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se Who Live Without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대결전 (4)
다나 왓슨의 검은 먹구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반으로 갈라진 먹구름은 다나 왓슨의 몸을 건드리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져 그녀의 양옆을 휩쓸었다.
“괴물년.”
사람의 검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밀어닥치는 먹구름의 폭류를 향해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닿지 않게 만들었다.
“….”
대검을 땅에 박아넣은 다나 왓슨이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다. 착지한 카이루스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나 왓슨에게 다가갔다.
에인젤린의 해답은 더 이상 출력을 낼 수 없다. 농조연운 또한 마찬가지다. 방금 전 카이루스를 착륙하게 해주는 것을 끝으로, 그 출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 터빈음을 토해내지 못한다.
“검을 들 수 있나?”
카이루스의 말에 다나 왓슨이 작게 웃음을 흘리다가, 이빨 몇 개를 뱉어낸다.
“네 승리다.”
다나 왓슨은 검을 들 수 없다. 카이루스는 아직 검을 움직일 수 있다.
딱 한 번일 테고, 자신의 몸을 상대의 몸 위에 포개며 내지르는 찌르기에 불과한 조잡한 공격에 불과하다.
그렇게라도 카이루스 페더윙은 자신의 검을 움직이겠지만, 다나 왓슨은 그 조잡한 개짓거리조차 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상대를 향해 쓰러지듯 온 몸을 던져 시도하는 찌르기. 카이루스는 가만히 다나 왓슨을 바라보다 말했다.
“대검이 아니었다면 너에게도 기회가 있었을 텐데.”
에인젤린의 해답은 대검이라 무겁고, 농조연운은 그에 비해 가볍다. 그런 어이없는 요소가 두 사람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두 명의 실력차는 없다시피 했다.
“개소리, 하…지마. 이, 대검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광을 가져다주었는데.”
다나 왓슨은 자신의 무기 탓을 할 생각이 없었다.
“적엽기사단장 다나 왓슨. 전역이다.”
멍하니 카이루스를 바라보던 다나 왓슨이, 저물어가는 해를 확인하고 폐를 쥐어짜내며 웃었다.
“아, 그래. 저녁이네.”
코앞까지 다가온 카이루스가 몸을 그녀에게 기울였다. 천천히, 칼끝이 다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제국을 위해. 너의 실패를 기원한다.”
다나 왓슨이 눈을 감으며 한 말에, 카이루스는 기절하며 히죽 웃었다.
“좆까는 소리.”
다나 왓슨이 카이루스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건, 제국에 이제 카이루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숨이 멈췄기에, 카이루스의 말에 다나 왓슨은 대답하지 못했다. 만에 하나 다나 왓슨이 대답할 수 있었다 해도 의미는 없었을 거다.
카이루스도 기절해버려서 대답을 돌려줄 수 없었을 테니까.
“끝… 난 건가?”
그리고 기절한 카이루스와 일레나, 죽은 다나 왓슨만이 남아있는 분지 안으로 사람 몇 명이 진입한다.
“명심해라. 누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야.”
장미정원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세실리아가 이들에게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확인해라.] [카이루스와 일레나가 승리했다면 두 사람에게 바로 응급조치를 취해라.] [이후, 병원으로 이송해서 무조건 살려야 한다.]분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그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무렵, 장미정원의 간부가 세실리아에게 말했다.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싸움이 끝나고 나면 무력화되어 있을 것이 확실한데….”
그냥 카이루스와 일레나를 마무리하고 그들의 배틀기어를 챙기기만 해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세실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럼 농조연운과 에인젤린의 해답을 누가 가지면 좋을까?”
그 말에는 간부가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세실리아는 밤가시라는 훌륭한 배틀기어를 가지고 있다.
장미정원의 대표는 세실리아이기에, 그녀가 가진 것과 같은 수준의 배틀기어를 부하가 가지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이미 카이루스는 이 도시의 운영위원이야. 나름의 입지를 확보했지.”
걸어다니는 복권이라는 독특한 지위이기는 했지만, 그는 도시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지위가 가지는 권위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는, 대체하기 어렵다는 성질도 반영되어 있어.”
자동차 부품 갈아끼우듯 쉽게 갈아끼울 수 있다면, 그 지위 또한 선망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바지사장이 왜 대접받지 못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카이루스는 계속 운영위원으로 남아야 하고.”
“장미정원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었지요. 이해했습니다.”
세실리아 입장에서는, 굳이 잘 만들어놓은 관계를 박살 내가면서, 자신이 쓰지도 못할 농조연운을 얻을 이유가 없다.
“에인젤린의 해답은…?”
“글쎄, 그건 카이루스가 알아서 처분하겠지.”
말을 마친 세실리아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간부를 바라봤다.
“물건의 가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야.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거지.”
지금 장미정원의 입장에서 농조연운과 에인젤린의 해답은 별다른 가치가 없는 돌덩이에 불과하다. 손에 넣어봤자 조직 내의 분란만 조장하게 될 거다.
“둘 다 포기해. 지금은 카이루스의 호의 쪽이 우리에게 훨씬 더 가치 있으니까.”
그의 행보를 고려해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성격은 아니다.
“기절한 두 사람을 치료해서 살려내면.”
지금과 같은 애매한 관계를 넘어 제대로 된 우호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사업은 올바른 적을 설정하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동맹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이 도시 내부의 사정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이제 제국이 어떻게 될 것 같아?”
다나 왓슨이 죽었다. 그리고 카이루스는 황제까지 죽일 생각이다. 그 이후 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는 아주 명확하다.
“거기부터는 베넷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아이란 공화국을 흔들어서 세력추를 맞추는 일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베넷은 이제 공화국과 제국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맞출 방도가 없다.
“그러면….”
“이 도시에, 카이루스가 그래서 필요한 거야.”
다나 왓슨을 제거한 실력자가 베넷 시의 운영위원 중 한 명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란 공화국은 베넷을 점령하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정말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다들 멀리서 봤잖아. 카이루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분지에 도착한 녀석들이 사람을 보냈는데. 산이 분지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싸움 중에 터져나온 지하수는 카이루스와 다나의 마지막 충돌이 만들어낸 두 갈래의 길을 따라 흐르는 강물로 변했다.
“카이루스가 이 도시에 남아있게 된다면, 아이란 공화국은 제국을 공격하기도 곤란하고, 베넷 시를 잡아먹기도 어려워져.”
아이란 공화국에 깽판을 치는 건 이제 베넷 시의 운영위원들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국과 공화국이 싸우는 동안 제국의 편을 들어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제국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다시 균형을 맞추는 거지.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거야.”
살아있는 동안 도시가 지속되는 일. 지금의 세실리아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까, 카이루스 페더윙과 일레나 캘로그를 반드시 살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빚을 지워둬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대표님.”
세실리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창문을 열고 실내를 환기한다.
카이루스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난 다음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장미정원의 간부가 찾아와 카이루스가 입원하게 된 과정을 말해주었다. 덤으로, 일레나 또한 무사히 생환해서 치료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카이루스는 세실리아의 병문안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거 참, 세실리아 대표가 병문안을 다 오는군요.”
“선물이에요.”
과일바구니를 내려놓은 세실리아가, 사과 하나를 꺼내서 과도로 깎기 시작한다.
그 꼴을 바라보던 카이루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과는 왜 죽이시나요?”
“깎는 중인데요.”
아닌 것 같은데. 껍질을 벗기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껍질에 달라붙어 있는 과육의 양이 심상치 않다.
카이루스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과의 명복을 빌어준 다음 세실리아를 바라봤다. 검을 못 쓰는 건 아닐 텐데, 사과는 왜 저런 비참한 모습으로 만드는 건지.
“일단, 감사합니다. 신세를….”
“아직.”
세실리아가 검지를 살짝 들어 카이루스의 말을 멈춘 다음 손뼉을 한 번 쳤다. 그녀의 부하 두 명이 커다란 케이스 두 개를 가지고 들어왔다.
“작은 건 농조연운이 들어있고, 큰 건 에인젤린의 해답이 들어있어요.”
말을 마친 세실리아가 뼈만 남은 사과를 바라보며 잠깐 인상을 쓴 다음 말했다.
“이제 감사 인사를 마저 해도 좋아요.”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할 일이다. 장미정원에서 발 빠르게 일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기절한 카이루스와 일레나는 그 자리에서 죽고, 농조연운과 에인젤린의 해답은 두 사람을 죽인 누군가가 챙겼을 거다.
“그렇다니 기쁘네요.”
“혹시, 부탁할 일이라도 있는지?”
카이루스의 말에 세실리아가 대답했다.
“당신은 황제를 죽이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제국을 멸망시키고 싶은 건가요?”
“황제를 죽이고 싶은 겁니다.”
대답을 들은 세실리아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상정하고 있던 많은 가능성들 중, 가장 좋은 가능성이 걸려들었다.
“해야 할 일을 마쳐도, 여전히 운영위원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네요.”
“그게 전부입니까? 아무래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느낌인데.”
어차피 카이루스는 일을 다 마친 다음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원래 할 생각이었던 일을 하는 건 빚을 갚는 게 아니다.
“그리고 좀 더 장미정원과 친해졌으면 좋겠네요.”
“이후 긍정적인 관계를 기대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어찌 되었건 카이루스는 세실리아의 비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는 데 성공했고, 세실리아 또한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럼 요양 잘 하세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세실리아. 카이루스는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앙상한 사과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었다.
“에인젤린의 해답이라.”
출력은 최고다. 농조연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출력을 자랑하는 무기다. 하지만, 카이루스에게는 농조연운이 있다.
그리고 에인젤린의 해답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
잠깐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카이루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좀 어떠냐.”
카이루스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지만, 일레나 또한 만만치 않았다. 출력이 딸리는 배틀기어를 들고 자신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상대의 발목을 붙잡으려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내가 도움이 되긴 했던 걸까.”
창밖을 바라보는 일레나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다소 의기소침해진 모양이다.
“네가 없었으면 난 죽었다.”
그건 확신 할 수 있다. 최초에 다나 왓슨이 시도한 급작스러운 습격 이후, 카이루스는 줄곧 다나 왓슨의 흐름에 끌려다녔다.
일레나가 발목을 붙잡지 못했다면 카이루스는 거기에서 죽을 운명이었다. 그 뒤로도, 싸움이 최후의 최후까지 질질 끌린 건 그녀의 공이 크다.
“까먹은 건 아니지. 지하수가 터지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너는 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었어.”
지하수가 잠들어 있는 암반을 박살내려면 카이루스와 다나가 충분한 시간을 싸워야 했다.
일레나가 없었다면, 지하수가 터지기 전에 카이루스가 죽었을 테고….
지하수가 터진 이후 이어진 팽팽한 싸움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었다.
“조금은 위안이 되네.”
대답을 들은 일레나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이제, 카이루스도 자신이 여기에 찾아온 목적을 말할 때가 되었다.
“에인젤린의 해답. 사용할 수 있겠냐?”
그 말을 들은 일레나가 카이루스를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