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04
104. 절체절명의 양번, 함락 초읽기!
성루 위에서 적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던 황권과 왕평은 성을 향해 성난 몸짓을 자랑하며 내쳐 오는 엄청난 물길을 보고 처음에는 믿지 못하였다. 하나 눈 깜박할 사이에 성으로 막대한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오르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작금 당면한 잔혹한 현실임을 직감하였다.
황권과 왕평은 성벽 위로 병사와 백성들을 최대한 올라오게 하였지만 상당수의 백성이 물에 빠져 죽어갔다.
거기다 병량이 물에 젖어 썩어 들어가게 되었으니 곧 군량 부족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리 되면 얼마 있지 않아 양번이 함락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군수를 책임지는 장완은 애써 잘 관리해두었던 양양의 군량과 보급품이 물에 빠져 망가지자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완은 그 과정에서도 최대한 군량과 군수품을 물에서 건져내어 높은 곳으로 옮겼다.
* * *
막아 두었던 한수의 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사나운 물 갈퀴를 양양과 번성을 향해 뻗었다. 그 기세가 얼마가 강렬했는지 성벽에 부딪치는 타격 음이 수십 리 밖까지 들리는 듯했다.
황권과 왕평이 양번의 수리와 보강을 잘 해두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엄청난 인공 홍수에 성벽이 모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양번의 성벽 일부가 부서지기도 하였다.
군을 물려 양번의 수공을 멀리서 지켜보던 조비와 사마의는 수공의 위력이 생각보다 엄청나자 이번에는 분명히 양양과 번성을 함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조비는 이제 양번의 함락은 시간문제라는 표정으로 사마의를 바라보며 말했다.
“군사, 군사의 수공이 참으로 대단하오! 양번을 때려대는 저 엄청난 물을 보시오! 그리고 성벽을 때려대는 저 소리를 들어보시오! 마치 벽력이 치는 것 같군! 이것으로 저 촉적 놈들이 꽤나 많이 빠져 죽을 테니 아군의 승리는 시간문제고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사마의는 조비가 흥분된 어조로 이리 말하자 두 손을 모으며 아뢰기를.
“폐하, 신이 말씀 올리기 망극하오나 수공은 촉적에게서 양번을 되찾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일 뿐입니다.”
조비가 사마의의 수수께끼와 같은 말에 즉시 물었다.
“군사, 그것이 무슨 말이오? 자세히 말해보시오.”
이런 조비의 하문에 사마의가 곧바로 답하였다.
“예, 폐하. 촉적들이 지난 수개월간 성을 참으로 잘 수리하고 보강을 해두었습니다. 하여, 이렇듯 엄청난 아군의 수공에도 양번의 성벽은 조금은 생채기를 입었을지 몰라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하나, 아군의 수공으로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들의 병력 중 일부가 수장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촉적들에게 문제는 지금부터 생길 것입니다. 그것은 첫째, 저들이 저장해두었을 군량과 무기 등이 물에 잠겨 썩고 녹슬어 못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촉적은 아군의 공격을 막는 데도 문제가 생길 것이고, 먹을 것도 없어질 것이기에 결국은 아사하게 될 것입니다.”
사마의의 설명에 조비가 눈이 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군사의 말이 맞소! 녹슨 병장기로 제놈들이 짐의 10만 대군을 감히 막을 수는 없을 터이지. 거기다 놈들의 군량이 물에 빠져 썩어갈 테니 당장 먹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야. 그리되면 저놈들은 성 안에서 쫄쫄 굶어 죽게 되는 것이고.”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물이 차고 들어간 놈들이 점거하고 있는 양번에서는 필시 역병이 창궐할 것입니다.”
그랬다.
고대의 전쟁에서 강력한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있다면 전염병일 것이다. 이는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패한 원인을 역병(수인성 전염병 또는 풍토병)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정사에서도 삼국의 여러 싸움에서 패한 원인이 역병의 창궐 때문이라 기술하는 부분을 꽤 찾아볼 수 있다.
양번도 수공으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이 되어 시체가 되어 부패가 되며 전염병이 돌게 될 터였다.
사마의는 이것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이번 사마의의 수공은 사악한 계책이라 할 것이다.
조비는 사마의의 수공이 이런 간악한 노림수가 있음을 듣고는 오히려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까지 웃었다.
“하하하! 그렇지! 역병이 돌면 촉적 저놈들이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야. 그리되면 짐은 힘 하나 쓰지 않고 저 양번을 함락할 수 있는 것이지!”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저 양번을 덮쳤던 물이 빠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촉적에게는 그때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군은 그저 놈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다음, 놈들의 힘이 떨어졌을 때 공격을 하면 쉽게 양번을 함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
그리고 이러한 사마의의 예측처럼 양번의 상황은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니.
엄청난 수마가 할퀸 양번에 차올랐던 물이 빠지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그렇게 물이 빠지고 드러난 양번의 성내 모습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바로 물에 빠져 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곳곳에서 드러났던 것이다.
그리고 시체는 이미 부패를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양번 성내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였던 것이니, 그렇지 않아도 온몸이 물에 젖어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 백성들이 병에 걸려 하나둘 쓰러져갔다.
문제는 백성뿐만 아니라 병사들에게까지 역병이 퍼지며 시름시름 앓는 병사들이 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장완이 최선을 다해 군량을 보전하려 하였으나 이미 대부분의 군량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여 당장 군량 부족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양번을 지키고 있는 황권과 왕평으로서는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적의 대군과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역병으로 병사들이 죽어가고 거기다 군량마저 부족해지니 이대로 가다가는 말 그대로 멸망만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황권 등은 거기서 포기를 하지 않았다. 지휘관인 그들이 포기를 하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황권 등은 그 와중에도 수공으로 부서진 성벽을 수리하게 하고 시체를 한곳에 모아 구덩이를 파고 묻어 더 이상의 역병 전염을 막으려 했다. 그리고 역병에 감염된 환자들도 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미 역병의 마수가 양번에 드리워졌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황권과 왕평은 성루에 있었기에 수공에도 불구하고 물에 빠지지 않았기에 역병이 걸리지 않은 것이랄까. 하나 그것도 시간문제일지 모르는 것으로 황권 등도 언제든 역병의 희생양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역병도 문제였지만 곧 군량 부족이 금시에 문제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황권 등은 제한 배급에 들어갔으나 이제 군량이 떨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악전고투를 벌이는 황권 등이었고, 사마의는 양번의 상황을 주시하다가 성벽 위의 병사들이 하나씩 쓰러져 가는 것을 보고는 바로 이때라 생각하였고, 조비에게 총공격을 진언하였다.
“폐하! 저들이 이제 더는 아군의 총공격을 막아낼 힘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 폐하의 대군이 총공세를 펼치면 필시 촉적은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아군의 힘에 그대로 굴복할 것입니다.”
사마의의 진언에 조비가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군사. 곧바로 양번에 대한 총공격을 시행하여 이번에는 반드시 함락을 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그렇게 조위 대군의 마지막 총공세가 양번을 향해 펼쳐졌던 것이다.
* * *
조비의 명이 떨어지자 곧 조위 군에 총공격령이 내려지고 조위의 10만 대군은 병장기를 움켜쥐고 함성을 내지르며 양양성과 번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성루 위에서 적진을 살피던 황권 등은 적의 대군이 총공세를 가해오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오히려 끝을 알기에 나오는 비장함이랄까.
황권과 왕평은 이제 싸울 힘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았으나 성과 함께 죽음을 택하며 끝까지 사수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병사들을 고무(鼓舞) 하며 적의 대공세에 맞서 싸웠다.
곧 성벽으로 개미 떼 같은 적의 대군이 몰려 들었고 사다리, 운제 등의 공성 무기가 접안되며 양번의 성벽으로 기어 올라왔다.
황권 등은 최후의 힘을 모두 짜내어 최선을 다해 적들이 성벽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내고 또 막아냈다. 하지만 워낙 적의 수가 압도적이었기에 이를 모두 막지는 못했으니, 얼마 있지 않아 성벽으로 적병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황권과 왕평은 이를 꽉 물며 칼을 꽉 부여잡고 일단의 유격대를 이끌고 적병을 향해 달려들어 놈들을 베고 또 베었다. 그리하자 곧 황권 등의 얼굴은 적에게서 뿜어져 나온 선혈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이렇게 필사의 항전을 황권 등은 이어갔으나 중과부적이었으니, 이제 양번의 함락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하나, 이때 조비는 엉뚱한 명령을 내렸던 것이니…
* * *
후방에서 양번의 조위 군의 최후의 공세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조비는 스스로 보기에도 양번의 함락이 얼마 남지 않자 사마의를 불러 명을 하나 내리는데 이를 들은 사마의는 속으로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 명이 무엇인가 하면.
“군사, 유비 놈이 짐의 장수들을 빼앗아 갔으니 양번이 함락되면 촉적의 장수들을 사로잡아 짐도 귀 큰 놈의 장수들을 짐의 신하로 만들어야겠소. 한데 지금 공격하는 것을 보니 자칫 잘못하면 촉적의 장수들이 죽게 생긴 것 같소. 하니, 촉적 장수들에게 화살을 쏘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도록 하시오!”
조비의 명을 받은 사마의는 곧장 반대를 하였다.
“폐하, 폐하께서 일전에 양번이 함락되면 촉적의 장수를 사로잡을 것이라 말씀하신 것을 신은 그저 지나가시는 말씀으로 하신 줄 알았습니다. 폐하, 저 촉적의 장수를 사살하면 이 싸움은 아군이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하오니 폐하, 다시 한번 숙고하여 주시옵소서!”
하나, 조비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이렇듯 조비가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그것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었다.
“군사, 지금 상황을 보시오. 아군이 이제 승리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오. 조금 시간이 더 걸릴 뿐이란 말이오. 저렇게 잘 싸우는 촉적의 장수(조비가 특히 눈여겨 본 장수는 양양을 방어하고 있는 황권이었다.)가 짐의 신하가 된다면 필시 더 많은 전장에서 짐의 수족이 되어 큰 활약을 할 것이오. 하니 짐의 명대로 하시오!”
그리하여 사마의는 어쩔 수 없이 조비의 명을 따랐으니 이 결정은 이번 ‘2차 양번 공방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 * *
이리하여 사마의는 대군에 황권과 왕평에게 화살 공격을 하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는 명을 내리니 황권 등은 목숨을 더 오래 보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살펴본 것처럼 성벽으로 오르는 적들이 계속 늘어가니 황권 등이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제 그들이 조비가 원하는 생포를 당하는 것은 명약관화였다.
황권과 왕평은 조비의 명을 알 턱이 없기에 최후를 맞을 각오를 하였다. 그렇게 양번의 함락이, 사마의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조비와 사마의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그 순간!
조위 대군의 후방에서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바로 촉군의 구원군이 마침내 도착하여 위 군의 후방 공격해들어온 것이다.
맹렬하게 공격해오는 촉군을 조비는 놀라서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법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