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05
105. 법정, 조비 격살에 나서다!
그렇게 황권과 왕평이 최후를 맞을 순간이고 사마의에게는 승리의 순간!
조위 대군의 후방에서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바로 촉군의 구원군이 마침내 도착하여 조위 군의 공격에 나선 것이다.
“촉의 구원군이다! 촉군의 기습이다!!”
곧 조비의 대군에 촉군의 공격이 알려졌다.
그리고 조비가 있는 곳으로 촉군 맹렬한 공격을 가하였으니 곧 조비의 눈에 그가 꿈에도 보기 싫은 공포의 대상, 법정이 들어왔다.
“법정! 법정 놈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사마의도 촉 지원군의 기습에 놀라고 있었는데 조비가 누군가를 가리키며 ‘법정’이라 외치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바로 저자가 촉적의 책사 법정이로구나!’
조비가 법정을 외치자 법정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조비를 곧장 찾았고, 법정은 즉각 명을 내렸다.
“저자가 바로 조적 수괴 조비다! 저자의 수급을 얻으면 이 모든 재난이 끝나는 것이다! 조비를 척살하라!!”
법정의 명에 촉군이 빠르게 조비를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 * *
여기서 법정이 어떻게 극적으로 양번을 구원하게 된 것인지 과정을 살펴보자면.
황권 등이 조비의 10만 대군이 양번을 치려 한다는 보고는 장안에도 전해졌다.
한데 장안까지 거리가 상당하였기에 유비가 (곁에 있던 법정도) 급보를 받은 것은 이미 조위의 대군이 양번을 들이쳤을 때였다.
유비는 양번이 위급하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 나부터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유비는 나를 신임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에 나는 유비를 향해 공수를 취하며 아뢰었으니.
“대왕, 양번이 떨어진다면 애써 확보해둔 북형주의 요충지를 잃게 되는 것이니 반드시 양번을 지켜야 합니다. 신이 당장 좌장군(마초), 우장군(장비)과 함께 구원에 나서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나의 주청에 유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서령이 나서준다면 조비가 십만이 아니라 백만을 이끌고 온다고 해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을 것이오. 좋소! 과인이 상서령에게 명하노니 상서령은 좌장군, 우장군과 함께 양번을 구원하도록 하시오!”
“예, 대왕 신이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렇게 나는 마초, 장비 등과 함께 구원군을 편성하였는데 사실상 서량 기병 5천이 주가 되었다.
마초는 나에게 두 가지를 건의하였는데 그것은 서량 기병의 절반을 장비가 맡게 하는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지난번 강유가 강족의 기습을 격퇴하고 기병대에 편입된 수백 기의 기병을 강유가 따로 이끌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해당 수백의 기병들이 강유를 따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강족이기도 한 마초가 승자를 따르는 강족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를 건의한 것이다.
나는 이를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허락하였으니 서량 기병은 마초와 장비가 분담하여 이끌게 되었고, 강유는 지난날 자신이 이끄는 결사대와 비슷하게 강유만을 따르는 별동대(別動隊)를 이끌게 된 셈이다.
또한 나는 황서의 궁수대 2천을 모두 태울 말이 부족하였기에, 이중 기마에 특히 능하고 활 솜씨까지 뛰어난 정예 수백을 뽑아 황서가 이끌게 하였다.
* * *
나는 황권 등의 구원 요청이 상용의 장억에게도 전해진 것을 알고는 즉시 장억에게 긴급 서신을 보내 섣불리 양양의 구원에 나서지 말라 명하였다. 그러며 척후를 최대한 많이 풀어 혹시 모를 조위 군의 매복을 찾게 하였다.
이는 내가 조위 군이라면 어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하여 도출한 결론에 따른 것으로, 지난겨울 내가 경산에서 매복을 하여 조인의 대군에 큰 피해를 가하였던 것처럼, 조비 또한 서쪽에서 출발하는 아군의 구원병을 매복하여 노릴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장억의 척후는 형산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였고 장안에서 이미 출발하여 자오도를 따라 한중으로 이동하는 나에게 어렵사리 이 정보를 알려 왔다.
이에 나는 장억에게 상용의 방비만 철저히 신경 쓸 것을 주문하였다. 즉, 나는 작금 내가 이끌고 가는 서량 기병 주축의 구원군이면 충분히 구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대 강맹한 기병이 오천이 넘으면 그 파괴력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기동성도 있기에 보병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기병으로 최대한 빨리 양번을 구원하는 것이 맞기도 하다.
나는 형산의 조위 군의 매복을 피하여 우회 기동으로 양번을 구원할 것을 생각하였다. 그리되면 형산에 숨어 있는 적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터였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2군(편의상 이렇게 표기한다.)을 이끌고 험난한 자오도를 지나 한중으로 내쳐온 다음, 기병의 기동성을 살려 양번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양번까지의 거리는 상당하였기에, 나는 양번이 조비에 함락되기 직전에 극적으로 구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 *
다시 현재, 법정이 양번을 구원한 시점으로 돌아와서.
나는 장비와 마초에게 조위 군을 들이치게 하고, 나는 강유와 황서 등의 일단의 병력으로 직접 조비를 노렸던 것이니.
나는 조비를 발견하고는 즉각 명을 내렸다.
“저 용포를 입은 자가 조비다! 저 역적 놈을 어서 척살하라!”
나의 명에 강유가 별동대를 이끌고 조비를 향해 달려갔다.
조비는 멀리서도 내 목소리를 들었던 모양인지 기겁을 하며 용포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나는 이번에는 또 이런 명을 내린 것이니.
“수염이 긴 자가 조비다!”
이 소리를 들은 조비는 도망치는 가운데서도 호위병의 칼을 빼앗아 들고는 자신의 탐스럽고 긴 수염을 잘라냈다.
나는 조비가 수염을 자르자 이렇게 외쳤다.
“수염이 짧은 자가 조비다!”
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은 조비는 몸서리를 치며 조위 황제의 깃발을 잘라 턱을 감싸고는 황급하게 도주를 계속하였다.
이렇듯 ‘삼국지연의’의 가상의 내용(마초가 조조를 쫓으며 조조의 외형을 지칭하자, 조조가 홍포를 벗어던지고 수염을 자르는 등의 추한 모습을 보인 일)이 이 역사에서는 현실로 실현이 되었던 것이다.
조비가 이렇게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법정 군이 쫓아오니, 이러다가 정말 조비가 사로잡혀 그의 꿈에서 본 대로 거열형에 처해질지도 모르는 형국이 되고 있었다.
한편 조비를 뒤쫓는 법정 군 이외에 나머지 마초와 장비의 서량 기병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조위의 대군을 휘젓고 다니며 조위 군을 말 그대로 격살(擊殺) 하고 있었다.
이미 진영이 흐트러진 대군을 요리하는 것이라 살기 위해 등을 보이며 도망치는 적군을 베기는 너무나 쉬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마의는 병사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그것이 먹힐 리 없었다. 정남장군 조진과 완성 태수 장패는 후방의 상황을 파악하고서, 양번의 공격을 멈추고 조비를 구하기 위해 후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성의 함락이 얼마 남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려던 황권과 왕평은 강렬히 공격하던 조위 군이 공격을 멈추고 말머리를 반대로 돌리자,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를 금시에 파악했다.
‘우리 구원군이 도착했구나!’
그리하여 황권 등은 병사들에게 큰 목소리로 외치니.
“구원군이 도착했다!”
이 소리에 병사들은 다시금 기운을 차리며 함성을 질러댔다.
황권과 왕평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성문을 연 다음,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 뒤를 보이고 있는 조위 군을 공격하였다. 이러자 급히 조비를 구원하기 위해 움직이던 조진 군과 장패 군은 황권 등의 기습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황권과 왕평이 이끄는 양번군은 그동안 조위 군에 당한 고통과 설움을 모두 갚아줄 기세로 맹렬하게 적군을 공격하였으니, 조위 군이 아무리 대군이라 한들 이를 막기가 쉽지가 않았다. 거기다 지난번 기술했던 것처럼 양번의 병사들은 파서군이 주축이 된 정예병으로 수성보다는 공격에 특화가 된 병력이었으니 조위 군이 당할 만도 하다.
이리 되자 조진 등의 조위 군은 조비를 구원하기는커녕 양번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권 등이 이끄는 촉군의 맹공을 막기에 바빴다.
사마의는 후군이 통솔되지 않는 데다 조비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었다. 아니 당장 자신의 목숨 또한 보장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마초와 장비가 이끄는 서량 기병의 위력이 대단했던 것이니, 촉의 기병이 날뛸 때마다 조위 병사들의 목이 달아나며 분리된 몸에서 엄청난 선혈이 뿜어져 나와 주변 땅이 금시에 붉게 물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마의는 일단의 병력을 이끌고 조비부터 구하기 위해 나섰고 마침내 법정에 쫓겨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도망치는 조비를 발견하고 보호에 나서는데 성공하였다.
조비는 사마의가 달려오자 공포에 질린 눈으로 사마의를 보며 정신없는 목소리로 외쳐댔다.
“군사, 저 법정 놈이 짐을 잡아 거열 하기 전에 어서 도망쳐야 하오! 어서!”
“예, 폐하. 신이 폐하를 호위하여 퇴각을 하겠나이다.”
나는 조비의 목숨이 끈질긴 것에 혀를 내둘렀다. 하나 여기서 또 조비를 놓치게 되면 절대 아니 되기에, 나는 미위의 호위를 받으며 황서의 궁기병 그리고 강유의 별동대와 함께 조비를 쫓았다.
그리고 곧 황서의 궁기병이 위력을 발휘하였으니 그들은 말을 탄 채로 화살을 쏘아 조위 군의 몸통을 여지없이 꿰뚫었던 것이다. 그러자 화살에 맞은 조위 병사들은 신음 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고 주검이 되어갔다.
그렇게 황서의 궁기병이 활약을 하자 조비를 보호하는 적의 병력이 급격하게 줄어갔으니, 곧 나의 눈에 다시 조비가 들어왔다.
“저놈이다! 저놈이 역적 수괴 조비다!”
또다시 법정의 추격에 사로잡힐 위기에 빠진 조비는 몸서리를 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사마의는 법정의 추격부터 따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정예병을 이끌고 법정을 막기 위해 나섰다.
사마의의 정예병은 농민 반란 진압 초기부터 합비의 구원, 동관 공격 그리고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단련된 병사들로 상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마의는 이들에게 방패를 들게 하여 황서 궁기병의 화살을 막게 하는 한편 진을 급조하여 법정의 추격을 막고자 하였다.
나는 나의 앞을 가로막는 일단의 병사들이 꽤나 일사불란하게 방패진을 만드는 것을 보고 이들을 이끄는 자가 보통이 아님을 단번에 간파하였다.
그리하여 적군의 방패진을 운용하는 자가 누구인지 살폈고 내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사마의였다. 나는 적군을 이끌고 있는 이를 보고는 금시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저 자가 바로 사마의로군…’
역시 책사가 책사를 알아보는 것인가.
그것은 사마의도 마찬가지로 그와 나의 눈이 거의 동시에 마주쳤다.
하나, 그것보다 지금은 조비부터 척살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나는 강유에게 즉각 조비를 추격하여 충살(衝殺) 하라 명했다.
강유는 수백 기병을 이끌고 조비를 향해 달렸고, 조비는 바로 뒤에 촉군 기병이 따라붙자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자신을 보호하라 외쳤다.
“촉적이 짐을 해하려 한다! 어서! 짐을 구하라! 짐을 보호하라!!”
이에 사마의는 강유의 기병을 온 힘을 다해 막으려 애썼다. 하지만 급조된 방패진이 강맹한 서량 기병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
강유는 법정에게 전수받은 추형돌파진(追形突破陣)으로 사마의의 방패진을 공격하니 사마의의 정예병도 이를 막지 못하고 진이 깨졌다.
나는 사마의의 진이 깨지자 병력을 모두 투입하여 조비부터 잡으려 하였다. 아니 잡지 않아도 좋다. 조비를 죽이면 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조비 척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