
김성식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알 것 같다고?”
“네.”
“뭐 때문에 외국인들이 저기 가는데?”
“대포폰.”
“대포……폰…… 끄응……. 그러면 많은 게 설명되는군.”
대포폰은 타인의 명의로 된 핸드폰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포폰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범죄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불폰이라고 해도 결국 신분증은 필요하지요.”
“그렇지.”
현대의 핸드폰은 유심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가령 핸드폰을 바꿔도 유심만 바꿔 끼우면 자신의 핸드폰이 되는 것이다.
“저들이 그 유심을 선불폰으로 개통하고 돈을 받아 가는 거라면 말이 되죠.”
“그리고 그렇게 개통된 유심은 불법적으로 판매되고 말이야.”
“네.”
어차피 외국인이라 누구인지 알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찾아오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선원들이다. 그러니 사건이 있던 당시에 망망대해나 외국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를 추적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유심은 대포폰에 들어가서 범죄용으로 사용된다.
“선불폰을 충전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적당히 선불폰으로 사용하다가 혹시나 범죄에 연루되어서 추적되기 시작하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추적은 무용지물이 된다. 당사자는 해외나 바다에 있으니 명의는 아무 의미가 없고 말이다.
“그렇다는 건…….”
“저기가 조폭과 연계된 곳이라는 거죠.”
한국에서 대포폰을 만들어서 파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고 처벌도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저렇게 만들어 판다는 것은 고정된 소비처가 있다는 소리다.
명확한 수익의 가능성도 없이 무조건 만들 리 없다.
일단 저렇게 만들어 주는 외국인들에게 일정량의 수수료도 줘야 하고, 선불폰인 만큼 돈을 입금시켜 놔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고정적으로 팔 곳이 있으니 계속 만든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선불폰이라는 것을 홍보하지 않지?”
“일반적으로 선불폰이라고 하면 대포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자기들이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거기에다 진짜 선불폰을 사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주는 수수료보다는 차라리 대포폰을 만들어서 파는 돈이 훨씬 크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한테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겠군.”
“상대방이 누군지 아니까요.”
일반적으로 핸드폰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내야 한다. 그런데 그 신분증을 받았다면 명의자와 동일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고, 그러면 당연히 흔적을 남겼어야 정상이다.
“아마도 조폭과 연계되어 대포폰을 공급하는 업체일 겁니다.”
“으음…….”
“그럼 이야기해 줄 리 없지요.”
해 줄 수가 없다. 그걸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폭들이 보복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니, 그들의 보복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불법행위로 인한 처벌을 받을 것은 뻔하니 이야기해 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면 어쩌지? 저 녀석들이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충전하는지 알 수 없을 텐데.”
그걸 모른다면 선우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럴 때 쓰라고 인맥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노형진은 김성식을 보면서 씩 웃었다.
>2장. 인맥은 불법이 아니니까>
“선배님!”
김성식을 보자 얼굴이 환해지는 남자.
그는 인천 지검의 검사장인 박강우였다.
선배인 김성식을 보자 얼굴이 반가움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나가서 변호사 하신다더니 여기에는 어쩐 일로?”
“아, 그냥 안부차.”
“에이, 선배님이 그냥 안부차 여기 온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일단 앉으세요. 차라도 한잔하시죠. 이분은?”
“노형진이라고, 같이 일하는 변호사일세.”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박강우입니다.”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박강우는 웃으면서 김성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로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변호사로 잘나간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아, 사실은 의뢰받은 사건이 있어서 그걸 조사 중이야.”
“네?”
약간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는 박강우.
아무리 선배라고 하지만 청탁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성식은 그런 그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 표정 하지 마. 청탁은 아니니까.”
“청탁은 아니라고요?”
“그래. 경찰에 접수된 사건도 아니고.”
“뭐, 그렇다면야 얼마든지 도와 드릴 수 있죠. 뭐가 궁금하신 건데요?”
“대포폰을 추적하고 있는데, 혹시 중앙텔레콤이라고 알아?”
“중앙텔레콤요?”
“그래. 아무래도 그쪽에서 대포폰이 나오는 것 같은데.”
노형진의 계획은 단순했다.
대포폰에 관한 것을 찔러주면 검찰이 수사를 할 테고, 그러면 그곳의 기록을 자신들이 함께 뒤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강우의 행동이 이상했다. 약간 당황한 듯한 눈빛이 된 것이다.
“지금 중앙텔레콤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잠시만요.”
그는 일어나서 문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창문에 붙어서 블라인드까지 내리고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중앙텔레콤 맞아요?”
“무슨 일인데?”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김성식이다. 자신이 검사로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 그걸 모르겠는가?
“선배님 사건이 거기와 연관되어 있으시다는 거죠? 의뢰인이 누군데요?”
“선우중이라고, 내가 아는 선배님이야. 아들이 사라졌거든. 그런데 그 아들 명의의 선불폰이 거기서 충전되었더라고. 선우혁이라고.”
“선우혁…… 선우혁…….”
그 이름을 몇 번 곱씹던 박강우는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
“이름이 낯익군요.”
“너도 알 수도 있지. 내가 알기로는 이쪽 바닥에서 어깨 노릇 하고 있었다고 하니까.”
잠시 침묵을 지키던 박강우는 굳은 결심을 한 건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배, 선배님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아니, 선배님 성격에 애먼 짓을 할 리는 없고……. 그 선우중이라는 사람, 확실한 거예요?”
“내 중학교 선배야. 무려 40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이다. 무슨 일이야?”
박강우는 굳은 결심을 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지금 이쪽에서는 항쟁이 계속되고 있어요.”
“항쟁이?”
“네.”
항쟁이란 조폭들 간의 싸움을 말한다.
물론 세력 다툼이야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항쟁은 의미가 다르다.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에 신흥 조직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그곳에 대포폰을 공급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곳이 중앙텔레콤이에요.”
“으음…….”
한 조직에게 대포폰을 공급한다는 것은, 즉 그들과 함께하는 사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그렇게 조심하는데? 항쟁이면 시끄러울 텐데?”
단순 싸움도 아니고 항쟁 정도면 일이 커진다. 그런데 이렇게 조심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김성식이었다.
“그러니까 문제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하지요.”
“설마…….”
박강우가 말하는 게 뭔지 알아차린 노형진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위에서 무마시키는 겁니까?”
“맞습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눈치가 빠르시군요.”
“으음…….”
노형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말에 수긍하는 박강우.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김성식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항쟁을 무마할 정도면 상당히 위쪽 라인일 텐데?”
“그러니까요. 저도 그 녀석들을 털어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영장이 안 나오더군요.”
“영장이 안 나와?”
“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고 살인 현장에서 나온 핸드폰도 그곳에서 개통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영장을 청구했지만 단 한 번도 영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마 신흥 조직이…… 중국계입니까?”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거야…….’
회귀 전 기억이 있으니까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인천의 조폭계의 권력이 중국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점차 전국에 중국인이 많은 곳을 기준으로 해서 자신들의 구역을 넓혀 갔다.
이게 회귀 전 노형진이 알고 있던 한국 조폭에 대한 정보 중 하나였다.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위쪽까지 뇌물을 주면서 관리할 수 있는 국내 조직은 없으니까요.”
한국 내에는 고만고만한 수준의 조폭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폭들은 그저 지역 조폭 수준이지, 정치권이나 상위권에까지 로비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전국구급 조폭은 없다.
아니, 그런 곳은 양성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검사를 했어야 하는 분인 것 같네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계 조폭들이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지요. 그리고 이 정도로 관리하려면 중국계의 자본력이 아니면 불가능하고요.”
“그러면 네가 조심하는 건?”
“몇 번 당했습니다. 얼마 전에 가벼운 징계도 먹었구요.”
박강우가 조사하자 그걸 멈추라고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비밀리에 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게 드러나면 여러모로 피곤하니까요.”
“중국계라……. 곤란하군요.”
“그렇지.”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도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일통되는 것도 머지않았겠군요.”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중국계 조폭들은 한국에서 두려워하는 게 없다.
일단 중국에서는 사람을 죽이면 사형당한다. 게다가 단순히 사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형이 집행된 죄수의 장기를 팔아먹는다는 소문도 있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길어야 15년이고, 중국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편안한 환경에서 먹여 주고 재워 준다.
적당히 핑계만 대면 10년, 아니 5년까지도 형을 줄여 주는 게 대한민국이니까.
“거기에다 중국 정부도 압력을 넣을 테구요.”
“그게 문제입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한국 대사관과 다르게 중국 대사관은 자국민 보호를 공격적으로 한다. 당연히 정치적 압력도 적지 않게 들어온다.
“더군다나 중국으로 도망치면…… 대책이 없겠군요.”
미리 표를 끊어 두고 누군가 죽이고 바로 중국으로 떠 버리면 한국에서는 그를 잡을 방법이 없다.
물론 중국 정부에다가 송환을 요청하지만 단 한 번도 송환된 적이 없다.
애초에 잡으려고 수사하지도 않는다. 검문하다가 걸리면 잡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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