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99
99. 사마의 조비에 양번 공략을 진언, 그러나…
조비와 사마의는 장안과 동관에서 퇴각한 일에 대해 병력을 보전하였기에 잘한 일이라 서로를 칭찬을 하였다.
사마의는 자신의 동관 공략 실패에 대해 조비가 오히려 치하를 하자 당장은 이리 넘어갈지 모르나, 뒤끝이 심한 조비가 언젠가는 이를 두고 책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큰 공을 세워 전자의 실패를 만회하려 생각을 하였고, 마침 떠오르는 계책이 있었으니…
* * *
‘폐하께서는 은원이 확실하신 분으로 나의 이번 실패를 지금은 눈감아 주실지는 모르나 언젠가 이를 두고 나를 책하실지 모르는 일이야. 내가 동관의 패배를 만회하는 방법은 큰 공을 세우는 수밖에 없을 터. 음… 작금 내가 큰 공을 세울 방법이라면? 아! 그렇지! 그리하면 되겠구나!’
계책이 떠오른 사마의는 조비에게 공수를 취하며 아뢰게 되었는데 그전에 먼저 법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였으니.
“폐하, 폐하께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아국의 대군이 연이어 촉적에 대패하는 것은 다름이 아닌 촉적의 책사 법정 때문일 것입니다.”
사마의가 촉 책사 법정을 언급하자 조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법정에 잡혀 거열 되는 악몽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리하여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투로 사마의에게 따지듯 물었다.
“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소. 한데 어사중승은 어찌하여 아국에 계속 해를 가하는 촉적 책사 법정을 들먹이는 것이오?”
조비의 말에 사마의는 즉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신이 촉 책사 법정을 거론하여 폐하의 어심을 어지럽게 한 점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신이 법정을 언급한 연유는, 작금 놈은 폐하께서 장안을 불태우셨기에 장안의 정비에 정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마의의 말에 조비가 자신이 장안을 불태운 일로 유비와 법정이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한 모양인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며 말하였다.
“그럴 터이지. 아마 장안은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오. 하여, 유비와 함께 법정 놈이 애를 깨나 쓰고 있을 것이오.”
조비의 웃음을 본 사마의는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하였다. 하나, 조비에게 주청하고자 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예, 폐하.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촉적 유비와 법정 등은 폐허가 된 장안에서 꽤나 고생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제가 말씀 올리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마의가 건언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말에 조비는 즉시 사마의에게 물었다.
“어사중승이 좋은 계책이 있는 모양이구려! 어서 짐에게 말해보시오!”
“예, 폐하. 아까 말씀 올린 대로 아군이 촉적에 연이어 연패를 하는 연유는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데, 작금 법정은 장안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촉적이 얼마 전 아국에서 빼앗아간 양양과 번성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양번을 촉에, 법정에 빼앗겨 분한 조비였기에 양양과 번성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라고 사마의가 말하자, 조비의 눈이 절로 커졌다.
“그렇지! 법정 놈이 작금 북형주에 없지! 그래! 놈이 없을 때가 바로 양번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야!”
하나, 곧 조비의 얼굴이 어두워졌으니 그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
사마의는 조비의 표정을 살피고 조비가 무언가 염려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금시에 생각해 내었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조비의 근심을 풀어주려 하는데…
* * *
사마의는 조비의 얼굴에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지자 그 이유가 무엇인지 즉시 생각을 하고 그것이 맞는지 조비에게 물었던 것이니.
“폐하, 폐하의 용안이 어두워지시니 신이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폐하, 신이 감히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폐하께서 근심하시는 것은 지난 관중에서의 일처럼 법정이 갑자기 양번에 나타나는 것을 염려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렇듯 사마의가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자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다는 말이다.
“그렇소. 어사중승이 잘 보았소. 이번 관중에서 짐과 유비 놈의 대결에서 만약 촉의 책사 법정이 없었다면 충분히 짐이 유비 놈을 꺼꾸러뜨리고 잘만 하면 유비 놈도 척살할 수 있었을 것이오. 한데 중요한 때마다 촉 책사 법정 놈이 나타나 짐을 방해하더니 급기야는 놈이 짐이 있는 장안까지 쳐들어 온 것이오. 어떻게 법정 놈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는 말이오? 짐은 놈이 무슨 술법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는 말이오.”
그러며 조비는 사마의에게 따지듯 말하였으니.
“이는 어사중승의 잘못도 있소. 분명 짐에게 법정 놈이 양번이 있을 때 관중에 쳐들어온 유비를 격퇴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소! 한데, 법정 놈은 이미 관중에 들어와 있던 것이오. 이번에도 아군이 양번을 공격할 때 법정 놈이 그리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소!”
그랬다.
조비는 이미 법정에 크게 데일 대로 데여서 법정이라면 치가 떨리고 무섭기가 그지없었던 것이라.
그리하여 조비는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을 괴롭혔던 법정이,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양번에 갑자기 나타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사실 사마의도 법정이 그렇게 빨리 관중에 나타나 조위 군을 공격할지 몰랐다.
이는 전격 기습 작전을 주로 펼치는 사마의 자신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생각을 해보면 법정이 그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법정과 몇몇 장수만이 법정과 함께 옹양주로 움직였다고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일 터.
그리고 유비의 병력이 상당하였기 때문에 법정은 몸만 움직여 유비 군의 일부를 지휘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위의 대군으로 양번을 공격할 경우 병력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법정은 양양과 번성을 구원하기 위해 상당한 병력을 이끌고 올 수밖에 없기에 관중에서처럼 갑자기 나타나지는 못할 것이다.
사마의는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조비에게 지난번 자신의 잘못을 용서 빌고 이어서 조비에게 이번에는 상기의 이유로 법정이 순식간에 양번에 나타날 수 없을 것이라 설명한 것이다.
조비는 사마의의 말에 반신반의를 하였으나, 양번을 찾고 싶은 생각이 강하였기에 사마의의 계책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조비는 사마의에게 구체적인 양번 공략 방안을 물었던 것이고, 사마의는 이에 답변을 하였으니.
“예, 폐하. 하면 신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 올리겠습니다. 신이 파악하기로 작금 양번을 점령하고 있는 촉의 병력은 약 2만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곳 완에 폐하께서 거느리신 병력은 총 10여만에 달하고 있습니다. 즉, 정서장군이 이끄는 5만과 신이 이끌고 온 3만, 그리고 완 태수 장패의 2만여 병마를 합하면 10만이 넘는 대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일단 병력이 양번의 촉 병력에 다섯 곱절이 넘는 완전한 수적 우세라는 것을 사마의가 확인시키자 조비는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짐이 장안에서 안전하게 병력을 철수한 덕에 그리되었어. 어사중승의 말대로 작금 이곳 완에 집결된 짐의 병마가 10만에 달하는 것이오! 반면에 양번의 촉 병력은 겨우 2만이라니. 이렇다면 적의 최소 다섯 곱절이 되는 것이니 이는 충분히 아군에 승산이 있는 것이오!”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손자병법에도 성을 칠 때 다섯 배의 병력 차이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하옵고 작금 폐하의 병력은 아군의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하여, 아군의 10만 병력이 양번을 들이치면, 양번의 촉적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마의의 말에 조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상 손잡이를 세게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결심을 밝혔다. 바로 양번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리라.
“좋소! 짐은 어사중승의 주청대로 십만 대군을 일으켜 즉시 양번을 공격하여 촉적에게 빼앗긴 그 땅을 되찾을 것이오!”
* * *
이렇듯 사마의는 조비에게 촉의 책사 법정이 양번에 없는 이때, 작금 완에 모인 조위의 10만 대군이 공격하여 이를 찾을 절호의 기회라고 진언한 것이다.
조비는 사마의의 진언을 받아들여 곧 십만 병마로 양번을 공격할 것을 천명한 것이니.
한데 여기서 사마의는 이번에는 조비의 친정을 권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지난 관중의 싸움에서는 위와 촉의 군주가 직접 나서는 총력적이자 전면전이었고 이번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이를 조비에게 아뢰었으니.
“폐하, 하온데 이번에는 폐하께서 완에 계시면서 신을 포함한 장수들에게 명하시어 양번을 치게 하는 것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
사마의의 건언에 조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짐이 어사중승의 말대로 하리다. 이번에는 어사중승이 앞장서서 십만 병마를 이끌고 양번을 함락해 보시오.”
조비의 명에 사마의는 무릎을 꿇고 조비의 명을 받들었다.
“신, 어사중승 사마의, 폐하의 지엄한 명을 받들어 반드시 양번을 폐하의 땅으로 돌려놓겠나이다!”
이렇게 조비가 사마의의 요청처럼 친정에 나서지 않기로 한 데에는, 얼마 전 관중에서의 패배로 조비는 싸움이라면 신물이 나고 있던 상태였으니 굳이 그가 친정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어찌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된다는 말인가.
바로 조비가 불같이 화를 내며 친정에 나서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니, 그것은 무엇일까?
* * *
조비는 사마의의 진언대로 십만 대군으로 양번 공략을 결정하였고, 다만 이번에는 친정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한데 하필이면 이때 완으로 세 가지 소식이 전해지며 조비의 마음이 점점 흐트러지게 되었으니.
그 첫 번째는 우금이 조조 묘인 고릉의 부조를 보고 스스로 자결한 일이었다. 조비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겼다. 하나, 두 번째 소식부터 조비의 표정이 바뀌게 되었다.
바로 법정에 패하여 촉의 포로가 된 서황, 서막, 소칙 등의 식솔들이 허창에서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보고였다.
이제 막 양번 공략을 결정하여 기분이 좋아져 있던 조비는(우금의 일은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하고 넘긴 조비였다.) 이 보고를 받고는 표정이 조금씩 험악해져 갔다.
“무어라? 서황 등 촉의 포로가 된 자들의 처자식들이 없어져? 그것도 한꺼번에 갑자기 말인가?”
조비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묻자 전령이 두려움에 떨며 대답을 하였다.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전령의 말에 조비가 버럭 화를 냈으니.
“이런! 천하의 몹쓸 놈들이 있나? 작금 놈들의 가장은 촉적에 사로잡혀 있는데 어떻게 제 놈들만 살기 위해 도망을 친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러면 마치 짐이 제놈들을 괴롭혀 놈들이 도망치는 것으로 백성이 오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사마의는 이 보고를 조비의 옆에서 같이 들었는데 그것을 듣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니 알아챘다고 하는 것이 맞으리라.
‘서황, 서막, 소칙의 가족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한꺼번에 허창에서 사라지다니! 이것은 필시 촉적이, 아니 법정이 개입해 있는 것이 분명해! 분명 법정 놈이 뒤에서 술수를 부려 서황 등의 식솔을 빼돌린 것이야.’
그런 의심이 든 사마의는 문득 역시 포로가 된 하후상의 식솔들의 이야기는 어찌하여 없는지 궁금하였다. 의심이 되었다.
하여, 사마의가 전령에게 물었다.
“한데, 어찌하여 번성 태수(하후상)의 식솔들 이야기는 없는 것인가? 그들도 도망을 쳤는가?”
사마의의 물음에 전령이 답했다.
“아닙니다. 번성 태수의 가족들은 동요 없이 그대로 허창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후상의 식구들이 동요 없이 허창에 있다는 말에 조비는 그나마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그렇지 번성 태수의 가족들은 동요하지 않을 줄 알았어.”
이 말인즉, 역시 조비가 믿을 사람들은 조 씨와 하후 씨 등의 자신의 친족뿐이라는 말이렷다.
한편, 전령의 답변을 들은 사마의는 혹시 이것이 법정의 계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고, 만약 법정의 계책이라면 그것이 무엇일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곧 사마의는 이번 일의 목적을 결국은 알아차렸으니, 사마의는 또 한 번 법정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아! 그렇구나! 법정 놈이 하후상의 식구는 그대로 두고 서황 등의 가족들만 빼돌린 연유가 있었어! 그 연유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 법정 놈에게 내가 또다시 당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마의의 이 생각이 곧 사실이었음이 밝혀졌으니 그것은 또 다른 전령이 가지고 온 급보를 통해서였다.
조비는 서황 등의 가족이 도망친 일로 화가 나 있었는데 세 번째 전령의 급보를 받고는 길길이 날뛰었고, 이어서 양번 공략에 자신이 직접 친정에 나서겠다고 선언을 하고 말았다.
과연 세 번째 전령이 가지고 온 급보는 무엇이길래 조비가 불같이 화를 내며 친정을 결정한 것일까?