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98
98. 조비의 횡포
이번에 촉으로 탈출한 항장(서황, 서막, 소칙)의 일족 중에 서막의 사위인 왕준도 있었다.
원 역사에서 왕준은 오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손호를 사로잡아 오를 멸망시킨 당사자로 삼국의 시대를 매조지하는 인물인 것.
한데 이 역사에서 량주자사인 장인 서막이 아국에 귀부를 하게 되면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촉으로 오게 되었으니 향후 촉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에 나는 유비에게 나아가 왕준을 천거(薦擧) 하였으니.
“대왕, 신이 듣기로 *서 자사의 사위인 왕준의 무재(武才)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여, 대왕께서 그를 등용하신다면 아국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 유비는 서막을 장안 성주로 임명한데 이어 옹주 자사를 겸하게 하였다.]나의 추천에 유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왕준을 호군으로 임명하였다.
“상서령이 천거하는 인사이니 분명 무예에 대한 재주가 뛰어난 것이 분명할 것이오. 좋소! 과인은 왕준을 중군(中軍)의 호군(護軍)으로 임명하도록 하겠소.”
이렇듯 나의 인재 추천을 그대로 수용하는 유비였으니, 나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이렇게 사위가 촉에서 금시에 등용된 것을, 그것도 촉 조정의 실세인 나 법정이 직접 대왕 유비에게 추천을 하여 사위인 왕준이 등용된 것을 알게 된 서막은 직접 나를 찾아와 감사를 표하였다.
“상서령, 저의 모자란 사위를 좋게 보아주시고 대왕께 직접 천거를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에 나는 웃으며 말하기를.
“내 일찍이 서 자사의 사위분의 무재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인재를 천거하는 일은 대왕의 신하로서 응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며 나는 약간은 뼈가 있는 말을 서막에게 하였으니.
“이는 모두 대왕께서 서 자사에게 베푸시는 은혜일 것입니다. 서 자사, 지난날 서 자사가 량주에서 했던 것처럼 이곳 옹주에서도 선정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대왕의 크나큰 은혜를 갚는 길일 것입니다.”
나의 언중유골(言中有骨)에 서막의 표정이 금시에 긴장한 내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공수를 취하며 다짐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는 상서령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왕께 평생 갚지 못할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하여, 제 모든 것을 바쳐 대왕께 충성을 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옹주의 백성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정치를 펼치겠습니다.”
* * *
한편 조비는 백성을 방패막이 삼아 무시무시한 마초의 서량 기병의 추격을 뿌리치고 무사히 무관을 빠져 나왔다.
그러며 조비는 법정을 무위성(고장성)에서 상대한 바 있는 학소에게 명하여 무관을 지키게 하였다.
학소는 조위의 무관 중에 법정을 상대한 이 중에 한 명으로 법정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학소에게 무관의 수비를 맡긴 일은 참으로 옳은 판단이라 할 수 있겠다.
조비는 이어서 조진, 장합에게 명해 대군을 이끌고 완으로 향하였으니, 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허창으로 돌아갈 계획인 것이다.
하지만 잠시 들르게 되는 완에서 조비는 또 한 번 성격파탄자의 못된 행각을 펼치게 되는데…
* * *
조진과 장합이 보기 5만여의 대군(학소에 1만을 남겨 무관을 막게 하였기에)을 이끌고 조비를 호위하며 마침내 완에 입성을 하였다.
조비는 황제인 자신이 직접 완성에 입성하게 되면 응당 백성들의 만세 소리가 성 전역을 휘감아 돌며 자신을 찬양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하나, 어가를 타고 완에 입성한 조비를 반기는 백성은 거의 보이지 않고, 완성의 시장 또한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은 것을 본 조비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나마 개중에 보이는 백성들은 대로 양변에 머리를 조아린 채로 조용하였고, 조비가 지나가자 슬쩍 고개를 들어 조비의 행렬을 흘깃 보는 백성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니.
그도 그럴 것이 조위 각지에서는 아직도 농민 반란이 계속하여 일어나고 있었고, 완의 백성 또한 얼마 전 징집을 당하여 완성 태수 장패 휘하의 병사로 양번 공격에 나섰다가 회군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
즉, 완 백성의 아들들이 강제 징집을 당하였으니 백성들의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조비는 뒤에 눈이 달리지는 않았으나 백성들의 그런 냉담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장안에서 도망쳐 간신히 완으로 오게 되어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조비는 백성들의 냉대에 더 심기가 불편해졌다.
조비를 호종하는 조진과 장합은 그런 조비의 심기를 살펴 조심을 하였고, 완의 태수 장패도 조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남양 태수(완은 남양의 하위 행정구역이다.) 양준은 조비가 완으로 왕림한다는 소식에 즉시 완으로 와 조비의 입성을 맞이하였는데, 조비의 어심이 불편해 보이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조가 후계구도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비와 조식 중 누가 나은가를 양준에게 물었을 때, 양준은 확답은 하지 않았으나 은근히 조식의 칭송하며 조식의 편을 들었기에 조비가 양준을 곱게 볼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당장은 조비가 양준에 대해 복수를 한 것은 아니고,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여 황위에 오르자 조비는 오히려 왕상의 천거를 받아 양준을 남양 태수로 임명한 것이다.
양준은 출사하기가 꺼려졌으나 이를 또 거부하게 되면 그것을 빌미로 *조비의 괴롭힘이 시작될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남양 태수로 임관을 했던 것.
[*양준도 조비가 장수를 문무백관 앞에서 대놓고 창피를 주어 장수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비가 자신도 장수처럼 괴롭힐까 걱정했던 것이다.]그리고 어차피 조비가 있는 허창과 임지인 남양은 그래도 떨어져 있기에 양준이 조비를 마주칠 일이 없어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조비가 남양의 완에 친림을 하니 남양 태수인 양준은 조비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조비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완성의 궐로 들어섰는데, 들어서자마자 남양 태수 양준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쳐대기 시작하였으니.
“남양 태수! 어째서 이곳 남양의 백성들은 짐을 보고 만세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는 것인가? 거기다 시장을 전부 닫아? 이는 짐을 능멸하는 것이 아닌가?”
조비의 불호령에 양준은 곧바로 조비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를 하였다.
“폐하, 신이 무능하여 그리된 것입니다. 신을 벌하여 주십시오!”
양준은 혹 조비가 백성을 처벌할까 염려되어 자신만 벌을 받는 것을 택한 것이니.
조비는 양준의 칭죄에 기다렸다는 듯이 명을 내렸다.
“남양 태수 양준이 짐을 능멸하는 죄를 저질렀다 스스로 인정을 하였느니라! 여봐라! 어서 저 죄인 놈을 체포하도록 하라! 짐이 직접 놈을 신문하여 놈의 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다!”
조비의 명에 즉시 병사들이 양준을 포박하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마침 완으로 달려와 방금 입성을 한 사마의와 허창에서 조비를 보좌하기 위해 급히 완으로 오게 된 상시(常侍) 왕상과 순위가 보게 된 것이다.
사마의는 즉시 왕상과 순위와 함께 조비의 앞으로 달려와 조비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양준을 구명하기 위해 나섰다.
조비는 세 사람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양준의 구명을 청하려 하는 것이 뻔히 보여 괘씸하였으나, 평소 아끼는 신하들이었기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지켜보기로 하고는 그들에게 물으니.
“어사중승과 왕 상시와 순 상시가 아니오? 어찌 오랜만에 짐을 보면서 죄를 청하듯 짐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오?”
조비의 하문에 사마의와 왕상, 순위는 머리를 여러 차례 땅에 찧으니 곧 그들의 이마에서 붉은 선혈이 철철 흘러나왔다.
그러며 사마의 등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양준의 구명을 위해 조비에게 간청을 한 것이라.
“폐하! 남양 태수 양준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특히 왕상은 양준을 직접 조비에게 천거하였기 때문에 더 애통한 심정으로 조비에게 청하였다.
“폐하! 양준이 폐하께 죄를 지었다면 이는 양준을 천거한 신의 책임일 것이옵니다! 하오니, 양준 대신 신을 처벌하여 주십시오!”
여기서 사마의가 양준의 구명에 나선 데에는 양준의 출중한 능력 때문이기도 했으나, 양준과의 깊은 친분도 이유였다.
즉, 양준은 사마 가와 친했는데 지난날 양준이 사마의를 대하였을 때, 아직 출사도 하지 않은 열여서 일곱의 어린 사마의를 보고는 단번에 그가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양준은 예견했던 것이다.
오라에 묶인 양준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사마의 등이 머리가 터질 정도로 땅에 머리를 찧어가며 조비에게 간청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절로 뭉클하였다.
특히, 양준의 기억 속에 한참은 어려 보였던 십 대의 사마의가 이제 세월이 흘러 사십 대의 원숙한 조위의 대신이 되어 자신을 구명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나, 이들이 자신으로 인해 다치는 것은 절대 바라고 있지 않았으니.
조비는 자신이 아끼는 신하들이 (특히 사마의가) 양준의 구명을 위해 머리를 땅바닥에 찧어 피가 나자, 그 냉혹한 성격의 조비조차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만! 경들은 그만하시오. 알겠소. 짐이 양준의 이번 잘못에 대해 더는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여봐라! 양준의 포박을 풀어주도록 하라!”
그렇게 양준은 벌을 받지 않고 포박이 풀리게 된 것이나, 양준은 이것이 조비의 완전한 사면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온몸이 자유롭게 된 양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가 온통 피로 뒤덮인 사마의 등을 바라보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고개를 숙이며 이리 말하는 것이다.
“내가 아국의 동량들에게 큰 빚을 지었소. 하나, 더 이상 그대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오. 그리고 남양의 백성들도 나로 인해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오.”
핏물이 눈으로 들어가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마의는 양준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리하여 양준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고 하던 그때!
양준은 자신의 곁에 있던 병사의 칼을 순식간에 빼앗아 칼날을 목에 가져가더니 조비를 향해 이리 말하며 자결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폐하, 신이 신의 죄를 잘 압니다. 신이 죽음으로써 폐하께 죄를 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저 세 사람과 백성에게는 신과 관련한 죄를 묻지 말아 주십시오.”
곧 양준의 목에서 엄청난 선혈이 뿜어 올라오며 양준은 그 자리에서 주검이 되었다.
양준을 구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마의 등은 양준의 죽음에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조비는 양준의 죽음에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손을 저었다. 바로 양준의 시체를 치우라는 뜻이렷다.
그렇게 양준의 시체는 곧 병사들에 의해 어디론가 옮겨졌던 것이다.
* * *
사마의는 양준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고는 다시 한번 조비의 성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실감하였다.
‘양준이 죽음을 택한 것은 분명 지난날의 일 때문일 것이야. 폐하께서는 오래된 앙금을 반드시 푸시는 분으로 장수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을 하지 않았던가. 양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주위 사람들과 백성들에게 더는 피해가 가지 않는 선택을 한 것임에 분명해. 폐하의 역린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그 끝은 역시 죽음뿐이로군…’
한데 조비는 양준이 그리 최후를 맞이하자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사마의는 그런 조비를 보며 소름이 돋았으나, 자신의 군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를 감내해야 했다.
사마의는 조비에게 장안에서 헤어져 자신이 해온 일(농민 반란 진압, 합비의 장료 구원 등)을 아뢰었고, 조비는 이를 치하하였다.
다만, 사마의는 장안을 구원하기 위해 동관을 쳤으나 실패한 일을 조비에게 고하는 것에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들고 말았으니.
하나, 조비는 이에 별 반응이 없었기에 사마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며 사마의는 조비가 장안에서 대군을 퇴각한 일을 칭송에 가깝게 칭찬을 하였다.
“폐하께서는 촉 책사 법정의 흉악한 술수에 아군의 대군이 당하기 전에 피해가 거의 없이 이렇게 퇴각을 하셨으니 정말로 영명하시옵니다!”
“어사중승이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려. 어사중승 또한 법정 놈이 동관에 부려 놓은 술책에 걸려들지 않고 이리 병력을 보전하여 완으로 왔으니 참으로 잘 하였소.”
여기서 사마의는 무언가 계책을 조비에게 진언하였고 조비는 이를 듣고 좋은 계책이라 칭찬을 하였으니.
과연 사마의가 조비에게 주청한 계책은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